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81)
제81화
81화.
‘이놈의 마나는 진짜 어떻게 좀 해야겠네.’
지하드를 지크로 키우기로 마음먹은 이상 마나의 총량을 높이든, 회복력을 왕창 높이든 해야겠다.
이대로 썩히기엔 너무 아까운 잠재력이었다.
‘가디언도 마나 포선을 쓸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밸런스 때문인지, 그냥 설정 놀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하드는 마나 포션을 마셔도 별 효과가 없었다.
덕분에 레이븐에서 린다한테 받았던 포션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워낙 깡패 같은 스펙을 지닌 도현은 마나가 부족하지도 않으니 아쉬운 일이었다.
‘그래도 뭐 소득은 있었으니까.’
지하드의 잠재력을 제대로 확인했으니 만족스러웠으나 지하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잔뜩 시무룩해져서 풀이 죽어 있는 걸 보면.
신이 나서 비열하게 웃던 좀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리자리자…….
-괜찮아, 엘리자. 내가 뭐 그렇지. 나는 그저 짐꾼일 뿐인걸……. 사실 지크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도붕이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
-리자!? 리자리자!
-잠깐 혼자 있고 싶어, 엘리자.
-리자…….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엘리자의 표정이 처량하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도현이 지하드가 원하는 대로 해 주었다.
“엘리자, 다른 능력도 써 볼까?”
엘리자가 가진 특성은 2개. 그중 하나를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이참에 그것을 확인해 볼 심산이었다.
-리자…… 리자!
고개를 퍼뜩 든 엘리자가 폴짝 뛴다.
그러곤 지하드의 눈치를 살짝 살피더니 지하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쪼르르 다가와 가슴을 두드린다.
-리자!
“뭐라구?”
-쩝, 따라오래.
“어, 뭐야. 너도 같이 가게?”
-응.
-리자!
언제 회복했는지 불쑥 끼어든 지하드.
능력을 증명하겠다고 나선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짐꾼으로 전락한 것이 씁쓸했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게 더 싫었다.
도현도 굳이 태클을 걸지 않고 넘어갔다.
휙, 휙-.
지하드의 합류에 함박웃음을 머금은 엘리자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적당한 대상이 있나 탐색하기 위함이었다.
때마침 안개 너머로 거대한 실루엣을 발견한 엘리자가 쪼르르 놈을 향해 다가갔다.
그 뒤를 따라가자 바위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오크가 보였다.
무리에서 쫓겨난 건지 아니면 잠시 떨어져 있는 건지, 혼자인 게 실험대상으로 딱이었다.
-능력이 전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이 녀석들 상대론 될 것 같대.
“오, 그럼 한번 해 봐.”
-리자!
-작아도 좋으니 상처를 입혀 주래.
“알겠어.”
아무래도 상처를 입은 상대에게만 기생이 되는 조건이 있는 듯했다.
하기야 보통 현실에서도 상처를 통해 감염이나 기생이 되니 이상한 조건은 아니었다.
밸런스적으로도 이게 타당하고.
[천변(千變)이 ‘살수의 단검’으로 변형됩니다.]슈악-! 팍!
취익!?
난데없이 날아온 천변(千變)이 허벅지에 박히자 오크가 깜짝 놀라 일어나려다 나자빠졌다.
‘설마 죽었나?’
혹시나 해서 살펴보니 끙끙거리는 소리와 함께 놈이 몸을 뒤척였다.
순간적으로 큰 대미지가 들어와서 당황했던 모양.
스트라이킹도 쓰지 않고, 그나마 가장 공격력이 낮은 단검으로 공격한 보람이 있었다.
-리자!
그리고 엘리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스으-.
오크가 눈치챌 틈도 없이 자연스럽게 상처에 다가가 거미줄을 집어넣는 엘리자.
[엘리자의 특성 ‘기생’이 발동됩니다.] [오크에게 ‘기생’을 시도 중입니다.]‘이런 식이구나.’
상처 안으로 들어가서 뭐 고군분투를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기술적이라 당황스러웠다.
하긴 엘리자가 아무리 작다 해도 엄연한 생물체.
저 하얀 털 뭉치가 몸 안에 들어가면 눈치채지 못할 놈이 어디 있겠나 싶다.
퓩- 퓨우-.
거미줄을 깊숙이 집어넣는다 싶더니, 어느 순간 엘리자가 뚝 멈췄다.
그렇게 몇 초.
[엘리자가 ‘기생’에 성공하였습니다.]문구와 함께 뒤척이던 오크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이렇다 할 이펙트는 없었다.
그저 늪에 담근 듯 짙은 녹색이었던 오크의 왼손이 손목 부분까지 새하얗게 바래져 있을 뿐.
-리자! 리자리자!
-축하해, 엘리자. 믿고 있었다구.
