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67)
제67화
67화.
진리의 눈이 발동되고, 도현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남은 시간을 확인하는 거였다.
[남은 플레이 타임 : 00 : 01 : 17]1분 17초.
컵라면이 반도 안 익을 시간이지만, 저것의 정보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그것도 서둘러 움직였을 때 기준이다.
‘설마 운명의 조각?’
지금 오크 사냥에 전념하고 있긴 하지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건 운명의 조각이었다.
메인 퀘스트와 메인 스트림.
언뜻 보면 한 끗 차이에 불과하지만, 그 둘의 차이는 제법 크다.
하나씩 퀘스트의 형태로 진행되는 메인 퀘스트가 잎이라면, 큰 줄기를 맡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게 메인 스트림이었으니까.
뭐 이렇게 설명하긴 해도, 사실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얘기나 다름없었다.
메인 퀘스트를 깨다 보면 결국 운명의 조각을 얻게 될 테고, 그게 쌓이다 보면 메인 스트림도 클리어하게 될 테니까.
‘이게 벌써 떠준다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운명의 조각이 뜨는 건 무척 설레는 일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인? 아니, 또 시작됐네. 이번엔 또 뭔 일이 터진 거야?
-리자리자?
도현이 느닷없이 바위로 달려가자 지하드와 엘리자가 의문을 표하면서도 따라왔다.
그렇게 바위 앞에 도달한 도현 일행.
바위는 특별함 없는, 이곳 비릿한 바위 숲에 널리고 널린 평범한 바위였다. 육안으로 볼 땐 그렇지만, 도현의 눈엔 아니었다.
‘여기가 붉어.’
피가 칠해진 바위 한구석에서 붉은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눈앞에서 봐도 무슨 차이인가 싶은 걸 보면, 진리의 눈이 아니었으면 전혀 발견하지 못했을 듯했다.
스윽.
본능적으로 손을 가져다 댄 도현이 순간 느껴지는 이질감에 눈살을 찌푸렸다.
‘찐득해.’
농도가 짙다고 해야 할까.
달짝지근한 꿀이 섞인 느낌?
엄연히 피의 느낌은 아니었는데, 모든 부위가 그러지는 않고 딱 진리의 눈이 발동된 부위만 찐득했다.
‘이게 뭘까.’
설마 운명의 조각이 벌써 떠 준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영롱하기 짝이 없던 그 빛깔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으니까.
그다음으로 예상한 건, 이번에야말로 약초가 뜬 게 아닐까였는데 약초는 무슨 발톱조차 보이지 않는다.
띠링-.
알림이 울린 건 그때였다.
때마침 궁금증이 커져 가던 차였기에, 재빨리 메시지를 확인한 도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도 그럴 게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다.
[숨겨진 단서를 발견하였습니다.] [모험의 서에 기록됩니다.] [퀘스트 아이템 ‘불길한 기운’을 발견하여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불길한 기운]-등급 : 희귀
-설명 : 브리온의 비릿한 바위 숲에서 불길한 기운을 발견하였습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라이르 대신전의 대신관 ‘길데티’라면 이것의 정체를 알지도 모른다.
‘길데티’를 찾아가 불길한 기운을 건네주자.
-퀘스트 성공 시 : 길데티의 호감도 상승, 연계 퀘스트 ‘재료 탐색’ 생성.
-퀘스트 실패 시 : 연계 퀘스트 불가.
“……음?”
도현이 갓오세에서 처음으로 퀘스트 아이템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 * *
퀘스트.
RPG를 해 본 유저라면 모두가 아는 시스템이자 육성을 위해 필수로 받게 되는 시스템.
대부분의 RPG가 다 그렇듯 유저는 퀘스트의 노예라 볼 수 있었다.
갓오세도 마찬가지다.
직업 퀘스트의 중요도는 말할 것도 없고, 낮은 등급의 퀘스트일지언정 받고 안 받고의 차이는 컸다.
당장 도현만 해도 브리온에 오기 전까지 공략집의 퀘스트를 따르지 않았던가.
‘공략집의 퀘스트가 전부가 아니지.’
하지만 그 유용한 공략집의 퀘스트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모험이 테마인 갓오세는 드넓은 세계관을 자랑하고, 그만큼 많은 것이 숨겨져 있었다.
모험의 서와 관련된 거든, 히든 피스든…….
나열하면 끝도 없고, 그중에는 숨겨진 조건을 충족해야 열리는 히든 퀘스트라는 놈들이 있었다.
도현이 지하드의 도움으로 히든 필드, 워리어들의 서식지를 발견했을 때 뜬 돌발 퀘스트 같은.
