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randdaughter of the Namgoong family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연무장으로 남궁청해가 들어서고 있었다.
“….”
유강은 검을 내리고 포권을 취했다.
“아버지!”
억울함 가득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소룡에게 남궁청해가 호통쳤다.
“화산의 소도장께 검을 배우라 하였더니 어찌 시끄러운 소리가 나오는 것이냐!”
“그것이 아닙니다! 저 자식이 비무를 핑계로 절 비웃었단 말입니다!”
“갈(喝)! 그 입 다물지 못할까!”
소룡이 놀라며 걸음을 멈춰 섰다.
“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연무장 밖까지 네 어리석은 말이 들리더구나! 강호의 근간이 되시는 분께 어찌 그런 망발을 지껄이느냐!”
“그, 그것이 아니라…!”
“내 너를 그리 가르치지 않았거늘!”
남궁청해가 소룡을 뒤로하고는 유강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아들을 대신하여 사과드리오. 무례를 용서하시오.”
유강이 맞수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소도가 부족하여 조화로이 검을 나누지 못한 탓입니다.”
유강의 잘못이라면 힘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것이었다.
처음 맞댄 검은 지난밤 만났던 남궁의 아가씨를 생각하고 휘둘렀던 것이 낭패였고, 두 번째, 세 번째는….
‘이 정도도 못 받을 줄 몰랐어.’
처음부터 기세가 등등하기에 뛰어난 무위를 가진 줄 착각했다.
열셋의 나이라는 걸 감안했어야 하는데.
“제 실수도 있으니 그리 나무라지 마세요.”
“맞아요! 저 자식이 번번이 내 검을 날려 버렸단 말입니다!”
승패를 가르는 비무가 아닌 이상, 상대의 검을 날리거나 상대를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강하다면 한 수 물러나고 약하다면 최선을 다해 검을 나누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였다.
“저 자식은 그냥 저와 가문을 욕보이고 싶어서…!”
“그 입 다물거라! 아직도 네 잘못을 깨닫지 못한 것이냐! 네 방으로 돌아가 뉘우치거라! 내 허락 없이 방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버지…!”
“어서!”
남궁소룡은 억울한 표정으로 곧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제 검을 그러쥐었다.
그러나 남궁청해는 봐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노기를 거두지 않았다.
“…예.”
소룡은 결국 물러나야 했다.
힘없는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연무장을 벗어나는 소룡을 바라보던 청해가 유강을 향해 돌아섰다.
유강이 난감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번 일에는 정말 제 잘못도 있습니다. 하니….”
“그렇다 하여 소도장의 사문을 욕보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오. 이 기회에 올바로 지도하려 하니 괘념치 마시오.”
끙.
유강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저보다 한참이나 약한 이와 겨루어 본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조절이 어려웠다.
“다음번엔 잘해 볼게요.”
“다음에도 검을 나누어 주신다는 것만으로 감사하오.”
남궁청해는 웃는 낯으로 유강의 사과에 응대했다. 그러나 마음은 달랐다.
‘불쾌하군.’
화산의 소도장은 소룡을 상대로 여기지도 않고 있었다.
더 봐주지 않아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어느 부모가 기쁘게 받아들이겠는가?
‘소룡이가 질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서 공개 비무가 아닌 비공개 비무로 준비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들의 체면은 지켜 주어야 하니.
그래도 그렇지, 이리도 차이가 날 줄이야.
고작해야 두어 살이 많을 뿐인데, 가문 내에서도 재능 있다 칭찬받는 소룡은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역시 화산은 화산이라는 것인가.’
그렇기에 욕심이 난다.
이리 강한 문파와 교류를 갖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그 어떤 세가도 남궁을 넘보지 못할 터이니.
“이번 일은 화산에 정식으로 사과드리는 것이 맞을 듯하오. 매화신검을 잠시 뵙고 싶소만.”
유강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아아, 아닙니다! 그 정도로 사과하실 필요까지는…!”
“주인이 객에게 실례를 범했으니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맞소. 이는 남궁의 체면도 걸린 일이니 부디 이해해 주시오.”
“끙….”
유강은 다시금 뒷머리를 긁었다.
이번 일이 스승님의 귀에 들어가면 자신도 분명 꾸지람을 들을 터인데.
“소도장.”
유강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쯤이면 아마 방에 계실 겁니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고맙소.”
* * *
섭무광의 눈동자가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다시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
“아, 거참! 정신 사나우니까 가만히 좀 있읍시다, 좀!”
천오동의 앞을 이리저리 오가던 청운이 울상을 지었다.
집에서 쫓겨난 개처럼 청운이 섭무광에게 다가왔다.
“딸과 아버지의 생사가 오가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벌써 사흘입니다. 왜 아무 기별이 없단 말입니까?”
“기별이 있는 게 더 위험하지 않겠소?”
“아….”
그렇구나.
