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randdaughter of the Namgoong family RAW novel - Chapter 56
56화
무지개의 끝에 있던 거북 형상의 머릿속에는 영약과 글귀가 새겨진 옥패의 조각이 들어 있었다.
세 개로 나뉜 듯한 옥패의 조각에 쓰인 글귀는 이러했다.
[천하의 첫 번째 조각을 얻었노라]옥패의 조각과 함께 들어 있던 영약은 금룡옥혈보(金龍玉血寶)라 불리는 영약이었다.
100년에 한 번, 사막에서만 발견된다는 이것은, 해독으로 유명한 영약이었다.
어떠한 독도 해독하고 만일 독에 중독되지 않은 상태로 영약을 취할 경우, 특별한 심법을 운용하면 어떤 독도 막아 낼 수 있다는 벽독강기(劈毒罡氣)의 무공을 익힐 수 있다고 하는 귀한 재료이기도 했다.
해독과 무공과 상관없이 취하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한 내공을 얻을 수도 있고.
그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 암기와 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당(唐)가에서는 대환단보다도 귀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금룡옥혈보를 손에 넣은 두 사람은 곧장 남궁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남궁에 도착했을 땐 어두운 밤이었다.
다음 날.
설화가 수련동을 나왔다는 소식에 화산은 곧장 만남을 청해왔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설화와 남궁청운은 곧장 운객원을 찾았다.
“그래도 대환단에 비견되는 영약을 찾아서 다행이구나.”
설화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금룡옥혈보라니… 아깝긴 하지만 대문파인 화산에 트집을 잡히는 것보다야 낫지.”
설화가 우뚝 걸음을 멈춰 섰다.
무슨 소리냐는 듯이 청운을 돌아보았다.
“왜 아까워요?”
“아무래도 이만한 영약을 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으냐. 화산에 넘기기에는 아까울 수밖에 없지.”
“화산에 안 넘겨요.”
이 귀한 걸 왜 화산에 넘겨?
“대환단을 대신하여 화산에 주려던 것이 아니냐?”
설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하면?”
“그저 협상의 도구일 뿐이죠.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것과 손에 무언가를 쥔 채로 대화하는 건 다르니까요.”
남궁청운이 눈썹을 휘었다.
“이것을 가지고 화산의 협력을 구해 볼 생각이 아니었던 것이냐?”
“화산이 정말로 남궁에 협력해 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뭐?”
“화산은 수많은 검문 중에서도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문파예요. 모든 문파를 따져도 소림의 다음이라 불리죠. 그런 화산이 뭐가 부족해서 남궁에 협력해 주겠어요?”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영약을 넘겨주면 그땐 잠시 협력하는 척이라도 해 주겠지.
하지만 그뿐.
“그런 겉모습뿐인 협력으론 원하는 것을 얻어 낼 수 없어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어 주고도 아무것도 얻어 낼 수 없다는 말이다.
“애초에 협력할 생각이 없는 이들에게 손 내밀어서 뭘 얻겠어요.”
“그럼 어째서 영약을 구해 온 것이냐?”
“협력할 생각이 없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죠.”
“하나?”
“네.”
설화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설화의 몸에서 은은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협박이요.”
그녀의 입꼬리가 피어오르는 살기만큼이나 섬뜩한 부드러움으로 휘어졌다.
* * *
달그락, 달그락. 쪼르르르….
찻잔이 오가고 찻물이 오가는 정적이 이어졌다.
설화는 제 앞에 놓인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을 잠시간 바라보았다.
얼굴 옆면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설화가 방에 들어설 때부터 열렬한 눈빛을 쏘아 대는 이는 유강이었다.
‘알은척해 줘! 왜 알은척 안 해 줘? 우리 알잖아! 만난 적 있잖아!’
…라는 말이 그의 눈빛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에 설화는 그곳으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남궁이 오래도록 아이를 찾아다니기에 그 아이가 누구일지 진정 궁금하였는데. 이리 만나게 되어 반갑구나. 무사 귀환을 축하한다.”
“화산의 걸출(傑出)께서 이리 남궁까지 찾아와 축하해 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에요.”
“허어. 내 너의 나이가 열셋이라 들었는데, 참으로 조숙하구나. 이리 뛰어난 따님을 찾게 되어 남궁의 일 공자께선 참으로 기쁘시겠소.”
“그저 살아서 다시 만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허허.
노문이 인자한 웃음을 흘렸다.
“듣자 하니 우리 유강이와 만난 적이 있다고?”
설화가 그제야 유강에게 시선을 주었다.
유강은 당장에라도 그날의 일을 떠벌릴 것처럼 드릉거리고 있었다.
설화는 다시 시선을 피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산보를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어요. 특별할 것은 없는 만남으로 기억해요.”
“…!”
보지 않아도 표정이 보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그랬구나.”
노문이 제 제자를 흘낏 바라보았다.
남궁 아이의 내공의 성질을 알고 있기에 꽤 관계가 있을 줄 알았건만. 유강의 반응에 비해 남궁의 아이는 관심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빌미로 대환단에 대해 알아보려 했던 계획이 무산되었다.