한 번에 성공한 게 기뻤는지 신이 나 보이는 오크…… 아니, 엘리자.
다 좋은데 저런 흉악한 얼굴로 귀여운 목소리를 내니 언밸런스하기 그지없었다.
기생을 한다고 목소리까지 따라 할 순 없나 보다.
“그래도 저번보단 변화가 적네?”
힐끔, 왼손을 보며 묻자 오크가 된 엘리자가 경쾌한 목소리로 답했다.
-리자! 리자리자!
-이건 자기도 어쩔 수 없는 거라 랜덤이래, 주인. 그래도 평균적으로 격이 낮을수록 변화가 적나 봐.
“오?”
상당히 적당한 밸런스였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얼핏 봐선 이게 오크인지, 기생된 오크인지 분별이 안 된다.
보통 사냥할 때 왼손까지 빤히 보는 유저는 없으니까.
왼손이다 보니 양날도끼를 쥐면 밑으로 내려가 자연스레 가려져서 더 그런 면도 있었다.
-리자!
사람의 관점에서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한술 더 떠서 엘리자가 안개 너머 오크들이 있는 곳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게 아닌가.
“어, 잠시만 엘리…….”
취익? 췩-.
다급하게 말려 보려던 도현이 멈칫한 것도 그때였다.
엘리자와 눈이 마주친 오크들이 모두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시선을 끈 것이다.
그중에는 췩췩거리며 대화를 시도하는 오크들도 있었다.
가뿐하게 무시해 주는 엘리자에게 금방 흥미를 잃고 떠나는 놈들에게선 공격 의사가 보이지 않았다.
췩? 취익!
그 대신 표적이 된 건 도현이었다.
정작 눈이 마주치지도 않은 도현을 뒤늦게 발견하곤, 무지성 돌진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퍽!
취익!?
갑자기 후두부를 얻어맞은 오크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근처에는 좀 전에 본 오크밖에 보이지 않았다.
취익……?
뭐지? 설마 네가 나 때렸냐?
그런 눈빛으로 엘리자를 바라보는 놈의 동공이 흔들렸다.
마치 믿기지 않는 일을 겪는 사람처럼 얼이 빠져 있는 모습. 그 틈에 도현이 잽싸게 달려가 오크를 처리했다.
-리자!
“그래. 잘했어, 엘리자.”
이번에는 지하드의 통역이 필요 없었다.
손가락으로 자길 가리키며 외치는 모습은 누가 봐도 ‘나 잘했지!’라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칭찬에 헤실헤실 웃는 엘리자.
저 험악한 얼굴로 웃으니 꼭 아이를 납치하기 전 유괴범의 얼굴 같았기에, 도현은 더 칭찬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 도현의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생각보다 좋은데?’
기생의 효과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전제조건이 붙기는 해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한 번 기생을 하면 지속 시간도 그리 짧지 않아 보였다.
마나통이 생각보다 큰 건지, 마나 소모가 들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하드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씁쓸한 얼굴이었다.
-……네가 나보다 낫구나, 엘리자.
-리자?
-그래, 너라도 잘 쓰이니까 좋다. 응. 난 아이템이나 줍고 와 볼게.
-리자? 리자리자!
아무래도 마나 부족에 시달리는 지하드의 입장에선, 엘리자의 저런 면이 더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도 지하드의 표정이 썩 나쁘지 않은 게, 반쯤 장난을 치고 있는 듯했다.
이젠 녀석도 어느 정도 납득한 모양이다.
‘엘리자가 타격감이 좋기는 하지.’
지금도 그런 게 아니라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퍽 웃겼다.
아마 옛날에 같이 살았다고 할 때부터 저러고 놀지 않았을까 싶다.
-리자!
그렇게 떠들기를 잠시,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엘리자가 호기롭게 외쳤다.
자연스레 도현의 시선이 지하드를 향했다. 그러자 지하드도 이젠 능숙하게 통역해 주었다.
-자기가 순찰 돌면서 기습하려는 얘들 해치워 주겠다고 편하게 사냥하래.
-리자!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엘리자.
도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기습을 해오든 말든 타격은 없었지만, 생각이 너무 기특하지 않나.
“알았어, 부탁할게.”
-리자!
-라저!
“그런 거까진 통역 안 해도 돼.”
-라저!
그렇게 점점 멀어지는 엘리자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도현이 도로 천변(千變)을 쥐었다.
‘지금 얻은 농축된 피는 2개.’
앞으로 48개를 더 얻어야 한다.
꽤나 잡은 거 같은데 겨우 2개인 걸 생각하면, 확률상 150~200마리는 더 잡아야 채워질 터.
아니, 도현의 운빨을 생각하면 더 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뭐, 다 상관없는 얘기였다.
