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82)
제82화
82화.
전 재산을 들여 억 단위의 투자를 해도 신화신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영웅신을 뽑아야 했다. 그래도 최악은 아니었다.
‘특성도 훨씬 좋고, 영웅신 중에서도 탈영웅신이라고 불리는 놈을 뽑았다.’
심지어 자신이 원하던 창술과 관련된 특성과, 고유 능력이었다.
이전에 비하면 너무도 우월한 조건.
거기에 자신의 노하우와 인맥이 더해진다면?
‘알고 있는 히든 피스만 해도 10개가 넘어.’
충분히 시간만 들이면 이전의 위치, 아니 그 이상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인생 뭣 같다.’
자신이 열심히 육성할 동안에도, 그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애초에 놈들이 제자리에 멈춰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걸 의식하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자랑하던 인맥도 삭제하고 다시 만들자, 대부분이 떠났다.
이제 남은 건 친하게 지내던 이들뿐.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었지. 듀크야, 무슨 자신감으로 그랬던 거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던가.
뭐에 미쳤던 건지 듀크는 그릇된 선택을 했고, 그 책임을 혹독하게 지고 있었다.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전에 비해 내실도 탄탄하게 잡아가고 있고, 나중에 알게 돼서 못 깬 히든 피스도 클리어했다.
그리고 특성이랑 고유 능력도 더 좋아지지 않았나.
분명 시간만 들이면…… 시간만…….
“에휴. 뭐라냐.”
시간은 누구에게든 공평하게 흐르는데 시간은 뭔 놈의 시간인가.
물론 놈들은 거의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니 비교적 많은 시간을 들여서 스펙을 높이긴 하겠지만, 어찌 됐든 강해지고 있었다.
그런 놈들보다 효율을 내려면 무지막지하게 성장해야 하는데, 그게 될 리가 있나.
너무 위쪽 공기만 맡다 보니 밑의 세상이 어떤지 망각했던 거다.
이젠 그냥 랭커라는 자리에 도달만 해도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해탈하며 브리온까지 왔을 때였다. 슬슬 졸업 퀘스트를 받을 레벨이 다가오고 있을 무렵.
[카이저가 귀환했다!] [신의 귀환! 오자마자 레이븐의 왕좌를 탈환하다!] [카이저, 그가 누구인가.]느닷없이 난리가 난 커뮤니티가 듀크의 관심을 끌었다.
‘카이저? 설마 내가 아는 그 카이저?’
그도 그럴 게 상당히 익숙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뎀로크를 아주 잠깐 찍먹해 본 게 다지만, 그때도 카이저의 위상은 엄청났었으니까.
정확한 업적은 몰라도 그냥 대단한 양반이구나, 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한데 뎀로크가 섭종하면서 사라졌다 들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왔다고? 헐 뭐야, 진짜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하나 그게 사실이란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카이저 대박 ㅋㅋㅋㅋ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오자마자 멸살 자리 치워 버리는 거 실화냐 ㅋㅋㅋㅋ 멸살 반응 궁금하다 진짜.
-오빠 멋있어요 절 가져요 (덜렁덜렁)
-와, 행보 하나하나가 다 간지…… 이러다 브리온에서도 사고 한번 치는 거 아님?
-거하게 대형 사고 칠 듯.
갓오세 홈페이지나 초록창은 물론, 커뮤니티에도 온통 카이저에 대한 얘기뿐이었으니까.
-근데 이렇게 되면 다들 카이저 노릴 수밖에 없는 구도 아님?
-길드 다 까서? 에이, 걔네도 양심이 있지. 설마 다구리를 치거나 하진 않지 않을까? 그냥 은근하게 압박해 오겠지.
-막말로 다른 길드 들어가는 것보단 차라리 혼자 다닌다고 선포한 게 걔네 입장에선 더 나을걸?
-아니아니, 그거 말고. 길드가 없으면 지켜 줄 방패가 없잖아.
하필 그때 마침 듀크의 눈에 저 얘기가 띈 건 우연일까?
-지금 카이저 모르는 사람 없잖아. 유명세 엄청난데 길드도 없어, 뭐 파티도 없어, 최고의 먹잇감 아님?
-야, 카이저야. 업적을 발로 찰 정도로 이뤄 냈는데 누가 겁도 없이 그래?
-카이저는 사람 아니냐? 과거에 어쨌든 지금은 이제 겨우 레이븐 졸업한 쪼렙 유저잖아, 내 말이 틀려?
-맞긴 한데…… 그래서 뭐 어쩌자고?
듀크는 어느새 자세를 바로 하고 얘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름 랭커였던 만큼 갓오세가 어떤 세상인지 잘 알고 있는 듀크다.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지금이 기회다 이거지.
