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84화.
지금 갓오세 홈페이지 및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특명! 카이저를 잡아라! 야, 너도 스타 될 수 있어!
진짜로 이런 옛 향수가 느껴지는 제목이 올라온 건 아니다.
그저 누군가 지금의 상황을 한 줄 요약한 말일 뿐.
“카이저 잡으면 바로 100대 길드 직행이라며?”
“100대 길드가 뭐임. 10대 길드 쌉가능이래.”
“카이저 잡으면 바로 스타 된다며? 지금 브리온에 벌써 카이저 사냥팀 10개가 넘는대.”
“아씨, 나도 브리온인데. 합류해 봐?”
“너도 스펙 괜찮지 않냐? 빨리 합류 안 하고 뭐 해? 로또 1등이 눈앞에 있는데 이걸 안 집어 봐? 무조건 못 먹어도 고지!”
수많은 사람들이 카이저에 대해 떠들었고, 그만큼 카이저를 노리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결국 자연스레 경쟁에 불이 붙었다.
카이저라는 상징성도 그렇고, 대신관을 만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야말로 황금알 낳는 거위.
아니, 황금 고블린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먼저 잡는 놈이 임자!”
“내가 먼저야, 비켜!”
“야야, 전갈네 벌써 다 모였단다. 우리도 빨리 다 소집하라 해!”
분위기가 이래서일까?
아니면 잔잔했던 저레벨 존에 일어난 이례적인 파급력이 불러일으킨 현상일까.
너 나 할 것 없이 발 빠르게 움직였고, 어느덧 먼저 카이저를 발견한 사람이 임자가 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카이저를 상대로 질 수도 있다는 생각?
“지 혼자 어쩔 거야? 길드도 없는 놈인데.”
“방구석 네티즌들이나 빨아 주지. 우리 같은 현장직들은 아니다, 이 말씀이야.”
“열심히 빨라 그래. 그럴수록 우리 위세만 더 커지는 거야.”
“와씨, 카이저 잡으면 뭐 하지?”
“일단 영상부터 켜. 영상 못 찍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카이저가 아무리 대단해도 지켜 줄 길드나 파티도 없는 일개 단신일 뿐이다.
데리고 다니는 가디언인지 일행인지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 봐야 짐이나 줍고 다니는 놈일 뿐.
그 정도야 충분히 감내할 만했다.
짐꾼이 뭐 잘나 봐야 짐꾼이지, 사냥도 잘했으면 전투원으로 같이 사냥했지 않겠는가.
‘내가 해 온 짬바가 있는데 한 명을 못 이길 리가.’
‘다섯 명이 달려드는데 설마 지겠어?’
‘못 잡으면 나가 뒤져야지.’
뒤탈도 없고, 잡으면 무수한 영광이 따라온다.
이걸 찍먹 하지 않을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 있겠는가.
신의 귀환이니 뭐니 하며 열광하는 이들이 많은 듯한데, 뭐든 팬이 많으면 그만큼 적도 많은 법이었다.
하나 그런 그들의 포부와 달리, 막상 제대로 움직이는 이는 없었다.
“젠장!”
정확히는 그럴 수가 없었다.
“카이저 로그아웃했대.”
“에라이, 어쩐지 일이 잘 풀린다 했다.”
“아니 뭐 이걸 로그아웃하냐.”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들은 준비가 다 됐는데, 정작 그 먹잇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허망하게 도시에 남게 된 그들은 불평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지도 쫄리는 거지.”
“하긴…… 노리는 놈들이 몇이냐 크큭. 그니까 왜 객기를 부려? 덕분에 우리야 좋긴 하다만.”
“자기도 막상 일 벌여 놓고 보니까 아차 싶겠지.”
“혹시 모르니 버로우 타고 있자.”
“내가 볼 때 내일이나 들어올 듯. 난 당구나 한 겜 치러 가련다.”
그런 그들은 이내 세 부류로 나뉘었다.
혹시 모르니 도시에 남아 있는 사람, 플레이 타임을 아끼기 위해 로그아웃하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오늘은 글렀다 싶어 그냥 편하게 놀러 간 사람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카이저 떴다!!”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깜짝 소식이 터져 나왔다.
“뭐?”
“구라 치지 마. 이제 겨우 1시간 지났는데?”
“비릿한 바위 숲이래. 빨리 다시 소집해!”
“아 놔, 뭐 이랬다저랬다야?”
카이저가 비릿한 바위 숲에 출몰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다들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앞다투며 필드로 달려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도착한 팀은 전갈팀이었다.
‘그래, 내 이럴 줄 알았다! 기회는 부지런한 사람한테 오는 거야.’
세 부류 중 혹시 몰라 포기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이들.
