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57)
제57화
57화.
흠칫.
-뭐, 뭐지? 뭔가 싸한 느낌이…….
-리자?
그 불쾌한 시선을 느낀 것인지 지하드가 흠칫 몸을 떨자 엘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엘리자의 눈빛에 걱정이 가득했다.
아니라며 고개를 젓던 지하드가 문득 엘리자를 빤히 바라봤다.
5cm나 될까 싶은 작은 몸집.
이게 정녕 곤충인가 싶을 정도로 복슬복슬하고 새하얀 털과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치명적인 외관.
덕분에 얼핏 보면 작은 털 뭉치가 굴러다니는 것으로 착각할 생김새.
여타의 거미와 달리 겨우 2개밖에 안 되는 눈은 자신과 똑같은 녹색이었다.
-똑같아…….
이전에 만났을 때와 완전히 똑같다.
과거 오두막에서 지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모습에 지하드의 눈망울이 글썽였다.
모처럼 만났는데 눈물바다에 잠겨 있기만 할 수는 없었기에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화제를 돌렸다.
-난 150년이나 지나서 네가 저렇게 큰 줄 알았더니 아니었구나? 기생도 할 줄 알았어?
-리자! 리자리자!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너 정말 특별한 거미구나!
-리자!
그걸 이제 알았냐는 듯 가슴을 당당하게 펴는 엘리자.
……저걸 가슴이라 해야 할까 싶지만, 하여튼 자세가 딱 그러했다.
더욱 신기한 건 엘리자가 빠져나가자 엘리자의 색을 지니고 있던 거미여왕의 사체가 검은색으로 바뀌었다는 거였다.
-기생의 특징이구나?
-리자…….
-아. 아직 숙련도가 부족해서 그래? 신기하네. 숨기는 거 더 없지?
-리…… 자!
-크큭, 알았어. 그럼 넌 이게 다 큰 거야?
엘리자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며 앞발을 허리에 짚고는 턱을 치켜드는 게 꼭 아이가 잘난 체하는 것 같았다.
-진짜? 그럼 수명이 어느 정도인 거지. 이렇게 오래 사는 거미가 있다는 건 못 들어 봤는데…….
-리자리자.
-뭐? 그러는 나도 성체 아니지 않냐고? 이놈이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리자!
오랜만에 만나서 회포를 푸는 둘의 모습에 도현은 굳이 끼어들지 않았다.
아무리 도현이 눈치가 없다 해도 지금 저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 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끼어들 틈도 딱히 보이지 않기도 하고.
그렇기에 도현은 다른 것에 집중했다.
‘하늘 거미줄에 기생이라…… 특성이 다르네?’
본래 강철 거미줄이었던 것이 하늘 거미줄이라 되어 있고, 그 외 맹독이나 스파이더센서 같은 특성은 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게 본래 엘리자의 고유 특성인 모양.
‘기생과 연관이 있는 건가.’
기생한 동안 그 몬스터의 특성을 사용할 수 있다든가 하는 식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기생이 가능한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필드 보스에게까지 통한 기생이니 성능은 확실한 셈.
하지만 또 그렇게만 생각해선 안 된다.
‘지하드처럼 능력치가 다운됐을 수도 있어.’
심지어 지하드의 휘하로 들어간 만큼, 다운그레이드가 얼마나 되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벌써부터 엘리자를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귓가로 짤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자!
“응?”
어느새 어깨 위로 올라온 엘리자가 보였다.
언제 올라온 건지 눈치채지도 못했는데…… 이 정도 클래스는 돼야 기생하고 다니나?
-리자리자!
“?”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거 같은데 알아듣질 못하겠다.
결국 도현이 지하드를 쳐다봤다.
변역을 요구하는 도현의 눈빛을 알아들은 지하드가 흐뭇한 얼굴로 답해 주었다.
-고맙대, 주인.
“아하.”
-내가 더 고마운데…… 하여튼, 그래서 보답하고 싶다고 따라오라는데?
“보답?”
-리자!
맞는다는 듯 작은 고개를 끄덕거리는 엘리자.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기대감이 어린 게, 어째 보답해 주려는 애가 더 신나 있다.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던 도현이 알겠다고 답하자 엘리자가 폴짝, 점프하여 지하드의 머리 위로 올라탔다.
