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80)
제80화
80화.
똥줄이 탄 지하드가 주먹을 풀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체내를 타고 흐른다.
심장에서 시작된 마나가 몸 전체를 순환하여 어깨를 지나 팔을 타고 손끝으로 뿜어진 순간.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언데드를 소환합니다.]지하드가 가진 유일한 스킬이 발동되었다.
[숲의 레드 고블린 언데드 2 개체가 소환됩니다.] [숲의 블루 고블린 언데드 1 개체가 소환됩니다.]그어- 그어어-.
불길한 검은 기운과 함께 지면을 뚫고 나온 언데드 고블린 세 마리.
갑작스레 선보이는 기괴한 광경에 도현과 엘리자도 대화를 멈추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뭐냐?”
-흠흠, 그냥. 마나가 좀 는 거 같아서 가볍게 소환 좀 해 봤어.
“……그건 그렇다 쳐도 그 눈빛은 뭔데.”
-나? 내가 뭐?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지하드.
하나 그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마치 부모님이 내준 숙제를 풀어 와 칭찬을 바라는 어린아이 같은 눈빛.
-그냥 가볍게 손이나 풀까 해서 소환한 거야. 이젠 세 개체 다 소환해도 심장에 기별도 안 가는 거 같아. 몇 마리 더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 눈빛에도 도현이 반응이 없자, 힐끔힐끔 바라보며 은근한 어필을 해 온다.
누가 봐도 속셈이 뻔히 보이는 지하드였지만, 애석하게도 도현에게까지 닿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쟨 갑자기 왜 저러냐.’
지하드가 세 마리를 소환하든 말든 도현에게 별 감동을 줄 순 없었던 것이다.
왜 저러나 하며 고개를 젓던 도현의 시선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이전 도시의 몬스터를 재료로 한 언데드를 소환하여 마나 소모값이 50% 감소됩니다.]‘기별이 안 간다는 게 허세는 아닌가 보네.’
지하드의 성격상 과장이 있긴 하겠지만, 몇 초 만에 강제 역소환이 되었던 레이븐 때를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레벨이 오르며 마나통이 커진 것도 한몫하겠지만, 가장 큰 건 역시 저 50% 감소였다.
‘마나 소모량이 너무 심하다 했더니 대충 이런 시스템이구나?’
아무래도 이전 도시의 몬스터를 언데드화하여 사냥하는 게 정석 루트인 듯했다.
하기야 오크 군단을 이끌고 오크를 사냥하면, 그야말로 날로 먹는 일이긴 했다.
해골병사를 다루는 네크로맨서와 지하드의 시체술이 조금 달라서 몰랐는데, 이로써 얼추 방향성이 잡혔다.
‘대충 고블린으로 주를 이루고, 오크 몇 마리를 섞어 주는 게 베스트겠지.’
판단을 마친 도현이 툭 내뱉었다.
“지하드, 저것들도 언데드화할 수 있겠어?”
-아, 물론이지 주인! 아주 식은 죽 먹기라구.
드디어 능력을 증명할 기회가 생긴 것에 신이 난 걸까.
지하드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반면 도현은 다소 심드렁했다. 이미 언데드 수를 최대치까지 채운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성공하면 한 마리쯤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혹시 몰라서 말한 만큼 실패한다 해서 실망할 것도 없다.
도현의 기대감은 딱 그 정도였다.
스으-.
그으으…….
한데 검은 마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하드가 싸늘한 사체가 된 오크들을 향해 손을 뻗자, 불길한 검은색 기운이 꿈틀거리더니 이내 오크의 죽은 눈이 뜨인 것이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이 오크를 언데드화합니다.] [언데드화에 성공합니다.] [언데드 목록]-숲의 레드 고블린 언데드 × 2
-숲의 블루 고블린 언데드 × 1
-오크 언데드 × 3
구어어-.
삐거덕거리며 틀어진 몸을 무시하며 일어난 오크가 꺼림칙한 눈을 움직여 지하드를 보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반박자 늦게 일어난 두 언데드도 따라 했다.
턱, 털썩.
그어어- 그어-.
큰 덩치에 한 인상하는 놈들이 검은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어서 그런지, 제법 포스가 있었다.
본능적으로 우열을 느낀 걸까.
그으…….
