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71)
제71화
71화.
도현이 아무리 길드를 싫어하긴 해도 굳이 먼저 싸움을 걸 정도로 싸움광은 아니다.
실제로 갓오세를 시작하면서 먼저 싸움 건 적은 단 한 번도 없지 않나.
……그럼 어그로성 모함인가?
-카이저 진심 미쳤다 ㅋㅋㅋㅋ
-와, 진짜 존멋임.
-이건 그냥 미친 짓 아님? 이게 왜 멋있다는 거;; ㅈㄴ 미련해 보이는데.
-먼저 과거 카이저에 대해 알아야 함. 카이저는 수많은 길드와 대립해 왔고 배신당한 전적이 많음. 물론 그때마다 다 무너트려 버리긴 했지만…… 하여튼 카이저는 길드를 극혐함. 그럼에도 카이저 팬들은 이번만큼은 길드에 들 거라 생각했던 거임. 상황이 이러니까.
한데 우리의 카이저 형님은 굴복하지 않으심.
그런 거 다 X까라 하고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한 거. 이게 존멋이 아니면 뭐임?
-헐…… 그냥 객기라 생각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네.
-ㅠㅠㅠ 알고 나니까 카이저 옵빠 더 멋있어, 어떡해.
댓글들을 보니 그건 또 아니었다.
게다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이 게시글에서만이 아니었다. 새로고침 할 때마다 저 주제로 떠드는 글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글들은 하나같이 카이저의 행보에 대해 떠들었고, 감탄하고 있었다.
“내가 뭘 했는데? 그냥 사냥한 것밖에 없는데?”
뭐지? 이거 트루X쇼인가?
세상이 모두 자기를 속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도현은 비로소 브리온 입구에 유독 사람이 많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 그게 다 나 영입하려는 스카우터들이었구나.”
어쩐지 사람이 더럽게 많더라니.
그냥 단순하게 ‘와, 브리온이 다르긴 하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겼던 자신이 무신경한 거였다.
어쨌거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지금 나 찍혔다는 거지?”
그것도 100대 길드를 포함한 온갖 길드들에게.
걔네도 이미지상 당장 뭔가를 하진 않겠지만, 분명 방해 공작이 들어올 것이다.
자존심이 곧 밥줄인 놈들에게 빅 엿을 먹인 셈이니까.
도현으로선 억울한 일이었지만, 이미 일은 저질러졌고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설령 믿어 준다 해도 이런 분위기에 오해라고 떠드는 건 너무 멋이 없었다.
없는 수준을 넘어 찌질하게 보일 거다.
‘그럴 수는 없지.’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도현이 앞으로 대응할 방법은 하나였다.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밀고 가자.’
지금 이 콘셉트대로 이어 나가는 것.
본의 아닌 상황이긴 한데 생각해 보면 차라리 잘됐다.
예전과 같은 흑염룡은 없어졌다 해도, 여전히 길드에 대한 악감정이 많은 도현이었다.
실제로 스카우터들이 몰려왔어도 다 거절했을 거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어.’
레이븐 때까지는 대규모로 습격해 오면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사렸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천변(千變)을 비롯하여 수많은 보상을 얻고 스펙업을 했으니까.
지금의 스펙이라면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제국에 갔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당당하게 나가도 되는 것이다.
‘상황도 나쁘지 않아.’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면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아주 화끈하게 무시한 게 좋게 받아들여진 건지, 대부분 호평이었으니까.
도현의 행보에 기대하는 사람이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전의 도현이었다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일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영상 올리기 최적화된 타이밍 아니냐?’
지금의 도현은 뉴튜브를 해 볼 생각이었으니까.
이렇게 관심이 쏠려 있을 때 뉴튜브를 시작하면 어찌 되겠는가. 저 수많은 인원 중 반의반만 들어와도 엄청난 관심을 받을 것이다.
유지는 몰라도 적어도 찍먹은 해 보려고 들어올 테니.
‘영상은…… 이걸로 해야겠네.’
그리고 마침 도현에겐 기가 막힌 영상이 준비되어있었다.
히든 필드 워리어들의 서식지에서 사냥하던 영상과, 필드 보스인 엘리자를 잡은 영상.
‘엘리자에 관한 건 일단 패스하고.’
엘리자를 데리고 다니는 입장이기도 하고, 괜히 알려져서 좋을 게 없을 듯했기에 넘긴 도현의 눈길이 남은 영상으로 향했다.
워리어들의 서식지라는 배경, 히든 필드 보스인 카루크의 존재.