-리자!
-이쪽으로 가면 된대, 주인.
“앞장서.”
졸지에 길잡이가 된 지하드를 따라가게 된 도현.
기다란 통로를 10분가량 걸었을까?
통로가 좁아지고 넓어지고를 수차례 반복한 끝에, 도현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커다란 방이었다.
“와…….”
전체적으로 둥근 공간이었는데 거미집보다도 더 크고 음침했다.
공기도 서늘하고, 전체적으로 검고 끈적거려서 마치 냉장고 안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
레이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그런 이곳의 정체를 알려 준 건 지하드나 엘리자가 아닌, 한 줄기 시스템 창이었다.
[숨겨진 장소를 발견하셨습니다.] [거미여왕의 알 부화소를 발견하였습니다.]‘알 부화소?’
그 말대로 사방에 둥근 알이 탑을 쌓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가득한 작은 거미들.
일반 거미보다야 훨씬 크지만, 숲의 거대 거미보다는 작은 애매한 사이즈였다.
그런 놈들의 위에는 이름표가 띄워져 있었다.
[거미여왕의 새끼]‘잠깐, 거미여왕의 새끼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정보를 확인한 순간, 도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미여왕의 새끼]-타이틀 : 필드 보스
-타입 : 거미
-특성 : 아직 발현되지 않았습니다.
-설명 : 서쪽 숲의 지배자 거미여왕 엘리자.
그런 엘리자의 숙주가 된 거미여왕의 새끼들.
아직 어려 대부분의 능력이 개방되지 않은 상태이나, 성체가 되면 어엿한 필드 보스로 숲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필드 보스잖아?’
저 작은 것들이 필드 보스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부!
‘어? 잠깐만.’
이 순간, 도현의 머리가 번뜩였다.
레이븐 졸업 퀘스트 제1시련의 내용은 필드 보스 처치다.
이때 말하는 필드 보스는 ‘거미여왕 엘리자’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텍스트에는 필드 보스를 잡은 것에 비례하여 성적이 결정된다고 적혀 있으니까.
그저 공식적인 필드 보스인 거미여왕 엘리자를 무조건 잡아야 클리어로 인정될 뿐이었다.
‘사실상 엘리자를 잡으라고 만든 시련이지만…….’
유저들은 이 텍스트에 크게 집중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레이븐의 필드 보스는 거미여왕 엘리자뿐이었으니까.
그저 얼마나 좋은 성적으로 엘리자를 잡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래, 그게 정설이다.
“……그럼 얘네까지 잡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저것들도 따지고 보면 거미여왕이다.
하나 명백히 다른 개체들.
과연 저것들을 잡으면 다른 필드 보스로 인정될 것인가?
알아볼 방법은 뻔했다.
‘잡아 보자.’
도현이 꿀꺽 침을 삼키며 수련검을 들었다.
알 부화소에 학살이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 * *
[거미여왕의 새끼를 처치하였습니다.] [거미여왕의 새끼를 처치하였습니다.]…….
[거미여왕의 새끼를 처치하였습니다.]메시지의 향연을 무시하고 도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글바글했던 거미들이 흔적도 없이 깔끔해져 있었다.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알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들만 곳곳에 있으니 마치 장식처럼 보인다.
저것들을 굳이 잡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거미여왕의 알]-설명 : 거미여왕의 알이다. 아직 부화하지 못하였다.
[거미여왕의 알은 공격이 허용되지 않습니다.]‘까비. 이건 안 되네.’
갓오세에서 직접 공격하지 못하게끔 시스템으로 막아 놨으니까.
아쉬운 대로 인벤토리에 넣어 본 도현이지만, 안 들어갔기에 그냥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럼 저건 대체 뭐에 쓰이는 건가…….
그 의문에 대한 추측은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
‘설마 이 알을 통해서 필보가 리젠되는 건가?’
뇌피셜일 뿐이지만, 왠지 신빙성이 있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막아 놓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게 정말이라면 참으로 흥미로운 설정이었으나 도현은 이런 도움 안 되는 것까지 큰 의미를 두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저런 것에 신경을 팔 때가 아니었다.
띠링-.
