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9)
제9화
9화.
[진리의 눈]-등급 : 유일 특성
-효과 : 숨겨진 것을 꿰뚫어 본다.
짤막한 문구.
그걸 본 도현은 감동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유일 특성……!”
난생처음 보는 종류의 특성.
유일이라는 타입은 뎀로크에서도 본 적이 없다.
하나 그것의 가치를 몰라볼 정도로 도현은 멍청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게 뭔 능력인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 엄청난 능력인 건 확실해.’
웨폰 마스터? 영웅? 슬레이어?
좋은 특성들이다.
하나 유일무이한 특성은 아니다.
저것들을 모두 소지한 사람은 없을지언정 하나씩만 두고 보면 소유한 이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진리의 눈은?
‘적어도 이런 특성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유일(唯一).
말 그대로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
10억의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갓오세에서 오직 도현만이 소유한 특성이라는 소리다.
그 위력은 둘째 치고 희귀성에서 비교가 불가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들이 있었지.’
커뮤니티에서 특성에 붙은 등급이란 단어를 두고 말이 나오는 걸 봤었다.
어차피 다 특성인데 왜 굳이 ‘타입’이나 ‘종류’가 아닌 등급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냐고.
타당한 의문이었다.
일반, 희귀, 영웅, 전설처럼 급이 나뉘는 것이 등급이지, 특성인지 스킬인지 나누는 건 타입이나 종류가 맞으니까.
제법 많은 의견이 오고 갔지만, 결국 한국말과 외국말이 다른 것에서 나온 오류가 아닐까 하는 의견으로 흐지부지 끝났었다.
도현도 그 게시글을 볼 때는 비슷한 생각이었다.
아니, 솔직히 별생각이 없었다.
등급이든 타입이든 딱히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으니까.
그냥 그런 갑다, 하고 넘어간 것이다.
한데 그 이유를 지금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등급이었을 줄이야…….’
유일 특성과 특성.
이 2개가 등급의 명칭이었던 거다.
생각해 보면 알X고보다 뛰어나다는 그 인공지능이 이런 오류를 낼 거라 생각한 게 안일한 생각이었다.
의문이 해결되긴 했으나, 사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로또에 당첨되었다는 거지.’
그것도 그냥 로또가 아니었다.
유일무이한 특성과 5개의 특성, 그리고 그 외 타이틀까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최초의 슬레이어]-등급 : 전설
-설명 : 최초로 전설급 네임드 보스를 사살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효과
격노 : 보스 몬스터에게 10%의 추가 대미지가 들어간다.
포식 : 첫 전투 때 트라이에 성공할 시 모든 능력치가 + 6 상승한다.
이전에 잡은 보스와 같은 타입의 보스에겐 ‘포식’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능력치 + 10
[현재 포식으로 획득한 능력치 + 6]그도 그럴 게 특성만으로도 달달한데 무려 전설급 타이틀이다.
전설이란 등급에 맞게 엄청난 성능이었다.
기본 옵션인 모든 능력치 + 10만 해도 대박인데 포식으로 후반 포텐셜까지 높일 수 있다.
거기에 보스 몬스터에게 10%의 추가 대미지를 주는 격노까지.
타이틀 하나로 칭호 3개 효과를 내고 있었다.
‘하…… 달다…….’
당뇨에 걸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달달한 시작이었다.
‘운빨똥망인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오다니…….’
뎀로크에선 세상의 억까를 받던 도현이기에 더 값지게 다가왔다.
그간 얼마나 배 아픈 나날을 보냈던가.
그때는 남들 희귀 등급 하나씩 얻을 때 일반 등급 들고 설치면서 시작했는데…….
‘이번엔 느낌이 좋아.’
시작부터 특성 6개와, 전설급과 희귀급 타이틀을 들고 시작하는 유저가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면 아주 뒤집어질 거다.
눈이 뒤집혀져 자신을 섭외하려는 유저들과 배 아파 죽을 것 같아서 그냥 자신을 죽이려는 유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지도 모를 일.
‘믿지도 않을 거 같지만.’
당장 자신이었어도 안 믿을 일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보다…….’
보상 확인을 마친 도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철혈의 마용종 때문에 쑥대밭이 된 바닥과 벽, 그리고 그 공간과 선을 그은 듯 멀쩡한 반대편 내부가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며 도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튜토리얼이 안 끝나냐?’
그가 알기론 여신이 등장해 보스 몬스터를 다시 봉인시키고, 모험가를 본대륙으로 보내 주며 게임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데 그중 아무런 이벤트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잠시만…… 보스 몬스터를 봉인?”
동시에 도현의 뇌리를 스쳐 가는 무언가.
‘분명 여신이 등장하는 시점이…….’
유저가 죽는 시점이다.
하지만 자신은?
죽기는커녕 마용종을 때려잡고 온갖 특성과 보상을 독차지했다.
그 영향으로 모든 것이 달라진 상황.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금방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 침착함은 곧 약간의 기대로 바뀌었다.
예정되었던 이벤트가 바뀐 거라면…….
‘히든 피스일 수도 있다.’
이미 꿀을 빨 대로 빨아 놓고 욕심이 그득한 속내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들어왔던 문 앞으로 다가가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스의 사망을 확인하였습니다.] [입구로 돌아가시겠습니까?]“어.”
빠르게 대답하자 시야가 반전되었다.
지저분했던 방보다 더 요란하게 무너져 있는 복도 위에 마물의 사체가 즐비하다.
도현이 안에 있던 5시간 30분 내내 이곳에서도 기나긴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피로 얼룩진 전장에서 놀란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찰리.