그런 히든 퀘스트는 돌발 퀘스트만 있는 게 아니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여 NPC에게서 숨겨진 퀘스트를 받을 수도 있고, 레이드를 하다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매우 드물게 아이템을 통해 받을 수도 있었는데,
“설마 퀘스트 아이템이 뜰 줄이야…….”
그게 도현의 앞에 떠 있는 퀘스트의 정체였다.
모험의 서를 채워 주는 건 물론이고, 히든 퀘스트까지 연계해 주는 꿀 같은 아이템.
그리고 모험왕 바리온이 환장하고 달려드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당연하다.
모험에 관련된 거면 그 어떤 역경도 헤쳐 나갈 자세가 되어 있다는 그에게, 퀘스트 아이템은 그 무엇보다 매력적인 아이템일 테니까.
‘뎀로크에서도 몇 번 못 얻었던 건데 이렇게 얻네.’
워낙 운빨이 없던 도현이다 보니 희귀하다는 퀘스트 아이템을 얻은 게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 걸 시작한 지 3일 만에 얻게 되다니…… 이게 진리의 눈 클래스인가?
‘아니, 진리의 눈 너 뭐야. 대체 한계가 어디야?’
비밀 던전도 찾아 줘, 은신도 찾아 줘, 이제는 하다못해 퀘스트 아이템까지?
그야말로 미친 성능이었다.
이쯤 되면 약초만 못 찾고 있는 게 오히려 더 언밸런스할 정도.
‘하…… 달다.’
약초 좀 못 찾으면 어때?
히든 피스란 피스는 다 찾아 주는데!
진리의 눈만 있으면 도현은 온갖 퀘스트 아이템부터 비밀 던전까지 다 수렵할 수 있는 것이다.
‘탐험가들이 이 사실을 알면 배 아파 죽으려 하겠는데.’
배 아파 죽다 못해 도현을 죽이려 들지 않을까?
그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밸런스 붕괴적인 특성이었다.
‘뭐, 사실 퀘스트 아이템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퀘스트 아이템이 귀한 건 그 희소성뿐이다.
그 난이도나 보상이 어떤 퀘스트 아이템이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정하고 찾아 나서도 얻기 힘든 희소성에 비해, 너무 도박성이 큰 것.
그냥 우연히 얻으면 좋고, 아님 말고가 유저들이 퀘스트 아이템을 바라보는 위치였다.
‘모험왕이 이상한 거지.’
그 양반 같은 별종이 아니고서야 굳이? 라는 느낌에 가까운 것이다.
실제로 지금 얻은 퀘스트도 희귀 등급 아닌가. 아마 대부분의 퀘스트 아이템이 희귀 등급일 거다.
히든 피스 중 가장 흔한 게 희귀와 희귀+ 등급이니까.
‘천외천에서 전설 등급 퀘스트 아이템으로 신수를 얻었다 했던가…….’
기왕 뜰 거 그런 고등급 퀘스트가 담긴 아이템이었으면 오죽 좋지 않았겠나 싶지만, 그건 도현의 욕심이었다.
앞으로도 기회는 많았고, 희귀 퀘스트를 얻은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었다.
‘연계 퀘스트도 있는 것 같으니까.’
최종 등급을 희귀+까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내일 접속하면 대신관에게 가 봐야 알 듯했다.
[접속 가능한 시간이 10초 남았습니다.] [잠시 후 접속이 종료됩니다.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십시오.]‘250마리 못 채우겠네.’
한 마리 채우는 것보다야 퀘스트 아이템 얻은 게 백배는 낫지만, 뭐랄까. 옥에 티 같아서 괜히 찝찝했다.
별수 없기에 아쉬움을 뒤로한 도현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야, 나 간다. 엘리자도 잘 있어. 내일 다시 올 거야.”
-……? 오크 잡는다더니 갑자기?
-리자!
그러자 폴짝, 점프해서 도현의 어깨 위로 올라온 엘리자가 얼굴을 비비적거린다.
마치 잘 가라고 인사하는 듯한 모습.
‘참 하는 짓이 강아지 같단 말이야.’
옛날에 잠깐 맡아서 키우던 호찌가 딱 이랬는데.
피식 웃은 도현이 검지로 엘리자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답했다.
“아쉽긴 한데 더 좋은 거 얻어서 괜찮아. 어, 나 이제 꺼진…….”
파앗.
그렇게 사라진 도현의 빈자리를 보는 지하드의 표정이 멍했다.
한동안 그러고 있던 지하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피 칠갑 된 바위 보면서 멍때리질 않나, 피를 만지질 않나…… 참 내 주인이지만 이상한 양반이라니까. 그치, 엘리자?
-리자? 리자리자!
