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randdaughter of the Namgoong family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황룡대주가… 배신을 하다니요?”
가장 놀란 이는 누구보다 청운이었다. 수로채에서 줄곧 같이 있었던 이이니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혈사채의 간자라는 말씀입니까?”
“정확히는 혈사채보단 화오루 쪽이겠지.”
섭무광이 설화를 흘낏 바라보았다.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설화는 유강의 머리맡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 얘긴… 이따 하는 게 좋겠군.”
“예. 알겠습니다.”
설화는 끙끙거리는 유강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유강의 상태를 살피던 초련이 그 모습을 보곤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거 아세요, 아가씨?”
“?”
초련이 조용히 속삭였다.
“아가씨 정말 고양이 같으세요.”
설화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초련이 후후, 웃음을 흘렸다.
“지금 그 모습도요.”
“…얘 상태 어때?”
“말 돌리시긴.”
정말, 귀여우시다니까.
하지만 초련은 기꺼이 넘어가 주었다.
“목숨엔 지장이 없어요. 검상이 생각보다 깊긴 하지만, 다행히 위험한 곳은 전부 피해 갔네요. 천운이에요.”
천운이 아니다.
유강이 버티려 할 때, 설화 역시 어떻게든 그의 몸을 틀었고, 그 덕분에 황룡대주의 검이 치명상을 피해 간 것이었다.
“…다행이네.”
“네에. 정말 다행이죠?”
설화를 안심시킨 초련은 빠르게 치료를 이어 갔다.
사람은 조금 가벼워 보여도 남궁의 의약당주 자리를 도맡을 정도로 그녀의 의술은 뛰어났다.
필요한 약초를 짓이기고 약을 바르고 천을 덧대고 붕대를 감는 일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으윽….”
치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즈음, 유강이 꿈틀거렸다.
“!”
등을 다친 탓에 비스듬히 누운 그의 앞에 앉아있던 설화가 유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그가 눈을 떴다.
눈을 느리게 깜박이던 유강이 이내 고개를 살짝 돌려 설화를 바라보았다.
“…무릉도원인가?”
“아니.”
색색, 거리는 숨소리 사이로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그럼 우리 산 거네. 다행이다….”
“….”
“내가 너 또 구해줬다?”
“너 아니었어도 안 다칠 수 있었어. 네가 멍청하게 안 피한 거야.”
“그래…?”
유강이 다시 배시시, 웃었다.
가슴께가 간질간질하는 기분에 설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멍청하다는 말에도 웃다니. 진짜 멍청하잖아.
“…그래도 …고마웠어. 조금….”
왜인지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상한 기분에 인상은 잔뜩 구겨지고 유강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는 제대로 해야지.
그런 생각에 다시 유강을 보는데, 눈이 마주친 그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서 설화는 당황했다.
“고마우면… 오라버니라고….”
탓.
“…지금 뭐 하신 건가요, 아가씨?”
“휴식이 필요해 보여서. 걱정하지 마. 그냥 편하게 잠들 수 있게 도와준 거야.”
“그냥 편하게 보내 버리신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죠?”
초련은 분명 보았다.
잠들게 도와줬다고 하였지만, 설화가 짚은 건 수혈(睡穴_잠들게 하는 점혈)이 아닌 훈혈(暈穴_기절시키는 점혈)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못 본 척하자.’
난 아가씨 편이니까.
초련은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는 설화의 뒷모습에 후후, 웃으며 정리를 이어 갔다.
* * *
섭무광이 기의 충돌이 느껴지는 방향을 멀거니 바라보며 청운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오?”
“아버지께서 혈사채주를 이곳에서 떨어진 곳으로 유인해 가시며 저희에게 피하라 하셨습니다.”
화경의 전투에 잘못 휩쓸렸다간 아무리 절정, 초절정의 고수라도 죽을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남궁의 무력이 약화된 상황.
남궁무천은 남궁의 모든 일원이 숲을 빠져나갈 때까지 혈사채주의 발을 묶고 있었던 것이다.
‘가주님다운 책임감이로군.’
성격 같아선 일대를 뒤엎어버리고도 남았을 터인데.
“혈사채주가 이상한 무공을 쓰더군요.”
“이상한 무공이라니?”
그때, 설화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귀영채주가 합류하여 전력이 밀리니 제 수하들을 잡아먹었습니다. 잡아먹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청운이 심각한 표정으로 제 턱을 쓸었다.
“얼굴에 손을 얹은 이들이 말라 비틀어 죽더군요. 마치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섭무광이 으음, 신음했다. 그가 설화에게 물었다.
“혹 이것도 화오루와 연관이 있느냐?”
“네.”
“피와 연관된 뭐든 하는 놈들이라…. 지독하군…. 그게 끝이오?”
“제 수하들을 잡아먹은 후에 갑자기 놈이 비대해졌습니다. 몸이 붉어지며 불어나더군요. 그러곤….”
“화경….”
청운과 섭무광이 설화를 바라보았다.
“경지가 오른 거예요. 그렇죠?”
육 혈주는 초절정의 경지다. 겉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혈마가 그에게 준 혈공을 사용하면 그의 경지는 화경으로 올라선다. 그것이 혈교의 무서운 점이었다.
‘육 혈주가 받은 힘은 혈기를 폭발시키는 힘.’
