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randdaughter of the Namgoong family RAW novel - Chapter 25
25화
망했다.
마혈과 아혈을 짚고 억지로 먹인 것이니 필시 예사롭지 않은 물건일 터.
대체 뭘 먹인 거지?
“이제 내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여도 너희는 죽어.”
‘설마…!’
삼봉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고독인가…?’
고독.
암수 한 쌍으로 이루어져 한쪽에 고통을 가하면 다른 한쪽도 고통을 느끼는 벌레다.
사람에게 먹이면 수컷 벌레가 사람의 심장이나 머리에 자리를 잡는데, 암컷에게 고통을 가할 시 수컷이 몸부림을 치기 때문에 고독을 먹은 사람 또한 죽을 정도의 괴로움에 시달리게 된다고 한다.
심지어 암컷 벌레를 죽이면 수컷 벌레가 머리나 심장과 함께 폭발하며 죽어 버려서 손도 대지 않고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악랄하기 그지없는 벌레.
고독을 먹는 것은 암컷 벌레를 가진 이에게 목숨줄을 쥐여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 미친….’
삼봉의 몸이 덜덜, 떨렸다.
이것이 고독인 이상, 자신들은 이제 저 습격자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저자의 허락 없이는 떠날 수도 없고, 허튼짓을 할 수도 없고,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심지어는 싸는 것도…!
‘아니지. 잠깐.’
고독은 구하기 힘든 것이 아닌가?
키우기가 까다로운 탓에 그 수가 적어 값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던데?
‘정말 고독 맞나…?’
그러나 그 의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못 믿겠으면 보여 줄까? 한 명 죽여서 확인시켜 줄 수 있는데.”
‘미, 미친…! 안 돼! 절대 안 돼!’
진짜 고독이면 지금 당장 죽는다. 셋 중 하나라지만 자신이 아닐 거란 보장이 없다.
“좀 고통스러울 거야.”
‘이건 고독이다! 고독이야!’
고독이 아니더라도 고독이야!
세 사람의 기운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격렬한 거부 의사였다.
설화는 필사적으로 움찔거리는 기운을 보며 세 사람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알겠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말했다시피 나도 시간이 없거든.”
세 사람의 입에서 뜨거운 숨이 터져 나왔다.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숨이 차는 기분이었다.
“조만간 또 보게 될 거야. 그때까지 얌전하게 지내고 있어야 해? 점혈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풀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 말을 끝으로 기척은 사라졌다.
세 사람의 눈동자가 바쁘게 주위를 훑었다.
‘가, 갔나?’
‘정말 갔나?’
‘갔구나…! 드디어!’
습격자가 드디어 떠났다는 사실에 세 사람은 안심했다.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몸이 늘어지는 그 순간.
“도망치면… 알지?”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무엇을 부순 것인지 귓가에서 우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털이 쭈뼛 서고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삼봉은 저도 모르게 오줌을 지려 버리고 말았다.
* * *
팔짱을 낀 채로 담에 기대어 객잔을 주시하고 있던 흑룡대주 남궁혁은 생각했다.
‘앞으론 가문이 시끄러워지겠군.’
찾지 못할 것 같던 일 공자의 딸을 찾았다.
이제 일 공자가 가문으로 돌아올 테니 소가주 자리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터.
가주님은 뜻을 내보인 적 없으나, 장자인 일 공자에게 가주직을 물려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가문의 모두가 알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무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소가주의 자리를 비워 두지 않았을 테니까.
‘일 공자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겠지.’
그러나 떠나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가문의 장로들과 원로원, 당주 몇몇은 일 공자의 가문을 향한 충성심을 의심한다.
그가 가문을 위해 헌신할 것이란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가문을 우선하지 않는 가주를 원하는 가문인은 없다.
따르는 이들은 언제나 앞장선 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안위를 우선해 주기를 원한다.
설령 그것이 제 피붙이의 죽음을 전제로 하는 것일지라도.
‘가문의 뜻이 이러하니 가주님께서도 일 공자님을 쉬이 소가주로 추대하실 순 없겠지.’
또한 가주님이라면 일 공자 스스로 소가주로서 인정받길 원하실 터다. 아니, 일 공자가 아닌 그 누구더라도 그리하길 바라시겠지.
‘피바람이 불겠군.’
남궁혁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
저 멀리서 미약한 기운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위험…!’
남궁혁은 반사적으로 날아오는 기운을 맞받아칠 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
날아오던 기운이 방향을 틀어 돌연 객잔으로 들어갔다. 남궁청운이 빌린 그 방이었다.
‘이런!’
남궁혁은 아차, 하며 객잔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1층의 객잔 손님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2층으로 향한 그는 곧장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러고 그는 굳어 버렸다.
“…?”
눈을 동그랗게 뜬 설화와 설화의 옷을 정리해 주던 남궁청운이 그를 놀란 눈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남궁청운이 약한 불쾌감을 비쳤다.