-뭐? 그래도 착한 주인 같다고? 맙소사, 엘리자. 겉모습만 보고 속으면 안 돼. 주인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인간인데.
-리자? 리자!
-응? 그런 거치고 내가 주인을 싫어하지 않아 보인다고? 음…….
잠시 멈칫하고 곰곰이 생각하던 지하드가 툭 내뱉었다.
-……뭐, 생각보다 같이 다닐 만하더라고. 착한 내가 다 맞춰 주는 거지 뭐. 알지? 내 군단이 얼마나 대단한지?
쑥스러운지 코끝을 훑은 지하드가 괜히 허세를 부리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 지하드를 바라보며 엘리자가 고개를 갸웃하던 때였다.
[가디언룸으로 이동됩니다.]-아.
-리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엘리자의 앞에도 떴는지 이게 뭐냐는 듯 눈이 동그래졌다. 한 번 겪어 봤다고 익숙해진 지하드가 걱정 말라는 듯 달래 주었다.
-우리 가디언들은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다른 세상으로 이동돼. 그래도 걱정하진 마. 너한테 편안한 곳으로 이동될 거야.
-리자…….
-나도 아쉽긴 한데 뭐…… 금방 돌아온다 했으니까. 내일 보자, 엘리자.
-리자!
손을 툭 맞대는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시야가 점멸했고, 곧 풍경이 바뀌었다.
수많은 세계가 공존하는 듯한 풍경으로.
구름과 대지가 이어져 있고, 빙하지대와 용암지대가 공존하는 이 신비로운 세상도 이제는 익숙했다.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뭔가 편하단 말이지.
어제는 갇혀 있다 처음으로 바깥세상을 봐서 그렇다 쳤는데, 오늘 다시 한번 느껴 봐도 확실히 편했다.
잘 이해는 안 되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이 신선한 공기와,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감싸는 느낌도 한몫할 것이다.
-어제는 하루 종일 자 버렸으니까 오늘은 좀 둘러볼까.
이곳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 이거였다.
조금만 걸어도 새로운 풍경이 나오니 도저히 질리지가 않는 게 산책할 맛이 날 것 같다. 그렇게 기대감을 안고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응?
지하드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저런 게 있었나?
어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게 보인 것이다.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인 작은 오두막집.
낡은 나무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그것은 지하드도 익히 아는 것이었다.
-……내 집이잖아?
과거 지하드가 레이븐에서 살던 집이었으니까.
오랜만에 보니 반가우면서도 얼떨떨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게 왜 갑자기?
의문을 품고 가까이 다가간 지하드가 꿀꺽, 침을 삼키곤 문을 열었다.
끼기익-.
낡은 나무끼리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이전에 살던 집 안의 풍경 그대로의 모습이 지하드를 반겨 주었다.
적당히 살 만한 크기에 식기구와 테이블, 의자까지.
의자는 총 3개였는데, 반대편에 홀로 덩그러니 놓인 의자 위엔 방석이 깔려 있었다.
엘리자의 자리였다.
지하드가 집을 떠났을 당시 그대로인 집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그래, 이랬었지.
오랜만에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 걸까.
지하드의 표정이 다소 씁쓸해졌다.
아마 저 위에서 100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겠지. 그리 생각하니 가슴 한쪽이 답답했다.
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척에 지하드가 반응한 순간.
-리자!
-어?
익숙한 소리와 함께 어깨 위로 몽실몽실한 감촉이 느껴졌다.
휙 고개를 돌리자 빵긋 웃고 있는 엘리자가 보였다.
-엘리자!?
-리자!
-뭐야, 너 왜 여깄어??
-리자? 리자!
-그냥 눈 떠 보니 여기였다고? 그럴 수가 있나?
-리자!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졌던 지하드의 눈이 이내 선명해졌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유가 뭐가 중요한가.
-뭐 아무렴 어때. 엘리자, 오랜만에 같이 산책 갈까?
-리자리자!
다시 과거의 추억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중요하지.
폴짝, 뛰어오른 엘리자가 지하드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엘리자는 이전부터 지하드의 머리 위를 참 좋아했다.
양쪽에 솟은 귀 때문인지 안정감이 느껴져서 승차감이 좋다 했나.
-여전하구나.
-리자!
-그래, 가 보자. 너 여기 보면 깜짝 놀랄걸? 완전 신기해.
-리자리자!
-아, 이거 챙겨 가자고? 뭐야, 아직도 집에 보관하고 있었네. 됐어, 어차피 여기 우리밖에 없어서 목걸이 안 해도 돼.
멈춰 있던 오두막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 * *
그리고 그 시각.
한동안 다소 뜸했던 갓오세 커뮤니티가 불이 난 듯 떠들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