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56)
제56화
56화.
소문이 퍼지자 그녀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어느 날 여성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거대 거미가 발견되었다?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악마가 깃든 게 분명하군. 내가 죽이고 오겠소.”
“분명 많은 돈이 될 거야. 데리고 와.”
“그런 녀석을 키우면 모두 날 우러러보겠지?”
저들마다 각기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그녀를 괴롭혔고, 또한 그만큼 많은 계절이 지났다.
그 모든 날을 견디자 그녀는 필드 보스가 되어 있었고, 온갖 흉흉한 수식어가 그녀의 뒤를 따르게 되었다.
-엘리자…… 엘리자.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엘리자는 이름을 되뇌었다.
자신을 보며 따스하게 불러 주던 주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리고 또다시 50년이란 시간이 지나, 지금.
-리자! 리자리자!
-엘리자아!!
오랜 고뇌 끝에, 그녀는 그토록 바라 왔던 순간을 맞이했다.
* * *
……그렇게 된 것이다.
-흐어어엉! 엘리자아!
-리자리자!!
그래서 저 둘이 저렇게 못 떨어져서 안달인 것이고.
눈물 없이는 못 볼 신파극을 들은 도현이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슬픔이나 뭐 그런 비슷한 종류가 아니었다.
아니, 슬프긴 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황당함이 먼저 떠올랐다.
“아니,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네가 엘리자를 버리고 떠났다는 거 아냐?”
흠칫.
신랄한 팩트 폭행에 지하드의 떨림이 멈추었다.
-흐엉, 엘리자!
그러곤 모르쇠 하며 다시 엘리자를 껴안는 지하드.
그 황당한 모습에 도현이 다시금 신랄한 팩폭을 날려 주었다.
“아니, 버림받은 건 엘리자인데 왜 네가 슬퍼하냐? 150년을 버린 건데 양심적으로 네가 슬퍼하면 안 되지.”
-크, 크흠! 아, 아니야! 나도 어쩔 수 없었던…….
이것마저 무시할 순 없었는지 지하드가 반박하고 나서 보지만, 얌전히 받아 줄 도현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긴 개뿔. 내가 신명 나게 팰 때까지도 몰라보더만. 그냥 잊고 지내다가 이름 듣고 떠오른 거 같은데?”
-…….
“뭐야, 이게 맞아? 와, 엘리자가 이름 안 외치고 다녔으면 어쩔 뻔했냐. 너도 참 독하다, 독해.”
-……응, 맞아. 다 내 잘못이야.
엘리자에게 미안함이라도 느낀 걸까.
시무룩해진 지하드가 초롱초롱한 엘리자의 눈을 더는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리자…….
그러자 이번엔 엘리자가 시무룩해졌다.
주인 바라기 그 자체인 모습이 꼭 강아지라도 보는 것 같다. 그게 지하드를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그래, 넌 늘 그랬었지. 항상 날 기다려 줬었어.
-리자!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엘리자. 이젠 떠나지 않을게.
-리자아!
참 미련한 녀석이었다.
비비적-.
무려 150년이다.
15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잊고 살았던 자신을 원망할 법도 하건만, 엘리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단 한 번도 화조차 내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 반가워하고 있는 것이다.
같이 지낸 세월의 10배가 넘는 시간을 기다려 놓고 말이다.
-이런 너를 잊고 살았다니…….
스스로가 너무 미웠다.
동시에 의아했다.
‘이상해. 내가 엘리자를 잊을 리가 없는데.’
핑계가 아니라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신기하게 생겨서 호기심이 동했던 건 사실이다.
하나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그 감정이 커졌었다. 어느 순간부터 엘리자는 지하드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친구를 잊는다?
‘그럴 리가.’
은신처에 있을 때 줄곧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엘리자였다는 걸 지금은 알 수 있었다.
그녀를 알아본 순간, 마치 스위치라도 켜진 듯 그녀와의 추억이 한꺼번에 밀려왔으니까.
이상한 건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내가 왜 집에 못 돌아간 거였지? 분명 단서를 찾아서 무언가를 발견했고, 쫓기다가…… 어라? 단서? 무슨 단서였더라?
머리가 복잡했다.
