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321)
제321화
321화.
도현의 호기로운 미소에 가리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허세가 심하군.]“글쎄. 허세일지 아닐지는 직접 느껴보지 그래.”
[…….]당당하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 있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과 힘이 담긴 목소리.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가?
잠시 멈춰서 생각하던 가리온이 상념을 떨쳤다.
‘상관없다.’
놈이 무슨 능력을 얻어왔든 상관없었다.
무얼 보여주든 이길 자신이 있거니와, 애당초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 따위 주어지지 않을 테니까.
[흑기사 가리온이 비전 검술의 준비를 마쳤습니다.]가리온, 그가 고안해 낸 그만의 비전 검술.
이 검술의 특징은 속도와 기괴한 궤도에 있었다.
‘처음 본 자는 무조건 당한다.’
언뜻 보면 단순한 직선의 찌르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검로가 담겨있다.
찌르기라 생각하고 막아설 땐 이미 목이 베이는 것이다.
단언컨대 가리온은 확신할 수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자신을 처음 상대할 때만큼은 이 검술을 파훼하지 못하리라고.
‘혹시 모르지. 그 검황이라면 파훼해낼 수 있을지도.’
검술의 정점에 이른 그라면 처음 보는 검술조차 감당해낼 수 있을 테니.
하지만 놈은 일개 사도일 뿐.
검황만큼의 검술 실력을 지녔을 리는 없을 터.
일격에 놈을 처리하고, 1황자를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오랜 염원을 이루게 되리라.
쐐애애액-!!
비릿하게 웃은 가리온이 숨을 들이켜더니 스프링처럼 무릎을 튕기며 앞으로 쏘아졌다.
빛살처럼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검.
음속의 경지에 이른 찌르기에 공기가 찢기는 소리가 검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간신히 울려 퍼졌다.
씨익.
아니나 다를까.
놈은 검을 들어 찌르기를 쳐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땐 이미 가리온의 검이 뱀처럼 휘어 목을 노린 후였다.
정확한 타이밍에 순간적으로 마나를 폭발시켜, 상식을 거스른 궤도 변화를 자랑하는 게 비전 검술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이 검술의 원리를 아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목전에서 본 이들은 모두 죽었거나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으니까.
[크…… 크흐흐……. 어리석은 놈. 끝이다.]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리온은 그리 확신했다.
카앙!
목을 베는 섬뜩한 소리가 아닌, 기이한 쇳소리가 귓가에 박히기 전까지는.
단단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
다소 투박하나 고급스러운 검으로 변형한 천변이 정확히 목 옆을 막아서고 있었다.
마치 목을 노릴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한 치의 망설임 없는 가드였다.
[……무슨?]그게 끝이 아니었다.
검을 댄 채로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며 흘려낸 도현이, 펜싱 자세를 취하듯 옆으로 섰다.
[그건…….]가리온이 펼쳤던 동작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멍해질 틈도 없이 쏘아진 찌르기.
정확히 심장을 노리는 일격이었으나, 설마 하는 생각에 목을 막자 귀신같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캉! 카앙!
그 뒤로도 검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마치 비 오는 숲의 안개처럼 종잡을 수 없이 변화무쌍하면서도 태산과도 같은 굳건함이 느껴지는 검.
[역천기(逆天期)] [제1 초식, 시(始)를 발동합니다.]역천기(逆天期)의 힘이었다.
반면 가리온의 검은 뱀처럼 서서히 목을 옥죄며 독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다른 느낌이지만, 분명 같은 검로의 초식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공방을 주고받은 가리온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가.]자신을 제외하고 저 검술을 아는 자이자, 자신의 검술을 보고도 죽지 않은 유일한 인물.
전 1황자이자 무덤에 잠들어 있던 옛 주군.
[주군이 검술을 전수하고 떠났군.]바이란 드 아르니스.
무덤에 갇혀있는 그의 생명이 꺼진 걸 느꼈는데, 죽기 전 놈에게 검술을 전수하고 간 것이리라.
놀라운 일이었다.
자신의 검술은 결코 눈대중으로 배울 수 없는 류의 검술.
사자왕의 환생이라 칭송받던 천재 바이란마저 이 검술을 얻기 위해 오랜 기간 수많은 대련을 거치며 교정받았다.
‘……기껏해야 몇 시간일 텐데 그 짧은 시간에 이토록 탄탄한 검술을 구사한다고?’
저건…….
마치 바이란이 직접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아니, 그를 넘어섰나.’
놈은 비전 검술에 그만의 검술을 녹여내는 경지에 이르러있었다.
[인정하지. 자네에게는 자신감을 가질만한 실력과 재능이 있다.]하나 딱 그뿐이다.
검을 맞대던 가리온의 투구 속 눈이 가소롭다는 듯 접혔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전수받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게 자네의 자신감의 근원이라면 참으로 우습구나.]파앙!
그러며 힘으로 검을 떨쳐낸 가리온이 질책하듯 소리쳤다.
