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5)
제5화
5화.
“……! 젠장, 이놈의 용병들은 다 말을 안 듣는군!”
찰리의 얼굴이 하얗게 물들었다.
같이 합을 맞춰도 부족할 판에 단독 행동이라니! 저러다 먼저 죽기라도 하면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었다.
심지어 그는 검조차 뽑고 있지 않았다. 그 모습이 꼭 죽으러 가는 것처럼 보였다.
키킥? 킥!
마물들도 도현의 무모한 행동이 웃겼는지 실실 웃으며 둔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어느새 지척까지 휘둘러진 놈의 몽둥이.
이제 잠시 후면 저 육중한 둔기가 도현의 머리를 부수고 피를 뿌릴 것이었다.
“이런……!”
그에 찰리가 다급히 뒤쫓아 가려는 순간.
“……?”
그는 보았다.
슥- 후웅!
키릭?
달리던 도현의 움직임이 잠시 멈춘 것을.
그러자 거짓말처럼 둔기가 머리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다. 1cm의 오차만 있었어도 머리통을 부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무언가를 휘두르면 당연히 자세가 무너진다.
그리고 드러날 수밖에 없는 빈틈.
콰직! 푹!
그대로 발을 차자 중심을 잃고 휘청이는 놀.
그런 놈의 목을 잡아 꺾어 버린 후 바로 옆에 있던 놀의 목을 찌르자 순식간에 두 놈이 쓰러졌다.
[크리티컬 히트!] [크리티컬 히트!]급소를 때려 크리티컬 판정으로 대미지가 2배로 들어간 덕이었다.
튜토리얼답게 허접한 생명력을 가진 탓도 있었고.
키릭? 키리릭!!
순식간에 입장이 바뀌었다.
유희를 즐기려던 포식자의 입장에서 단숨에 사냥감이 되어 버린 상황에 당황한 활잡이들이 허겁지겁 자세를 취했다.
하나 그들을 지켜 줄 방패는 고작해야 한 마리.
후웅-.
나름 기습이라고 옆에서 휘두르는 둔기를 뒤로 물러나는 간단한 스텝으로 피한 도현이 그대로 무릎을 올려 찼다.
콰득- 털그럭.
정확한 타이밍에 손을 쳐서 무기를 떨어트리는 기술.
일명 웨폰 드롭.
뎀로크 시절 카이저와 결투했던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기술 중 하나였다.
시스템이 비슷하다니까 될까 싶어서 해 봤는데 다행히 통했다.
[스킬 ‘강타’를 사용합니다.]그대로 발로 몸통을 차곤 스킬을 사용하여 마무리.
‘강타로는 한 방이네.’
스킬은 스킬인지 정타를 먹이는 기준으로 크리티컬이 뜨지 않아도 한 방이었다.
키기기…….
키릭…….
이제 남은 건 활잡이 둘.
자신들을 지켜 줄 호위가 사라진 활잡이 두 놈 따위 두려울 게 없었다. 놈들은 활을 채 당기기도 전에 도현의 검에 두 동강이 났다.
순식간에 전투를 끝낸 도현이 가볍게 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오랜만에 하는 게임이라 몸이 굳지는 않았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생각하는 대로 잘 움직인다.
‘……오히려 몸이 더 가벼운 거 같기도 하고.’
감각이 느껴지지 않던 VR과 달리 오감이 생생해서 그런가?
전보다 더 매끄러운 느낌이었다.
좋은 사실을 알게 된 도현이 흡족해하고 있을 때였다.
“맙소사…….”
멍하니 지켜보던 찰리가 천천히 다가왔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쓰러진 놀들과 도현을 번갈아 바라보던 찰리가 감탄을 내뱉었다.
“믿기지가 않는군……. 마물 다섯 마리를 혼자서 처리하다니.”
그 말과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기사단장 ‘찰리’가 보기와 다른 당신의 뛰어난 실력에 감탄합니다.] [기사단장 ‘찰리’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호감도?’
뎀로크에서도 있었던 시스템이다.
NPC마다 다르지만, 호감도작을 하면 보상을 주기도 했기에 호감도작을 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그 보상마저 뽑기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다들 손을 놓긴 했지만.
어쨌거나 익숙한 시스템이었기에 신기할 건 없었다.
다만.
‘여긴 오르는 기준이 좀 후한가?’
사냥 한 번 했는데 호감도가 올랐다는 게 의아할 따름이었다.
뎀로크에서는 더럽게 올리기 힘든 것 중 하나가 호감도였으니까.
하나 그뿐, 이상할 건 없었다.
‘NPC마다 기준도, 난이도도 다르니까.’
그런 면에서 전투를 중점으로 두는 찰리의 기준은 도현에게 달가운 일이었다.
말을 잘하는 건 못 해도, 전투만큼은 자신 있었으니까.
