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63)
제63화
63화.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쟁의 흐름을 뒤집은 것은 단 한 명의 인간이었다.
작은 소국의 왕족이었던 남자.
겨우 서른이 넘은 젊은 남자는 단신으로 전장에 뛰어들었고, 끝내 신화신 넷을 죽이는 업적을 이루어 낸 것이다.
“아브타르텔 역사상 최강의 남자이자 불운의 남자.”
유일무신(唯一武神), 투신(鬪神).
지금에 이르러선 최후의 모험가라 불리는 남자이자, 전쟁으로 인해 흩어진 전 인류를 한 곳에 모아 낸 무(武)황제 카시야르.
그로 인해 판도가 바뀌었고, 신들도 쉽사리 인류를 건드릴 수 없었던 것이다.
도리어 다섯 주인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신들이 불리해진 상황.
‘와…… 그 양반, 이 정도였어?’
‘대단한 사람이었네…… 주인. 역시 인성과 힘은 반비례하는 건가 봐.’
‘? 왜 날 보면서 말하냐? 뒤질래?’
‘아, 아니. 오해야, 주인.’
‘리, 리자리자!’
엘리자가 다급히 말리는 모습에 넘어가기로 한 도현이 감탄을 흘렸다.
워낙 수식어가 거창하기도 하고 메인 퀘스트까지 열게 만드는 신이니만큼 대단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어지간한 신들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 아닌가.
“그래서, 그다음은요?”
-리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도현이 재촉했다.
결코 자기 직업의 강함을 알려 주는 거라 흥미진진한 게 아니었다. 슬며시 미소 짓던 가밀리온의 낯빛이 어두워진 건 그때였다.
“이대로 가면 놈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것’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운명은 야속했다.
아브타르텔의 3분의 1이 사라지고, 수많은 종족과 신들이 삽시간에 죽어 나가며 쌓인 강대한 신기와 마기가 지면을 잠식해 버린 것이다.
지독한 어둠이자 끝이 없는 바닥.
수많은 신과 종족들의 잔해가 뒤섞이며 태어난 또 하나의 종족.
“심연.”
그것들은 아브타르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멀쩡했던 도시는 물론이고 왕국까지도 집어삼켰다.
갑자기 지면이 어둠에 잠기며 떨어지는 공포.
이제 아브타르텔의 거주민들은 신들만이 아닌, 심연의 공포와도 맞서 싸우는 입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심연의 진정한 무서움은, 그렇게 심연에 떨어진 이들을 잠식한다는 것에 있었다.
“타락한 신들이 심연이 되어 돌아왔고, 동료였던 이들이 괴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함께 밥을 먹으며 미래를 꿈꾸었던 이를 제 손으로 죽여야 하는 지독한 전쟁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아브타르텔이 사라질 게 뻔히 보이는 상황.
그건 신들도 원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로서도 아브타르텔만큼 터전으로 삼기 좋은 곳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고민에 빠졌고, 다섯 주인은 선택을 했다.
-인류를 희생시킨다.
믿음으로 강해지는 신은 그중에서도 인류의 믿음이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신들의 특성상 인류를 지배하는 건 필수 불가피한 상황.
결국 신들은 인류의 지배자 자리로 만족하기로 했고, 다섯 주인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대로 멸망할 바에야 한 종족을 내주고 공존을 택하는 게 백번이고 옳았으니까.
“이는 카시야르 님을 비롯한 인류도 동의한 바였습니다. 정확히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카시야르 님은 순순히 당해 주기만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삽시간에 봉인당하여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입장이 되었지만, 카시야르는 포기하지 않았다.
훗날 인류를 구원해줄 ‘희망’을 마지막 힘을 다해 짜내었다.
봉인당하기 직전, 본인의 근원을 이루는 그릇을 꺼내어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비록 봉인의 힘으로 인해 파편으로 쪼개지긴 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오직 완성된 ‘운명’만이 나에게 닿을 수 있으리라.]운명이 완성되는 그날, 영겁의 봉인이 풀릴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작은 희망을 남기며 카시야르와 인류는 사라졌다.
역사를 아는 이들은 모두 모습을 감췄고, 지금의 인류는 그 피가 옅어져 무궁무진했던 잠재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변수가 있다면 돌연 모습을 드러낸 이세계인들이었는데…… 놈들은 영리했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죠.”
이세계인, 즉 유저들이 아브타르텔에 온전히 넘어오기 전에 한 번 심연에 잠식시켜서 그릇을 파괴한 후 자신의 사도가 될 새로운 그릇을 만드는 것.
이세계인들이 불멸자의 특성을 지닌 것을 이용한 전략이었고, 이건 정확히 먹혔다.
강인한 불멸자들이 오히려 신의 사도가 되어 명성을 떨쳤고, 이는 곧 신의 위세와 신앙심을 올려 주는 장치가 되었으니까.
“어?”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닙니다.”
이 항목에서 도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로소 의문이 해결된 것이다.