그리고 ‘패링’을 활용한 뛰어난 컨트롤의 전투 스타일까지.
‘영상미로도 그렇고 검사 스킬만 쓰기도 했고…… 이게 딱이야.’
적어도 레이븐에서 이보다 흥미로운 떡밥은 없을 거였다.
그에 도현이 솔직하게 감탄했다.
‘와, 어떻게 이러지?’
솔직히 소재는 훌륭해도 자신이 없었다.
뉴튜브 시장이 워낙 레드오션이기도 하고, 편집에도 자신이 없는 도현으로서는 유입을 시킬 자신이 없던 것이다.
한데 이런 상황이 딱 주어지다니.
그야말로 뉴튜브를 시작하라고 누가 판을 깔아 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편집은…… 모르겠다. 일단 그냥 올리자.”
도현이 이리 패기 있게 무편집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뭐가 됐든 유입은 어느 정도 잡아 놓은 당상이니까.
편집을 맡기느라 시간을 잡아먹을 바엔 무편집이라도 지금 올리는 게 백배는 나았다.
나름 날것의 맛도 있고, 러닝 타임도 그리 길지 않기도 했고.
다만, 그 전에 한 가지 난관이 있었다.
[채널명을 정해 주십시오.]“음. 채널명이라.”
앞으로 도현과 쭉 함께하게 될 채널명인 만큼 신중하게 정해야 했다.
잠시 고민하던 도현이 이름을 적고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동영상을 업로드 중입니다.] [업로드되었습니다.]업로드를 마친 도현이 쿨하게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푹신한 감촉이 몸을 감싸 오는 걸 느끼며 속으로 작은 바람을 품었다.
‘자다 일어나면 구독자 한 10만 명 정도 생겨 있으면 좋겠다.’
그리 중얼거리던 도현이 피식 웃었다.
‘말도 안 되지.’
하루 만에 10만?
뉴튜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들으면 꿈도 크다며 헛웃음을 지을 일이었다.
하루 만에 100만 조회 수를 찍는 것보다 몇 배는 어려운 게 10만 구독자이니 말이다.
아무리 유입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상황일지라도 이건 너무 허황된 바람이었다. 도현도 그 정도 상식은 있었다.
‘조회 수라도 잘 터지면 다행이지.’
그리 생각하며 도현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든 것이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잠이 든 도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자신이 올린 영상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그가 평화롭게 잠들어 있을 때 커뮤니티가 얼마나 뒤집어졌는지 말이다.
* * *
도현이 잠이 들었을 무렵, 뉴튜브.
[레이븐, 히든 필드 사냥 영상]짧다면 짧은 제목.
그 제목이 뉴튜브에 던져지자 그 미끼를 문 시청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 이거 뭐임?
-레이븐에 히든 필드가 있다고?
의문을 안고 영상을 클릭한 그들은, 약 20분이 지나서야 댓글을 달았다.
-워리어들의 서식지? 미친, 진짜 히든 필드잖아?
-레이븐에 히든 필드가 숨겨져 있었어? 와…… 이거 퍼지면 난리 나겠는데?
-아니, 그보다 컨트롤 뭐임? 맞질 않냐, 왜?
설마 했던 제목이 진짜였던 것이다.
레이븐에 히든 필드가 있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건 저 말도 안 되는 컨트롤이었다.
온몸을 무기로 활용하여 워리어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는 게 아닌가.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모든 공격을 욱여넣는 모습은 가히 예술에 가까웠다.
그중에서도 화룡점정은 다름 아닌 보스전이었다.
-공격 다 흘리는 거 뭔 스킬이야 대체?
-저거 설마 패링임? 아니, 패링을 다 성공시켰다고?
-와…… 보스 피지컬 봐. 한 대라도 맞으면 죽을 거 같은데 그 한 대를 안 맞네.
-벽으로 유인해서 공격 유도하고 벽 차면서 사각으로 굴러서 피하는 거 봄? 센스 무엇?
극악의 난도를 자랑하는 ‘패링’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그야말로 보스를 요리해 버린 것이다.
과장이 아니라 20분이 넘어가는 러닝 타임 전부가 명장면이었다.
여기서 사람들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이게 정녕 사람의 컨트롤이란 말인가.
-대체 누구길래?
이 영상의 주인공은 대체 누구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실력을 보여 주고 있단 말인가.
그 궁금증은 채널명을 확인한 순간 해소되었다.
[카이저 TV]구독자 : 23명
-……카이저 TV?
-카이저? 설마 내가 아는 그 카이저?