혼란스럽다는 말이 더 맞으리라.
여러모로 정신을 못 차리는 지하드를 빤히 바라보던 도현이 불쑥 물었다.
“근데 넌 왜 숨어 있던 거냐?”
-응?
“왜, 그렇잖아. 굳이 그 긴 시간을 그런 곳에 숨어 있을 이유가 있어?”
-아…….
사실 늘 궁금했다.
뭔가 비밀이 많은 녀석 같은데, 그런 거 다 떠나서 왜 수백 년이나 지하에 숨어 지냈을까?
저 녀석과의 인연도 그렇고, 여러모로 궁금했다.
-그건…….
그 물음에 답하려던 지하드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그건 말해 줄 수 없어, 주인. 지금의 내 능력 밖이야.
“……? 그게 뭐야.”
-미안, 주인.
쓸데없이 심각하기까지 한 지하드의 얼굴에 도현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혼잣말로 중얼거릴 뿐.
“뭐 말하면 죽는 것도 아니고, 능력 밖은 뭐래.”
-비슷해.
“? 비슷하다고?”
그 혼잣말을 들은 지하드의 대답에 도현이 어이없다는 듯 툭 내뱉었다.
“볼X모트도 아니고 뭔…….”
-그게 뭐야, 주인?
“그런 게 있어. 저작권 때문에 말은 못 해 주겠다.”
-……?
서로가 서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하며 마무리된 대화였지만, 그다음으로 이어진 고민은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그러게, 주인.
달리 설명하지 않았지만, 지하드는 알아들었다.
애초에 도현이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졸업 퀘스트라 안 죽일 수도 없고…….’
졸업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함이었다.
그를 위해선 엘리자를 죽여야만 하는데, 저런 사연을 듣고도 죽일 정도로 도현은 냉혈한이 못 되었다.
심지어 좀 얄밉긴 해도 나름 정이 든 지하드의 반려동물(?)이라니…….
‘시스템상 들고 갈 수도 없는데.’
죽이면 지하드 때처럼 카드로 나와 줄 리도 없을 거 같은데.
여러모로 골이 아플 때였다.
-리자! 리자리자!
-응? 뭐라고?
-리자아!
-뭐? 안 돼! 그게 무슨 소리야!?
거대한 몸집으로 손을 휙휙 휘저으며 의사 표현을 하는 엘리자.
그리고 그 말을 또 알아들었는지 지하드와 연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뭔데 그래?”
-아니…… 아니야, 주인.
-리자리자!
애써 대답을 피하는 지하드를 뒤로하며 엘리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러곤 대뜸 독니로 제 다리를 무는 그녀.
[서쪽 숲의 필드 보스 ‘거미여왕 엘리자’가 맹독 상태에 걸립니다.] [HP가 10% 미만이 되었습니다.]“이게 뭔……?”
도현이 당황할 틈도 없이 지하드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엘리자, 무슨 짓이야!
-리자리자!
-응? 뭐? ……진짜야?
그러더니 뭐라 듣고는 납득한다.
도현으로선 궁금해서 펄쩍 뛸 일이었다.
“아니, 뭐라고 하는 건데? 너만 알지 말고 나도 좀 알자.”
-아…… 자신을 찌르래, 주인. 괜찮대.
“……그래도 된다고?”
-응. 설명할 시간이 없지만 일단 괜찮아. 그러니 엘리자가 원하는 대로 해 줬으면 좋겠어, 주인.
“뭐…… 네가 그렇다면야.”
좀 찝찝하지만, 본인들이 괜찮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찌른다?”
-리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엘리자.
찝찝함을 안고 수련검을 깊숙이 찔러 넣자 HP가 쑥쑥 빠져나갔다. 그래도 빨리 끝내주는 게 낫겠다 싶어 스트라이킹까지 사용한 덕이었다.
그걸 몇 차례나 반복했을까.
[서쪽 숲의 필드 보스 ‘거미여왕 엘리자’를 처치하셨습니다.] [최초 혜택으로 인하여 정수 구슬이 강화됩니다.] [거미여왕 엘리자의 강화된 정수 구슬을 수확하시겠습니까?]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첫 조우에 새로운 타입의 보스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식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6 상승합니다.]결국 생명력이 다한 엘리자의 눈빛이 꺼지며 쓰러졌다.