‘그래서 내가 티르를 고를 수 없던 거였군.’
카시야르를 고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게 바로 처음 고른 신화신 외팔이 검신 티르가 무효 처리된 탓이 아니었던가.
지금 보니 다 이유가 있던 일이었다.
도현은 사도의 그릇이 아닌, 모험가의 그릇을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어찌 보면 도현은 그때부터 이미 이 순간에 도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뭔가 신기하네.’
이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게임에서 이런 얘기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만큼 상황이 절묘했다.
그런 생각을 품는 와중에도 가밀리온은 이야기를 이어 갔고, 이야기는 어느덧 끝을 향하고 있었다.
“지독한 인내의 시간이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저 가증스러운 것들을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저희는 참고 기다렸습니다. 예언되었던 계승자님이 오시는 순간만을……!”
“…….”
허공을 바라보는 가밀리온의 눈이 번뜩였다.
마치 눈앞에 그놈들이 있는 것처럼, 생생한 적의가 이글거리며 허공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뒤늦게 도현을 자각하곤 차분함을 되찾은 그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그렇게 영겁과도 같았던 997년의 시간이 흘러 계승자님이 나타난 것입니다. 본래 천 년의 예언이었지만…… 이 또한 운명이겠지요.”
띠링-
[사라진 인류의 역사, 아브타르텔의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직업 퀘스트 ‘진실에 한 걸음’을 클리어하셨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메시지가 떠올랐지만, 도현은 가밀리온의 마지막 말에 집중했다.
‘천 년?’
저 말이 무슨 뜻이겠는가.
‘997년이 지났다 했으니까…… 3년 후에나 풀릴 내용이었다는 소리잖아?’
본래 어떤 형태로든 메인 퀘스트가 풀릴 시기는 3년 후였다는 소리다.
그걸 도현이 앞당겨 온 것이고.
그때는 아마 이런 형태가 아니지 않을까 싶지만, 뭐가 됐든 엄청난 일임은 분명했다.
‘지금이 출시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으니까…… 미친, 대략 5년 만에 풀릴 떡밥이었다는 거네?’
현실에서 5년은 몰라도, 게임에서 5년은 무척 크다.
당장 고일 대로 고였던 뎀로크 랭커였던 도현조차 3년 차 유저 아니었던가.
5년이면 고이다 못해 썩어간다고 불러도 될 시기.
그즈음 터치기 위해, 묵혀도 단단히 묵혀둘 예정이었던 스토리를 도현이 강제로 끌어내려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겨날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명확했다.
[메인 스트림이 활성화됩니다. 메인 퀘스트 항목이 생성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갓 오브 세이비어에 관련 퀘스트가 생겨납니다.] [조건을 충족하여 메인 스트림에 진입합니다.] [운명의 조각]-등급 : 메인 스트림
-설명 : 아브타르텔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한 투신 카시야르. 그가 세계 곳곳에 남겨둔 그릇의 파편을 모두 모아 운명을 완성하라.
-운명의 조각 1 / 10
-운명의 조각을 모두 모으면 메인 이벤트가 열립니다.
‘……달다.’
도현이 그 무엇보다 특별한 길을 걷게 만들어 줄 거라는 것.
그 첫걸음이 지금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약속된 천년이 지나면 ‘그들’이 움직일 겁니다. 그때는 전쟁이 시작되겠지요. 그러니…….”
한 발짝 다가온 가밀리온이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전에 부디 그분의 의지를 이어 인류의 한 줄기 희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계승자시여…… 당신만이 그분에게 닿을 수 있습니다.”
삽시간에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버린 도현.
그런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가밀리온을 보는 도현의 표정이 근엄해졌다.
마치 전쟁을 앞두고 신탁을 받은 기사처럼 엄격 근엄 진지해진 도현이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입니다. 저는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났는걸요.”
“오오…… 그분의 의지를 잇기에 한 치의 부족함 없는 영웅 정신이십니다! 과연 그분의 안목은 정확하군요!”
[타이틀 ‘시작부터 호감도 맥스?’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호감도가 더 크게 상승합니다.] [히든 NPC ‘가밀리온 아드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그 흔들림 없는 각오에 가밀리온의 호감도가 오를 정도.
단언컨대 도현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암, 이 개꿀을 빨기 위해 태어났고말고. 이런 개꿀은 나만 빨아야지.’
이런 꿀단지를 혼자 독식하게 되었는데 진심이 아닐 수가 있겠는가.
진심이 아닌 유저가 있다면, 그건 진성 게이머가 아니었다.
도현은 그 누구보다 진성 게이머라 자부할 수 있는 겜창이었고, 이 달달함을 감사히 만끽할 줄 아는 자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계승자시여.”
“예.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제 제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신과 관련된 거대한 떡밥을 찾아오는 거? 아니면 뭐 이교도를 처단하는 거?
그도 아니면 다른 무언가?
