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Chapter (95)
제95화
95화.
위대한 산맥, 초입.
그아아아-!
이마에 거대한 눈이 박혀 있는 거인, 사이클롭스.
20m에 달하는 아득한 거인이 구름을 뚫고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괴수 앞에 서 있는 건 한 명의 인간.
후웅- 훙-.
한 손에 거대한 투바이핸드를 쥐고 있는 인간은, 제 몸보다도 큰 검을 먼지 털어 내듯 가볍게 휘두르고 있었다.
그렇게 다섯 차례 정도 휘둘렀을까.
쩌저적-.
그가 휘두른 공간이 유리가 깨지듯 이명을 내며 금이 갔다.
그러자 사이클롭스가 괴성을 내지른다.
그아아아! 그아!
그건 위협도, 경계도 아니었다.
그저 포식자 앞에 선 피식자의 두려움일 뿐.
온몸에 피가 낭자한 사이클롭스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여 애써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 순간.
“흐읍!”
한 차례 숨을 참은 남자의 검이 뽑혀 나갔다.
서걱-!
그러자 사이클롭스와 남자의 거리, 그 공간 전체가 대각선으로 두 동강 나며 사이클롭스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쿵.
그게 끝이었다.
위대한 거인족의 피를 옅게나마 잇고 있던 사이클롭스의 최후라기엔 한없이 볼품없는 죽음.
누군가 이를 본다면 경악할 일이었으나, 멀찍이서 지켜보던 여자의 얼굴은 평온했다.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안경에 정장까지 갖춰 입은 그녀는 특유의 표정만큼이나 무심하게 다가와 보고를 올렸다.
“마스터,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영상?”
“카이저 말입니다.”
사이클롭스를 잡고도 무심하게 검에 묻은 피를 털고 있던 남자, 멸살이 우뚝 멈추었다.
돌아본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하나 그것도 잠시.
이내 이전의 그 무심함을 찾은 눈이 비서를 향했다. 그런 그의 목소리는 그보다 더 무미건조했다.
“그의 영상은 이미 보지 않았나.”
“새로운 영상입니다. 죽음의 오크 전사를 단신으로 잡았더군요.”
“……그놈을?”
멸살의 얼굴에 흥미가 일었다.
죽음의 오크 전사는 브리온의 필드 보스.
엘리트 등급이 붙은 필드 보스인 만큼, 그 구간에선 상당한 난도를 자랑했다. 자신마저 솔로 트라이에 애를 먹었을 정도로.
“영상.”
“네.”
짤막한 명령을 알아들은 비서가 뉴튜브에 연동된 화면을 틀었다.
그렇게 틀어진 영상을 보길 수 분.
점차 진지한 표정이 되어 가던 멸살이 영상이 끝나자 나지막하게 말했다.
“쉽게 잡는군. 그것도 아주.”
“……마스터도 가능하신 걸로 압니다.”
“그래, 가능이야 하지.”
피식 웃은 그가 툭 내뱉었다.
“시간을 저것보다 최소 2배는 더 준다면 말이야.”
“……영입할까요?”
“아니.”
한없이 진중해진 여비서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어딘가에 몸을 담을 남자가 아니야.”
“…….”
“전혀 녹슬지 않았군.”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멸살의 얼굴은 무심했으나, 오랜 시간 보필해 온 여비서의 눈엔 보였다.
제 마스터가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음이.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데…….’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여비서가 침을 삼켰다.
다른 10대 길드의 마스터들을 앞에 두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마스터다.
언제나 남들보다 앞서가는 남자.
가장 큰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긴장 한번 하지 않는 남자.
그것을 숨 쉬듯 당연히 해내는 게 집행 길드의 마스터, 멸살이었으니까.
그런 마스터가 겨우 브리온의 영상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
‘그 정도란 말인가…….’
필시 나중에 큰 위험이 될 게 분명했다.
특히나 그 대상이 ‘카이저’라는 게 더욱 거슬렸다.
과거의 연이 있는 한 필히 엮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럴 바에는…….
‘……부수는 게 나을지도.’
여비서의 눈빛이 차가워질 때였다.
“이번 레이븐 1등이 그였지?”
“……네.”
“대신관을 만났다 했고.”
“맞습니다.”
멸살의 물음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가다듬은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멸살이 잠시 고심하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그걸 깨고 있겠군…….”
“예?”
“아니, 혼잣말이다.”
고개를 저은 그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즐비하게 깔린 구름에 가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우중충한 하늘이었다.
‘카이저.’
그가 브리온에 입성했다는 걸 들었을 때 궁금했다.
그가 알고 있는 카이저라면 필시 무언가를 보여 주지 않을까 싶었으니.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궁금함의 방향이 전과는 다를 뿐.