아이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고 있던 터라 그 불쾌감은 더욱 짙었다.
“…아무 일도 없으셨습니까?”
“있어야 했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그것이 아니라….”
분명, 작지만 빠른 기운이 이 방으로 들어왔는데?
그때였다.
“아버지, 누구예요?”
아이의 목소리에 남궁혁이 흠칫, 놀랐다.
‘아차, 그러고 보니….’
자신이 호위로 붙은 것을 아가씨는 모를 터인데! 아버지와의 평온한 나들이가…!
뒤늦게 제 실수를 깨닫고 굳어 버린 남궁혁의 시선에 또 다른 굳은 얼굴이 들어왔다.
“저, 저분은 말이다… 으음….”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남궁청운을 뒤로 하고 남궁혁은 조용히 객잔의 방문을 닫았다.
* * *
섬서성(陝西省) 화음현(華陰縣) 화산(華山) 서편의 연화봉 정상.
한 도인이 무엇에 쫓기듯 바삐 화산을 오르고 있다.
그는 화산파의 장로이자 무학각주의 자리를 맡고 있는 무화검(舞華劍) 노백.
노백이 펼치는 경공은 보이지 않는 향기가 나부끼는 듯하다고 하여 암향표(暗香飄)라 이름 붙은 화산 제일의 신법이었다.
향기가 순식간에 퍼지듯 눈 깜빡하는 순간에 저 멀리로 사라지는 것이 가히 화산이 자랑할 만한 무공이라 하였다.
순식간에 산을 오른 그는 화산파의 현판을 잠시간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높은 산봉우리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웅장하기 그지없었지만, 그의 눈엔 커다란 현판마저 위태롭게 느껴졌다.
‘아직….’
아직 희망이 있다.
오늘 아침 거리에 떠돌던 소문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좌절할 때가 아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학각주님을 뵙습니다!”
연무장에서 수련하던 삼대제자들이 그를 발견하고는 일제히 예를 차렸다.
노백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준 뒤 걸음을 재촉했다.
“각주님! 이제 오신 겁니까?”
한 밝은 목소리가 그런 그의 발을 붙들었다.
노백은 걸음을 멈춰 서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래. 유강이구나.”
화산의 일대제자 중 가장 어리지만, 뛰어난 무공의 성취를 자랑하여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매화검수에 든 아이.
화산의 자랑이라 불리는 유강(流康)이었다.
“수련할 시간이 아니더냐? 어찌 이리 돌아다니고 있어.”
노백의 말에 유강이 움찔, 떨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하하,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또 수련을 게을리하는구나.”
“아닙니다! 정말 열심히, 열심히! 하다가 이제 막 쉰 지 일각(一刻_약 15분) 되었습니다. …진짭니다.”
“많이 쉬었구나. 하면 가서 다시 수련에 매진하거라.”
유강이 입술을 비죽였다.
“어허! 어서 가래도!”
“네… 알겠습니다….”
유강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연무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마치 보란 듯이 무거움이 느껴지는 걸음을 추적추적, 옮기던 유강은 어느 순간 환히 웃으며 몸을 홱 돌려 섰다.
“오늘도 힘내십시오! 각주님!”
언제 힘이 빠졌냐는 듯 힘찬 인사였다. 유강은 이내 연무장 쪽으로 달려갔다.
문파 내에서 무공이 뛰어난 것 외에도 밝고 활기차기로 유명하여 인기가 많은 아이였다.
보는 것만으로 힘이 나는 듯한 유강의 미소를 바라보던 노백은 다시금 걸음을 재촉했다.
* * *
“정말입니다. 사람들 모두 그리 떠들고 있었습니다.”
노백은 답답한 표정으로 자신이 듣고 온 문제의 소문을 재차 설명했다.
“화오루라는 곳의 소루주였던 아이가 대환단을 훔쳐 남궁으로 향했다고 하였습니다. 대환단을 빼앗긴 건 섬서와 하남의 경계에서 활동하는 흑운방이라는 흑도 방파이고요. 저희를 습격했던 그 방파가 아닙니까?”
“음….”
“장문인…!”
연이은 설명에도 화산의 장문인 노운의 반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했다.
노백은 가슴을 연거푸 내려치며 말했다.
“그 아이가 대환단을 취하지 않았다면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 대환단을 찾아와야 합니다!”
“잠시 기다려 보게. 내 걸리는 것이 있어 그러니.”
“걸리는 것이라니요!”
사람이 하루가 다르게 죽어 가는데, 대체 걸릴 것이 무어란 말인가?
“이상하지 않은가, 노백.”
“무엇이 이상합니까?”
“그 소문 말이네.”
노운의 눈빛이 잔잔하게 침잠했다.
“어찌 그리 구체적이고 시기적절하게 퍼졌을꼬.”
“…!”
“그것도 이 작은 화음현에 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