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333)
제334화
334화.
이종족은 신대륙의 NPC들이다.
제국이 신대륙에 간섭할 수 없는 이유도 그곳이 엄연히 이종족들의 왕국이자 대륙이기 때문.
오랜 세월 살아가는 그들은 각 분야에 있어서 인류를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었기에, 인간들의 입장에선 그들을 쉽사리 건드릴 수가 없었다.
다행이라면 그들은 이상하리만큼 잠잠했고, 인류를 먼저 건드린 적이 없다는 것.
-적이 아니라면, 그들과 원활한 교류 관계를 맺도록 하리라.
그게 전전대 황제부터 이어진 인류의 입장이었고.
제국의 황족을 비롯한 도시의 인류들은 그들과 교류를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큰 소득은 없었다.
칠강을 비롯한 몇몇 소수 인원들만이 약간의 안면이 생긴 정도?
‘권왕이 수인족과 친하다고 했던가.’
권왕(拳王), 드란 그라디트.
칠강 중 하나이자 주먹에 있어선 가히 적수가 없다는 대륙 최강의 무투가.
그의 터프함 덕분인지, 몇몇 이종족들과 제법 친분이 있다는 소문은 이미 많은 유저들이 알고 있는 일이었다.
‘신대륙에 가면 권왕이나 다른 칠강들을 볼 수도 있겠네.’
칠강 중엔 신대륙 어딘가에 은거 고수처럼 박혀있는 자들이 많다고 했으니 말이다.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이종족들은 칠강과 같은 NPC들과는 어느 정도 교류를 했을지언정 사도들과는 교류하지 않았다.
애당초 인류와 친해지지 않으려는 자세였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사도들을 없는 사람 취급해 온 것이다.
그런 그들이 갓오세가 오픈한 이래 처음으로 NPC로서 사도와 관계를 맺으려 한다?
“……너무 대규모인데?”
이건 지금과는 신대륙 공략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뜻이었다.
비로소 신대륙이 진가를 발휘할 때가 온 검.
[중요한 건 그게 아냐. 가장 큰 문제는 이제 신대륙도 졸업 보상이 생겼다는 거지. 본대륙의 도시처럼 신대륙도 이제 본격적으로 공략해야 하는 곳이 된 거다.]“그건 흥미롭네. 그럼 이미 졸업한 놈들은?”
[어떻게 됐을 거 같냐?]자신감에 찬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한 걸 보며 도현이 씨익 웃었다.
“받았나 보네. 졸업 보상.”
[정확히는 바로 받은 건 아니고. 다시 돌아가서 졸업 퀘스트를 깰 기회가 주어진 거긴 해. 다만…….]“지금까지 공략해온 가산점이 붙는다고?”
[새끼, 척하면 척이네.]“그렇게 안 하면 랭커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나 같아도 들고 일어설 텐데.”
맞다며 폭소하는 아재의 반응에 피식 웃는 것도 잠시.
도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렇게 되면 신대륙을 공략한 사람과 본대륙에 머무른 사람의 격차가 엄청 커지게 된다.
여태 만렙을 찍고도 남아있던 이들 또한, 모두 신대륙으로 떠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도태될 테니까.’
이건 도현에게 있어 안 좋은 소식이었다.
만렙을 찍지 못한 그로서는 또다시 출발선이 늦어지게 되는 것이니까.
반면 반년 전부터 신대륙 공략을 해오던 10대 길드들은 이번 일로 크게 번성하게 될 터.
‘전쟁이니 뭐니 하며 흔들리던 입지가 다시 잡히겠군.’
이지스와 레온느 길드는 몰라도, 다른 길드들은 오히려 전보다 더 견고해지리라.
하물며 신대륙을 공략하던 건 10대 길드만이 아니었다.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명한 하이 랭커들.
범죄를 저지른 유저나 카르마 수치가 압도적으로 높은 유저.
이종족들이 가득한 신대륙의 매력에 빠진 이들 등.
신대륙에는 숨은 강자들이 즐비했다.
‘그들 모두 이번 업데이트로 더 강해진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공식적으로 유일하게 거인족의 땅에 도달한 길드의 마스터.
놈이 얼마나 더 강해질지 상상도 안 된다.
이번 업데이트의 가장 큰 수혜자는 우습게도 신대륙을 가장 많이 공략한 멸살, 그였으니까.
[어떠냐.]“뭐가.”
[너랑 멸살. 붙어본 적 없잖아.]“그랬지.”
[그 녀석,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더라.]“…….”
도현이 입을 다물었다.
이전에는 붙을 일 없었던 남자가 줄곧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게 무얼 뜻하는지는 뻔했다.
씨익.
한쪽 입꼬리를 살벌하게 올린 도현이 맹수처럼 사납게 말했다.
“목 씻고 기다리고 있으라 해.”
[새끼.]자신감 넘치는 답에 피식 웃은 아스트가 가볍게 환기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멸살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꾸꾸랑 검제 녀석들부터 탈인간이 되어가고 있거든.]“뭐? 그 녀석들 신대륙 공략엔 크게 신경 안 썼던 거 아냐?”
