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randdaughter of the Namgoong family RAW novel - Chapter 32
32화
투닥거리던 두 사람은 남궁청운과 설화의 기척이 느껴지자 말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나타난 설화의 모습에 두 사람의 입꼬리가 찢어질 듯 올라갔다.
튀어 나가려는 섭무광을 총관이 붙잡았다.
서로를 매섭게 바라보기를 잠시, 섭무광이 콧방귀를 뀌며 한 걸음 물러났다.
총관이 싱긋 웃으며 설화의 앞으로 나왔다.
“아가씨께 다시 인사드립니다. 가문의 총관 남궁문이라 합니다.”
예의를 갖춘 인사에 그녀를 내려다보는 시선에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
“안녕하세요. 총관 어르신. 남궁설화예요.”
“총관 할아버지라고 불러 주시지요. 원래도 그리 부르셨습니다.”
“네. 총관 할아버지.”
남궁문의 표정에 약간의 아쉬움이 스쳤다.
“아가씨께서 이리 크시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해 아쉽군요. 시간이라는 것이 참 야속합니다.”
씁쓸하게 허허, 웃음을 흘린 그가 허리를 펴고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아가씨께 드릴 선물을 조금 가져왔습니다. 아가씨의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말이지요?”
자연스레 그의 뒤편을 바라본 설화는 뜰에 가득 쌓인 것들을 보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각의 앞뜰엔 사람 키를 넘어설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의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이게… 전부 뭐예요?”
“가주님께서 아가씨께 내리신 패물과 비단, 금괴와 영약입니다.”
“이걸 제게 왜….”
“아가씨께서 8년간 받지 못한 것을 계산하여 드리라 하셨습니다. 전부 아가씨께서 남궁에 계셨다면 당연히 받아야 하셨을 것들이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총관이 가져온 산더미 같은 선물은 얼핏 봐도 설화가 이전 생에 가졌던 재물의 갑절이나 뛰어넘는 규모였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총관이 설화를 이끌었다.
금괴가 가득한 상자는 물론이고 딱 봐도 최상품의 비단과 옷감, 타국에서나 볼 법한 장식품까지 다양했다.
장신구 역시 종류별로 50가지가 넘었으며 그에 맞춘 의복과 꽃신 역시 백여 가지는 되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꽤 귀한 기운이 느껴지는 영약들도 많이 보였다. 전부 섭취하려면 몇 달은 걸릴 양이었다.
“이것을 보시지요.”
남궁문이 고급스러운 작은 상자를 열었다.
순간적으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빛에 눈을 감았다 뜨길 잠시.
상자 안엔 맑은 빛을 내는 투명한 유리구슬 같은 재질의 정교하게 세공된 장신구가 들어 있었다.
귀고리와 팔찌, 가락지의 모양이 눈 결정을 닮은, 그야말로 설화(雪花)였다.
은은한 푸른빛이 설화의 검은 눈동자 안에서 반짝였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시기 전부터 아가씨를 생각하며 가주님께서 갖고 계시던 것입니다. 새외로 출타하셨을 때 사 오신 귀한 물건이지요. 아름답지 않습니까?”
설화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생전 처음 보는 새외의 보물은 그녀에게도 신기한 것이었다.
“시비들을 시켜 처소에 정리하라 이를까요?”
설화가 보물에서 시선을 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을 아가씨의 처소에 들여놓거라! 하나라도 없어질 시 경을 칠 테니 허튼 생각일랑 말고! 어서 움직이거라!”
총관의 명에 그가 데려온 시비들과 처소의 시비들이 후다닥 움직였다.
양이 많은 만큼 물건을 전부 전각의 안으로 들이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시비들을 바라보며 남궁청운이 나직이 말했다.
“재경당주님께서 쉬이 내줄 만한 양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울고불고 난리 치기에 때려눕히고 오는 길이지. 가주님의 명령인데 제가 뭐 어쩔 거야?”
섭무광이 콧방귀를 뀌며 끼어들었다.
그가 샐쭉한 표정으로 설화를 내려다보았다.
“딱히 좋아하는 기색은 아니구나? 꼬맹아.”
곁에 있던 총관이 펄쩍 뛰었다.
“무슨 소릴! 눈이 삔 거요? 이렇게 좋아하고 계시지 않소! 그리고, 아가씨라고 부르라니까!”
“한번 꼬맹이는 영원한 꼬맹이지. 안 그러냐?”
“아니, 그래도 이 사람이…!”
설화가 총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괜찮아요. 저도 그편이 좋아요.”
사실상 섭무광은 가문의 중직에 있지만, 가문 사람은 아니었다.
남궁무천의 사람이지.
가주인 남궁무천이 제 곁에 두려고 요직을 만들어 앉혀 놨을 뿐, 비풍검대는 남궁무천의 개인 무력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굳이 아가씨로 대접하지 않는 것이 설화로서도 더 편했다.
