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randdaughter of the Namgoong family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얘기를 마치고 남궁 일행은 약속대로 곧바로 떠날 채비를 했다.
정신없이 설화가 남긴 표식을 쫓아오느라 챙겨온 것은 없었기에 챙겨갈 것 역시 없었다.
맹등호는 약속대로 큰 배 한 척과 밤 행선에 능숙한 수적 몇을 내어주었다.
강가에는 남궁 일행이 타고 갈 배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소약이를 잘 부탁하오.”
맹등호의 시선이 유강의 손을 붙잡고 서 있는 소약이를 향했다. 소약의 품엔 그가 아끼는 보물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이곳은 곧 두 수채의 전투가 벌어진다. 위험한 곳에 아픈 자식을 둘 수는 없었기에 남궁에 아들을 맡긴 것이었다.
– 치료법은 아이를 데리러 갈 때 들으마.
맹등호가 설화에게 말했다.
설화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소약이 맹등호의 앞으로 달려가 그의 두툼한 손을 붙잡았다.
“조심하세요. 아빠….”
가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제 처지를 너무나 잘 알았다.
이곳에 남아 아빠의 발목을 붙잡게 되는 것보다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낫다는걸.
“다치지… 마세요….”
“그래. 며칠 뒤에 보자.”
짧은 인사를 뒤로하고, 남궁 일행은 준비를 마친 배로 향했다.
아이들이 먼저 선교에 발을 디디려는 그때.
“!”
“!!”
청운과 맹등호가 동시에 반응했고, 이어서 설화와 청산이 느꼈다.
“물러나!”
청운은 곧바로 일행을 물렸고, 맹등호가 강 한쪽을 향해 창을 들었다.
청산과 모용연화 역시 아이들을 뒤로 물리며 앞에 섰다.
곧이어 둥- 둥- 하는 소리와 함께 강 저편에서 환한 불빛을 밝힌 수척의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배 선미에 꽂혀있는 검붉은 깃발과 그 거대한 깃발 아래 서 있는 이를 알아본 설화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육 혈주…!’
혈사채의 습격이었다.
“다들 배에 올라타라! 교전을 준비해!”
수로채 전체에 다시 한번 적의 습격을 알리는 경종이 울려 퍼지고, 수적들이 전투를 준비했다.
맹등호의 외침에 수적들은 일사불란하게 배에 올라탔다.
“채주!”
청운이 다급히 맹등호를 붙잡았다.
남궁에게 내어주기로 했던 배 역시 전투태세에 돌입하고 있었다.
“수전(水戰)이오. 뱃길은 이미 틀렸으니, 남궁은 어서 피하시오.”
“뭔가 이상합니다.”
청운이 혈사채의 배들을 바라보았다.
육지전이든 수전이든 교전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기습이다.
저들은 충분히 싸울 준비가 되어있고, 귀영채는 아직 전투에 임할 준비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혈사채의 배들은 시끄럽게 북을 울리고 빛을 발하기만 할 뿐, 화살을 쏘거나 쳐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귀영채를 불러내는 듯이.
“함정입니다. 귀영채를 강으로 끌어내려 유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맹등호의 대답은 의외였다.
“알고 있소.”
“!”
알고… 있다고? 그런데도 교전에 응한단 말인가?
“우리는 수적이오. 수적은 물 위에서 싸우는 법이오. 놈들이 우리를 유인하는 것이든 아니든, 그곳이 저들의 무덤이 될 것이오.”
맞는 말이다. 수적의 전장은 물 위이자 배 위다.
하나, 이렇게 대놓고 유인책을 쓴다는 것은 다른 술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청운은 못내 걱정되었지만, 맹등호는 청운의 손을 뿌리쳤다.
“남궁은 어서 피하시오. 사정상 남궁까지 챙기기엔 어려운 것은 이해해 주길 바라오.”
“하나…!”
“이 일은 수로채의 일이오.”
맹등호는 그 길로 배로 향했다.
“아빠.”
설화가 남궁청운을 불렀다.
남궁청운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청산에게 말했다.
“청산아. 너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거라. 나는 설화와 잠시 상황을 살피고 오마.”
“그 위험한 곳에 설화를 왜 델고 가우?”
“가지 말라 하여도 가려 할 것이다.”
자신을 향하는 청운의 시선에 설화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육 혈주의 무위를 확인할 기회다.’
지금의 육 혈주가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그 혈공’을 익히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허. 위험한 곳을 굳이 가려는 애나 가고 싶다고 데려가는 형님이나. 난 이해를 못하겠수.”
“이해하려 하지 말거라. 그편이 편하다.”
설화가 청운을 바라보았다.
고맙긴 한데, 뭔가… 괜찮은 건가?
‘…못 가게 하는 것보단 낫지.’
“난 화린이 데리고 있다가 위험하면 내뺄 거니 그리 아시우.”
“그래. 안전한 곳에 있거라. 상황만 살피고 금방 돌아오마.”
청산과 연화는 아이들을 데리고 교전이 일어난 강가와 먼 수로채 뒤편으로 향하고, 청운은 설화와 함께 전투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강가의 언덕으로 올라갔다.