[그런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쪽에서 졸업 점수를 많이 땄더라고.]사전에 참는다라는 단어가 없는 꾸꾸는 온갖 놈들과 싸움을 저지르다 히든 조건들을 달성하며 본의 아니게.
검술 수련에 매진한 검성은 이종족의 눈에 띄며 벌써 이종족 NPC의 히든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도 신대륙에선 제법 힘이 있어서 말이야. 조만간 크게 떡상할 거 같다.]“……믿었던 아재마저?”
[뭐, 인마? 그거 무슨 뜻이냐?]“난 모르겠다.”
[너 이 새끼, 내가 어? 여기선 아주 날아다니는 거 모르지? 신대륙에서 바벨론 하면 어디 가서도 먹어주…… 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알아주는…….]욱해서 자신의 위대함에 대해 연설을 늘어놓는 아스트였지만, 지금 저런 게 귀에 들어올 도현이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멸살이고 뭐고, 당장 동료들한테 무시 받게 생길 판이었다.
‘스읍, 에반데.’
가리온을 잡은 거야 마도왕의 고유 마법이라는 편법이 있었고.
편법 없이 여제와 검성과의 일대일은 아직 밀리는 게 현실이었다.
그런 상황에 녀석들이 작정하고 성장한다?
‘……이거 따라잡기 빡세겠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견제할 건 동료들만이 아니었다.
[대검이 녀석도 빡세게 공략하고 있더라. 한 번씩 마주칠 때마다 그 초롱초롱한 눈으로 피 뒤집고 썰어대는 거 보면 내가 다 섬뜩하더만.]“……대검이? 걔가 지금 신대륙이야?”
[엥? 뭐야, 몰랐냐?]도현이 깜짝 놀라 묻자, 오히려 아스트가 더욱 놀랐는지 말이 길어졌다.
[이번 일로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다던가.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감히 신의 곁을 지킬 자격이 없다나 뭐라나. 뭐 수련에 매진하고 자격이 생길 때 돌아오겠다던데? 그러고 보니 너한테 전해 달라곤 했는데…….]말끝을 흐리던 아스트가 설마 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설마 친구 안 되어있냐?]“……그런 거 같아.”
잠시 침묵하던 도현이 마지못해 답하자 아스트가 과장된 말투로 큰소리쳤다.
[와, 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놈. 여자가 그렇게 충성하면서 매달리는데 어떻게 친구도 안 해 주냐. 이거 날로 받아먹기만 했네?]“여자는 무슨.”
[왜. 충성심 가득하지, 너만 바라보지, 내조도 잘하지. 완벽한 현모양처 아니냐?]“……내조?”
자신을 욕하거나 방해하면 맑은 눈으로 목부터 썰고 보는 것도 내조라 할 수 있을까.
그녀의 내조(?)를 받는 미래를 상상해 보던 도현이 1초도 안 되어 머리를 흔들었다.
시작부터 어지러웠다.
그 뒤로 시답잖은 대화를 몇 차례 이어가고 대화를 끝낸 도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신대륙 업데이트에 이종족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라…… 이게 웬 난리냐.”
그런 도현의 푸념에 불쑥 끼어드는 가디언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힌다, 그치.
-리자리자.
-아무래도 가밀리온, 그자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주군.
“그러게. 심상치 않긴 하네.”
찰리의 말에 도현은 알현실을 나온 후, 사냥터에 도착하기 전.
가밀리온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 * *
-……예?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계승자시여. 무엇이 사라졌다고요?
제국에 운명의 조각이 있었던 흔적만 있고,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말에 가밀리온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건 무척 큰일입니다. 누군가 우연히 가져가게 된 거라면 비교적 다행이나, 만약 운명의 조각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건드린 거라면…….
약조를 깬 거라니, 아직 약속의 날이 다가오지 않았는데 이럴 수는 없다느니.
심각한 얼굴로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린 것이다.
‘또 저 약속의 날이야?’
이쯤 되면 답답해서 그게 뭐냐 물어봤으나, 답이 돌아올 리 만무.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약조를 깬 게 확실하지 않은지라 확인이 필요한 일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도 나중을 기약할 뿐이었다.
애당초 기대도 안 했기에 실망할 것도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조각의 행방.
-죄송합니다, 계승자시여. 제가 추태를 보였군요.
그 말에 정신을 차린 가밀리온이 신중하게 고민하다 답했다.
-지금으로선 알 방도가 없습니다. 그저 제국에 흔적이 없다면…… 지금으로선 신대륙으로 가는 것만이 답이겠군요.
“신대륙이라…… 그렇다는 건 이종족들이 범인인 겁니까?”
-그들은 고대의 역사를 아는 이들. 아마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겁니다.
“역사를 알아도 탐할 수 있긴 하지 않나요?”
오히려 역사를 아니 그 진가를 더 잘 알아서 탐할 수도 있지 않나.
타당한 의견이었으나, 가밀리온은 단호했다.
-모두가 아는 건 아닙니다. 고대 왕좌의 주인이라 불리었던 위대한 왕들. 그들의 피가 흐르는 다섯 종족의 장로 격쯤은 되어야 알 텐데…….
