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7)
제7화
7화.
도현이 잠시 눈을 감았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집중한 그가 눈을 뜨자, 세상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맑아진 시야와 멀어지는 잡음. 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놈의 모습까지.
털처럼 비늘을 덮고 있는 어둠이 일렁이고, 손가락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사소한 움직임까지 뚜렷했다.
“…….”
숨소리마저 멈춘 듯 고요하다.
도현이 극도로 집중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차가워진 머리를 느끼며 도현이 객관적으로 몸 상태를 점검했다.
‘컨디션이 좋아.’
오랜만에 게임을 한 덕일까?
머리가 비워진 건지 원래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오늘따라 집중이 더 잘된다.
크아아아아!!
그런 도현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것일까.
놈이 보다 난폭하게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네임드 보스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성이 사라진, 그저 본능만 남은 놈이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흡!
먼저 움직인 건 도현이었다.
탐색전이고 나발이고 빠르게 튀어 나가자 놈이 곧바로 반응했다. 물론 반응만 빠를 뿐, 그 속도는 느렸다.
다만…….
콰아아아앙!
워낙 거대한 만큼 팔의 면적이 말도 안 되게 컸다.
그저 팔을 뻗는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전력으로 몸을 던져야 할 만큼 위협적이었다.
[기본 스킬 ‘강타’를 사용합니다.]틱!
뒹굴다시피 몸을 던지고 팔을 베자 쇠붙이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 일련의 과정이 마치 한 동작처럼 물 흐르듯 이어졌다.
크아아!
그러자 포효를 지르며 양팔을 번갈아 휘두르는 놈.
그 무식한 공격에 다시 온 힘을 다해 반대로 뒹굴어 피한 도현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여전히 플라스틱 검으로 쇠구슬을 때린 듯한 소리를 들으며 놈의 사정거리에서 물러난 도현이 줄어든 생명력을 확인했다.
-HP : [999,880 / ???]
‘……120.’
두 번의 공격으로 줄어든 HP.
심지어 그중 한 번은 강타를 사용했다.
‘강타를 사용하면 80, 일반 공격은 40이군.’
강타의 쿨타임이 12초인 걸 생각하면 대략 2만 번을 베어야 놈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연타를 넣으려 해도 디버프로 속도가 느려져서 최대 두 번이 한계일 터.
그에 비해 도현은 한 대만 맞아도 죽는다.
아직 맞아 보지 않았지만, 확신했다.
-HP : [200 / 200]
보잘것없는 1레벨의 생명력이 저 무지막지한 공격을 버틸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최소 만 번의 공격을 피하고, 2만 번의 공격을 해야 하는 거다.
그것도 디버프로 느려진 상태에서.
그러려면 매 순간 전력을 다해 뒹굴어 피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공격을 욱여넣어야 하며, 잠깐이라도 방심하다 제때 못 구르면 그대로 끝이었다.
‘……최악의 난도긴 하네.’
이걸 정말 깨라고 히든 피스로 남겨 둔 건가?
갓오세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관리한다 하던데 AI라 사람의 기준을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절망적인 난도 앞에서 도현은 웃었다.
‘재밌네.’
도현이 운빨똥망겜으로 온갖 비애를 겪으면서도 뎀로크를 놓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였다.
미치도록 높은 난도.
그 난도를 보란 듯이 깼을 때의 성취감.
그게 너무 재밌었으니까.
과연 저놈은 죽으면 뭘 뱉을까?
뎀로크처럼 벽돌을 뱉진 않을 거다.
거기서도 히든 피스를 깼을 때만큼은 뭐라도 주긴 했으니까.
크아아아아!
슬쩍 앞을 보니 놈은 여전히 포효를 지르며 허공에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찢어 죽이려는 살기가 느껴진다.
어찌 보면 그저 어린아이가 투정을 부리는 듯 마구잡이로 휘적거리는 거지만, 덩치가 저쯤 되면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공격이자 방어였다.
마구잡이로 보이는 저 공격 하나하나가 스치면 사망인 지옥이었으니까.
“만 번 피하고, 2만 번 때리기…… 까짓것 한번 해 보지.”
마음을 다잡은 도현이 다시 놈을 향해 뛰어들었다.
* * *
갓오세 정식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게시글이 올라온다.
각종 정보부터 이벤트, 더 나아가 10대 길드를 비롯한 고인물 유저들의 근황과 그 밖의 사소한 토크들까지.
