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90)
제90화
90화.
지하드가 물러나며 온전히 카드에 집중하게 된 도현.
그는 차분하게 숫자를 셌다.
‘은색 넷, 똥색 셋.’
총 일곱 장의 카드.
유저와 달리 가디언의 만렙이 70이라 맞춘 건지는 몰라도 유저의 카드깡보다 세 장이 적었다.
그래도 확률이 그리 똥망은 아니었다.
‘대충 6 대 4 정도.’
60% 확률로 희귀 등급 스킬을 뽑는 거면 퍽 높은 확률이었으니까.
신수들이 유독 강한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기가 막힌 확률 속에서 노란색 비스무리한 색깔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용용이는 첫 방에 영웅급을 얻었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뼈아팠다.
‘하아.’
한숨을 내쉰 도현이 이내 욕심을 털어 냈다.
‘그래, 액땜 했다 치자. 솔직히 은색이면 나쁘지는 않잖아? 평타는 친 거라고.’
옛날이었으면 그 평타조차 치지 못해서 눈물을 머금었을 거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훌륭했다.
무엇보다 도현에겐 아직 한 발이 남아 있었다.
‘내 스킬은 잘 나올 수도 있어.’
혹시 모르지 않나.
이게 도현의 스킬을 위한 액땜이었을지.
작은 기대를 품으며 도현이 네 장의 은색 카드 중 왼쪽에서 두 번째 카드를 뽑았다.
팟-.
은은한 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내는 스킬 카드.
“어?”
그리고 그 카드를 확인하는 순간.
[군단 조종]-등급 : 희귀
-제한 : 네크로맨서 계열
-설명 : 자고로 지휘관은 군단을 이끄는 자.
지휘자여 군단을 이끌어라! 그대의 충실한 부하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따를지니!
-효과 : 언데드를 군단 단위로 조종한다.
스킬이 발동되는 동안 개체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으며 한 개체를 다루는 것으로 판정된다.
-쿨타임 : 30초
‘이건…….’
살짝 입을 벌리고 있던 그의 눈이 번뜩였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래, 이게 있었지.’
군단 조종.
지휘관 네크로맨서의 근본과도 같은 스킬.
뒤잡기나 패링처럼 그 등급을 상회하는 성능을 자랑하는 스킬은 아니다.
하지만 군단 조종은 지크의 근본과도 같았다.
‘압도적인 물량을 다룰 수 있게 해 주니까.’
지크의 장점이 무엇인가.
많은 물량의 군단을 안정적으로 다루며 꾸준한 DPS를 자랑하는 것이다.
폭크는 할 수 없는 지크만의 장점.
그걸 가능하게 해 주는 가장 기본적이자 근본적인 스킬이 바로 군단 조종이었다.
‘이게 있으면 마나 소모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해.’
군단을 한 개체를 다루는 것으로 판정하는 효과 덕에, 마나도 한 개체를 다루는 정도의 양만을 소모하는 것이다.
그것이 후반에 지크의 포텐셜이 폭발하는 이유였다.
수많은 군단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그들은 그야말로 일인 군단 그 자체였으니까.
그렇다 해서 만능은 아니었다.
‘세부적인 지휘를 못 하는 게 아쉬운 부분이지만.’
한 개체로 판단되다 보니 평소처럼 각 개체별로 임무를 부여할 수가 없다.
공격하라, 지켜라.
이런 단순한 명령으로 통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마저도 2개를 합칠 수가 없기에 보통 한 군단은 공격을 보내고, 다른 한 군단은 지키는 식으로 쓰곤 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만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까.
‘CC기에 쥐약이라는 것.’
한 개체로 판정되는 특성상 정신오염과 같은 타깃팅 스킬에 걸리면 군단 전체가 걸린다.
상황만 맞으면 압도적인 폭력을 구사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겨우 스킬 한 방에 자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략을 통해 적절한 타이밍에 군단 조종을 사용해야 했다.
이게 무슨 나사 빠진 구조냐는 욕을 바가지로 먹은 희대의 스킬이지만, 결국은 쓸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물량을 바탕으로 힘을 발휘하는 지크의 특성상 버릴 수 없는 스킬이었으니까.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선 군단 조종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실력 있는 네크로맨서와 초보 네크로맨서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어 있었다.
‘이런 건 뎀로크나 갓오세나 똑같네.’
하여튼 날로 먹는 걸 두 눈 뜨고 못 보는 게임의 차기작다웠다.
네크로맨서에 별 관심이 없던 도현에겐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는데, 이렇게 얻게 되니 숨통이 트였다.