호감도가 올라간 덕일까?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검술과 전투 방식이군. 어디 용병단에서 왔나? 그곳의 용병들은 다 그런가?”
“…….”
“아니…… 그럴 리는 없겠지. 자네가 무척 뛰어난 것일 테지. 젊은데 대단하군.”
스토리상 필요한 말만 하던 이전과 달리 말이 많아졌다.
정작 도현은 답하지도 않는데 연신 혼잣말을 내뱉던 그가 멀리서 들려오는 마물 특유의 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몸을 돌렸다.
“우선 가도록 하세.”
“예.”
* * *
서걱-! 푹!
그 뒤로도 도현은 몇 번의 전투를 이어 갔다.
전투는 속전속결로 치러졌다.
마물들이 나오면 도현이 앞장서서 달려가 처리하고, 찰리는 뒤늦게 합류하려다 감탄하는 것의 반복.
“놀라워, 이런 실력이라니! 전보다 더 빠르지 않나!”
그럴 때면 찰리는 늘 한마디씩 뱉었다.
[기사단장 ‘찰리’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그러면 마치 한 세트인 것처럼 호감도가 덩달아 올라갔다.
푹! 콰득-!
“목을 꺾는 그 손놀림은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군! 어쩜 저리 물 흐르듯 자연스럽단 말인가!”
[기사단장 ‘찰리’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서걱-.
“이건…… 꼭 검을 잡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군.”
[기사단장 ‘찰리’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처음에는 감탄 정도였는데 이젠 아예 싸울 생각도 없는지 칭찬하기 바쁘다.
멘트도 어쩜 저리 하나같이 주옥같은지, 싸우는 걸 보면서 고민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쟤 역할이 리액션 봇인가?’
분명 과묵하고 깐깐한 성격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리액션 봇의 멘트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건 마물 무리의 수가 2배 가까이 늘었을 시점이었다.
키릭, 킥!
키리릭-!
거의 열 마리에 가까운 수.
머릿수가 많아서인지 무기도 그만큼 다양했다.
둔기와 활 정도의 무기만 가져오던 여타 놈들과 달리 이번에는 창, 둔기, 활, 단검 등등 다양했던 것이다.
“이런……! 이번에는 나도 참여하겠네! 아무리 자네라도 이 많은 수는 힘들 것이야!”
구경만 하던 찰리마저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참전 의사를 밝힐 정도.
‘아니, 원래 참전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분명 도현은 싸우지 말라 한 적이 없는데 어느새 주도하고 있는 건 도현이었다.
이상한 일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탓!
“아니, 자네?”
어차피 크리티컬 한두 번 띄우면 죽는 튜토리얼 잡몹이다.
다섯이든 열이든 그게 그거였다.
거침없이 파고들자 줄곧 감탄하던 찰리마저 깜짝 놀랐는지 서둘러 무기를 뽑고 뒤쫓았다.
하나 이미 마물들 사이에 파고든 도현을 구출해 내기는 힘들어 보였다.
키릭! 키리릭!
푸슉! 퓩!
“이런……!”
찰리가 활잡이가 날린 화살을 쳐 내는 사이, 마물들이 곧바로 도현을 포위한 것이다.
가장 먼저 달려든 건 단도를 든 마물이었다. 아무래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보니 창이나 화살을 맞히기는 힘들었다.
사거리가 짧은 단도가 가장 이상적이었을 터.
그리고 그게 바로 도현이 굳이 안까지 파고든 이유였다.
텁, 키릭?
단도를 휘두르려는 순간 도현의 팔이 손목을 막았다. 그러곤 뱀처럼 휘감으며 안쪽까지 파고들어 갔다.
콰득! 켁!
털그럭.
그대로 팔꿈치를 꺾어 버리자 허무하게 떨어지는 단도.
떨어지는 걸 허공에서 낚아챈 도현이 바로 놈의 목을 찔렀다.
[크리티컬 히트!]키륵!! 케에엑!
잠깐 사이 허무하게 죽은 동료의 죽음에 옆에 있던 마물이 눈을 뒤집으며 둔기를 휘둘렀다.
수그리고 있던 도현의 시야에 놈의 턱이 들어왔다. 그대로 손바닥으로 턱을 올려치자 섬뜩한 소리가 나며 놈의 고개가 하늘로 치켜올라 갔다.
그대로 목에 꽂힌 단도를 뽑아 목을 찌르자 허무하게 스러지는 녀석.
졸지에 동료와 같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키엑! 켁!
순식간에 둘이 죽자 깜짝 놀란 놈들이 가까이 붙지 않고 거리를 벌렸다.
본능적으로 일대일 상황을 만들면 위험하다는 걸 느낀 것이다. 하나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도현의 움직임엔 망설임이 없었다.
쉬익- 푹! 콰득!
