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randdaughter of the Namgoong family RAW novel - Chapter 67
67화
* * *
천무제까지 남은 시간 이레.
외당 무사들의 1차 선발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닷새.
새벽 수련을 위해 적룡단의 연무장으로 향하며 설화는 고민했다.
‘오늘은 어떤 수련을 하는 게 좋을까.’
닷새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지만, 무언가 성과를 내기 위한 시간으로 보았을 때는 턱없이 짧다.
닷새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외공을 조금 더 단련시키는 것뿐.
‘비무를 통해 경험을 쌓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신 겁니까?”
내당의 문턱을 넘어서서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물음이었다.
설화는 걸음을 멈추고 령을 돌아보았다.
“뭐가요?”
그녀는 어딘가 답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어제 말입니다. 삼재검법….”
“….”
사실 설화는 령이 어제부터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령은 절정 고수.
어제 적룡대주 앞에서 보였던 검법이 단순한 휘두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을 리 없을 테니까.
줄곧 물어보고 싶었던 모양인데, 여태껏 보인 태도도 있고 해서 묻지 못하고 있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한 모양이었다.
설화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를 응시했다.
“의외네요. 제겐 아무 관심도 없어 보이시더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다는 게 맞겠지만.
“제게 불만이 있으셨던 것 아닌가요?”
“그건….”
정곡을 찔린 것이 민망한지 움찔거리던 그녀는 결국 설화의 눈을 피해 버렸다.
그런 그녀를 잠시간 바라보던 설화는 대답 대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령은 더 묻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연무장에 도착하니 11단원들은 이미 도착해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그들이 설화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가씨 이것 보십시오! 저 어제 백 근 늘렸습니다!”
“어제 아가씨께서 알려 주신 대로 몸을 풀었더니 아주 가뿐합니다!”
수련의 성과가 눈으로 보이기 때문일까.
단원들의 사기는 최고조로 올라가 있었다.
“좋네요. 정말 열심히 하셨나 봐요.”
기본적인 근력과 재능이 받쳐 준 덕분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수련을 보여 드릴까 해요.”
“특별한… 수련이요?”
“오… 특별한 수련이래.”
“지금까지도 충분히 특별하지 않았습니까?”
설화가 몸을 틀어 뒤쪽의 령을 소개했다.
“이쪽은 제 호위를 맡아 주고 계시는 흑룡대 소속 무사님이세요.”
갑작스러운 소개에 잠시 당황하던 령이 적룡단원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흑룡 1대 남궁령이다.”
내당 무사는 기본적으로 외당 무사들의 상급자 격이었으니, 자연스러운 하대였다.
적룡단원들은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서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했다.
단원들은 사실 그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남궁 무사들의 전설이라 불리는 흑룡 1대.
그중에도 남궁의 무사라면 모를 리 없는 흑룡 1대의 최상위 전력 흑룡삼검(黑龍三劍).
령은, 바로 그 흑룡삼검 중 하나였으니까.
설화가 그 삼검 중 하나를 호위무사라며 대동하고 나타났을 때부터 이미 경악하고 있었다.
‘어제는 아가씨께서 금방 가셔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진짜였어… 남궁령이라니….’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찮더니만….’
그런 단원들을 뒤로하고 설화가 령에게 말했다.
“령. 어제 그 검,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하다고 하셨죠?”
“예? 아… 예.”
“알려 줄게요. 지금.”
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을 봐주는 단원들 앞에서 말해 주려 했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설화는 돌연 무기대로 향했다.
목검 두 개를 가져온 설화가 하나를 령에게 내밀었다.
령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목검을 받아 들었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것만큼 확실한 대답도 없겠죠.”
“아….”
그러니까 지금, 비무를 하자는 건가? 아가씨와 자신이?
령의 표정이 설핏, 찌푸려졌다.
“아가씨, 저는….”
“왜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저 같은 어린애에게 질까 봐 걱정되나요?”
“…예?”
그 반대라고 말하려 했다. 적룡대주와는 다를 거라고.
대주와 일개 대원이지만, 흑룡 1대의 흑룡삼검은 이미 대주의 실력을 능가했다.
그럼에도 대원으로 남는 이유는 하나. 대원일 때 더 많은 임무를 나가고, 보다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설화가 검날을 세웠다.
검수는 검 앞에서 예리해지는 법.
령의 표정 역시 한층 진지하게 날이 섰다.
“어제 그 검. 직접 받아 보고 싶지 않아요?”
그 순간, 령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옆에서 볼 때 저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 쥐었던 검이다.
하급 무공 중 가장 하급이라 불리는 삼재검법에서 정말 무언가 묘리라도 깨우친 듯이.
그 검을 직접 받아 본다면?
“….”