‘하나, 굳이 돌려 물을 필요가 있을까.’
이미 남궁의 이 공자마저 자신들이 남궁에 방문한 목적을 알고 있다.
섬서에 퍼진 소문이 안휘까지 당도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더군다나 더 이상 남궁에서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내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설화가 찻잔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리라 생각했어요.”
“…?”
노문이 눈썹을 휘었다.
그러리라고 생각했다고? 무엇이냐 묻는 것도 아니라, 당연하게?
“…무슨 뜻이더냐?”
“본래 축하의 목적으로 방문하는 이들은 빈손으로 찾아오지 않아요. 아무리 화산이 재물을 탐하지 않는 도문이라지만, 그 정도 예의는 아시겠죠.”
“…!”
날카롭기 그지없는 설화의 말에 노문과 유표가 움찔, 했다.
“남궁 소저. 그 말은 우리 화산의 가르침을 욕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유표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위협했다.
그의 몸에선 화산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는 지금 예의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거예요. 기본적인 예의조차 차리지 않으신 것을 보아 애초에 목적이 달랐음을 예상했다고 말씀드린 거고요. 이중 어떤 부분이 화산의 가르침을 욕보인 것인가요?”
“유표는 기운을 삼가거라.”
“….”
노문의 말에 유표의 기운이 스르르, 사라졌다. 그러나 설화를 바라보는 매서운 눈빛은 여전했다.
노문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빈손으로 온 것은 미안하게 되었다. 네 말대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급히 오느라 미처 선물을 준비할 여력이 못 되었구나. 이해해 주길 바라마.”
설화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무례라고 생각한 유표가 울컥하여 다시금 기운을 발출하려 했지만, 노문이 손을 들어 그를 가로막았다.
“이리되었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마.”
차라리 잘된 일이다.
노문은 아이가 곧장 대환단의 행방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필시 가져가지 않았다 발뺌할 것이고, 갖고 있지 않다 말할 터.
지금부턴 몰아붙여야 할 상황이니,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히려 독이었다.
“네가 대환단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혹, 섬서의 흑도 방파에게서 빼앗은 것이 아니더냐?”
“맞아요.”
“그리 발뺌해도 소용 없… 뭐라?”
“제가 빼앗았어요. 흑운방이라는 방파에게서요.”
“…!”
노문의 입이 턱, 벌어졌다.
아이는 순순히 인정했다. 너무나 뻔뻔하게도.
“네가… 가져갔다고…?”
“네.”
노문이 큰기침으로 정신을 다잡았다.
어찌 되었든 순순히 인정하였으니 그다음 말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 대환단은 본래 화산의 것이었다. 그러니 돌려주거라.”
“제가 왜 그래야 하나요?”
“…네가 어려서 이해가 잘 안 되는 모양이구나. 네가 가져간 그 대환단은 본래 화산의 것이었다. 그 말은 즉, 너는 화산의 물건을 빼앗은 셈이 되는 것이다. 알겠느냐?”
“엄연히 따지자면 전 화산의 물건을 빼앗은 것이 아니에요. 흑운방의 물건을 빼앗은 거죠.”
“그러니까 그것이 본래는 화산의…!”
“그렇게 따지면 대환단은 본래 소림의 것이 아닌가요?”
“…!”
대환단이 소림의 비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천하에 없다.
흑운방에 화산이 빼앗겼다 하여 그것이 화산의 것이라면, 본래 소림의 것이라는 말 역시 옳았다.
옳지만!
‘어린 녀석이 할아버지뻘 되는 내게 따박따박 말대꾸라니. 주루에서 자란 환경이 남궁의 선한 인품에 독이 되었구나!’
노문은 차오르는 노기를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화산은 그에 대한 값을 치렀다.”
“증명하실 수 있나요?”
“당연히…!”
터져 나온 노문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당연히 증명할 수 없었으니까.
‘화산과 소림의 거래는 극비에 이루어졌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화산과 소림은 이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
설화가 기억하는 이전 생에는 분명 그랬다.
이전 생에 대환단이 흑도 방파의 손에 넘어가 혈마에게 흘러들어왔을 때, 화산은 이를 쫓지 않았다.
아니, 쫓지 못했다는 쪽이 맞겠지.
‘떳떳한 이유로 대환단을 구한 것이라면 이전 생에서도 악착같이 대환단을 찾아야 했어.’
하지만 이전 생에는 흑도에게 넘어간 즉시 포기했다. 무려 대환단임에도.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 거야. 그것이 아니면 절대 알려져선 안 되는 것이 있거나.’
그리고 화산이 그토록 숨기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화는 이미 알고 있다.
그나저나.
‘좀 괘씸한데.’
이전 생엔 포기한 것을 이번 생에는 자신이 대환단을 들고 남궁으로 오자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닌가?
남궁은 화산에게 만만하다는 것인가?
백도는 정직하고 올곧고 평판과 도덕을 중시하니 자신들의 것이라 우기면 돌려줄 거라고 믿은 것이겠지만.
‘난 그럴 생각 없는데.’
애석하게도 상대는 30년을 흑도에서 구르고 구른 설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