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324)
제324화
324화.
누가 봐도 위기 상황에 실실 웃는 도현이 미친 사람처럼 보인 것일까.
가리온이 황당함을 넘어 딱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불쌍한 사도여. 허세를 부리는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부정하려는 건가.]“글쎄. 허세로 보여?”
[크흐…… 흐흐흐……. 카이저, 정녕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네놈과 나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네놈이 죽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그리 말하며 두 쌍의 날개를 활짝 편 가리온이 억눌렀던 기운을 해방시켰다.
소름 끼치는 기운이 전신을 자극해 오고, 질척한 공기에 맞닿은 피부에서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온다.
“……별거 아니네.”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막아보아라.]괜히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도현이었으나, 가리온은 콧방귀를 뀌며 자세를 잡을 따름이었다.
[막을 수 있다면 말이지.]마치 육상선수가 출발 자세를 잡듯 낮게 숙인 자세.
발과 허벅지에 응집된 짙은 마력과 날개의 추진력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 날아오리라.
[흑기사 가리온이 비전 검술을 사용합니다.] [흑기사 가리온이 어둠의 권능 – 소리 없는 악몽을 사용합니다.] [흑기사 가리온이 행하는 다음 공격에 청각과 촉각이 반응하지 않습니다.]‘소리도, 느낌도 느끼지 못한다라…… 사실상 가불기가 따로 없네.’
놈과의 스펙 차이를 생각하면 제아무리 도현이라도 반응하긴 힘들 터.
예측의 영역인데 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면 그마저도 힘들었다.
잊혀진 왕의 검술의 하얀 사자와 눈보라?
크르르르…….
두 쌍의 날개가 펼쳐진 시점부터 기운에 밀려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놈이 날아오면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이다.
바이란의 검술? 역천기?
애초에 반응을 못 할 텐데 어불성설이다.
우연히 반응해도 놈과의 격차가 커 온전한 패링도 불가능할 터.
사실상 회피밖에 답이 없는데…….
[뇌전 이동의 사용 횟수를 모두 사용하였습니다.] [뒤잡기가 쿨타임입니다.]‘성왕의 징표를 사용해도 쿨타임이야.’
이동기 없이 오로지 피지컬로 피해야 하는데 그게 될 턱이 있나.
이건 꾸꾸 녀석도 불가능할 것이다.
원래라면 여기서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맞다.
[봉인된 고유 마법의 반지] [등급 : 전설] [설명 : 찬란한 고대 인류의 다섯 왕 중 하나.마도왕(魔道王) 루시르 엘 레이하드만이 사용하던 고유 마법들이 봉인되어있는 반지.
엄청난 힘이 느껴지지만, 반지가 불안정하여 한 번 사용하면 부서질 것 같다.
[고유 마법 : 반지에 봉인되어있는 마도왕(魔道王)의 고유 마법 중 하나가 랜덤으로 발동된다.]-반지의 상태가 불안정하여 한 번 사용 시 파괴된다. (0 / 1)
‘이게 없었다면 말이지.’
신과 대적했던 고대 인류의 다섯 왕이자 마도왕이라 불리었던 여인, 루시르 엘 레이하드.
그녀의 고유 마법이 담긴 반지인 봉인된 고유 마법의 반지.
반지를 얻고, 몇 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늘 궁금했다.
‘대체 무슨 마법이 들어있을까.’
신과 대적할 수 있었던 유일한 마도사의 고유 마법이라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마법이 담겨 있을까.
대체 무슨 마법이기에 단 한 번의 사용으로 부서질 반지가 전설 등급이나 되는 것일까.
당장에라도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더욱 쉽사리 사용해 볼 수 없었다.
‘기회는 한 번뿐이니까.’
정말 한계에 한계의 상황에 몰릴 때.
절벽 끝에 내몰렸을 때 사용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그렇게 본의 아니게 인벤토리 구석에 애물단지처럼 모셔둔 지 수 개월이 지난 지금.
비로소 그 기회가 찾아왔다.
[봉인된 고유 마법의 반지를 사용합니다.] [봉인되어 있던 마도왕(魔道王) 루시르 엘 레이하드의 고유 마법 중 하나가 랜덤으로 발동됩니다.]‘제발 공격…… 아무거나 좋으니까 센스 있게 필살기 같은 거 하나 뜨자.’
물론 기회가 찾아왔다뿐이지, 확신이 담긴 한 수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도박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건 놈의 단단한 갑주를 뚫고,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마법이니까.
방어 계열 마법이 나오면 한 번은 막을지언정 결국 패배가 확정되는 거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더 큰 공격으로 맞받아치는 게 맞아.’
자고로 강자가 가장 방심하는 순간은, 자신보다 약한 놈의 숨통을 끊을 때.
그런 의미에서 지금만큼 좋은 타이밍은 없었다.