먼저 소환되어 있던 고블린 언데드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자연스레 선봉에 오크들이 서고, 후열에 고블린들이 서는 포지션이 갖춰진 것.
나름 군단다운 구색을 갖추자 신이 났는지 지하드가 양팔을 올리며 비열한 웃음을 터트렸다.
-케헬헬. 그래그래, 내가 너희의 군주이니라.
“……헐?”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도현은 벙찐 얼굴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되네?’
설마하니 정말로 언데드화가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것도 한 마리만 해도 놀라운데 무려 세 마리나.
아직 10레벨도 찍지 않은 가디언이 여섯 마리의 언데드를 다룬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신수는 기준이 좀 다른가?’
혹시 레벨이 오를 때마다 수가 늘어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몬스터마다 따로 한계치가 적용되는 걸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사기인 건 변함이 없었다. 이쯤 되니 자연스레 의문이 떠올랐다.
“아니, 너 왜 그랬어?”
-케헬헬…… 응? 뭐가?
“아니, 이런 능력을 가지고 왜 폭크 트리를 탄 거야? X망 트리 탔네, 이거?”
알다시피 네크로맨서에는 두 가지 테크가 있다.
지휘관 네크로맨서와 폭파 네크로맨서.
그중 지크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데엔 안전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다른 이유가 더욱 컸다.
‘폭크가 쓰레기니까.’
대폭 원툴.
대폭 한정 개사기지만, 대폭이 없으면 시체인 개쓰레기 직업.
장점이라곤 짜릿한 한 방과, 터질 재료로 쓸 언데드만 있으면 돼서 고위 언데드가 필요 없다는 것뿐인 놈.
지크에 비해 돈이 안 들기에 서민 직업이라 불리는 게 바로 폭크다.
“레벨 8에 벌써 여섯 마리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거면 후반 가면 훨씬 많다는 소리 아냐.”
-……그치?
“아니, 너 병형신이야? 그돈씨가 이런 건가? 대체 왜 지크 트리 안 탔어.”
그렇기에 너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숲의 지배자 노릇을 하던 놈이니만큼 구할 언데드야 수두룩했을 거고, 저 능력이면 귀족 직업인 지크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이다.
그야말로 일인군단의 재목!
그걸 다 버리고 서민 직업이라 불리는 폭크 테크를 탔다고?
대체 왜? 어째서?
-남자는 폭발이잖아.
“허?”
진심으로 이해가 안 돼서 분통을 터트리는 도현의 모습에 지하드가 흥분해서 답했다.
-시체폭발 쓸 때 팝콘 소리 터지는 거 들으면 얼마나 짜릿한데.
“……뭐?”
“또 언데드마다 터지는 손맛이 다 다르다니까? 아주 그냥 귀에 쏙쏙 꽂히는 게…….”
“아니, 잠깐만. 지금 겨우 그게 이유라는 거야?”
-당연한 거 아냐? 주인이 대폭을 안 써 봐서 그래. 시체폭발도 재밌는데 대폭은 진짜 와…… 그 짜릿함이 진짜 묵은 체증 다 씻겨 준다니까? 내 삶의 낙이었다구.
“맙소사…….”
도현이 차마 더는 듣지 못하고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자신의 가디언이 낭만충이었을 줄이야.
도현도 낭만은 인정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인생을 바칠 정도는 아니었다.
누군가는 겨우 게임에 무슨 인생까지 나오냐 하겠지만, 그건 유저들의 입장에서나 나오는 얘기지 지하드는 엄연한 갓오세의 주민 아닌가.
저놈에겐 이곳이 곧 현실이고 인생이었다.
‘발라드로 대성할 게 확정된 놈이 랩하겠다고 설치는 꼴 아니야.’
확신한다.
비밀던전 때, 저놈이 폭크가 아니라 지크 트리를 탔었다면 그리 쉽지는 않았을 거라는 걸.
어쩌면 그 혈통인자인지 뭔지가 발동되어 클리어에 실패했을지도 모를 거다.
저놈은 낭만을 위해 스스로 재능을 갖다 버리고 있었다.
머저리도 이런 머저리가 없…….
‘……잠깐만.’
그 순간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불길함에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너 설마 지금도 폭크 트리 생각 중인 거 아니지?”
-당연히 폭…….