령은 저도 모르게 목검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아가씨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하지만, 쉽진 않으실 겁니다. 제 검은 수련을 위한 검이 아니거든요.”
설화의 입매가 옅게 휘어졌다.
‘수련을 위한 검이 아니다라.’
그 말은 곧, 실전 검이라는 의미. 사람을 죽이고, 베어 본 검이라는 뜻.
“네. 재미있겠네요.”
* * *
며칠 전. 령은 경악했다.
“예? 뭘… 하라고요? 호위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호위라니. 고작 열세 살 된, 그것도 이제 막 남궁으로 돌아와 무공 하나 배우지 않은 아이의 호위라니!
“왜 접니까? 다른 대원들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아직 처리하지 못한 임무들이 차고 넘치는데 왜 하필 제가…!”
“가주님께서 아가씨를 많이 아끼신다.”
“…!”
가주가 돌아온 아이에게 벌모세수를 해 주었다는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무리 가주님께서 아끼신다 해도!
“부당합니다! 제가 왜 흑룡 1단에 남아 있는지 대주님께선 아시지 않습니까! 전 강호에 나가 임무를 수행하고 싶단 말입니다!”
남궁의 무사로 활동하며 강호에 이름을 알리는 것. 그리하여 천하에 고수로 인정받는 것.
그것이 령의 목표였다. 그런데 가문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 호위 임무를 제게 주다니!
“부당합니다!”
“령.”
흑룡대주 남궁혁의 눈빛이 일순, 서늘해졌다.
남궁혁은 완숙한 절정에 이르러 초절정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는 이.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상당했다.
“가주님의 명이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느냐?”
고작 열셋의 아이에게 흑룡대의 주요 전력을 호위로 붙이는 것.
그것은 결코 간단한 임무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하나, 위험한 일이 일어나 봤자 대체….”
“맡지 않겠다면 다른 이를 시키도록 하지.”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게 남궁설화의 호위를 맡게 되었다.
가주님의 뜻이 있겠지. 대주님의 뜻이 있겠지.
‘그래도 벌모세수를 받았다는 걸 보면 무위에 재능이 있는 건가.’
약간의 호기심이 일긴 했다. 그러나 그 호기심은 설화를 처음 마주한 순간 사라졌다.
전각의 대문을 넘어서는 남궁설화는 고작 이류 정도의 기운을 가진 아이였다.
열셋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령의 흥미를 돋우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가주님의 벌모세수를 받고도 고작 이류….’
설화를 마주하는 령의 기분은 좋을 수 없었다. 그녀를 곁에서 지켜보면 볼수록 더욱 그러했다.
‘본인이 무시당하는 걸 알긴 하는 것인가?’
삼재검법을 익히라고 했다고 타격대나 두드리고 있고, 그것을 일 공자에게 이르지도 않고.
그런 멸시를 당했으면서 또다시 연무장을 찾아가기나 하고.
‘멍청한 것인가, 아둔한 것인가. 밖에서 자란 탓일까? 남궁의 직계로서의 긍지도 없구나.’
령의 눈에 설화는 답답하고 한심하게만 보였다. 그러나 그 생각 또한 오래가지 않았다.
‘뭐지…?’
설화가 적룡대주 앞에서 선보인 삼재검법.
그 검법을 보는 순간 령은 저도 모르게 남궁설화의 검에 매료되고 말았다.
고작 횡과 종으로 베는 동작일 뿐인데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저게… 삼재검법이라고…?’
저게… 이류가 보일 수 있는 검이던가?
묻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다.
남궁설화가 자신의 불만을 눈치채고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무인으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비무를 걸어올 줄은 몰랐지만.
‘호위가 이래도 되는 건가.’
비무대 위에서 남궁설화와 마주 보고 서 있자니 점점 현실이 자각되기 시작했다.
지켜야 할 대상과 검을 맞대다니.
그럼 호위는 누가 하지? 이걸 대주님이나 가주님이 아신다면?
‘…적당히 맞춰 주다 끝내야겠다.’
그런 령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화는 비무대 아래에 서 있는 적룡단원들을 향해 태평하게 말했다.
“잘 보세요. 안 보이더라도 최대한 집중해서 보세요. 보는 것 역시 경험이고, 이 비무는 여러분의 피와 살이 될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일제히 대답하는 적룡단원들을 보며 령은 문득 궁금해졌다.
어제는 수련장에 들러 수련 내용만 일러 주고 갔으니 깨닫지 못했는데.
‘저들은 왜 고작 이류인 남궁설화의 말을 따르지?’
아무리 남궁의 아가씨라곤 하지만. 외당 무사들이라곤 하지만.
무학으로는 그래도 남궁의 무사인 저들이 한 수 위일 텐데?
어째서 남궁설화의 가르침을 받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