[그 검술을 가르친 사람이 누구인지 잊은 것이냐!]감히.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앞에서 비전 검술을 사용할 줄 안다고 유난을 부려?
콰앙! 쾅!
몰아세우는 가리온의 검이 더없이 난폭해졌다.
동시에 변화무쌍하다.
찢어발길 듯 거칠게 휘몰아치는 검은, 쉴 새 없이 궤도를 틀면서도 그 힘을 잃지 않았다.
도리어 궤도를 틀 때마다 탄력을 받기라도 하듯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콰앙! 콰아앙!
마치 수준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자비 없는 검격을 받아낼 때마다 도현의 발밑으로 크레이터가 생겼다.
“안 돼……!”
“맙소사.”
그에 장막 밖에서 관전하는 유저들의 안색은 실시간으로 창백해져만 갔다.
유일한 희망인 카이저의 등장에 환호한 게 무색하게도, 너무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던 것이다.
반격은커녕 검을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이는 상황.
[영웅 스킬 ‘가속’을 사용합니다.] [40초 동안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가 상승합니다.] [패링에 성공하여 일격을 흘러냅니다.]이마저도 가속 스킬이 없었더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한 끗 차이로 막아내고 있었으니까.
“아니, 왜 계속 저 검술을 고집하는 거야?”
“고집하는 게 아니라 저걸로밖에 대처가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나마 패링으로 상쇄하고 있는 거 같긴 한데…… 이대로 가다간 지는 거 아니야?”
“아씨, 심장 쫄려서 미치겠네.”
답답함만 커져 가는 상황에 푸념을 늘여놓는 유저들도 있었다.
확실한 건 이대로 가다간 도현의 패배가 확정이라는 것.
하지만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현은 꿋꿋하게 바이란의 검술만을 이어갈 뿐이었다.
바이란 검술.
제2 초식, 우비.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피할 수는 없다는 이념이 담긴 초식.
결코 피하지 못하는 난격이 일품인 초식이지만…….
캉!
난격이 채 이어지기도 전.
미리 수를 읽은 가리온의 상단 베기 한 번에 가로막혔다.
제3 초식, 은밀한 숲의 안개.
마나를 폭발시켜 이목을 집중시키고, 보이지 않는 추가타를 욱여넣는 고난이도 검술.
수많은 고수를 무참하게 학살한 압도적인 검술이었지만, 주특기로 다루던 가리온이 당해줄 리가 없었다.
제4 초식을 넘어 마지막 5초식도 마찬가지.
[모든 파훼법이 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네. 하물며 자네가 알고 있는 5초식, 그 이상을 다루는 나에게는 같잖을 따름이지.]콰앙!
끝내 바이란에게 전수받은 모든 검술이 통하지 않고 무너진 후에서야 멈춘 도현을 보며, 검을 맞댄 가리온이 조소를 머금었다.
[이제야 알겠나. 자네의 오만함을.]“…….”
[그 검술은 나에게서 파생된 검술. 사자왕의 환생이라 불리던 주군마저 나에게 검술로 유효타를 먹인 적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감히 비전 검술로 승부를 보려 해? 아직 백 년은 이르다!]“……그게 다냐?”
도현의 차가운 눈빛에 윽박지르던 가리온이 멈칫했다.
그리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에 도현이 말을 이었다.
“검을 주고받으며 느껴지는 게 그게 다냐는 소리다.”
[음? 아아…… 난 또 뭐라고.]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흘린 가리온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물론 아니지. 네놈이 얼마나 나약하고 입만 산 남자인지 아주 잘 느꼈으니 말일세.]“……그러냐.”
영락없는 비웃음.
한데 왜일까. 그 모습에 도현의 얼굴이 일순 씁쓸해진 듯 보이는 것은.
하나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이 정도면 바이란도 알겠지. 네놈이 더는 예전의 가리온이 아니라는 걸. 네놈은 갱생하지 못할 쓰레기다.”
[……뭐?]“더는 그에게 예우를 갖출 필요는 없겠어.”
한없이 싸늘하게 내려앉은 눈빛에 가리온이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뒷걸음질 쳤다.
‘……내가 물러났다고? 왜?’
본인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누가 봐도 압도하고 있는 건 자신인데 왜 자신이 물러난단 말인가.
자존심이 상한 영향인지 가리온의 주위로 어둠이 한 차례 일렁였다.
그리고 그 순간.
[흑기사 가리온을 대상으로 지정합니다.] [두 발이 2초 이상 지면에 닿아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아아아아-
돌연 찬란한 빛이 터지며 성스러운 하모니가 들려왔다.
그 위로 떠오르는 하나의 황금 십자가.
[전설 스킬, ‘집행신의 십자가’를 발동합니다.]마치 성당 위에 장식될 법한 거대한 크기의 십자가는 특별한 장식품이 없었지만, 그 무엇보다 성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나 그런 십자가조차 장막 안의 어둠을 쫓아내지 못하고 집어 삼켜지고 있었다.