“안 돼. 이번 생에 넌 다시 태어났다. 너의 길은 지크야. 넌 지크를 하기 위해 태어났어.”
-하, 하지만 폭발은 예술…….
“그만, 거기까지. 그 이상은 위험해.”
지하드의 입술에 빠르게 검지를 가져다 댄 도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위험한 대사를 내보낼 뻔했다.
“너 지크 한 번도 안 해 봤지?”
-당연하지. 남자는 폭발이니까!
“이번 한 번만 지크 해 봐. 해 보고 별로면 그때 바꿔도 뭐라 안 할게.”
-음…… 그렇다면야 뭐……. 알겠어, 주인.
강압적으로 굴지 않고 나름 절충안을 낸 덕일까.
살짝 못마땅해 보이지만, 지하드도 더 고집을 부리지 않고 수긍했다.
내심 지크가 무슨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었고, 이참에 주인 말 한번 들어 주자 싶은 것이다.
그어- 그어어.
명령만을 기다리는 충직한 언데드들을 보며 지하드가 휙 손짓했다.
-오크 잡아 와.
그어!
그러자 오크 언데드들을 선두로 휘하 언데드들이 안개 속으로 뛰쳐 들었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멀쩡한 오크 한 마리가 던져졌다.
콰당- 취익!?
쉬다가 난데없이 내동댕이쳐진 오크의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갑자기 언데드들이 달려와 집어던지고, 설상가상으로 던져진 곳에 웬 인간과 고블린까지 보이니 당황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그어어! 그어!
그리고 그 당혹스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언데드들이 몰려왔다.
취익!
깜짝 놀란 오크가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쾅!
우르르 몰려와 냅다 몸통을 들이받은 오크 언데드들.
개체 하나로만 치면 오크보다 약하지만, 세 마리가 동시에 들이받자 오크도 버티지 못하고 도로 나자빠졌다.
그러자 뒤에 따라오던 고블린 언데드들이 쓰러진 오크를 구타했다.
……말 그대로 구타였다.
퍼억! 쾅! 푸욱-.
취, 취에엑!
마치 뒷골목에 끌려간 아이처럼 몸을 공벌레처럼 말고 누워 있는 오크와, 그런 오크를 신명나게 두드리고 패는 여섯 언데드들.
저게 구타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적어도 도현은 그 외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크를 처치하셨습니다.] [가디언 지하드 블랙의 레벨이 올랐습니다.]그어어-!
-케헬헬!
그렇게 순식간에 오크를 끝장낸 언데드들이 포효를 내질렀고, 그런 오크들을 보며 지하드도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도 나쁘지 않은데, 주인? 언데드를 잡일시킬 때나 폭발시킬 때만 써 봤지 이렇게는 안 써 봤는데, 생각보다 보는 맛이 있어.
“……그래, 그렇구나.”
뭔가 자식의 어긋난 모습을 본 부모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지만, 도현에게 나쁜 방향은 아니었다.
덕분에 지하드도 지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했으니까.
하기야 잡템만 줍다가 처음으로 다시 사냥해 보는 것이니 뭐든 재밌겠지.
-자, 나의 아이들아. 이번엔 두 놈을 잡아 오거라!
심지어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
알아서 몬스터들을 잡아 와 주니 얼마나 편한가.
그어어-!
건방진 지하드의 말투에도 충직한 언데드들답게 명을 받드는 아이들이었으나, 안타깝게도 현실의 벽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그어……?
-……응?
언데드들의 몸이 옅어진다 싶더니 이내 가루가 되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메시지.
[지하드 블랙의 마나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언데드 소환이 취소됩니다.]…….
[언데드 소환이 취소됩니다.]-……아.
“음.”
제아무리 성장했어도 이 고질병 같은 마나 부족은 여전한 모양이다.
마나 감소 효과가 있는 이전 도시의 몬스터만 다루든, 오크를 한 마리만 끼우든 해야 될 듯한데…….
아니, 그래도 전보다는 성장했으니 나름 선방한 거 아닌가?
왜인지 나라 잃은 표정을 짓는 지하드를 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잠시 머뭇거리던 도현이 입을 열었다.
“음.”
-아무 말 하지 말아 줘, 주인. 혼자 있고 싶어.
“……그래.”
그리고 다시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