섭무광이 웃으며 총관을 어깨로 툭, 쳤다.
“것 보시오. 나 아가씨랑 친하다니까? 부럽소?”
“아니래도!”
“또 지셨구려.”
크크, 웃으며 그가 설화를 내려 보았다.
그 시선엔 기특함이 가득했다.
“드디어 네가 그토록 소원하던 고향으로 돌아왔구나. 기분이 어떠냐? 하루아침에 이리 많은 재물도 얻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
재물 같은 건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다.
중요한 건 남궁을 얼마만큼 변화시키고 살려내느냐지.
애초에 부귀영화를 바라고 돌아온 것이 아니었기에, 예상치 못한 남궁무천의 선물은 조금 얼떨떨할 뿐이었다.
“가문으로 돌아온 건 좋아요.”
“역시 총관이 가져온 선물이 시시한 게지. 나 참, 이렇게 모시는 분의 마음도 몰라서야.”
탄식하듯 고개를 젓던 그가 장포 속에 감추고 있던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하얀 천에 둘러싸인 설화 키의 반 정도 길이쯤 되어 보이는 물건이었다.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팔짱을 끼고 있느라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자, 꼬맹아. 네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가져왔다. 내가 주는 귀환 축하 선물이다.”
섭무광이 그것을 무심하게 툭, 던졌다.
설화는 얼결에 그것을 받아 들었다.
생각보다 묵직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비풍검 음흉한 건 알고 있었소만, 정말 이러기요?”
“금은보화를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않소?”
“이건 가주께서 내리시는 거잖소!”
발끈하는 총관에게 콧방귀를 뀌어 준 섭무광이 설화를 내려다보았다.
“풀어 보거라.”
설화가 천의 매듭을 풀어내자, 감싸고 있던 천이 저절로 스르륵, 풀렸다.
“…!”
천 안에 감추어져 있던 물건을 확인한 설화의 눈이 반짝, 빛났다.
섭무광의 선물은 검이었다.
그것도 설화가 쓰기에 적당한 크기의 검.
반짝거리는 새하얀 검집은 금으로 장식되어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칼자루에는 손에 착 감기도록 가죽끈이 튼튼하게 감겨 있었고, 자루의 끝에는 붉은색 매듭 장식이 달려 있었다.
“뽑아 보거라.”
스르릉―
검을 뽑는 것과 동시에 설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부드러워.’
발검의 감각이 소름 돋을 정도로 부드럽다. 부드러운 동시에 서늘한 예기가 느껴진다.
굳이 휘둘러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명검(名劍)이야.’
그것도 어마어마한.
“한철…인가요?”
설화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섭무광을 돌아보았다.
섭무광은 이런 반응을 예상했는지, 큭큭 웃으며 가슴을 쭉 폈다.
“그래. 알아보는구나.”
“…!”
한철은 강도가 높고 가벼워서 무기를 만들 때 고수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재료다.
다만,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철을 제련할 줄 아는 장인이 몇 없어 실제로 한철로 만들어진 무기를 가진 이는 몇 없었다.
‘이전 생에서는 갖지 못했던 거야.’
보기야 봤다.
혈교의 육 혈주 중 넷은 가지고 있었으니.
다만 직접 가져 본 적은 없는데.
“이걸… 정말 제게 주시는 건가요…?”
“그래. 마음에 드냐?”
설화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섭무광이 만족스럽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어깨가 한층 올라가 있었다.
“봤소? 선물을 주려면 이런 걸 줘야지! 이게 진짜 좋아하는 반응이오!”
잔뜩 신이 나서 총관의 등짝을 팡팡! 때려 대기까지 했다.
“세 번 지면 답도 없는 거요! 크하하!”
총관은 분했지만,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에도 신기해하긴 했지만, 지금은 누가 보아도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으니.
섭무광이 실실 웃으며 설화의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네가 이리 좋아하니 좋구나. 참고로 이건 내가 쓰던 검이다.”
“…!”
그 말에 남궁청운과 총관이 놀라서 그를 돌아보았다.
설화는 그제야 검 면에 적힌 ‘뇌(雷)’라는 각인을 보았다.
남궁청운이 어두운 표정으로 섭무광을 불렀다.
“비풍대주님.”
“앙?”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흠.”
섭무광이 눈썹을 휘었다.
남궁청운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럽시다, 그럼.”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이는 섭무광의 모습에 총관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남궁청운이 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설화의 어깨를 짚으며 물었다.
“설화야. 검을 써 보고 싶지 않으냐?”
설화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연무장에 가 있거라. 아버지는 곧 따라가마.”
“하면, 아가씨는 내가 연무장까지 모셔다드리지. 어차피 돌아갈 참이었으니.”
“감사합니다. 총관 어르신.”
“부디 실리적인 대화가 되길 바라네. 가시지요. 아가… 음?”
그사이 설화는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아가씨, 같이 가시지요…!”
어쩐지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는 아이의 뒤를 총관이 황급히 뒤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