‘그 길을 가고 있는 건가…… 어려운 길을 골랐군.’
팀을 꾸린 것도 아닌 그가 어떻게 찾아낸 건지는 몰라도, ‘그걸’ 진행 중이라면 결과는 정해져 있으니까.
‘허탈했지. 분명 무언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는데…….’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빈 강정인데, 난도는 또 더럽게 난해하달까.
누가 봐도 황금 용이었는데 그 끝엔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멸살이 겪은 ‘그것’은 그러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궁금하군. 어떤 결과를 보여 줄지.’
자신이 그러했듯이, 그도 별다를 거 없이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늘 그랬듯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인가.
잠시 생각해 보던 멸살은 곧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 남자라도 그건 힘들겠지.’
뒤잡기와 같은 타 직업 스킬을 쓰는 걸 보면 직업 추측이 어렵긴 해도, 결국 베이스는 검사다.
아무리 잘나도 결국은 일개 전투 요원일 뿐.
동료와 함께할 수도 없는 그것의 특성상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뭐 탐지도 되고 숨겨진 히든 피스도 잘 찾고 혼자 전투까지 되는 올마스터라도 되지 않는 이상에야 말이다.
‘그럴 리가.’
물론 말도 안 되는 가정이었다.
피식 웃은 멸살이 검을 집어넣었다.
허망한 결과 앞에 고고하던 사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 줄지.
그것이 제법 기대되는 멸살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끄으…….”
평소처럼 기지개를 켜며 기상한 도현이 물부터 찾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메마름에 쩍쩍 갈라진 목이 시원한 생수 한 잔을 간절히 원한다. 그렇게 목을 축이자 뻐근한 몸이 비명을 지른다.
“어으, 어제 너무 빡세게 했나.”
며칠 만에 운동을 가서인지, 막상 가니까 텐션이 올라 과하게 중량을 친 게 문제였다.
등과 이두가 쑤시는 걸 참으며 거실을 둘러봤다.
“음.”
부엌 식탁에 음식이 놓인 걸 보니 역시나 채 여사는 나간 모양이다.
집이 조용한 걸 보니 현아는 자고 있는 게 분명하고.
‘깨우면 또 지X할 테니 걍 혼자 먹어야겠다.’
둘 사이엔 암묵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도현의 경우는 게임할 땐 건드리지 않는 것이고, 현아의 경우엔 잘 때 건드리지 않는 것.
온갖 히스테리와 함께 미인은 잠꾸러기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는 게 신상에 좋다.
더군다나 숙취에 찌들었을 게 분명한 지금이라면 더더욱.
“어디 보자…… 댓글이…….”
방으로 들어가며 휴대폰으로 뉴튜브를 켜자 금방 내 채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반겨 주는 구독자 수.
[카이저 TV]-구독자 : 189.4만
“와…….”
이제는 100만을 아득히 넘어 곧 200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쯤 되면 영상을 올릴 때마다 80만씩 오르고 있다 봐도 무방했다.
그럼 조회 수는 대체 얼마나 나왔길래?
[비릿한 바위 숲, PK범 청소 영상]-조회 수 : 479만
[죽음의 오크 전사 트라이]-조회 수 : 590만
“허.”
첫 영상을 올릴 때보다 더한 속도였다.
구독자가 늘어난 덕에 더 빨리 오른 건가?
뉴튜브를 처음으로 제대로 접한 게 엊그제인데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을 만큼 급격한 상승세에 정신이 아찔했다.
‘그런데 보스 트라이 영상이 더 인기가 많네.’
내심 PK 영상이 더 조회 수가 잘 뽑힐 거라 생각했건만.
보스 트라이야 이미 흔한 일이고, 필드 전체를 이용한 이런 획기적인 릴레이 전투는 희귀하지 않은가.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결과였는데,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죽음의 오크 전사 솔플 미쳤다;; 이게 가능한 거였구나.
└솔플은 아니지 않음? 처음에 네크로맨서랑 같이 잡던데.
└언데드들 유효타도 없다시피 하고, 중간부터 혼자 잡는데 사실상 솔플이지.
-근데 죽음의 기운 어케 파훼했지? 걍 안 통한 거 아니냐 저 정도면?
-죽전사 솔플한 애가 누구누구더라? 최근엔 아예 없지 않았음?
“오호…… 솔플을 한 애가 거의 없었구나?”
엘리자 때와 달리 브리온 필보를 솔로 트라이한 사람이 극소수였던 것이다.
하기야 엘리자보다 난도가 훨씬 높기는 했다.
국밥 같은 워리어 특성으로 신체 강화하지, 죽음의 기운으로 디버프 걸지…….
