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61)
제61화
61화.
워프 앞에 대기한 지 30분을 넘어가도록 카이저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기다렸다.
바로 넘어오지 않고,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카이저라는 초대어를 두고 조금 기다렸다고 참을성 없이 포기할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1시간을 넘어 2시간, 3시간이 지나자 결국 그들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지금 뺑뺑이 치는 거?”
“아이씨, 일부러 늦게 들어오는 거 같은데?”
카이저가 지금 일부러 뜸 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흔히 면접 보기 전 기선 제압을 위해 일부러 스카우터들의 진을 빼는 행위.
혹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타이밍을 기다리는 행위로 스카우터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만큼 자주 겪는 일이기도 했다.
콧대 높은 양반들은 늘 이 방법을 써서 유리한 포지션을 잡고 시작하려 들었으니까.
“아오! 됐어, 그냥 죽치고 있어. 로테이션 돌려 가면서 계속 대기 타면 지가 어쩔 거야. 뭐 평생 졸업 안 할 거야?”
“누가 이기나 보자. 당장 날짜 비는 애들…… 아니, 날짜 비워서라도 5명 이상 소집시켜. 8시간 단위로 돌아간다.”
“길드장님, 아무래도 뜸 들이기 같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렇기에 고작 이 정도에 포기하려는 스카우터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승부욕에 자극을 받았는지 투지를 불태울 뿐.
‘이번 실적 따내면 바로 승진이다.’
‘마누라 바가지 최소 세 달은 면할 수 있어.’
‘우리 혜연이 제주도 노래 불렀는데, 꼭 따내고 여행 간다, 내가.’
‘제발…… 대출 밀려 있단 말이다.’
그렇게 각자의 사정을 안은 채 그들만의 치열한 인내심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때까지도 10대 길드는 무거운 엉덩이를 들지 않았다.
그나마 눈치를 살피던 대형 길드들이 조금씩 합류하기 시작한 정도.
그리고 10대 길드에 도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길드 중 하나인 히어로 길드.
그곳의 집무실.
-……아무래도 뜸 들이기인 것 같습니다. 예.
길드 마스터 인기 순위에서 언제나 5위권 안을 지키는 플레이어 베르제.
잘생긴 외모에 가려진 면이 있지만, 웬만한 대형 길드는 견주지도 못할 세력과 힘을 갖춘 영웅이 된 남자.
그는 이 모든 소식을 전해 듣고 있었다. 미리 심어 둔 사람을 통해서.
“일단 적당히 지켜보기만 하세요. 변수가 생기면 바로 연락 주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무심하게 통신 구슬을 끊는 그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마치 이번 사안이 그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듯 차갑기까지 한 모습이었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툭. 툭. 툭.
검지로 책상을 툭, 툭 건드리는 것은 그가 진지해졌을 때 나오는 습관이었으니까.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호출이었다.
“부르셨습니까! 길드장님.”
“네.”
싱긋 웃는 베르제의 미소는 봄바람이 부는 화보 속 한 장면처럼 훈훈했지만, 그것을 직면한 두 남자의 표정은 딱딱했다.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저들의 마스터가 미소를 지을 때가 도리어 위험하다는 것을.
“바스타드소드, 오지는성기삽니다…… 언제 봐도 이름들이 참 특이하네요.”
“……옙.”
툭, 툭…….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적막한 집무실을 채운다.
가벼운 소리에 불과했지만, 그들에겐 그 소리가 뇌에 직접 퍼지듯 크게 다가왔다. 길드장이 보고 있는 종이도 몹시 신경 쓰였다.
‘뭔가 실수라도 했나?’
‘설마…… 그 일? 아니, 그 일은 걸릴 리가 없어.’
‘그랬으면 우리 둘만 불렀을 리가 없지.’
꿀꺽.
입 안이 바짝 말랐다.
그에 바스타드소드가 마른침을 삼킨 순간, 베르제가 입을 열었다.
“레이븐 건 척살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그에 흠칫한 것도 잠시, 즉답한 바스타드소드와 오지는성기삽니다.
둘을 빤히 바라보던 베르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벌어지는 입술에 두 사람이 식은땀을 흘리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만 돌아가 보세요.”
“……예?”
너무도 의외의 말이었을까.
두 사람은 순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멍해졌다. 본의 아니게 대답을 갈구하는 눈으로 길드장을 쳐다볼 정도로.
베르제는 재차 대답해 주는 대신 싱긋 미소 짓고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바스타드소드가 고개를 숙였다.
“아, 옙. 돌아가 보겠습니다, 길드장님.”
“그럼…….”
“이쪽으로 오십시오.”
적당히 눈치껏 빠진 두 사람을 비서가 안내해 주었고, 그렇게 집무실엔 다시 혼자 남게 되었다.