이전에 비해 심히 초라한 모습.
[흑기사 가리온을 대상으로 수호신의 가호를 발동합니다.] [대상과의 격의 차이가 극심합니다.] [어둠의 권능으로 인해 수호신의 가호의 효과가 일부 무시됩니다.] [일기토 효과가 무시되었습니다.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 체력 상승이 무시되었습니다.] [스킬 쿨타임이 20% 감소하고 넉백에 면역됩니다.] [격의 차이가 심해 집행신의 십자가의 지속시간이 대폭 감소합니다.]집행신의 십자가는 물론.
수호신의 가호의 효과마저 반 토막 그 이상이 났으나, 이마저도 상관없었다.
[집행신의 십자가가 흑기사 가리온의 사지를 구속합니다.] [대상을 5초간 구속합니다.]어찌 됐든 바인드를 거는 것에는 성공했으니까.
이건 단순한 바인드가 아니었다.
이젠 도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반격의 첫 단추.
그야말로 반격의 서막이었으니까.
“와씨!”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고!”
“반격 가나요?”
“아 보여주는 거냐고!”
그에 유저들이 언제 푸념을 늘어놓았냐는 듯 흥분에 찬 함성을 내질렀다.
저 십자가가 펼쳐질 땐 늘 무언가 엄청난 걸 보여주었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가 유저들의 가슴을 간질이고 있었다.
[과연…… 이걸 위해 방심을 유도한 거였나?]하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우드득- 우득-
촤아아악-!
놈의 등에서 검은 날개가 높게 펼쳐진 순간.
[흑기사 가리온이 ‘어둠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검은 날개가 구속하는 모든 것을 소멸시킵니다.] [집행신의 십자가가 사라집니다.]“……아?”
“미친…….”
“뭐 이딴 개사기가……!”
거대한 검은 날개가 십자가를 볼품없이 찢어발겨 버린 것이다.
겨우 2초였다.
날개를 펼치고 십자가를 치우는데 걸린 시간이.
역천기(逆天期)를 펼치기엔 한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크흐…… 크하하하! 카이저, 자네의 패배일세!]반면 날개를 완전히 펼친 탓일까.
가리온은 이전과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하물며 그의 검에는 처음 보는 흉흉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검날을 뒤덮은 저 어둠에 결코 닿아서는 안 된다고.
[흑기사 가리온이 전용 무기, 처형의 검의 효과를 발동합니다.] [검에 처형의 힘과 어둠의 권능이 깃듭니다.] [파멸의 군단장의 네 번째 반지의 항마(抗魔) 효과가 발동됩니다.] [심연의 기운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실패합니다. 검에 닿을 시 1,000% 증폭된 데미지를 입으며 방어력을 무시한 데미지를 받습니다.]가리온의 검과 어둠의 마용종의 권능의 집약체.
모든 정수가 담긴, 사실상 그들의 필살(必殺)이라 할 수 있는 기술.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던 찰리의 여명의 빛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막아내지 못한 검이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간 허망하게 당하게 생길 판.
씨익.
하지만 도현은 웃었다.
마치 이렇게 될 걸 예상하기라도 한 듯이.
“누가 역천기 쓴대?”
역천기 제3 초식 천(千).
첫 공격을 무시하고 근간을 파악하여 속성을 얻는 그것을 사용하면 한 턴을 벌 수 있겠지만, 이번엔 그마저도 필요 없다.
타앗!
준비 자세고 뭐고 할 것 없이, 천변을 꼬나쥔 도현이 냅다 마주 달렸다.
“안 돼!”
“뭐야, 왜 뛰어!?”
“아니, 갑자기 왜 자살 시도해?”
누가 봐도 예상되는 다음 장면에 유저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몇몇 유저들은 아예 눈을 가릴 정도.
콰앙-!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이 격돌했고.
충격파로 인해 굉음이 장막 안을 뒤덮었다.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동시에 눈을 뜨고 있던 유저들의 입에서 의문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건 가리온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그는 이 이상 놀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깔끔하게 잘려나갔어야 할 도현이 당당하게 검을 맞대고 있었으니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스르르-
천변을 휘감고 있는 어둠.
그건 어둠 두르기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짙은 어둠.
오직 어둠의 마용종과 계약을 융화한 일정 경지에 오른 기사만이 다룰 수 있는 능력.
처형의 힘.
“아, 이런 느낌이구나. 어둠 두르기나 소드 오러와는 차원이 다르긴 하네.”
그것이 천변에 깃들어 있었다.
[대체 무슨 재주를 부린 거냐, 카이저! 왜 네놈이 그 힘을 다루고 있냔 말이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해서 소리치는 가리온.
그에 도현은 대답 대신 씨익 웃으며 위를 곁눈질했다.
[발동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천변의 강화로 인한 특수 옵션을 사용합니다.]…….
정확히는 머리 위에 떠 오른 시스템 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