거의 다 잡았다 싶으니 전투 본능으로 미친 반응 속도까지?
‘영웅’ 특성에 깡패 같은 스펙과 탈인간 컨트롤을 가진 도현이니 수월했지, 보통은 상당히 애를 먹을 수밖에 없을 거다.
그래서일까?
-카이저 님 ㅠㅠㅠ 날 가져요
-엉엉, 덕질할 게 2개나!! 그래, 이래야 덕질이지…….
-다음 영상 너무 기대된다. 어떻게 올라오는 것마다 레전드지?
“음. 뭔가 팬들이 많아진 거 같네.”
얼핏 봐도 이전보다 많아진 팬들이 보였다.
정말 아이돌 팬들을 보는 것처럼 말투가 하나같이 비슷했기에 알아보기가 더 쉬웠다.
왠지 묘한 기분에 도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괜히 낯간지러운 느낌이 든다.
그래도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기에 피식 웃은 도현이 경매장을 켰다.
[판매된 물품 – 5개] [경매 중인 물품 – 6개] [현재 금액 : 8,546,540원]‘5개에 850만 원…… 다 팔리면 전보다 더 벌겠는데?’
자신을 노릴 정도로 나름 실력에 자신이 있던 놈들이라서 그런가.
장비 퀄리티가 나쁘지 않아서 생각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대충 계산해도 2000만 원 이상은 벌어들일 터. 상상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지 도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아, 앞으로도 그냥 계속 덤벼 주면 안 되나?’
어째 PK범 털어먹는 게 가장 돈이 짭짤한 거 같은데.
유명세도 타고 있겠다, 이대로만 덤벼 주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제 그럴 일은 없을 듯했다.
‘그 난리를 피웠는데 더 덤비면 미련한 거지.’
아마 다음 도시쯤 가야 하이에나들이 좀 몰리지 않을까?
뭐, 차라리 잘됐다.
중요한 퀘스트를 앞둔 지금, 당분간 귀찮은 놈들이 사라진 건 긍정적인 일이었으니까.
확인도 마쳤겠다, 가볍게 캡슐에 다이브하자 기다렸다는 듯 지하드와 엘리자가 튀어나왔다.
-주인, 인간 시계야? 어떻게 이렇게 규칙적으로 들어와?
-리자리자!
“이게 내 직업인데 성실해야지.”
달라붙는 엘리자를 쓰다듬으며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고 곧장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더 사냥 안 해, 주인?
“엉. 어제 다 했잖아.”
-그럼 이제 뭐 하려고?
뒤따라오며 묻는 지하드의 물음에 도현이 씨익 웃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두 줄기 메시지가 노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가밀리온 아드란’에게 가서 직업 퀘스트를 완수하십시오.] [대신관 ‘길데티’에게 가서 퀘스트를 완수하십시오.]“퀘스트 깨야지.”
드디어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가 온 것이다.
줄곧 고대하던 순간인 만큼 빠르게 도시에 들어오자, 어제완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진 도시의 풍경이 보였다.
“카이저다.”
“쉿, 눈 마주치지 마.”
“갑자기 왜…….”
“영상 못 봤어? 잘못 걸리면 작살나는 거야.”
적의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던 유저들은 이젠 혹여나 시선이 마주칠까 피하기 급급했고,
“와…… 카이저다.”
“아침부터 접속하는구나.”
“사인 해 달라 하면 해 줄까?”
동경 어린 시선은 한층 더 늘어났다.
그 외에도 오늘따라 사냥꾼이나 경비병으로 보이는 NPC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달까. 그래도 여전히 판타지스러운 풍경에 기분이 산뜻해진다.
-키륵키륵.
-리자!
쏠리는 관심에 기분 좋은 콧소리를 내는 두 놈.
그렇게 달라진 시선을 받으며 중앙 분수대를 지날 무렵이었다.
‘흠. 누구한테 먼저 가는 게 나으려나.’
직진하면 라이르 대신전이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이름 없는 신전’이 나온다.
낡디낡고 NPC가 반겨 주지도, 퀘스트를 주지도 않기에 구태여 가는 이가 없는 신전.
가밀리온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 바로 그 ‘이름 없는 신전’이다.
고민은 짧았다.
‘메인 퀘스트가 우선이지.’
비록 심연에 관련된 특수 퀘스트일지언정, 메인 퀘스트의 가치에 비할 바는 아니지 않나.
하물며 도현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는 만큼 최우선 순위에 둬야 마땅했다.
하나 그건 도현의 생각일 뿐이었나 보다.
띠링-.
10분 정도 걸어 이름 없는 신전에 도달해 문을 두드리는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관이 급한 용무로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1시간 후 재방문해 주십시오.] [00 : 59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