뭐가 되었든 약속의 계승자라는 수식어에, 그리고 메인 퀘스트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엄청난 일이 주어질 터였다.
그 예상이 맞았는지 가밀리온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계승자께선 운명의 조각을 모두 모아주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저희의 오랜 숙원을 이루고, 놈들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약속된 그날이 오면…… 지금의 반쪽짜리 인류로는 위험해질 겁니다.”
“약속된 그날은 뭐죠?”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게 약속이니까요.”
아까부터 자꾸 말하는 약속된 그날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도현은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RPG 게임이 이런 식으로 중요한 떡밥에 제한 걸어놓는 게 한두 번이던가.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한,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일이었다.
“빠를수록 좋습니다. 운명의 조각을 노리는 이들이 많은 지금, 아직 계승자께서 나타나셨다는 걸 모르는 건 기회입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당장 움직이도록 하죠.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알아본 바론 브리온에서 목격된 적이 있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그 전에 우선 하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운명의 조각을 찾는 것보다 더 우선시할 게 있다?
필히 심상치 않은 일일 터!
자연스레 좋아질 보상을 생각하며 도현이 설렘으로 부푼 마음을 안고 물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카시야르 님이 계승자를 위해 직접 부탁했던 일입니다.”
“……!”
“해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무려 카시야르가 직접 부탁한 일.
결코 하찮은 일일 수가 없었다.
그에 도현이 반짝이는 눈으로 이어질 말을 기다렸고, 곧이어 가밀리온이 주름진 입가를 움직였다.
“몬스터들을 처치해 주십시오. 천 마리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예?”
……잘못 들었나?
그 의심에 대한 답은 가밀리온이 아닌 다른 데서 나왔다.
-등급 : 메인 퀘스트, 직업 퀘스트
-설명 : 약속된 천 년의 계승자를 보필하는 역할을 맡은 가밀리온.
그는 마지막으로 남겼던 카시야르의 뜻에 따라 계승자의 자격을 시험해 보려 한다. 그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하여 깊은 인상을 남겨 주자.
-브리온 인근 몬스터 처치 [0 / 1,000]
-퀘스트 성공 시 : 연계 퀘스트 ‘???’으로 연계, 가밀리온의 반지
-퀘스트 실패 시 : 직업 퀘스트 삭제 및 직업 박탈.
-제한 시간 : 60시간
[퀘스트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 성공 시 메인 퀘스트 항목이 열립니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가밀리온을 바라보자 눈빛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뜨끔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그가 헛기침을 하더니 근엄한 얼굴을 했다.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걸음마도 안 뗀 허접한 놈이 거사를 치를 수는 없는 법, 자고로 내 뒤를 이었으면 굴러야 한다!”
“…….”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한마디로 X뺑이 좀 쳐 봐라, 이거였다.
‘……그래, 충분히 그럴 성격이었지.’
짧은 만남이었지만, 도현이 봤던 카시야르와 참으로 잘 어울리는 말이기도 했다.
60시간 안에, 몬스터 천 마리 잡기.
그게 현재 갓오세에서 유일무이한 메인 퀘스트의 첫 단추였다.
참 맥이 빠지는 첫 단추가 아닐 수 없었지만,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천 마리가 뉘 집 개 이름은 아니긴 해.’
그냥 메인 퀘스트라길래 기대했는데 너무 단순 노가다적인 퀘스트가 떠서 실망했을 뿐, 따지고 보면 낮은 난도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높은 난도라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천 마리를 잡으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필요하니까.
‘브리온이면…… 오크들이랬나. 아무리 오크 수가 많다지만, 이건 좀 아니지.’
한데 그걸 60시간 안에 잡아라?
그것도 이제 막 브리온에 온 유저한테?
파티를 구해서 모든 플레이 타임을 오크 사냥에 쏟아부어도 간당간당할 거다.
최대 접속 시간을 쏟아부어도 하루 10시간씩, 총 6일이란 시간을 쏟아야 하는 노가다 퀘스트인데 심지어 그 6일 안에 클리어를 못할 수도 있는 것.
그리고 이 경우 퀘스트 실패는 곧 직업 박탈이다.
그야말로 절로 욕이 나오는 미친 퀘스트가 아닐 수 없었지만, 도현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뭐, 보통은 그렇다는 거지.’
누군가에겐 힘들지라도 도현의 스펙에선 누워서 떡 먹기였다.
이번 보상들로 얼마나 강해졌을지 도현 스스로도 알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수가 수이다 보니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솔플을 하든 뭘 하든 적어도 시간이 부족해서 못 깰 일은 없었다.
스윽.
도현의 시선이 시스템창으로 향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수많은 보상들이 반짝이며 도현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래, 오히려 잘됐다.
‘어차피 확인해 볼 게 많았으니까. 이참에 천천히 시험해 보자.’
저것들이 하루빨리 써먹어 보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주 진득하게 확인해 볼 심산이었다.
‘그럼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