[크리티컬 히트!]멀어지는 놈의 눈에 단도를 던져 맞힌 후, 그대로 둔기를 주워 냅다 후려친 것이다.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동료 하나를 더 잃어버린 놈들.
어떻게든 거리를 벌린 활잡이들이 허겁지겁 시위를 당겨 보지만 도현의 움직임이 워낙 신출귀몰했다.
키…… 키릭……?
맞히려고만 하면 기가 막히게 동료의 뒤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도 오기가 생겼는지 몇 발 쏘기는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애꿎은 동료의 등만 맞히고 말았다.
“맙소사…….”
찰리는 감탄을 넘어 경악에 가까운 시선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손쉽게 웨폰 드롭을 하곤 마치 본래 자기 무기였다는 듯 그 무기를 활용해 그대로 사냥하고 있다니.
평생 한 무기만 수련해도 부족한 것을, 어찌 저리 많은 무기를 잘 다룰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전투는 전장에 서 본 적이 많은 그조차도 처음 보았다.
그뿐인가.
유리한 포지션과 상황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조금의 막힘도 없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 고점을 차지하며 손쉽게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있었다.
그 어떤 잘나가는 용병도, 하물며 기사도 저런 예술적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한데 난생처음 보는 용병이 저런 용맹과 무력을 보이다니?
상식이란 기준에 홀로 어긋나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런 이들을 사람들은 훗날 이렇게 부르곤 했다.
‘영웅…….’
어쩌면 자신은 역사 속에나 등장하는 영웅 서사의 시작점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이 어릴 적부터 동경해 왔던…….
키…… 키아악!
마물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온 건 그때였다.
도현을 악귀 보듯 바라보던 마물 하나가 다급히 도망치고 있었다.
그에 찰리가 정신을 차리곤 검을 뽑아 들었다.
‘내가 처리해야겠군.’
압도적인 전투를 보느라 멍하니 있었지만, 찰리도 나름 단장이다.
마물 하나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나 아쉽게도 그가 나설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슈욱- 퍽!
켁!
여유롭게 활시위를 당긴 도현의 화살이 정확히 놈의 머리를 꿰뚫은 것이다.
그렇게 쓰러진 놈을 향해 다시 한 발.
확실하게 확인 사살까지 마친 후에야 도현이 무기를 내려놓았다.
‘마무리는 언제나 확실하게.’
뎀로크에는 수많은 보스가 있었다.
운빨똥망겜인 주제에 난이도는 또 더럽게 높았던 탓에, 그야말로 수많은 패턴을 가진 보스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죽인 후가 문제인 놈들도 상당했다.
기생하는 타입이라 살아서 다른 놈에게 기생하는 놈, 죽는 순간 최후의 공격을 가하거나 아예 부활하는 놈들까지.
처음 한 게임이 그런 게임이었던 탓일까.
그 지독함을 몇 번 겪고 나니 어느덧 확인 사살을 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겨우 저깟 마물이 그런 능력을 가지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찝찝하니까.’
이건 기분의 영역이었다.
혹시 주변에 몰려드는 몬스터가 없나 살펴보려 할 때였다.
짝! 짝! 짝! 짝!
‘음?’
어디선가 들려오는 박수 소리에 도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였다. 이젠 검마저 내팽개치고 박수를 치고 있는 찰리의 모습이.
“……?”
지금 뭐 하냐는 듯 쳐다보는 도현의 눈빛에도 찰리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한술 더 뜬다.
“내 사과하네.”
“?”
대뜸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얼굴로 사과를 뱉는 찰리.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자 그의 눈이 굳건해진다. 그러곤 세상 진지한 어조로 감격에 젖은 목소리를 냈다.
“검을 잡기 위해 태어났다는 소리는 자네를 욕보이는 말이었네. 자네는 전투의 화신일세! 전쟁을 위해 태어난 영웅이 분명해!”
“…….”
“자네와 같은 영웅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일세!”
할 말을 잃은 도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진심을 전하는 찰리.
그 모습에 입술을 몇 번 달싹이던 도현이 도로 다물었다.
할 말은 많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주어진 업무는 안 하고 박수를 치는 NPC라니…….’
이게 사람과 분별하기 힘들다는 갓오세의 NPC인가?
뎀로크였다면 상상도 못 할 일에 말문이 턱 막히는 걸 느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기사단장 ‘찰리’가 당신의 압도적인 전투에 깊은 감격을 느낍니다.] [기사단장 ‘찰리’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기사단장 ‘찰리’의 호감도가 최대치를 달성합니다.] [이제 그는 당신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당신이 설령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누명이라 말하면 믿을 것입니다.]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를 획득합니다.]덕분에 호감도가 쭉쭉 올라 최대치를 찍어 보상까지 얻었으니까.
도현이 타이틀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