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45)
제45화
45화.
언제 봐도 참 한결같은 친구들이 좋다 해야 할지, 징글징글하다 해야 할지.
가뿐하게 무시한 도현이 찌개를 끓이고 세팅까지 마쳤다.
가볍게 한술 뜨니 조화롭게 어울리는 적절한 짠맛과 된장의 향이 입 안에 가득 퍼졌다.
역시 어머니표 된장찌개는 기가 막혔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해치운 도현이 털썩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TV에 익숙한 풍경이 비치고 있었다.
드라마나 예능 같은 것에 문외한인 도현이지만, 이번만큼은 그 누구보다 전문 분야인 채널이었다.
“뭐냐, 웬 갓오세? 너도 갓오세 하냐?”
“요즘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
“엥, 진짜 해?”
“응. 나 레벨도 꽤 높아. 71이야.”
“헐.”
이건 진심으로 충격이었다.
게임이라곤 쳐다도 안 보던 애가 갓오세를 하고 있다니? 심지어 자신보다 레벨이 훨씬 높았다.
“71이면 꽤 했나 보네? 너 이런 거 잘 안 하잖아.”
“한 6개월 했지? 친구가 버스 태워 준대서 했는데 생각보다 재밌길래 계속하고 있어.”
“음. 보통 반년이나 걸리나?”
“몰라? 난 누구처럼 10시간씩 다 꼬라박진 않아서.”
“…….”
할 말이 없어진 도현이 입을 다물었다.
하기야 저게 정상이었다.
자신처럼 10시간도 부족해서 어떻게 해야 알차게 쓸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비정상이고.
이미 랭커도 물 건너간 판국에 보통은 간단하게 즐기는 정도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난 이렇게 해야 재밌던데.’
그런 사람들이 도현은 신기했지만, 그리 말하면 현아는 ‘으, 폐인 냄새.’라며 고개를 저을 게 뻔했다.
현명하게 입을 다무는 것을 택한 도현은 조용히 TV나 시청했다.
-오늘의 갓오세 중계~ 오늘 들려드릴 소식은 무척이나 핫한 소식인데요!
갓오세 중계.
갓오세가 들어서고 가장 빠르게 자리 잡은 프로로 발 빠른 투자 덕에 현재는 갓오세 소식을 전하는 프로 중에서는 최고 인기 프로로 우뚝 설 수 있었다.
MC 진현모와 장예나의 티키타카가 잘 맞는 것도 호평을 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은 이번에도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또 10대 길드 레이드 소식 아니구요? 또집레라고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해요.
-하하,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다른 소식입니다! 길드 소식은 맞는데 10대 길드가 아니라 히어로 길드 소식이에요!
-히어로 길드? 어, 나 알아요. 되게 유명하지 않나요?
-길마분이 잘생겨서 아시는 거 아니구요?
-흠흠, 아니거든요? 뭐 제 취향이긴 하시지만…… 저 장예나!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는 여자라구요!
‘응?’
그러다 들려온 익숙한 길드명에 도현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히어로 길드?”
“응? 뭐야, 오빠도 히어로 길드 알아?”
“뭐…… 알긴 하지.”
그러자 도현을 빤히 바라보는 현아.
표정이 뭔가 묘하다 싶더니 대뜸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최대한 중저음을 내기 시작했다.
“길드 같은 건 나약한 놈들이나 드는 거다. 그런 놈들 따위 기억할 가치도 없다.”
“……?”
“이러던 사람 어디 갔어? 중2병도 아니고 오글거려 죽는 줄 알았는데 군대 다녀오더니 사람이 달라졌네.”
“……아.”
고개를 갸웃하던 도현이 퍼뜩 떠오른 기억에 침음을 흘렸다.
과거 18살 시절, 중2병이 남들보다 늦게 찾아와 고2병을 앓았을 때.
뎀로크에 미약한 관심을 가지던 현아의 물음에 귀찮아서 저렇게 답한 적이 있었다.
귀찮은 것도 있지만, 그땐 나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흑역사도 이런 흑역사가 없었다.
“무슨 인생은 독고다이니 뭐니…… 어휴, 게임이 사람 망친다고, 날이 갈수록 오글거리는 말 내뱉는 거 볼 때마다 닭살이 돋았다니까?”
“……그랬나? 난 기억이 안 나네.”
“친구들이 그 꼴을 볼까 봐 무서워서 데리고 오질 못해, 내가.”
……왜 그리 친구를 소개해 주지 않으려 했는지 알 것 같다.
도현 같아도 두려웠으리라.
그가 봐도 미친놈이 따로 없었지만, 나름대로의 변명거리가 있었다.