황룡대주가 사용한 폭혈환과 비슷하지만, 다른 힘이다.
‘역천혈류대법(逆天血流大法)’
부작용이 없는 것도 다른 점이지만, 중요한 건 폭혈환은 겨우 일, 이각만 효력이 유지된다면 역천혈류대법은 사실상 ‘끝’이라는 것이 없다.
혈공도 무공이다. 무공은 수련을 거듭할수록 강해지고, 익숙해지는 법.
역천혈류대법은 수련에 따라 한 시진, 반나절, 최대 사흘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마찬가지로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의 양도 늘어나기에 가히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 하여 혈공 사용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이전 생의 육 혈주는 고작 하루 유지하는 것이 전부였지. 혈기는 화경에 머물렀고.’
그러니 지금은 그보다 혈공을 다루는 것이 서툴 것이다.
“혈사채주가 수하들의 기를 흡수했다고 했죠?”
“그래.”
기를 흡수한 것은 아마도 맹등호의 아들, 진소약에게 사용하려 했던 흡혈기술(吸血氣術)일 것이다.
‘역천혈류대법을 사용할 거면서 흡혈기술을 동시에 썼다는 건….’
역천혈류대법에 아직 익숙지 않다는 증거다.
‘그러면….’
설화가 교전이 일어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오늘.
‘육 혈주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입술이 바짝 말라왔다.
육 혈주의 손에서 도망칠 생각만 하였지, 반격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십이 월도 아닌 무려 육 혈주다. 지금의 육 혈주는 5년 뒤보다 한없이 약하지만, 약하기에.
‘지금, 잡아야만 한다.’
“설화야?”
“아빠.”
설화가 청운의 손을 붙잡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화린은 청산 부부에게, 소약은 맹등호에게 안겨 있었다.
유강 역시 급한 치료를 받았으니까.
“먼저 수로채로 돌아가세요. 아빠.”
“뭐? 설화 너는 안 갈 생각이냐?”
“전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요.”
육 혈주가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지, 죽지 않는지. 만약 죽는다면 황룡대주처럼 허무하게 보내주진 않을 것이다.
“위험하다, 설화야.”
“멀리서 지켜만 볼 거예요. 그리고 비풍대주님께서 같이 계셔줄 거고요.”
설화가 섭무광을 흘낏 보자 섭무광이 어깨를 으쓱였다.
“꼬맹이가 원한다면야.”
그가 엄지로 자신을 쿡, 찍으며 웃었다.
“나만 믿으쇼.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할 테니.”
“하면 나도….”
“아빠는 지금 당장 운기 하셔도 늦었잖아요.”
청운이 끙, 앓는 소리를 냈다.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었다.
“수로채로 돌아가 회복에 전념하고 계세요. 할아버지와 같이 돌아갈게요.”
“…그래. 알았다.”
섭무광이 아니더라도 남궁무천이 아이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다.
청운은 그 길로 맹등호와 함께 남궁의 일원들을 이끌고 수로채로 돌아갔다.
설화는 섭무광과 함께 전투를 볼 수 있는 높은 곳으로 향했다.
쿵― 쿠쿵―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 가까워지니 요동치는 기운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이 이상은 안 된다.”
섭무광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고, 설화는 그의 뜻을 따랐다.
멀리서 붉고, 푸른 기운이 뒤엉키고 있었다.
육 혈주의 독문 권법인 아수혈랑권(亞獸血狼拳)과 남궁무천의 하늘의 기운을 담은 검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두 사람의 격이 부딪힐 때마다 일대가 흔들리고 나무들이 쓰러져 갔다.
콰앙―!
권을 내지르는 육 혈주는 한 마리의 포효하는 늑대 같았다.
그의 붉어진 눈빛이 어둠 속에서 흉흉한 빛을 냈고, 권 역시 상대를 쥐어뜯을 듯이 흉포했다.
쾅!
그러나 상대는 검황이었다.
검을 휘둘러 가볍게 육 혈주의 권을 막아낸 남궁무천은 익숙한 검법을 펼쳤다.
식솔들이 숲을 빠져나갔다는 것을 인지한 그는 이제 거리낄 것이 없었다.
남궁 가주 독문 무공. 제왕검형(帝王劍形).
그저 검을 추켜든 것임에도 오싹한 기운이 온몸을 짓누르며 공기가 뒤바뀌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설화와 섭무광 역시 그 기운을 느낄 정도였다.
섭무광은 저릿저릿한 손을 연신 쥐었다 피며 웃음을 흘렸다.
“나 참, 여전하시구만….”
쾅―! 콰앙!
한 초, 한 초마다 엄청난 공력이 실렸다.
검 앞에 서는 것만으로 저절로 무릎을 꿇게 되는 제왕의 검.
그 검이 움직일 때마다 땅이 뒤흔들리고 주위의 모든 것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극도의 중검이 쉴 새 없이 육 혈주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전투는 전부 거짓이라는 듯한 일방적인 공세였다.
육 혈주 역시 혈공으로 화경의 경지에 오른 만큼, 팔에 강기까지 둘러 공격을 막아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육 혈주의 무릎이 점차 굽혀졌고, 마침내.
콰앙―!
바위가 부서졌다.
“끝났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