-무슨 기회?
-떡상할 기회, 새끼야. 카이저 잡으면 바로 스타 되는 거야. 100대 길드 바로 프리패스하지 않겠냐. 100대 길드가 뭐야. 잘만 하면 10대 길드도 쌉가능일 듯?
-……듣고 보니 그러네?
-내가 듣기로 브리온에 있는 놈들은 벌써 팀 꾸리고 있다더라. 여차하면 확- 하려고.
꿀꺽.
거기까지 읽은 듀크가 고개를 들었다.
그 뒤로도 뭐라 떠드는 채팅들이 보였지만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떡상할 기회 새끼야.
-잘만 하면 10대 길드도 쌉가능일 듯?
그저 그 채팅만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이거다.’
상위 0.01%의 랭커.
삭제하고 다시 시작하여 카이저를 잡아낸 남자.
벌써부터 사람들이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자신에게 집중할 것이고, 이는 곧 길드 프리패스가 될 터였다.
그들에게 있어 재능만큼 중요하게 보는 게 바로 스타성이었으니까.
‘나에게는 없던 거…….’
스타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랭커에 있음에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비운의 랭커.
그게 이전의 듀크였다.
하지만 카이저를 잡아냈다는 타이틀을 가져간다면 말이 달랐다.
모두 자신을 카이저 사냥꾼, 혹은 신살자라 부르겠지.
벌떡-.
듀크가 그대로 방금 막 나왔던 캡슐에 다이빙했다.
그러곤 갓오세에 접속하여 홀린 듯이 카이저를 찾았다. 카이저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쩌억-.
저벅, 저벅.
도시 한복판.
마치 모세의 기적이 열린 듯, 홍해처럼 갈라진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남자.
그 남자를 보면 단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카이저…….’
사람들의 시선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대신전에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너무도 멋있었다.
듀크가 줄곧 원하던 이상향의 모습. 그렇기에 더욱 투지가 불타올랐다.
‘내가 가질 수 있다.’
저 위치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게 이유였다.
“아씨, 로그아웃했대.”
“뭐 사람이 저렇게 자유분방해? 예측되는 게 하나도 없네.”
“아효. 하기야…… 뭐 나 같아도 이런 상황이면 그냥 꺼 버리긴 하겠다. 몰린 사람이 몇이냐.”
“쯔쯧. 사냥이나 하고 오자. 보이면 또 소식 들려오겠지.”
카이저가 로그아웃했다는 소식에 다들 포기하고 제 할 일을 하러 갔을 때, 포기하지 않은 이유.
“어? 저거 카이저 짐꾼 아니냐?”
“맞는데? 뭐지, 왜 혼자 다녀? 따라가 볼까?”
“에이, 아서라. 잘못 걸리면 큰일 나. 어차피 따라가 봤자 카이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긴…… 검사인데 뭐 은신이 있어, 공간전이가 있어.”
필드에서 로브를 쓴 카이저의 일행이 보였을 때.
다들 호기심에 쳐다보는 정도로 그쳤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은 이유 말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지금 결실을 맺었다.
“이야, 이게 안 걸리네.”
끈덕지게 로브 쓴 자를 따라가길 몇 분.
우뚝 멈춘 그의 옆에 돌연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다름 아닌 카이저였으니까.
어째서 은신을 쓸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하게 카이저였다.
쿵쾅쿵쾅.
‘맙소사…….’
심장이 터질 듯 펌프질했다.
소식으로만 전해 듣고, 영상이나 사진으로 희미하게만 보던 그 카이저를 보게 되다니!
뭔가 역사서에 나오는 위인을 만난 것처럼 기분이 묘하고 들떴다.
하지만 그 감정은 이내 가라앉고, 투지와 탐욕으로 변질되었다.
‘이건 기회다. 내가 가장 먼저 발견했어. 지금 처리하면, 내가 카이저 사냥 타이틀을 가지는 거야.’
스타를 만나서 신기했을 뿐, 별다른 긴장은 없었다.
그는 기껏해야 24~27레벨 정도 되었을 터. 반면 자신은 무려 34레벨에 내실도 탄탄하게 잡아 가며 육성했다.
거의 10레벨 가까이 차이가 나는 상황이니 일대일에서 질 리가 없었다.
실력이라면 그도 자신 있었으니까.
……라고 생각했다.
서걱-!
“손맛 좋고.”
‘……?’
달려드는 오크를 한 방에 처치하는 카이저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피하고 때리거나, 뭐 막고 때린 게 아니다.
그냥 돌진해 오는 오크의 목을 그대로 베어 냈다. 마치 오크가 자살 특공대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운 역관광.