그들에겐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운명의 조각을 지키는 입장이니까.
-무엇보다, 이상하군요.
가밀리온이 문득 길게 늘어진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의문을 표했다.
-이종족들이 사도들과 교류를 시작하며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구태여 사도와 교류를 할 이유가 없을 텐데요.
그럼에도 움직였다면 이유는 하나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 것.
-아무래도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군요.
그리고 그런 일이라면 높은 확률로 조각과 관련된 일일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다섯 번째 조각을 가져간 놈이 신대륙에 나타났다던가.
“만약 이종족이 아니라면…… 둘 중 하나겠네요.”
-예.
심연. 혹은 월령단.
새로운 누군가일 수도 있지만, 당장은 저들이 가장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내내 줄곧 얽혀있던 이들이기도 하고.
-장로들이 조각을 넘겨주진 않겠지만…… 그래도 서두르는 게 좋겠군요. 어서 신대륙으로 넘어가 조각을 모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장로들이 역사를 아는 거라면 그냥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음,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당장 만나기부터가 힘드실 건데……. 만나도 조각을 얻는 건 별개의 문제거든요. 사실 그래서 그들이 조각을 뺏길 걱정이 안 들기는 합니다만…….
“? 그게 무슨…….”
영문 모를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도현이었지만, 가밀리온은 언제나처럼 싱긋 웃을 뿐이었다.
-가보시면 아실 겁니다, 계승자시여.
“……아, 예. 그러시겠죠.”
-그럼 계승자께서 부디 성공적으로 장로들과 접촉하길 기원하겠습니다.
“가밀리온 님은 뭐하시게요?”
-저는 아직 신대륙에 넘어갈 수가 없는지라 준비가 되면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러시겠죠.”
띠링-
[메인 퀘스트, 사라진 운명의 조각 (1)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사라진 운명의 조각 (2)으로 연계됩니다.]고개를 젓는 도현의 위로 쐐기를 박듯 퀘스트가 떠올랐고.
그게 대화의 끝이었다.
* * *
회상을 끝낸 도현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눈치 없이 떠 있는 퀘스트 창이 도현을 반겨주고 있었다.
[사라진 운명의 조각 (2)]-등급 : 메인 퀘스트, 직업 퀘스트
-설명 : 이종족들에게 무언가 일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 번째 운명의 조각을 가져간 이들과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높은 상황.
대륙의 주인이라 불리는 다섯 종족.
그 중 첫 번째 신대륙의 주인인 요정족의 장로를 만나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알아내자.
-퀘스트 성공 시 : 연계 퀘스트 ‘사라진 운명의 조각 (3)’으로 연계.
-퀘스트 실패 시 : 사라진 운명의 조각 (3) 퀘스트의 소멸.
-제한 시간 : 없음.
‘직접 구르며 알아보라 이거지?’
카시야르의 모토가 직접 굴러서 알아내라는 것이어서 그런지.
참 한결같은 퀘스트 방식이었다.
솔직히 킹 받긴 하지만, 거부할 이유는 없다.
‘차라리 잘 됐어.’
신대륙이 업데이트되며 생긴 각종 콘텐츠와 퀘스트.
그리고 졸업 퀘스트까지.
하루라도 늦으면 뒤처지기 십상인 지금, 어차피 하루 빨리 성장해서 신대륙으로 넘어가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 의욕에 불을 지필 훌륭한 장작이 되어주었으니 오히려 좋지 않겠는가.
“가자, 얘들아.”
-응? 어딜?
“어디긴.”
그러니 지금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천변을 손에 쥐며 몸을 돌린 도현의 눈이 맹수처럼 번뜩였다.
“만렙 찍으러 가야지.”
현재 도현의 레벨은 96.
96에서 100까지 찍으려면 족히 몇 달은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란 걸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경험치 쓸어 담으러 가자.”
-예. 보필하겠습니다, 주군.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나서는 도현의 옆으로 찰리가 나란히 붙었다.
그렇게 앞장서는 둘의 뒤로 지하드가 앓는 소리를 냈다.
-아으, 삭신이야. 아직 회복이 안 됐나 온몸이 쑤시네…….
마음 같아선 더 쉬고 싶었는데, 오늘도 자신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이 가는 주인이 슬픈 지하드였다.
지하에 오래 갇혀있던 탓일까.
혼자 있는 걸 싫어하기에 매번 부랴부랴 따라붙었지만…….
-엘리자, 우린 천천히 가…… 어어?
-리자!
이번만큼은 엘리자가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여유를 부려보는 순간.
폴짝-!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하드의 머리 위에 있던 엘리자가 폴짝, 뛰어올랐다.
-에, 엘리자?
믿었던 엘리자의 배신에 동공이 흔들리는 것도 잠시.
잠깐 사이 제법 벌어진 거리에 지하드가 허겁지겁 따라붙으며 소리쳤다.
-나, 나도 같이 가!
-리자!
-같이 가자구!
오늘도 늘 그랬듯 소란스러운 녀석들을 뒤로하며 피식 웃은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푸른 하늘이었다.
[1부 완(完)>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