그중에서도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발길을 뗀 게 전갈팀의 수장이자 통칭 ‘전갈’이라 불리는 스콜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카이저다!”
정말로 바위 숲 한복판에서 당당하게 사냥을 하고 있는 카이저의 모습을.
부지런히 움직인 그에게 찾아온 달콤한 기회.
카이저가 왜 나타났는지, 왜 중앙에서 저렇게 시선을 끌며 사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따위 없었다.
정확히는 궁금하긴 했으나, 굳이 상관없었다는 게 맞았다.
‘이게 웬 떡이냐.’
스콜의 눈에 카이저는 그저 빛나는 황금 상자로 보일 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움직였다.
“계획했던 대로 간다.”
“라저!”
촤르륵-.
빠르게 진형을 펼치고 돌격하는 그들의 손에는 서양식 검과 방패가 들려 있었다.
방패로 무장한 채 몰아붙이면, 마법을 다루는 스콜이 요격하는 전략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카이저도 자신들을 늦게 발견했는지, 반응이 늦었다.
거리를 좁힐 대로 좁힌 후에야 뒤늦게 발견한 카이저의 눈이 커진 게 보인다.
‘간다!’
그에 신이 난 스콜이 얼음 마법을 캐스팅할 때였다.
쿵쾅!
“억!?”
“뭐야, 이 오크는?”
갑자기 쿵쾅거리며 끼어든 오크가 씩씩거리며 발버둥을 쳤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워낙 사나운 성정을 지닌 브리온의 오크들은, 원래부터가 기습 돌격으로 유명했으니까.
“아, 거슬리게.”
한데 하필 위치가 문제였다.
마치 고의로 그러기라도 한 듯, 정확히 카이저와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가. 그냥 무시하고 가도 되겠지만, 모처럼 잡은 기회에 변수를 만들기는 싫었다.
파닥파닥!
무엇보다 저놈 스텝이 심상치가 않다.
기껏해야 두 명인 저것들을 노리는 게 아니라, 이쪽을 보며 양팔을 휘적거리며 성을 내는 게 아무래도 어그로가 제대로 튄 모양.
“저거부터 치워.”
“예.”
그들 모두 30레벨이 넘은 이들.
브리온에서만큼은 강자에 속하는 데다 수도 많으니, 금방 치울 수 있을 거다.
그리 판단하고 검으로 쳐 낸 순간.
[플레이어 ‘카이저’ 님에게 선제공격을 가하였습니다.] [상대에게 죽임을 당할 시 아이템을 떨어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엥?”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 직후 드리우는 섬뜩한 그림자.
[표식이 생성됩니다.]“어?”
뒤에서 들려오는 중저음에 오크를 쳐 낸 부하가 몸을 흠칫 떨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저 앞에 있어야 할 카이저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는 건…….
“카, 카이ㅈ……!”
서걱-!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치는 부하의 허리를 깔끔하게 베어 버린 카이저, 아니 도현.
갑작스런 도현의 등장에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게 뭔……!?”
“씨X, 일단 죽여!”
영문 모를 습격에 당황하긴 했지만, 수적으로 유리하다.
심지어 위치도 좋았다.
멍청하게 한가운데로 들어와서 스스로 포위당하는 걸 자처했으니까.
방패로 퇴로를 차단한 후 꼬챙이로 만들면 끝이었다.
타타탓, 푹!
“어?”
그 생각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가운데로 몰아 단체로 검을 찔러 넣는 순간, 도현의 신형이 사라진 것이다.
[표식이 사라집니다.]그리고 나타난 건, 처음 허리가 베인 동료의 뒤였다.
그 광경을 지켜본 그들은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뒤잡기……?’
저걸 카이저가 왜?
카이저는 검사 아니었나? 알고 보니 검사가 아니라 암살자?
[‘돌진베기’를 사용합니다.]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에는 도현이 검사 스킬을 사용해 왔다.
후웅, 빠르게 미끄러지듯 돌진한 도현이 천변(千變)을 휘두르자, 검의 형태였던 천변(千變)이 창으로 바뀌었다.
촤악-!
“커억!”
일타쌍피.
단숨에 두 명의 몸을 베어 낸 그가 다시금 천변(千變)의 형태를 바꿨다.
이번엔 단검이었다.
자빠진 놈들의 급소에 침을 놓듯 단검을 찔러 주자, 화면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흐, 흐아압!”
그런 도현을 향해 묵직하게 검을 내려찍는 남자.
시체가 주위에 널브러져 있어 피할 곳도, 그럴 겨를도 없다.
이번만큼은 적중한다!
[천변(千變)이 ‘은철방패’로 변형됩니다.]쾅!