과연 거미여왕의 새끼들을 잡아도 졸업 퀘스트에 영향을 주는가.
그 해답을 이제 알 수 있었으니까.
[제1시련 필드 보스 사냥을 완수하셨습니다.] [처치한 필드 보스를 확인 중입니다.] [히든 필드 보스 사냥 × 1, 필드 보스 사냥 × 34으로 확인됩니다.] [레이븐의 공식 필드 보스 ‘거미여왕 엘리자’의 처치가 확인됩니다.] [제1시련을 통과하셨습니다.] [랭크를 측정 중입니다.]…….
‘이게 되네.’
놀라운 건 이전에 카루크를 잡은 것까지 성적에 포함해 준다는 거였다.
아무래도 레이븐에 있는 동안 잡은 필드 보스를 따지는 듯했다.
덕분에 남들 겨우 한 마리 잡을 때 도현은 무려 35마리를 잡은 것으로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냥 필드 보스도 아니고, 따로 히든 필드 보스 항목으로 분류되는 걸 보면 분명 점수에 큰 도움이 될 터.
[믿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측정 시간이 다소 지연됩니다.]갓오세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인공지능도 이런 경우는 예상하지 못한 걸까.
곧바로 랭크가 측정되지 않고, 뜸을 들였다.
‘하기야…… 나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니.’
단언컨대 갓오세 역사상 이런 경우는 없지 않았을까?
다소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대략 10초의 시간이 지나고, 고대하던 알림창이 울렸다.
[단신으로 클리어, 히든 필드 보스 격파 × 1, 필드 보스 격파 × 27, 최단 시간 클리어 갱신, 히든 피스 확인…… 등을 고려하여 점수가 측정되었습니다.] [1,471점으로 S랭크를 갱신하였습니다.] [제1시련의 최대 랭크가 S랭크로, 더 높은 랭크에 배정될 수 없습니다. 강화된 보상을 받습니다.] [제1시련 최초로 S랭크를 갱신하였습니다.] [랭킹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제1시련의 순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타이틀 ‘최초의 S랭크’를 획득합니다.] [타이틀 ‘일등 졸업생’을 획득합니다.] [타임 어택의 왕좌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 5 상승합니다.] [S랭크 보상이 주어집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와.’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많은 알림창이.
아르데를 졸업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보상들에 도현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보상이 이게 다 몇 개야?’
평범하진 않을 것임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확인하기도 정신없을 정도로 많은 메시지들의 향연에 도현이 딱딱하게 굳어 있을 때였다.
-리자!
“아.”
해맑은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도현이 고개를 돌렸다.
엘리자가 어깨 위에 올라타서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있었다.
마치 고양이가 골골송을 내며 엉덩이를 치켜드는 것만 같은 모습.
“고마워, 엘리자. 상상 이상의 보답이었어.”
무려 필드 보스 28마리를 잡게 해 준 것이니 이보다 더한 보답이 있을까?
도현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한데 정작 그 마음을 받은 엘리자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자?
-주인, 아직 엘리자는 보답을 준 적이 없다는데?
“? 그게 뭔 소리야?”
-리자리자!
폴짝 어깨에서 뛰어내린 엘리자가 다시 지하드의 머리 위로 올라탔다.
그러곤 한 방향을 가리키는 녀석.
-리자!
-보답하려던 건 저기에 있대.
“……어?”
그리고 그곳을 바라본 도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곳에는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최소 수백 년은 넘은 듯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상자. 그러나 도현의 시선은 그것을 향해 있지 않았다.
‘저건…….’
그 상자 옆에 놓인 작고 기다란 보석.
모든 색이 담겨 있는 듯 영롱하게 빛나는 신비로운 보석이었지만, 도현의 눈에는 한 가지 색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뭐야?”
어느새 앞까지 다가가 새빨간 점이 된 보석을 집어 든 도현의 초점이 흐려졌다.
보석 위로 메시지가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모험가의 그릇이 확인됩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첫 번째 운명의 조각을 획득하였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숨겨진 조건을 충족하여 새로운 루트가 열립니다.] [직업 퀘스트 ‘운명의 계승’이 생성됩니다.]“……응?”
아무래도 범상치 않은 걸 주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