수많은 몬스터들의 피를 뒤집어쓰고도 그 기세만큼은 꺾이지 않고 있던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내 눈이 마주친 그의 입술이 떨려 온다.
“아…… 아아…….”
“…….”
도현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 양반이 또 주옥같은 대사를 뱉으려 한다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분명 괴물이 소환되는 소리가 들렸는데…… 정녕 그것을 죽인 것입니까?”
“예, 뭐…….”
“그럼에도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이라니 당신은 대체…….”
전과는 달리 극존칭에 가까운 말투, 공손한 어조, 그리고 동경에 찬 저 눈빛까지.
모든 게 벌써 부담스러웠지만, 찰리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
“본디 영웅은 난세에서 피어나는 법. 당신의 존재가 이 어지러운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거라 저 찰리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결연한 얼굴이 된 그가 이내 한쪽 무릎을 꿇은 건 그때였다.
“영웅이시여…… 그 영광스런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부디 이 미천한 기사가 당신의 심장이자 검이 되기를 바라도 되겠습니까?”
띠링-.
그와 동시에 나타나는 메시지.
[아르렌성의 기사단장 ‘찰리’가 당신의 심장이자 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사의 서약을 받아들일 시 그가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미친?’
내심 히든 피스를 기대했지만, 그래도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기사의 서약이라 하면 설령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믿고 따르겠다는 뜻이었으니까.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수락할 시 찰리는 더 이상 아르렌성의 기사단장이 아닌 카이저의 수하가 됩니다.] [그가 받을 혜택을 주군이 대신 받습니다.]서약을 맺은 기사는 어떤 위치에 있는 이든, 모든 걸 내려놓고 주군의 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간 받아오던 모든 권리와 혜택을 주군에게 바친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바치는 서약.
‘대박이다.’
한 성의 기사단장이나 되는 위치면 앞으로 성장에 도움 될 요소는 많을 거다.
어디 가서도 NPC들에게 대우받을 수 있고, 높은 위치를 통해 쉽게 성장할 수 있을 터.
하지만…….
[하나 그는 이미 오래전 죽은 고인, 그의 주군이 되어도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아.”
곧이어 떠오른 메시지에 도현이 김빠지는 탄성을 냈다.
어쩐지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 했다.
하기야 1레벨이 기사단장의 주군이 되면서 시작하면 너무 밸붕이긴 하다.
‘튜토리얼은 과거 아르렌성의 참사를 재현한 거랬지.’
이세계에서 온 모험가가 여신을 통해 본대륙으로 가는 발판이자 무대가 튜토리얼의 정체인 것이다.
본게임의 시점과는 달리 먼 옛날 중세시대와 같은 풍경인 것도 그 이유였고.
‘그냥 뭐 형식적인 서약인가 보네. 일종의 이벤트 같은…….’
하긴 여기서 더 바란다면 그건 양아치겠지.
그래도 뭐 기분이라도 좋았기에 도현은 별다른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기사의 서약을 받아들였습니다.] [기사단장 ‘찰리’의 기억 속에 당신은 주군으로 머무릅니다.] [훗날 심연의 공포이자 아르렌성의 참사로 기록되는 전쟁이 ‘찰리’의 기억 속에선 승리로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당신과 함께하는 미래를 고대하며 편안하게 잠들 것입니다.] [튜토리얼이 끝나 만신전이 열립니다.] [잠시 후 만신전으로 워프됩니다.]메시지가 나타나며 보스방이 있던 곳이 워프로 바뀌었다.
원래의 루트와 다른 루트였지만, 성공적으로 튜토리얼을 마친 것이다.
‘……편안하게 잠든다라.’
도현이 슬쩍 찰리를 바라봤다.
정말 주군을 보듯 충성심 넘치는 눈빛과 결연한 표정에 괜히 눈이 갔다.
저게 저 남자의 마지막 기억이겠지.
그리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 한편이 찝찝했다.
어찌 보면 고작 NPC일 뿐이지만, 리액션을 보면서 정이라도 든 건지…….
“주군, 저희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그래서일 것이다.
결연한 눈빛 속에 언뜻 작은 기대가 어린 그를 보며, 워프를 타기 전 굳이 대답해 준 것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지. 어지러운 세상이니까.”
“아…….”
오글거리지만, 찰리라면 분명 이 대답을 가장 원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반응 없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던 찰리가 도로 입을 다물었다.
특별한 대답은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의 눈은 도현의 생각이 맞았음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워프를 이용합니다.] [5초 후 만신전으로 이동됩니다.] [5…….]마음이 편해진 도현이 워프를 탔을 때였다.
무언가 다짐을 마친 듯 고개를 끄덕인 찰리가 다가왔다.
“……부디 이것을 받아 주십시오.”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 찰리가 공손하게 그것을 건네주었다.
[3…….] [2…….]그건 목걸이였다.
붉은 루비 같은 게 박혀 있는 다소 무난한 디자인의 목걸이.
그것을 받아 든 도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나 도현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워프의 이동시간이 끝났다.
[……를 획득합니다.] [만신전으로 이동합니다.]“감사했습니다, 주군. 부디 ……를 구원…….”
눈부신 빛에 휩싸인 메시지.
그리고 그 뒤로 흐릿하게 들리는 찰리의 말을 끝으로, 시야가 까맣게 물들었다.
[만신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신을 선택하는 곳이자 나아갈 길을 정하는 곳. 부디 신의 가호가 내려지길 기도하겠습니다.] [이곳에서는 인벤토리를 이용할 수 없으며 강제 종료될 시 자동 선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