……라는 생각을 비웃듯 커다란 방패가 그의 검을 가로막았다.
“아.”
순식간에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남자가 눈을 감았다.
그게 그의 마지막이었다.
순식간에 부하를 모두 잃은 전갈팀의 수장, 스콜이 혼이 나간 듯 멍한 얼굴이 되었다.
‘뭔 일이 일어난 거지?’
아직 30레벨도 되지 않은 저레벨 아니었나?
한데 저 말도 안 되는 대미지와 속도는 뭐란 말인가.
아니, 아니다. 놀랍긴 해도 수적으로든, 레벨이든 유리한 건 이쪽이다.
한데 그걸 압도적인 실력 차로 뒤집어 버렸다.
‘이게 카이저…….’
순간 카이저의 업적을 정리해 둔 게시글들이 생각났다.
수많은 업적을 나열한 그것들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던 내용.
-카이저에게 대인전에서 이길 생각을 하지 말라. 절대 불가능한 일이니.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남자에게 감히 싸움을 걸 생각하지 말라고.
당연히 과장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게 과장이 아니더라도, 지금 같은 조건이라면 충분히 해 볼 만하다 생각했다.
하나 그건 착각이었다.
저건 마치…… 사람이 아니라 죽음의 사신 같지 않은가.
“한 놈 남았네.”
검은 복장으로 무장한 사신과 눈이 마주친 스콜이 입을 벌렸다.
“아아…….”
도망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인 그를, 도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베어 넘겼다.
[플레이어 ‘스콜’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카르마 수치가 오르지 않습니다.] [드롭된 아이템을 루팅하시겠습니까?]“일단 한 팀 제거.”
휙휙, 천변(千變) 털어 낸 도현이 씨익 웃었다.
“빨리 와! 전갈 놈들한테 뺏기기 전에 얼…… 응?”
“……어라?”
한 박자 늦게 비릿한 바위 숲에 도착한 다른 사냥 팀들이 그런 도현을 보고 멈칫했다.
전갈 놈들이 분명해 보이는 시체들.
그리고 그 시체 위에서 홀연히 서 있는 도현.
“……이게 뭔 상황이냐?”
“모르겠는데 일단 족치자. 싸우느라 힘 좀 빠졌을 거야.”
“여유 부리다 뺏기고 싶냐? 족쳐!”
좀 당황했지만, 잠깐뿐이었다.
곧 몰려들 다른 하이에나들을 견제한 그들이 곧장 돌격해 왔다.
-리자!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에 양손을 파닥이며 나타난 오크 한 마리.
“응?”
“뭐야, 이 오크는.”
“거슬리니까 치워 이거.”
전갈팀과 같이 그들도 오크부터 치우는 방향을 선택했다.
[플레이어 ‘카이저’ 님에게 선제공격을 가하였습니다.] [상대에게 죽임을 당할 시 아이템을 떨어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그렇게 그들은 이전의 놈들과 같은 메시지를 봐야 했고,
“선빵 쳤네? 쳤으면 죽어야지.”
“아…….”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빨리! 여기에 카이저가 있…… 음?”
“어…….”
그리고 반박자 늦게 온 새로운 하이에나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다른 팀들이 카이저를 사냥 중이라 해서 서둘러 왔더니, 예상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던 것이다.
‘시체 봐, 저게 다 몇 명이냐.’
‘……저걸 다 혼자 잡은 거야?’
‘방금 죽은 애 김진우 아니냐? 100대 길드가 눈여겨보고 있는 슈퍼루키라 들었는데.’
‘야야, 바닥에 쓰러진 애들 다 슈퍼루키들이다. 다 아는 얼굴이야.’
심지어 죽은 놈들이 일개 잔챙이도 아니었다.
루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법한 간판 루키들.
카이저를 잡으려는 이들인 만큼 나름 스스로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는 이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에 경고등이 떴다.
‘튀자.’
‘못 이길 듯.’
이건 도망가야 한다. 그런 판단에 도망치려던 때였다.
“흐익!?”
“뭐야, 왜 그래.”
옆에 있던 동료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본능적으로 돌아보자, 보였다.
웬 못생긴 오크 한 마리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동료의 모습과, 그들의 머리 위에 떠오른 문구가.
[플레이어 ‘카이저’ 님에게 선제공격을 가하였습니다.] [상대에게 죽임을 당할 시 아이템을 떨어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잠시 침묵이 맴돌던 그들이 슬쩍 도현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어…… 저희 그냥 가 보면 안 될까요?”
그 수줍은 물음에 도현이 싱긋 웃으며 답해 주었다.
“안 돼.”
“아, 역시 그렇죠?”
그들도 마주 웃었고, 그 웃음이 비명으로 바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