[브리온 인근 몬스터 처치 (278 / 1,000)]‘겸사겸사 메인 퀘도 깨고 나쁠 건 없지. 어차피 이제 레벨도 잘 안 오르는 거 같고.’
뭐가 됐든 천 마리를 잡기 전엔 다 채워질 테니까.
그렇게 사냥할 오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자, 곧 오크 두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 안개에 가려서 표적이 되지 않았는지 멀찍이서 서 있는 녀석들.
‘안 오면 먼저 들어가야지.’
씨익 웃은 도현이 천변(千變)의 형태를 변형하려 할 때였다.
“으어억!?”
“?”
-응?
느닷없이 뒤에서 들려온 굵직한 고함에 도현은 물론 지하드도 멈칫하곤 고개를 갸웃했다.
뒤쪽에 유저가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러자 보였다.
[가디언 ‘엘리자’가 플레이어 ‘듀크’ 님에게 피해를 입었습니다.] [플레이어 ‘듀크’ 님에게 선제공격을 받았습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됩니다.] [상대를 죽여도 카르마 수치가 오르지 않습니다.]“……엥?”
전혀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 * *
듀크, 그는 본래 갓오세가 출시하자마자 시작한 오픈베타 유저다.
무려 1년 넘게 플레이하며 입지를 쌓은, 소위 선발대라고 불리는 유저.
그런 만큼 그는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비록 랭킹은 간신히 10만 위 안에 턱걸이로 들긴 했지만, 10억 명이 즐기는 게임에서 10만 위면 엄청난 순위였다.
단순히 비율로만 따져도 상위 0.01%가 아닌가.
랭킹이 무조건 실력과 강함의 지표인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게 사실이었다.
어딜 가도 떵떵거릴 수 있는 랭킹.
일명 랭커라고 불리는 영역을 뚫은 사내가 바로 듀크였다.
‘빌어먹을.’
그것은 듀크의 자부심이었고, 역린이기도 했다.
세상에서 제일 잘나가는 게임의 랭커가 되었다는 자부심과, 그 이상 올라갈 수 없는 벽을 느낀 것에서 오는 절망감.
그 두 가지가 늘 듀크의 마음을 자극했다.
‘어떻게 해도 올라갈 수가 없어. 뭐지? 뭐가 문제지?’
랭커로서 벌어들이는 모든 돈을 다 쏟아부어도 여기가 한계였다.
뭘 해도 그의 순위는 굳게 박힌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연 순위만이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강함이나 위치도 어느 순간부터 정체된 것이 느껴졌다.
‘뭐가 문제란 말이냐. 여기서 나보다 투자를 많이 하는 사람도 없는데!’
그들은 돈을 쓰기 바쁘지, 자신처럼 순위를 올리는 데 급급하지 않다.
남들이 1의 노력을 할 때 자신은 5의 노력을 붓고 있다.
듀크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당장 자신과 어울리고, 친해진 이들은 모두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놈들 투성이였으니까.
반면 듀크는 노력은 물론 돈을 투자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듀크는 결국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
아니,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이렇게 노력을 해야지만, 그는 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안 하면, 금방 10만 위권 밖으로 밀려났을 거다.
즉, 여기가 그의 한계였다. 듀크 본인이 그걸 인정하기가 싫었을 뿐.
‘더 올라갈 수 없다면, 차라리 다시 시작하겠다.’
누군가는 미련하다 할 수도 있다.
아니, 미련을 넘어서 무식하다고 혀를 찰 놈들투성이일 것이다.
하지만 듀크는 정체되는 것이 너무도 싫었다.
정확히는…….
‘나보다 못 하는 놈들이 내 위에 있는 걸 참을 수가 없다.’
아무리 봐도 자기가 더 잘하는 거 같은데.
자기가 더 컨트롤이 좋은 거 같은데!
그들은 자신보다 높이 있었고, 실시간으로 그 거리는 더 벌어지고 있었다.
듀크는 그 이유가 ‘특성’과 ‘신 뽑기’라고 생각했다.
그는 랭커 중에서도 몇 없는 우화신과 평범한 특성을 지닌 창술사였으니까.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어떻게든 좋은 걸 뽑을 때까지 리트라이 하는 건데.’
지금에야 특성과 고유 능력의 중요성이 널리 퍼지고 그걸 얻어내기 위해 노가다 하는 추세이지, 자신 때는 그러지 않았다.
하루빨리 게임을 시작해서 앞서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으니까.
덕분에 괴물 같은 재능과 돈을 가진 양반들만 꿀을 빨게 되어 버렸다. 자신과 같은 이들은 한계에 도달해 강제로 멈춰야만 했고.
그것이 너무 불합리했다.
때문에 듀크는 과감하게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시작했다.
‘씨X…… X됐다.’
그리고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