적어도 닷새는 걸린다 하였는데, 사흘째에 기별이 있으면 그것은 필시 좋지 않은 소식이리라.
깨달은 청운은 안심하며 차분함을 되찾았다.
섭무광이 눈썹을 휘며 그를 바라보았다.
“왜 돌아가지 않소?”
너무 일찍 찾아왔다는 걸 깨달은 거 아니었어?
“혹시 모르니 여기 있겠습니다.”
“화산에서 찾아왔다 하던데. 차라리 그들과 밥이라도 한 번 더 먹는 게 낫지 않겠소?”
“설화나 아버지를 만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을 기세이니 괜찮을 겁니다.”
“그사이 이 공자가 그들과 친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오?”
“그럼 좋은 것이지요.”
“글쎄. 좋기만 하진 않을 텐데.”
남궁청운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섭무광을 돌아보았다.
섭무광이 흠흠!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가문의 일엔 관심 없으신 것 아니셨습니까? 이전에도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가 설화에게 검을 주었을 때, 청운은 그에게 다른 뜻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설화에게 자신의 검을 내어 준다는 것은 곧 소가주 후보인 청운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그러나 그 물음에 섭무광은.
‘그냥 내 검을 맡길 싹수가 보여서 준 것뿐이오만?’
…이라고 대답했다.
“한데 어찌 신경을 쓰십니까?”
“…아니, 뭐… 관심은 없어도 궁금은 할 수 있는 거지. 왜, 난 궁금하면 안 되나?”
“충분히 궁금해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냥 궁금해서 여쭤본 겁니다.”
“흥.”
대화가 끊어지고 긴 침묵이 흘렀다.
침묵 끝에 청운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섭무광의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었다.
“전… 두렵습니다.”
“뭐가?”
“가주의 자리에 오르면 힘을 얻겠지만, 그만큼 적이 많아지겠죠.”
“….”
“그 수많은 적에게서 제 딸을 지키지 못할까, 그것이 두렵습니다. 그럴 바에 가주의 자리를 포기하고 설화만을 위해….”
그때였다.
드드드드… 하는 소리와 함께 섭무광과 청운이 놀란 시선으로 뒤를 돌았다.
천오동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
섭무광의 표정이 낮게 가라앉았다.
청운의 안색 역시 빠르게 질려 갔다.
조금 전에 얘기했듯 최소 닷새가 걸린다 한 기간보다 이른 개문은 큰 가능성으로 좋지 않은 소식일 터.
두 사람은 긴장된 표정으로 열리는 문을 응시했다.
쿵―
커다란 문이 성인 한 사람 지나갈 정도로 열리다가 멈췄다.
그 사이로 아득한 어둠만이 엿보였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어린아이 하나가 걸어 나왔다.
“…설화야!”
청운이 한달음에 그녀에게 달려갔다.
청운은 곧장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아이의 얼굴과 어깨 팔과 다리를 살폈다.
“괜찮은 것이냐? 왜 이리 빨리 나왔느냐. 문제라도 생긴 것이냐? 최소 닷새라고 하지 않았느냐?”
설화가 눈을 깜박였다.
문제?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대답하려는데, 어느새 다가온 섭무광이 그녀의 뒤를 보며 다급히 물었다.
“꼬맹아. 너 왜 혼자 나오느냐? 가주님은? 가주님은 왜 안 나오시냐?”
“그래! 할아버지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어?”
설화가 제 어깨를 잡고 흔드는 청운의 손을 밀어내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의 휘어진 눈썹이 두 사람의 흥분을 조금 가라앉혔다.
“걱정하지 마세요. 벌모세수는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한데 어찌 이리 빨리….”
“하면, 가주님은?”
“할아버지는 내공을 생각보다 많이 소진하셔서 며칠 더 정양하고 나오신다 하셨어요. 아마 오늘부터 닷새쯤 걸리실 거예요.”
그녀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자 청운과 섭무광은 그제야 안심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제야 설화를 보았다.
설화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운을 느꼈다.
본디 제 기운을 숨기는 것은 초절정의 경지는 되어야 깨닫지만, 설화는 이전 생에 이미 깨달은 바가 있기에 제 기운을 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만은 숨기지 않았다. 기운을 마음껏 발출했다.
설화의 경지는 절정.
같은 절정의 경지인 남궁청운과 초절정의 극에 달하는 섭무광은 그 강렬한 기운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설화야, 혹시….”
“꼬맹이, 너… 설마….”
섭무광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설화를 바라보았다.
“절정의 경지에 올라선 것이냐?”
그가 설화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설화의 경지는 절정이었다.
다만 그때의 경지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섭무광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고강하고 고절한 기운이 그녀의 단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네가 진정 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이야?”
그렇게 물어보고 있음에도 그의 시선엔 불신이 가득했다.
직접 보고 있음에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설화는 그런 시선을 마주하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
“벌모세수는 성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