“……이게 맞아?”
-응.
당황한 도현과 달리 태연해 보이는 지하드.
그런 지하드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건 수초가 지난 후였다.
뾱-!
-리자!
“응?”
거대한 사체 속에서 무언가 뾱, 하고 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5cm나 될까 싶은 작은 크기.
언뜻 보면 새하얀 솜사탕처럼 보이는 작은 털 뭉치의 정체는 바로 엘리자였다.
-엘리자! 그 모습 되게 오랜만이다.
-리자리자!
지하드의 반가운 목소리를 뒤로하며 경쾌한 알림이 울린 건 그때였다.
띠링-.
[서쪽 숲의 필드 보스 ‘거미여왕 엘리자’에 기생하던 히든 네임드 보스 ‘엘리자’를 발견하셨습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을 향한 ‘엘리자’의 충성도 및 친밀도가 MAX입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의 휘하로 받아들이겠습니까?]“……워.”
……이게 되네?
* * *
뎀로크엔 가끔 그런 보스가 있었다.
몬스터에게 기생하는 특수 타입의 보스.
그런 놈들은 대개 한 번에 죽지 않았고, 그릇이 되어 줄 숙주들을 옮겨 다니며 유저들을 귀찮게 하곤 했다.
가뜩이나 까다로운 보스를 몇 번이고 죽여야만 클리어할 수 있었으니까.
‘나도 애먹었었지.’
그중 최악은 무려 좀비 드래곤에게 기생한 피날레아였다.
졸지에 아류판이긴 해도 명색이 드래곤인지라 한 마리 잡기도 어렵다는 녀석을 몇 번이고 잡아야 했으니까.
그만큼 보상이 좋아졌긴 했지만, 솔직히 짜증 났던 건 사실이었다.
그 기억이 얼마나 뚜렷했으면 갓오세 튜토리얼 때도 확인 사살을 하며 다녔겠는가.
-리자!
그 얘기를 지금 와서 다시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설마 필보가 숙주였을 줄이야…….”
엘리자가 그런 타입이었으니까.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한 필드의 보스나 되는 존재가 실은 껍데기에 불과한 존재였으리라고는.
‘어쩐지 이상했다.’
네임드 보스가 아닌 보스들은 모두 리젠이라는 걸 한다.
보스에게 붙은 설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잔여 기억이라든가 행동 원리는 정해져 있지만, 그뿐이다.
저렇게 신파극을 찍을 정도로 깊은 사연이나 기억들은 없는 것이다.
‘그것도 150년 묵은 스토리면…… 말 다 했지.’
하지만 네임드 보스라면 말이 달랐다.
그들은 진정한 의미로 갓오세의 주민이었으니까.
[가디언 ‘지하드 블랙’의 휘하 목록]-엘리자
이제는 자신의 가디언이 된…….
아니, 정확히는 지하드의 부하가 된 엘리자의 정보를 열자 화려한 정보창이 나타났다.
[엘리자의 정보를 열람합니다.] [엘리자] [타이틀 : 네임드 가디언] [타입 : 거미] [충성도 : MAX] [특성 : 하늘 거미줄, 기생] [가디언 특성 : 해바라기, 인내, 식탐, 식곤증] [설명 : 희귀종으로 추정되는 신비한 하얀 거미.오랜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하였다. 지독한 주인 바라기이며 내뽑는 실이 무척 단단하다.] [현재 ‘지하드 블랙’의 레벨이 낮아 대부분의 능력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지하드 블랙’이 성장하는 것에 비례하여 능력치가 조정됩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 : 1]
-실뽑기
‘이런 걸 보고 어부지리라고 하나.’
지하드를 가디언으로 뒀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히든 피스를 깨고 새로운 가디언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이템 잘 줍지, 조건부긴 해도 말 잘 듣지, 히든 필드 찾아 주지…….
이제는 하다하다 히든 피스까지 깨 준다?
‘어쩌면 지하드야말로 복덩이가 아닐까?’
저 못생긴 고블린이 왜인지 사랑스럽게 보이는 도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