여타 게임 커뮤니티가 그렇듯 갓오세 정식 홈페이지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유일하게 차이가 있다면, 그 규모가 큰 것과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뉴비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갓붕이 오늘 갓오세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ㄹㅇ 지린다. 튜토리얼 연출 장난 없는 거 실화냐?]때문에 홈페이지에 튜토리얼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는 건 흔한 일이었다.
뉴비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게 튜토리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글에는 언제나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ㄹㅇ 존잼. 이래서 갓오세 갓오세 하는 거구나 싶음.
-마지막 죽기 직전 여신 나와서 다시 괴물 봉인시키는 연출이 진짜 와…….
-진짜 너무 재밌어ㅠㅠ 처음에는 몬스터 죽이는 느낌이 좀 찝찝했는데 진짜 전장에 온 느낌이라 괜히 나까지 과몰입됨.
-찰리도 매력 있지 않냐? 너무 까칠하고 재수 없긴 한데 그래도 은근 잘 챙겨 줌. 츤데레 같음 ㅋㅋㅋ
-챙겨 주긴 개뿔, 뭐만 하면 혀 차고 개때리고 싶더만.
-그거 님이 게임 더럽게 못해서 그럼. 걔 완전 실력지상주의라 전투 잘하면 그래도 혀는 안 차더라.
-어차피 마지막에 죽을 양반인데 잘해 줘라 얘들아.
-자라나는 새싹들 보는 게 아주 흐뭇하구만…… 저 순수한 애들도 곧 운빨똥망겜을 외치고 있겠지…….
비슷한 입장인 뉴비는 공감이 돼서, 나름 오래 해 온 유저들은 튜토리얼을 보고 흥분한 뉴비들이 귀여워서.
여러 가지 이유로 화제인 튜토리얼에는 몇 가지 공통된 주제가 있었다.
[찰리 호감도 올려 본 사람?] [그 양반에게 호감도라는 게 존재했음?] [호감도 풀로 채우면 뭐 보상 준다던데.] [채울 수는 있고?]그중 하나는 바로 기사단장, 찰리였다.
정해진 대로 행동하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갓오세의 인공지능은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다 보니 호감도에 따라 뉴비들을 대하는 행동이 달랐고, 그에 사람들은 호감도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 처음에는 관심이었던 그것은, 점점 그 이상으로 변질되었다.
[레드핑거스 길드입니다. 튜토리얼 때 호감도 두 번 이상 오른 사람은 연락 주십시오. 충분한 대우 약속드립니다.] [호감도 세 번 이상 모집합니다. 최고의 조건으로 모시겠습니다.] [간단한 테스트 및 튜토리얼 영상 참고합니다.]튜토리얼에서 찰리가 얼마나 칭찬을 했는가.
얼마나 그 까다로운 양반의 호감도를 높였는가.
그것이 곧 실력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었고, 실력자를 원하는 수많은 중형, 대형 길드에서 그것을 참고로 유저들을 대우해 준 것이다.
일종의 커리어가 된 셈.
그렇다 보니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도 찰리의 호감도를 올렸다는 건 친구들에게 자랑할 법한 일이었고, 뉴비는 물론 고인물들까지 이토록 튜토리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호감도 풀로 올린 애가 누구누구 있더라?
-몰라? 아마 10대 길드 마스터들은 다 채웠을걸?
-무기고의 주인은 못 채웠을 듯.
-걘 좀 의심되긴 하네. 워낙 돈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
-요즘엔 호감도 풀로 채운 사람이 없네.
-실력자들은 이미 다 시작한 지 오래니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실력자들이 대거 나왔던 초중반에 비해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선, 호감도를 풀로 채운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기야 당연한 일이었다.
게임 꽤나 하는 이들은 진작 갓오세를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호감도를 풀로 채운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10억의 유저 중 기껏해야 만 명 정도.
이제는 한자리를 꿰찬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튜토리얼 보스를 잡을 수 있냐고? 너 미쳤어?”
“절대 못 잡아. 그건 잡으라고 만든 게 아냐.”
“철혈의 마용종인지 지X종인지 말도 꺼내지 마. 소름이 돋으니까.”
왜인지 그들은 일반 유저들에 비해서도 튜토리얼 보스를 더 격렬하게 혐오했다.