‘지금은 이보다 좋은 스킬이 없어.’
비록 욕을 많이 처먹은 스킬일지언정 마나 조루나 다름없는 지금의 지하드에겐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스킬이었으니까.
“야씨, 너 심 봤다.”
-키륵…… 키헤, 케헬헬.
그걸 본능적으로 느낀 걸까.
자신의 스킬이라 그런지 보여 주지도 않았는데 지하드가 웃음을 터트렸다.
-케헤…… 컥. 컥헤헤.
냉큼 목덜미를 툭 쳐서 입을 막게 했지만, 그래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어 보였다.
입을 가리고 실실 웃던 지하드는 수 초가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주인, 말만 해. 건방진 몬스터들 다 쓸어버려 줄게.
“그래그래.”
-폭발만큼은 아니지만, 지크도 제법 좋은 거였구나? 키륵.
-리자리자!
호기로운 지하드의 모습을 보며 도현이 피식 웃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이놈은 조금만 세져도 참 행복해하는 거 같다.
하기야 강약약강인 만큼 힘의 중요성을 더 잘 알고 있겠지.
그래도 이젠 충성도가 제법 높아져서인지 뒤통수라도 칠 듯 눈을 사납게 뜨지 않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쿠헤헬…….
맞을까 봐 입을 가리고 작게 웃는 놈의 모습은, 좋게 말하면 순수해 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동네 바보 같았으니까.
-리자리자!
-그래, 엘리자. 너도 얼른 내 강해진 모습을 보고 싶다구?
-리자? 리…… 자!
떠드는 두 가디언을 뒤로하고 도현은 눈앞에 집중했다.
지하드의 마나통은 얼추 해결했고, 이제는 자신에게 집중할 때였다.
[랜덤 스킬 뽑기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뭐가 나올까.’
지금까지 얻은 스킬은 총 6개.
돌진베기부터 시작해서 암살자의 뒤잡기, 도적의 출혈, 무도가의 승룡권, 버퍼의 스트라이킹 등…….
다양한 직업의 스킬을 얻어 왔다. 그래서 더 기대됐다.
‘무슨 직업 스킬이 뜰까.’
과연 어떤 직업의 스킬이 뜰지.
이번엔 또 어떤 식으로 조합해서 활용할 수 있을지.
다른 이들은 할 수 없는, 오로지 도현만이 가능한 고민이었고, 품을 수 있는 기대감이었다.
‘흐름이 좋아.’
더군다나 이번엔 느낌도 좋았다.
은색으로 액땜도 한 번 해 주고, 그 은색이 또 기가 막히게 딱 들어맞는 스킬이 떠 주기까지 했으니 이 기세를 몰아 영웅, 그리고 전설까지 가는 거다!
그렇게 도현이 설레발을 치고 있을 때였다.
“어? 저거 카이저 아니냐?”
“맞는 거 같은데?”
약간의 해프닝이 다소 소란스러웠던 걸까.
뽑기에 집중하던 이들의 시선이 도현과 지하드에게 쏠렸다. 그러곤 눈이 살짝 커져선 저들끼리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카이저도 이런 데를 오네.”
“신도 운빨X망겜만큼은 어쩔 수가 없던 거지.”
“크큭…… 그러니까 괜히 친근하게 느껴지네.”
그런 그들의 눈빛은 이내 동족을 보듯 친근해져 있었다.
혈안이 되어 눈을 번뜩이던 좀 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뭘 뽑을까?”
“글쎄. 카드깡 아닐까.”
“스뽑 하려는 거 같은데. 사냥하다 30 찍은 거 아냐?”
“모르겠고, 뭐 뽑을지 기대된다.”
“내가 살다 살다 카드깡하다 카이저 스킬 뽑는 걸 다 보네.”
카이저라면 전설 스킬 정돈 뽑을 거다.
아니다, 카이저는 사람 아니냐, 카이저도 운빨X망겜의 저주는 피해 갈 수 없다.
일반 스킬 뽑고 오열하면 꿀잼이겠다 등등…….
점점 도현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 어느덧 모두가 하던 걸 멈추고 도현을 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응원(?)을 받으며 도현이 손을 뻗었다.
파앗-!
화려한 빛이 도현을 감싸며 허공에 펼쳐지는 열 장의 카드.
동시에 도현의 눈이 부릅뜨였다.
‘노, 노란색!’
똥색과 은색으로 가득한 카드 사이에, 두 장의 노란색 카드가 있던 것이다.
‘대박…….’
이 얼마 만에 보는 노란색인가!