이윽고 다시 비서가 돌아오자 베르제가 친절한 목소리로 반겨 주었다.
“수고했어요. 오늘 시킨 게 좀 많죠?”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그럼 하나만 더 하고 퇴근할 수 있어요?”
“무엇을…….”
그리 물어오는 비서의 표정이 커다란 체구답지 않게 조심스럽다.
그에 베르제는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답해 주었다.
“방금 안내해 준 사람들 탈퇴시켜요. 그리고 이번 레이븐 척살 건에 세트로 집어넣으시고요.”
“……예?”
“다시 말해 줘요?”
“아, 아닙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해요.”
예의 그 미소를 지으며 비서를 보낸 베르제의 표정이 다시 무심해졌다.
“안 들킬 줄 아는 멍청이들이 꼭 있지.”
저들의 세계에서 보이는 시야가 전부인 줄 아는, 그렇기에 그 시야에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는 것들 말이다.
툭 보고서를 책상 위로 던진 그가 의자를 돌려 창문을 바라봤다.
그러자 화창한 하늘이 보였다.
그는 이곳에서 창문 밖 풍경을 보는 게 참 좋았다. 구름이 잘 보였으니까.
“바깥이나 이곳이나 똑같단 말이지.”
무심하게 중얼거린 베르제의 입가에 다시금 미소가 지어졌다.
하나, 그 미소는 예의 그 미소와는 어딘가 달랐다.
봄바람이 불어오듯 따스하던 느낌이 아닌, 다소 비릿하게 느껴지는 차가운 미소.
그런 그의 뒤에 내팽개쳐져 있는 종이에는 한 인물에 대한 평가서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저로 추정됨.] [직업 : 검사 계열] [확인되지 않음. 다만, 웨폰 마스터로 추정됨.] [그 외 정보 무] [추가 사항] [암살소년 일행과 트러블이 있던 것이 카이저가 맞는 것으로 추정, 또한 길드원 바스타드소드가…… 암살소년…… 엮인 것으로…… 길드 이미지에 손상 예측…… (하략).]‘카이저라…… 썩 듣고 싶던 이름은 아닌데.’
창문 밖 하늘 위 구름을 바라보며 베르제는 생각했다.
과연 이 예상대로 움직이는 법이 없는 남자가 어떻게 움직일까.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감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게 뭐가 됐든 엄청난 파급을 일으킬 거라고. 그리고 그로 인해 뭔가 엮일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기우겠지.’
물론 과한 판단이었다.
자신은 10대 길드를 넘보는 히어로 길드의 수장.
반면 카이저는 이제는 몰락한 과거의 영광일 뿐이었다.
레이븐에서 1위를 했다는 건 아직 그 실력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바였지만, 경계할 이유는 없었다.
‘브리온에선 쉽지 않을 테니.’
그의 영광은 레이븐에서 그칠 테니까.
그가 뎀로크 시절 때처럼 고질병을 못 버렸다면, 다음 무대가 브리온인 이상 그건 기정사실이었다.
‘그곳에서만큼은 당신도 어쩔 수 없을 거야.’
브리온이라는 무대 특성도 그렇지만,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곳의 랭킹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랭커가 바로 본인이었으니까.
제아무리 카이저라 해도 브리온에서 만큼은 자신을 추월할 수 없었다. 그렇게 추락한 옛 영웅은 금방 사람들에게서 잊힐 것이다.
때문에 그는 머릿속에서 카이저를 지웠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았고, 아직 저레벨인 그를 신경 쓸 겨를 따위 없었다.
[무분별한 PK…… 영웅이 필요해.] [끊이지 않는 불신과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 이를 해결해 줄 곳은 히어로 길드밖에 없는가.] [히어로 길드를 향해 뻗어지는 무수한 구원의 손짓…….] [히어로 길드, 영웅을 자처하다!]세상에는 쓰레기가 많고, 그만큼 그를 원하는 이들로 가득 찼으니까.
베르제, 그가 오랜 세월 쌓아온 굳건한 성이었다.
* * *
한편 순식간에 세상의 집중을 받게 된 도현은…….
-리자아…….
-으으…… 어지러.
엘리자와 지하드가 어지러운 정신을 붙들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혼자서 멀쩡히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유저는 공간전이의 울렁증에 면역을 받아서는 아니었다.
[5초간 상태이상 ‘멀미’에 빠집니다.] [특성 영웅이 발동합니다.] [영웅 특성으로 정신오염에 면역됩니다.]공간전이의 유일한 흠이라 할 수 있는 멀미.
엄연히 정신오염이라 할 수 있는 그것을 영웅 특성이 막아 준 것이다.
생각지 못한 이점이었다.