그 당시 도현은 뛰어난 컨트롤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였고, 그만큼 접근해 오는 유저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눈도장 찍으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뒤통수치려는 놈들이 몇 배는 더 많았다.
그 탓에 유저가 보이면 경계심부터 들었던 것이다.
‘길드라 하면 아주 신물이 났지.’
나중에는 아예 길드 단위로만 싸움을 걸어 왔기에 도현은 길드를 아주 혐오했었다.
뭐만 하면 자기가 어디 길드인 줄 아느니, 어디 간부니 뭐니…….
그러며 길드 끌고 오는 게 동네 양아치가 한 대 맞았다고 어깨 형님들 데리고 오는 거랑 뭐가 다른가 싶었다.
미성년자가 처음 시작한 게임에서 그런 난관을 겪어 왔으니 비판적인 시야를 가질 만도 하지 않은가.
……라고 자기 위안을 해 보지만 흑역사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흠흠. 뭐, 히어로 길드가 유명한 길드인가 봐? TV에도 나올 정도면.”
괜히 시선을 피하며 모르쇠로 잡아떼자 가만히 째려보던 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돌렸다.
이쯤에서 넘어가 주기로 한 모양이다.
“요즘 20대 사이에서 히어로 길드가 대세잖아. 인기도로만 치면 멸살이랑 버금갈걸?”
“음? 왜? 10대 길드도 아닌데?”
“참교육이 주 활동 분야기도 하고…… 영웅이 되어 주겠다는 취지도 좋고, 길드 평균 나이대가 젊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 길마가 잘생겼잖아.”
“……아.”
결국 외모지상주의였단 말인가.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트렌드는 다 갖추긴 했지만, 저 마지막 이유가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남자들은 멸살을 더 좋아하는 거 같긴 한데, 여자들은 보통 다 히어로 길드 좋아해.”
“그래…… 그렇구나. 그럴 거 같다.”
한마디로 남자를 흥분하게 하는 건 멸살이고, 여자들을 반하게 하는 게 히어로 길드의 마스터란 소리였다.
적당히 대꾸해 주고 있지만, 사실 이해가 되긴 했다.
-히어로 길드를 모르시는 분들은 거의 없을 텐데요. 대형 길드 중에서도 상위권에, 10대 길드의 야성에 도전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길드입니다.
-대인전과 척살 분야에서는 거의 톱티어죠? 그 분야만큼은 10대 길드에 비견될 정도라고 들었어요.
-예, 애초에 히어로 길드 자체가 악인을 처단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었죠.
-사실 그런 이유들도 있지만, 길드 마스터인 베르제 님이 정말 잘생겼죠.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입니다.
화면에 비친 짤막한 사냥 영상 속 베르제의 모습은 뭐랄까, 미공자 같다고 해야 할까.
한국인이라고 들었는데 머리색과 눈 색을 외국인처럼 커마해서 그런지 정말 로맨스 판타지 속 귀공자 같았다.
“너무 기생오라비 같지 않나?”
“저런 게 잘생쁨이지. 여자들은 저런 얼굴에 환장하는 거야.”
“…….”
잘생기면 잘생긴 거고, 예쁘면 예쁜 거지 잘생쁨은 또 뭐란 말인가.
이해하려 들면 피곤했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운동이나 다녀와야지.’
헬스장까지 20분 거리니까 이제 걸어가면 얼추 소화도 될 거다.
일부러 적당히 먹기도 했고.
그리 생각하며 일어서려 할 때였다.
-그런데 듣기로 오늘도 히어로 길드에서 척살령이 내려졌다면서요?
‘……어?’
익숙한 단어가 도현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아, 소식 참 빠르죠. 레이븐에 있으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레이븐에 유독 양학을 즐기는 못된 사람들이 많거든요.
-맞죠, 맞죠. 저도 레이븐에 있을 때 얼마나 호되게 당했는지…….
-장예나 씨가 혼내 준 게 아니구요?
-좀 잘생겨서 그럴까 고민하긴 했는데……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해요?
-하하. 하여튼 이번에 그 양학범들이 뻔뻔하게 게시글에서 선동을 시도했더라고요? 결국 히어로 길드에까지 소식이 퍼져서 사달이 났는데…… 자료 화면 보시죠.
자료 화면은 암살소년 일행에게 당했던 사람들의 인터뷰 영상으로 시작했다.
“개쓰레기라니까요? 진짜 그때 뺏겼던 거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안 풀립니다.”
“게임이 처음이라 미숙했던 저한테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너무 고마웠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함정이었던 거죠. 그런 식으로 초보자들을 유인합니다.”