자세한 이유를 물어도 답하지 않았기에 유저들은 그저 호감도를 풀로 채운 것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할 뿐이었다.
“……철혈의 마용종 말인가?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것 같군.”
심지어 그중에는 그 유명한 멸살마저 포함되어 있었다.
애매모호한 답변이었지만, 늘 당당했던 그가 주춤한 모습은 큰 충격이었고, 유저들은 결국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튜토리얼 보스는 잡으라고 만든 몬스터가 아니다.] [그저 유저에게 이런 몬스터도 있다는 보여 주기식 이벤트일 뿐.]튜토리얼 보스, 철혈의 마용종.
그건 잡으라고 만든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는 것을.
[튜토리얼 보스 잡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대미지가 들어가긴 하던데.]-응, 못 잡아. 멸살도 못 잡은 놈임.
-그거 그냥 현실성을 위해 대미지는 박히게 해 놓은 것 같음.
-와, 그래도 그걸 때릴 생각을 했네. 전 그냥 멍때리다 죽었는데.
가끔 뭣 모르는 뉴비들이 대미지가 박히긴 하는 놈을 보고 그런 질문을 던져도, 고인물들이 한결같이 ‘불가능’이라는 답변을 내리는 이유였다.
[어? 뭐임? 얘 이름 바뀌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
-아니, 철혈의 마용종이어야 하는데 무슨 나태의 마용종으로 바뀌어 있음.
-?? 헐? 뭐야, 진짠데?
-이거 이름 바뀌기도 하나?
그러나 오늘, 출시 이후 줄곧 상식으로 굳어진 그 이견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왜 이름이 멋대로 바뀜?
-버그 아냐?
-갓오세에 무슨 버그야, 알X고보다 몇십 배는 뛰어난 인공지능이 관리하는데.
-그럼 뭐임? 설마 누가 잡은 거?
-헐…… 진짜로?
그도 그럴 게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변화가 없었던 튜토리얼 보스에게 처음으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에 혹자는 보스가 1년 6개월 만에 드디어 잡혔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하나 그 의견은 금방 묻히고 말았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1레벨이 그걸 무슨 수로 잡아.
-멸살도 못 잡은 걸 지금 와서 누군가 잡았다고? 누가?
-잡았으면 진작 영상 올리고 그랬겠지.
-일단 잡았다는 증거가 없잖아?
-만약 진짜 잡히고 이름이 바뀐 거면 네임드 보스라는 건데…… 이름 말곤 평소랑 너무 똑같이 생기지 않음?
아무리 생각해도 비상식적인 일이었으니까.
직접 증거를 보여 줘도 합성이라고 할 만한 상황에 아무런 증거도 없는 추측은 신빙성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튜토리얼 보스의 이름이 바뀌었다고?”
“……오류군.”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긴 하니까…… 마침 오늘 업데이트를 했으니 그 영향일지도 모르지.”
“놈을 잡았다라…… 그건 말이 안 돼. 뭐, 그 시절 카이저의 파티를 그대로 데리고 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럼 카이저는 되냐고? 내 말 못 들었어? 그의 파티를 데리고 와야 한다고. 카이저고 나발이고 ‘그건’ 혼자서 절대 못 잡아.”
하물며 찰리의 호감도를 풀로 채웠었던 하이랭커들마저 그리 말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반론을 내밀지 않았다.
유일하게 멸살은 묵묵부답이었지만, 딱히 부정하고 들지 않았기도 하고 수많은 랭커들이 저러니 일반 유저들 입장에선 그렇구나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건 그거고, 솔직히 궁금하긴 했다.
-근데 만약 진짜 잡게 되면 보상으로 뭘 얻을까?
-이 게임이 한 번씩 난도가 지X맞긴 한데…… 그럴 때마다 보상은 두둑이 잘 챙겨 주긴 하잖아?
-하긴, 운빨똥망겜 X같다 생각 들다가도 그럴 땐 또 갓겜 외치긴 하지.
과연 아무도 못 잡는다고 했던 저 괴랄한 보스를 정말로 잡게 된다면…….
그럼 대체 무얼 얻게 될까?
-글쎄. 모르긴 몰라도 갓오세 역사상 최고의 보상을 얻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망상에 가까운 얘기였고, 유저들도 금방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고 넘어갔다.
때문에 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허황된 소리로 치부했던 일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