‘방어만 아니면 돼. 제발…… 믿습니다, 마도왕.’
비록 신이 내다 버린 인간이라 불렸던 도현이지만, 그는 신의 대적자.
신이 버렸으면, 왕에게 기도한다!
파앙–!
‘온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
놈이 땅을 박참과 동시에 일순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띠링-
콰아앙-!
경쾌한 알림과 함께 폭음에 가까운 굉음이 장막을 뚫고 도시 전체에 울려 퍼졌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먼지 바람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여!”
“와씨, 가리온 보이지도 않았네.”
“미친…… 속도가 저게 맞냐? 저 정도면 음속 넘은 거 같은데 이걸 반응할 수가 있나?”
“설마 죽은 거 아니지?”
그에 관전하는 유저들만 미칠 노릇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구경하는 것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확인하지 못하게 됐으니 오죽 똥줄이 타겠는가.
그렇게 위기감과 긴장감 속에서 영겁과도 같은 3초가 지났을 즈음.
파아앗-!
“어어?”
“윽!?”
먼지 바람 사이로 돌연 찬란한 빛의 기둥이 솟구쳤고,
“어!”
“헐, 미친! 대박!”
“와씨, 이게 말이 돼!?”
“젠장, 난 안 보여. 뭐 어떻게 되고 있는 건데!? 머리통 좀 치워봐!”
곧 무언가를 발견한 유저들이 경악에 찬 탄성을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제아무리 카이저라도 살벌하게 찢겨나갔으리란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그에 누구보다 경악한 건 코앞에서 직관하고 있는 가리온이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찬란한 빛에 닿는 어둠이 사라지고 있다.
놀란 건 마용종도 마찬가지였다.
-……여명의 빛? 아니, 그것과 다르다. 저건 그저 순수한…… 마력? 내 어둠을 밝히는 건 여명의 빛 외엔 없을 터인데 이게 대체 무슨!
이건 상성 따위가 아니다.
그저 순수한 힘, 혹은 격의 차이.
고작 인간의 마력이 어둠의 권능을 순수한 힘으로 찍어 누르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마용종!]가리온이 발악하듯 소리쳐 보지만, 마용종이라고 쉽사리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으니까.
하나 곧 무언가를 발견한 마용종의 목소리가 이채를 띠었다.
-……아니, 평범한 마력이 아니다.
[평범한 마력이 아니면 뭐란 말이냐! 놈이 신과 계약이라도 했다는 건가?]-신이 아니다. 그에 준하는…… 아니, 이건 말이 안 된다. 어떻게 신에게 종속된 사도가 그녀의 마력을……?
기괴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어둠의 마용종은 단 한 번, 먼발치에서 그녀를 마주한 적이 있었다.
인간이 대륙을 지배하던 시절.
빛의 마법사니 염황이니, 수많은 마도사들이 이름을 떨치는 곳에서, 오직 홀로 아무런 속성 없이 이름을 알렸던 여인.
-특별함 없이 그저 순수하나, 그렇기에 가장 파괴적인 마력…….
무 속성임에도 마도의 정점에 오른 그녀를, 당시 사람들…… 아니, 모든 종족의 지성체는 이렇게 부르곤 했다.
허무(虛無)의 마도사.
혹은 마도왕(魔道王)이라고.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그녀는 죽었다. 신과의 전쟁에서 패해 죽었단 말이다.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마용종! 이해할 수 있게 말해라.’
-젠장, 그녀가 살아있었던 건가? 하나같이 이상한 것투성이인 사도였다. 사도가 아니라 그녀의 그릇이었다면 이해가 돼. 이렇게 되면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초조함과 다급함으로 가득한 목소리에 가리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도왕? 그녀? 그게 대체 누구란 말이냐. 그녀가 누구든 너와 내가 함께하는데 무엇이 두려운가. 그저 찢어 죽이면 되는…….’
-닥쳐라! 반쪽짜리 인간인 네놈 따위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뭐?’
-그녀는 그 괴물 같은 남자가 가장 신뢰하던 인간. 그녀가 나타난 이상 누구도 그 앞을 막을 수 없다.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고작 인간한테 그게 무슨…….’
졸지에 쌍욕을 얻어먹은 가리온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지만, 마용종은 쉴 새 없이 뭐라 떠들 뿐이었다.
이윽고 찬란한 빛이 사라져갈 즈음.
-……후퇴한다.
‘……뭐?’
-물러나야 한다. 어서!
‘진심인가, 마용종.’
결국 도주라는 선택에 도달한 마용종이 가리온을 재촉할 그때였다.
빛이 그치고, 도현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동시에 저도 모르게 움찔한 가리온의 입에서 어벙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도 그럴 게…….
‘……마용종?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만.’
-…….
모습을 드러낸 도현은 이전과 똑같았다.
외관부터 특유의 기운까지.