도망쳐야 한다고 무작정 길을 모르는 산새로 들어가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산새엔 수로채가 아닌 다른 도적들의 위협이 있을 수 있고, 자칫하다간 길을 잃을 위험도 있으니.
그러니 도망치기 전 미리 상황을 살피는 것이 좋았다.
혹여 귀영채가 승리할 전투라면 도망치기보단 수로채에 남아 힘을 실어주는 쪽이 이득이니.
귀영채와 혈사채의 배들은 수로채의 근처의 강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귀영채는 채주의 배가 가장 앞서 있었고, 혈사채는 그 반대로 채주의 배가 가장 뒤에 있었다.
두 채주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진열이었다.
“맹등호!”
혈사채주 적괴수가 창을 세운 채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는 맹등호를 향해 소리쳤다.
“채가 혼란하구나! 한바탕 전투라도 벌인 것이냐!”
전부 알고 왔음에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말에 맹등호의 기세가 더욱 흉흉해졌다.
“네놈이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네놈이 나를 부추겨 우리 귀영채와 남궁 사이에 싸움을 일으킨 것을 모를 줄 아느냐!”
“그게 왜 내 탓이냐! 네놈이 멍청한 탓이지! 남궁의 여식을 납치한 건 어쨌든 네놈이지 않으냐!”
맹등호의 말문이 막혔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아이를 납치해 온 것은 자신이었다.
애초에 혈사채주가 비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놈의 계획에 장단을 맞춰준 것이 문제였다.
“내 부하는 어디 있느냐!”
혈사채주가 물어왔다.
맹등호가 코웃음 치며 손을 우드득, 풀었다.
“그 독사 같은 놈은 이미 내 손에 죽었다. 혓바닥을 함부로 놀리기에 그 쓸모없는 혀 먼저 뽑아 주었지.”
이번에는 혈사채주의 표정이 굳었다.
마종의는 혈사채주의 머리나 다름없던 수하. 마종의의 죽음은 혈사채에 큰 손해였다.
“크큭큭, 그놈 혓바닥이 제멋대로이긴 했지.”
그러나 혈사채주는 마종의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았다.
육 혈주인 혈사채주에게 마종의는 고작 그 정도뿐인 것이었다.
“뭐, 상관없지. 혓바닥 가벼운 놈들이야 널리고 널렸으니. 소를 희생해 대를 얻어내는 것이야말로 수적질의 기본이 아니겠느냐?”
큭큭, 웃는 웃음이 사악했다.
‘그래. 육 혈주는 저런 인간이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 그것이 자신이 아끼던 부하일지라도 말이다.
혈사채주가 맹등호를 가리켰다.
“나는 오늘 수하를 잃었으니 새로운 수하를 얻어야겠다. 기왕이면 튼튼한 놈이 좋겠지.”
맹등호를 제 수하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에 맹등호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맹등호가 혈사채주를 향해 창끝을 세웠다.
“누구 멋대로. 너는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내가 친히 네놈을 이 강바닥에 수장시켜 주마.”
그 순간, 바람의 방향이 일시적으로 바뀌며 수로채가 있는 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
설화가 놀란 눈으로 수로채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느냐?”
‘…이건 향신탄…?’
바람에 뒤섞여 공기중에 미세하게 향신탄의 향이 섞여 있다.
혈교에서 사용했던 향신탄의 향이었다.
‘누군가 향신탄을 써서 혈사채를 불러들였다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마종의는 분명 향신탄을 터트리지 못하고 죽었는데, 혈사채는 어떻게 알고 쳐들어온 것인가.
백 리 밖에 있던 혈사채가 지금 도착했다는 것은, 마종의에게 귀영채의 신경이 쏠려 있을 때 이미 출발했었다는 것.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마종의 말고도 간자가 숨어 있었구나.’
귀영채에 숨어 있던 또다른 간자가 어수선한 틈을 타 향신탄을 터트려 혈사채주를 부른 것.
이전 생의 기억을 갖고 있는 설화였지만, 육 혈주가 부리던 수천의 수적 얼굴을 전부 기억할 순 없는 일이었다.
마종의처럼 나름의 영향력을 가진 자면 모를까.
‘…낭패다.’
지금의 상황은 육 혈주가 예상했던 것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남궁과 귀영채가 공멸하긴커녕 손을 잡고 교전을 중지했고, 그 덕에 귀영채의 전력은 크게 약해지지 않았다.
‘혈사채주 또한 그 사실을 알 터.’
육 혈주는 저돌적이긴 해도 대책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계획이 틀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리 당당하게 귀영채로 쳐들어왔다는 것은 무언가 또다른 수가 있다는 의미다.
‘거기다 남궁이 아직 떠나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쳐들어왔다는 건, 귀영채뿐 아니라 남궁마저 잡겠다는 의지.’
귀영채면 몰라도 남궁의 전력은 매우 약한 상태다. 귀영채가 무너지면, 남궁의 안위는 보장될 수 없었다.
“아빠.”
“?”
“도망쳐야 해요.”
청운이 대치하는 두 세력을 돌아보았다.
“아직 전투가 시작되지도 않았다. 상황을 살피고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아뇨. 이 싸움은 귀영채가 질 거예요.”
설화가 청운의 팔을 붙잡았다.
“싸움이 끝나기 전에 수로채를 벗어나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