“24레벨을 찍었는데도 졸업을 안 해요. 왜? 그냥 그러는 게 재밌는 거거든요.”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너무 불쾌합니다. 신고해도 현실이 아니라 법에도 적용이 안 되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사람 미치는 거죠.”
수많은 피해자들이 울분을 토했고, 재연 영상을 통해 어찌 당했는지까지 보여 준다.
그 후 웅장한 비지엠과 함께 히어로 길드의 모습을 보여 주며 분위기가 전환되었고, 이내 비친 영상은 다섯 명의 영웅들이었다.
정확히는 다섯 명의 영웅과 암살소년 일행의 모습.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장비가 한없이 볼품없어진 암살소년과 일행들이 히어로 길드에게 몇 번이고 학살당하고 있었다.
“와, 속 시원해. 저런 쓰레기들이 진짜 많나 봐.”
“게임이 다 그렇지.”
연출까지 더해지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저런 잘생쁨(?)인 남자가 악인을 참교육해 준다?
팬이 없을 수가 없다.
공중파였다면 불쾌해할지도 모르지만, 갓오세 중계를 보는 이들은 대부분 젊은 층이었기에 오히려 속 시원해하는 것이다.
“원래 게임이 다 그래?”
“내가 해 본 게임은 다 그랬어.”
해 본 게임이 쓰레기가 많기로 유명한 뎀로크랑 갓오세뿐이지만,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래서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거다.
쟤네도 나쁘게 사니까 저렇게 방송에서까지 나오며 참교육을 당하고 있는 거 아닌가.
고개를 끄덕인 현아가 그래서 그런가…… 하며 중얼거렸다.
“요즘 뉴튜브도 보면 참교육 영상이 인기더라.”
“뉴튜브?”
“응. 맨날 양학범을 상대로 몰카해 봤습니다, 초보자인 척 PK 유도해 봤습니다, 같은 영상 올라오잖아. 아, 오빤 이제 나와서 몰랐을 수도 있겠네. 요즘 뉴튜브 다 갓오세 영상이잖아.”
도현의 눈에 흥미가 돋았다.
콘텐츠가 신선하니 재밌어 보인 것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갓오세가 뉴튜브까지 집어삼켰다는 것에 더 시선이 간 것이다.
‘하긴, 웬만한 문화는 다 집어삼켰다 했으니 뉴튜브도 변화가 있을 만하지.’
뉴튜브를 안 보는 건 아니지만, 필요할 때만 보는 정도라 자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확실히 갓오세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콘텐츠도 다양하다.
레이드 영상부터 투기장 영상, 몰카 영상, 노래나 판타지 건물 만들기 등등…….
“조회 수가 다 천만이 넘네?”
심지어 그 영상들 조회 수도 어마어마했다.
군대 가기 전엔 보통 백만 대였던 거 같은데…….
“언제 적 얘기야. 잘나가는 영상은 1억 조회 수도 뽑고 그래.”
“헐?”
“요즘 갓오세 안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뭐…… 근데 그만큼 잘나가기가 힘든 거 같더라. 알고리즘조차 못 타는 사람이 수두룩하대.”
모든 시장의 원리는 수요와 공급이다.
수요도 많고 공급도 많지만, 이 같은 경우는 많아도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공급이 너무 많으니 거의 어디선가 본 영상들이고, 자연스레 신선하거나 재미가 높은 영상만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1억 조회 수면…… 돈도 엄청 벌겠네?”
“그럴걸? 당장 히어로 길마만 해도 뉴튜브로 버는 월 수익이 억 단위라던데.”
“어, 억?”
“멸살 같은 사람들은 이런저런 수익 합하면 월 10억도 번다는데 진짜 그사세라니까.”
“10, 10억…….”
머리가 혼미해진다.
자신은 뎀로크에서 1위를 유지해도 기껏해야 월 천만 원대였는데 10억?
심지어 그마저도 망겜트리를 타면서 월에 100만 벌어도 잘 벌었다고 좋아했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돈을 버는 거 자체가 기적이었고.
‘그런데 10억이라니…….’
뉴튜브?
그땐 봐 주기만 해도 뿌듯하고 고마워해야 했다.
그걸로 돈을 벌 생각은 꿈에도 못 한 것이다. 그러니 도현도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
“10억…….”
“응? 뭐야, 오빠 설마 또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어?”
“10억…… 10억이면 뭘 할 수 있지? 맥날 빅X이 몇 개…….”
옆에서 현아가 불길한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지금 도현은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아득한 숫자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까.
도현의 게임 인생에 처음으로 뉴튜브라는 게 인식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