‘아니, 저게 말이 되나?’
사람들이 오크의 돌진을 괜히 피하는 게 아니다.
일단 막아 내면 스펙에서 밀려서 튕겨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게 첫 번째 이유요.
설령 힘 싸움에서 안 밀린다 해도 돌진해 오는 적을 그대로 공격하는 건 말이 안 되니 그냥 피하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괜히 정석 공략법이 아닌 것이다. 한데 저걸 뭐 저리 숨 쉬듯이 당연하게 한단 말인가. 순간 저게 정석 공략이라 오해할 뻔했다.
이상한 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딜이 뭔…… 왜 한 방 컷이 나와? 20레벨대 아니었어?’
스펙이 짱짱하다 자부하는 자신도 족히 세 방은 때려야 한다.
그것도 잘 때렸을 때지, 보통은 더 많은 타수가 필요하지 않을까?
‘……공격력 몰빵이겠지. 유리몸일 거야.’
그래,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원래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랭커들은 체력보다 공격력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카이저쯤 되면 그런 경향이 다소 극단적일 수도 있겠지.
잘만 기습하면 충분히 해 볼 만할 거다. 어차피 옆에 있는 사람이라곤 저 짐꾼뿐이지 않은가.
‘역시 가디언이 맞았네. 템 수거용으로 키우고 있는 건가.’
그게 합리적이었다.
듀크의 안색이 다시 밝아졌다.
‘그래. 짐꾼이야 뭐 나중에 처리해도 늦지 않……?’
그어어- 그어-.
괴상한 소리를 내며 오크와 고블린들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오크는 그렇다 치고, 고블린은 여기 왜 있나 싶어 자세히 보니 놈들의 외형이 특이하다.
생명체라기엔 너무 부패되고 눈이 죽어 있었으며, 뭔가 모를 불길한 검은 기운을 뿜고 있었다.
저건 마치…….
‘……언데드?’
그리고 그들은 곧, 오크 한 마리를 잡아 왔다.
단체로 우르르 몰려가서 번쩍 집어 들더니 이내 일방적인 구타를 가하는 그들.
그렇게 오크가 목숨을 잃었다.
“…….”
그 광경을 바라보던 듀크는 결심했다.
‘튀자.’
저건 못 이긴다.
저 비정상적인 카이저의 딜만 해도 부담스러운데 언데드들까지?
이걸 싸움 거는 건 그야말로 자살 시도였다.
도대체 누가 저거 보고 짐꾼이라 했는가. 그야말로 왕도의 길을 걷는 귀족 네크로맨서한데!
가디언 중에 저런 능력을 가진 가디언이 있던가?
‘가디언이든 일행이든 알 바야.’
적어도 그가 알기론 없었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저 존재감 없던 자가, 무려 지휘관 네크로맨서라는 거였다.
‘나도 팀 구해 볼걸…….’
지금이라도 최대한 인맥들한테 연락을 넣어 보면…… 당연히 늦겠지.
젠장, 너무 마음이 급했다.
아니, 사실 혼자서도 충분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단신으로 격파해야 더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있고.
‘뭐가 됐든 일단은 물러나자. 그게 맞다.’
그래도 듀크는 멍청한 선택을 두 번이나 반복할 만큼 머저리는 아니었다.
자신의 갓오세에 그런 선택은 캐삭 하나면 충분했다.
그나마 지금 바위 뒤에 숨어 있어서 걸리진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듀크가 적당히 도망갈 틈을 재고 있을 때였다.
스윽-.
갑자기 드리우는 그림자.
그에 무심코 고개를 들자 흉측한 얼굴을 한 오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으어억!?”
자고로 사람은 놀라면 손이 먼저 움직인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듀크는 그랬다. 그런 듀크의 손에는 창이 들려 있었고, 자기도 모르게 오크의 다리를 찌르고야 말았다.
-리자!!
“……리자?”
오크라기엔 너무 깜찍한 목소리.
그것에 의문을 품는 찰나, 듀크의 머리 위로 띠링 하며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플레이어 ‘카이저’ 님에게 선제공격을 가하였습니다.] [상대에게 죽임을 당할 시 아이템을 떨어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게 뭔…….”
이해할 수 없었다.
오크를 때렸을 뿐인데 무슨 선제공격이란 말인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오크를 바라보는 듀크의 눈에 놈의 하얀 손이 보였다.
‘색이 원래 저랬나……?’
그 의문을 해결할 겨를도 없이,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사람?”
“흐억!?”
“어우,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세요.”
카이저였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카이저와 짐꾼…… 아니, 네크로맨서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에 듀크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X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