뒤잡기를 뽑고 난 이후 은색과 똥색만 보다가, 오랜만에 보니 이리 때깔이 고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 빛나니 황금색이라 헷갈렸지…….
한 장도 아니고 무려 두 장이 반짝이고 있어서 더 빛나 보였다.
중요하니까 다시 말하겠다. 한 장이 아니고 두 장이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나?’
어안이 벙벙하다는 게 이런 걸까.
한 장만 떠도 신날 게 두 장이 뜨니, 그 기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내심 기대하며 뽑았지만 정말 떠 주니 괜히 기분이 묘하달까.
한데 사람 욕심이란 게 원래 그런 걸까?
시간이 조금 지나 마음을 가라앉히자, 언제 기뻐했냐는 듯 아쉬움이 찾아왔다.
‘기왕 두 장 뜰 거 그냥 화끈하게 황금색 하나 떠 주지.’
그래도 노란색은 한 번 맛본 맛이니, 기왕 뜰 거 새로운 게 떠 주면 좋지 않은가.
물론 그냥 하는 소리였다.
전설이 겨우 랜뽑권 세 번 만에 떴으면 그게 어디 전설이겠는가. 괜히 도현이 뎀로크 시절에 하나도 갖지 못한 게 아니었다.
‘막상 두 장이 뜨니 고민되네.’
기왕 투시할 거 무슨 스킬인지도 보여 주면 오죽 좋으련만.
2개 중 하나는 사라진다 생각하니 더 고민됐다. 여러 직업의 스킬이 뜨는 도현이기에 더욱 그랬다.
남은 한 장이 더 찰떡일 수도 있지 않은가.
‘으음…….’
이 순간, 도현은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얼마나 진지한지 구경하던 유저들도 감탄을 흘릴 정도.
“뭔가 잘 안 풀리는가 본데?”
“아냐. 내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보아…… 저건 카드를 뽑기 직전의 얼굴이야.”
“저 정도 레벨이면 그냥 대충 뽑을 법도 한데 스킬 뽑기 하나에도 진지할 줄 아는 남자…… 낭만 합격이다.”
그런 그들의 속닥거림이 들리지도 않는지 한참을 뚫어져라 카드만 바라보던 도현이 이내 결정했다.
‘남자는 오른쪽이지.’
우측보행은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
가운데가 있다면 중앙을 뽑겠으나 딱 왼쪽에서 두 번째와 오른쪽에서 세 번째였기에, 도현은 오른쪽을 택했다.
—!
그러자 환한 빛이 시야를 뒤덮었다.
은색 카드를 뽑을 때와는 그 퀄리티부터가 다른 화려함!
눈이 부심에도 꾸역꾸역 스킬창을 확인한 도현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뽑았나 보다.”
“스읍, 표정이 썩 좋지 않은데?”
“저런…… 딱 보니 꽝이네.”
“쉿쉿, 들리겠다. 작게 말해.”
그 반응에 도현을 유심히 바라보던 유저들이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17 대 1의 전설이니, 뜨거운 감자니.
지금 브리온에서 가장 유명한 카이저였지만, 그들에겐 그저 꽝을 뽑은 동료일 뿐이었다.
뽑기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이것이 그들의 인류애인 것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아직도 멍해 있는 것 봐. 어지간히 꽝이었나 본데.”
“카이저여도 운빨망겜은 피할 수 없던 거지.”
“……쯧. 자리 비켜 주자. 어차피 오늘 치 다 뽑았잖아.”
“그래, 그게 좋겠다.”
그들이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일어난 것은.
저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기에 최소한의 배려를 해 준 것이다. 이럴 때는 혼자 있고 싶은 게 무릇 패가망신한 도박꾼의 심정이었으니까.
그렇게 오해 속에서 혼자 남게 된 도현은 하염없이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 두르기’를 획득하셨습니다.] [어둠 두르기]-등급 : 영웅
-제한 : 암(暗)속성 마법사 계열
-설명 : 어둠은 모든 것의 근원이자 공포.
그 안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니…… 진정한 어둠의 마법사라면 원하는 곳에 어둠을 두를 줄 알아야 한다.
-효과 : 원하는 곳에 어둠을 둘러 어둠의 힘을 부여합니다. 초당 150의 MP가 소모되며 최대 20초간 지속 가능합니다.
단, 타인에게는 두를 수 없습니다.
-쿨타임 : 부위당 40초 적용.
정확히는 허공에 떠 있는 스킬창을.
‘이게 뜨네?’
뎀로크와 갓오세를 통틀어 처음으로 마법 스킬을 얻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