좀 전의 압도하던 마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고, 그저 하찮은 사도 하나가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럴 리가…… 분명 방금 그녀의 힘을 느꼈는데…….
눈 씻고 봐도 위압감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잘못 느낀 건가?
그런 생각마저 드는 사이 들려오는 웃음소리.
[크흐…… 흐흐흐…… 흐하하하!]가리온이였다.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 그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런가.]빛이 터지기 전, 놈이 중지에 착용한 반지가 부서져 있다.
반지는 부서지고, 압도적이던 마력은 사라졌다?
이게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고작 한 번, 단 한 번의 방어가 전부였던 것인가! 가소롭기 그지없구나!]-아…….
마도왕인지 나발인지가 강림한 것이 아닌, 그녀의 마법을 한 차례 구사했다는 뜻.
그리고 그 마법이 방어 마법이었다는 뜻이 된다.
도현이 그토록 걸리지 않길 바랐던 방어 마법이 발동된 것이다.
-……그런 거였나. 하긴, 죽었을 그녀가 이제 와 강림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
그제야 안심한 듯한 마용종의 목소리에 가리온이 코웃음을 쳤다.
‘살다 보니 별꼴을 다 보는군. 네놈이 그리 초조해하는 모습을 볼 줄이야.’
-…….
‘신선하긴 하나, 다신 보고 싶지 않다. 마용종.’
-……크흠.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게 사실이다. 그건 완벽하게 그녀의 고유 마법이었다. 그걸 한낱 사도가 어찌 발동한 것인지…….
‘뭐,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중요한 건 놈이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는 것.
[어둠의 마용종과의 동화율이 53%를 돌파합니다.] [흑기사 가리온의 생명력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흑기사 가리온의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흑기사 가리온의 심연의 기운이 보다 짙어집니다.]반면 가리온은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강해지고 있었다.
승패는 불 보듯 뻔한 상황.
“아…… 끝났네.”
“이게 뭐야. 겨우 방어 한 번 하고 끝이야?”
“겨우는 아니지. 거의 잡은 수준까지 왔잖아.”
“다들 수고했다. 애초에 안 되는 게임이었어, 이건.”
유저들의 분위기가 낮게 가라앉은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 더욱 힘을 얻은 것일까.
[잔재주는 끝났다, 카이저. 아무리 발악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 네놈만 죽으면 모든 게 끝나는…….]승리를 확신한 가리온이 가소롭다는 듯 여유롭게 도현에게 다가가던 그때였다.
놈에게 가까워지자, 본능이 경고를 보내왔다.
이해할 수 없는 감각에 멈칫한 순간.
-……멍청한 놈! 막아라!
[……?]마용종의 다급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고, 곧이어 묵직한 충격이 턱을 타고 뇌를 흔들며 전신에 퍼졌다.
정신을 차렸을 땐 몸이 붕 뜬 채 날아가고 있었다.
[……??]뭐에 맞은 거지?
의아해할 틈 따윈 없었다.
무언가 그림자가 진다 싶더니, 이번엔 명치가 뚫리는 듯한 충격이 전신을 강타했으니까.
[커헉……!]목을 타고 걸쭉한 무언가가 튀어나온다.
각혈을 토해낸 가리온은 어느새 움푹 파인 크레이터에 대(大)자로 박혀있었다.
“……?”
“응?”
“……미친.”
상상도 못 한 전개에 유저들의 얼빠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고, 그 뒤를 이어 우드득 목을 푸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현이었다.
모두가 벙찐 상황 속, 홀로 여유롭게 선 그는 씨익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이건 말도 안 된다. 또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이……]“아까부터 말 존X 많네. 한 대 더 맞고 시작하자.”
[……?]악을 지르는 가리온의 말을 끊으며, 천변을 낫으로 변형한 도현이 냅다 명치를 내려찍었다.
콰아앙-!
그러자 정신이 아찔해지는 충격과 함께, 폭탄이 터진 듯한 충격파가 크레이터를 시작으로 장막 안을 휩쓸었다.
반쯤 부서진 투구 너머.
입을 쩍 벌린 채 눈이 반쯤 풀린 가리온을 보며 도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후, 이제야 조용하네. 역시 빌런은 주먹이 약이지.”
짜릿한 손맛에 작게 탄성을 흘리자, 웬 중저음의 목소리가 도현의 머릿속을 울렸다.
-오, 나랑 생각이 같은데? 마음에 들어.
맞장구를 치는 경쾌한 목소리에 도현이 피식 웃었다.
‘이런 식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런 도현의 시선이 힐끔 옆을 향했다.
텅 빈 공간이지만, 도현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기껏해야 20대 초반에서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직 앳된 얼굴. 그럼에도 인간을 초월한 듯 조각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미남.
모두를 발밑으로 내려다보는 듯한 특유의 오만한 눈빛.
-뭘 봐?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띠꺼운 말투를 구사하는 영혼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