-헐, 미쳤다. 카이저가 영상 올린 거야 지금?
채널명에 대놓고 카이저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사칭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카이저 본인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실력과 히든 필드라는 무대.
[인사말 : 안녕하세요, 카이저입니다. 뉴튜브는 처음이라 무편집으로 올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감상 되세요.]그리고 친절하지만 묘하게 시크하면서도 무심한 인사말까지.
삼박자가 카이저가 맞는다고 증명하고 있었다.
-와 대박. 당장 안 퍼 나르고 뭐 해!?
-엉엉 날 가져요!
-다들 제발 이것 좀 봐 주세요. 우리 카이저 님이 영상 올려 줬어요! 퀄리티 미쳤으니까 다들 제발 보고 가세요! 링크 http……(하략).
흥분한 팬들이 영상을 커뮤니티를 포함한 이곳저곳에 나르기 시작했고,
-뭐? 카이저가 뉴튜브를 시작했다고!?
-심지어 히든 필드? 레이븐에 히든 필드가 있어?
-뭔데, 뭔데?
한창 카이저 얘기로 가득 찬 상황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 영상을 클릭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홀리 쉿! 왓 더…….
-와…… 와…… 진짜 와, 말이 안 나오네.
-그의 플레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움직임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이 정돈 되어야 100대 길드랑 단신으로 맞다이 깔 포부가 나오는구나.
-좀 반신반의했는데 ㅇㅈ……;; 컨 미쳤다. 패링이 뭔 패시브냐고 ㅋㅋㅋㅋㅋ
-근데 딜 뭐냐? 워리어들이 그냥 녹아 버리는데? 템이 대체 어떻길래…….
-컨, 딜, 멘탈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네. 진심 난놈이긴 하다. 저러니 1위 했겠지.
그야말로 신이라는 호칭이 과분하지 않은, 미친 플레이를 본 그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소식을 퍼트렸다.
그렇게 점조직처럼 퍼지고 퍼진 영상은 역사상 유례없는 이목을 끌었고…….
-여기가 신의 뉴튜브인가요?
-아아…… 오셨군요. 어서 신을 영접하고 다시 댓 달러 오시지요.
-호주에서 왔습니다. 여기가 신의 나라인가요?
-벌써 5번 다시 보기 중…… 현재 기저귀 5개 돌파. 아직 20개 남았다…….
-근데 저 옆에 로브 쓴 놈 뭐임? 일행인가?
-만 18세 게임인데 그렇다기엔 너무 작지 않아? 140cm대인 거 같은데…… 키 작은 여자인가?
-가디언 아니냐? 템 줍는 것밖에 안 하는 거 보니까 그냥 아이템 줍기 귀찮아서 가디언 하나 구한 거 같은데.
-다 모르겠고 조회 수 실화냐 ㅋㅋㅋㅋ 1시간 전만 해도 20만이었는데 벌써 50만 돌파.
-구독자도 계속 늘어나는 중 ㅋㅋㅋㅋㅎㅋㅎㅋ 클래스 미쳤다.
-아, 이걸 어케 참냐고 ㅋㅋㅋ
순식간에 조회 수 100만, 구독자 10만을 돌파했다.
심지어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고, 이 정도로는 흥분을 그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이내 선포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영상이 하나밖에 없는 게 말이 됨?
-이건 죄악이야. 이런 영상을 하나밖에 안 올린다니!
-덕질 할 게 필요해. 우리 효율적인 덕질을 위해 서로 뭉치자!
극성팬들끼리 모여 하나의 카페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일명 카신교.
카이저 신을 모시는 교단이라는 뜻으로, 소위 말하는 팬카페였다.
놀라운 건 이 카신교라는 게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카페가 아니라는 거였다.
-뭐냐? 이미 카이저 팬카페가 있는데?
-뎀로크 시절에 있던 건가? 아 몰라, 일단 저기 가입하자!
-오, 대박. 카이저 관련 글 엄청 많아. 다들 여기로 모여!
‘광신도’라는 이름의 매니저가 만든 이 카페는 두 자릿수로 이루어진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다행히 매니저가 넓은 아량으로 뉴비들을 모두 받아 준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이름이 알려진 지금, 카신교의 회원 수는 단숨에 다섯 자릿수를 돌파하게 되었다.
이렇듯 뉴튜브가 뒤집어지고, 카신교가 갓오세 공식 카이저 팬카페로 자리 잡고 있을 무렵…….
“흠냐, 음…… 황금색…….”
도현은 이상한 잠꼬대를 내뱉으며 꿈나라를 누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