영웅 특성이 있는 한 도현은 공간전이를 그 누구보다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는 소리니까.
하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여기가 어디냐.’
바닥을 짚은 손바닥에 느껴지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금이 가 있었는데, 그건 바닥뿐만이 아니었다.
벽면부터 천장까지, 전체적으로 낡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분위기.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이곳은 신전이었다.
‘대신전은 아닌 거 같은데.’
한데 어느 면으로 봐도 브리온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대신전으론 보이지 않았다.
대신전은 보는 것만으로도 그 신성함에 압도되는 곳이라 했으니까.
경외심이 절로 드는 웅장함에 없던 신앙심마저 생긴다니 헷갈릴 수가 없다.
그리고 이곳은 솔직히 좋게 말해서 신전이지 그냥 폐건물이었다.
풍기는 분위기나 장식 등이 그나마 신전의 구색을 갖췄기에 신전이구나 하고 알아보는 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신전인지도 몰랐을 거다.
‘……브리온이 맞긴 한가?’
브리온에 다른 신전들도 있다곤 했지만, 이런 무너져 가는 신전이 있을 리 만무.
지극히 합당한 의심이 들었지만, 다행히 브리온이 맞긴 한 모양이었다.
[본대륙의 두 번째 도시, ‘약속의 도시 브리온’에 진입하였습니다.] [약속의 도시 브리온은 신의 성전이라고도 불리는 신성의 도시입니다. 사제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신과 영접해 보세요.] [브리온에서는 직업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Tip. 카르마 수치를 내리고 싶다면 고위 사제의 은총을 받아 보세요!]브리온에 첫발을 들인 이를 위한 친절한 메시지가 도현을 반겨 주었으니까.
그 미친 신이라면 어디로 보내도 이상하지 않아서 진심으로 걱정됐는데 다행인 일이었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무슨 소란인가 했더니…… 오늘이었나 보군요.”
묵직한 저음이 울려 퍼졌다.
분명 낮고 작게 말한 거 같은데 공간 전체에 울리듯 선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소리가 난 방향을 파악하기도 힘들었지만, 도현은 금방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예언된 날보다 빠르지만 이 또한 운명이겠지요.”
굳이 찾을 것도 없이 알아서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묵직한 목소리와 달리 키가 작은 남자였다.
160이 조금 넘어 보이는 신장에 작은 체구, 그리고 살가죽에 드러난 무수한 주름까지.
누더기 같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작은 노인에 불과했지만, 노인이 풍기는 기세는 결코 작지 않았다.
‘주인, 조심해. 저놈한테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가 않아.’
‘리자리자…….’
‘……그래. 그래 보인다.’
마나에 민감한 지하드와 엘리자의 말까지 들을 필요도 없이, 그 분위기가 도현에게까지 와닿았다.
약간의 긴장감이 감도는 공기가 무겁게 피부를 자극했다.
‘적인가?’
아니. 딱히 적대 의사가 느껴지진 않는다.
정황상 NPC 같은데 머리 위로 뜬 ‘???’라고 적힌 이름표가 도현을 경계하게 만들었다.
갓오세를 플레이하며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계는, 노인이 가까이 다가온 순간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스윽.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그가 예를 표한 것이다.
“이 기운…… 확실하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의지를 잇는 계승자시여…….”
“아.”
“제 이름은 가밀리온 아드란. 태초부터 왕족을 보필해 온 아드란 가문의 일원으로서 이 순간을 기다려 왔습니다.”
고개를 든 노인의 눈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차분함 속에는 희열과 감격, 반가움 등과 같은 숨길 수 없는 감정들이 섞여 있었고, 그에 답하듯 도현의 눈도 서서히 커졌다.
그런 그의 눈에는 보였다.
[히든 NPC ‘가밀리온 아드란’과 조우하셨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직업 퀘스트 ‘진실에 한 걸음’이 시작됩니다. 그에게서 지워진 인류의 역사에 대해 들으십시오.] [진실에 한 걸음]-등급 : ???, 직업 퀘스트
-설명 : 마지막 인류이자 최후의 모험가, 카시야르.
그의 의지를 계승한 자는 진정한 진실을 알아야 마땅하리라. 히든 NPC ‘가밀리온 아드란’에게서 진실을 들으라.
-퀘스트 성공 시 : 파생 퀘스트 ‘가밀리온의 시험’으로 연계, 메인 스트림 발생
-퀘스트 실패 시 : 직업 퀘스트 삭제 및 직업 박탈.
[퀘스트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 성공 시 메인 퀘스트 항목이 열립니다.]‘히든 NPC? 메인 퀘스트?’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내용의 퀘스트창이.
대답하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바라보던 도현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미쳤다…….”
갓오세 최초로 메인 퀘스트가 발견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