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randdaughter of the Namgoong family RAW novel - Chapter 68
68화
훙― 훙―
설화가 가벼이 목검을 휘둘렀다.
섭무광이 선물로 준 진검도 좋지만, 설화는 이 목검의 무게와 감각을 좋아했다.
“보여 드리기로 했으니, 가볍게 삼재검법으로 시작해 볼까요?”
“좋습니다. 오십시오. 삼재검법은 세 개의 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세 수를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 후회할 텐데.”
“그럴 리가요.”
설화가 어깨를 으쓱이고 검을 잡았다.
천천히 숨을 가다듬은 그녀의 눈빛이 일순, 돌변했다.
‘삼재검법 제1식. 횡(橫) 베기.’
훅― 쉬익―!
설화의 검이 수평을 베었다.
적룡대주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떨어져서 휘두른 것이 아닌, 령을 향해 달려들며 휘둘렀다는 것이었다.
타악―!
“…!”
령이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무겁다!’
남궁설화의 검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무게였다.
‘이류가 어찌…!’
아무리 내공을 쓰지 않았다지만 남궁설화의 검은 막는 것조차 버거웠다.
설화가 령의 검을 쳐 내며 손을 추켜들었다.
‘삼재검법 제2식. 종(縱) 베기.’
후욱―!
그 순간, 령의 눈빛이 흔들렸다.
마치 하늘이 그녀의 머리 위로 무너지는 듯한 위압감이 들었다.
령은 반사적으로 내려치는 검을 피해 설화의 몸 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복부에 검을 휘둘렀다.
그건 본능에 가까운 동작이었다.
미리 말했듯 그녀의 검은 실전 검.
순간적으로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고 판단한 몸이 실전으로 단련된 동작을 저도 모르게 물 흐르듯이 내보인 것이다.
‘아차!’
빈틈을 노려 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령은 세 수를 양보해 주겠다고 한 제 말을 떠올렸다.
‘공격을 거둬야…!’
그러나 이미 휘두른 검을 멈추기란 쉽지 않았다. 불가피하게 령의 검이 설화의 복부에 닿으려던 찰나.
탁― 휘릭―
“…?”
땅을 박차고 튀어 오른 설화는 공중에서 휘돌더니 곧바로 세 번째 검식을 펼쳤다.
‘삼재검법 제3식. 찌르기.’
설화의 검은 정확하게 령의 미간을 향해 내리꽂혔다.
‘죽는다.’
령은 두 번째로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그 순간, 령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손에 땀을 쥐고 비무를 지켜보던 적룡단원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검기…!”
“검기잖아!”
절정에 오른 이들만이 쓸 수 있다는 검기.
발출되는 기운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대단한데, 그것을 검에 두른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완숙한 일류의 경지인 남궁지평은 아주 짧게 검기를 발현할 수 있었기에 더욱 잘 알았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쉬익―
령이 검기를 두른 검으로 내리꽂히는 설화의 검을 쳐 냈다.
타앙―!
순간, 기운과 기운이 맞물리며 약한 충격이 일었다.
설화는 그 충격을 반발력 삼아 다시금 공중에서 휘돌며 령에게서 떨어졌다.
령은 경악했다.
‘분명 검기를 둘렀는데…?’
검기를 두른 순간 확신했다. 이것으로 끝나겠구나.
검기를 두른 검으로 쳤으니, 설화의 목검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 옳았다.
이렇게 맞부딪쳐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니라.
“….”
령은 제 검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선을 들어 설화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걸린 여유로운 미소를 보았다.
“세 수 양보해 주신다더니.”
“읏… 죄송…합니다.”
령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뭐, 괜찮아요. 그럼 이제 제대로 해 볼까요?”
그 순간, 령은 제 눈을 의심했다.
설화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그녀의 검에서도 붉은 기운이 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검기…?”
이류가 아니었단 말인가? 하지만 분명….
‘핫! 설마…!’
기운을 숨긴 거였어? 그럼, 초절정…?
‘아니. 말도 안 된다. 열셋에 어떻게 그 정도 경지에 오를 수 있단 말인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가정에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령은 제 검을 꽉, 쥐었다.
‘직접 확인하라 하였지.’
그래. 그렇다면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
‘지금부터 전력으로 상대한다.’
우웅―
령의 목검이 울었다.
목검은 기운을 버티기에 좋지 않은 검이다. 그러니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져도 검은 가루가 되어 버릴 터.
그렇기에 이 아슬아슬한 비무를 이기는 이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훅―
령이 설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푸른 기운이 일순, 일렁였다.
펑―! 퍼펑! 펑!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는 이질적이었다. 나무와 나무가 아닌 기운과 기운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령과 설화의 검이 빠른 속도로 맞부딪쳤다.
비무를 지켜보는 적룡단원들의 눈동자가 바빠졌다.
‘빠, 빠르다…!’
‘엄청난 기운….’
‘이게 바로… 절정 고수…!’
두 사람의 보법을 눈으로 좇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제대로 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남궁지평의 주먹 쥔 손에 핏기가 사라졌다. 그는 이를 앙다문 채로 눈에 힘을 줬다.
그래도 따라갈 수 없어 포기하려는 마음이 들 때쯤.
“똑바로 보세요! 보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요!”
설화가 소리쳤다.
그 외침에 다섯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외당 무사의 신분으로 절정 고수들의 싸움을 볼 기회는 많지 않다.
절정 고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본 적이 없으니, 그 경지를 머릿속에 그리기가 힘들다.
그리기 힘드니 아득할 뿐이고, 아득한 것은 감히 엄두를 낼 수조차 없다.
그런 그들에게 이 비무는 황금 같은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그래! 본다. 전부 보고 만다…!’
보는 것으로 품을 수 있게 된다면!
‘이 비무를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만다!’
남궁지평과 네 명의 단원들은 필사적으로 두 사람의 움직임을 좇았다.
비무는 두 사람이 치르고 있지만, 연무장의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었다.
령의 표정이 굳었다.
‘비무에 집중해도 모자랄 텐데 구경꾼들까지 신경을 쓴다고?’
령은 최선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아니, 봐주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상대할 수 없는 상대였다. 자신은 그러할진대.
후우웅….
령의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 설화의 여유가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설화 역시 조금 더 짙어진 그녀의 기운을 느꼈다. 하지만 설화는 기운을 더 끌어 올리지 않았다.
펑! 퍼펑! 펑!
령이 쏟아 내듯 휘두르는 검을 설화는 흘려보내며 상대했다.
설화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약한 탓일까. 설화는 한 걸음씩 밀리기 시작했다.
‘아가씨…!’
남궁지평과 적룡단원들은 긴장했다.
아가씨께서 밀리신다! 상대가 상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아가씨께서!
펑! 퍼펑! 펑!
쏟아지는 검격 속에 설화는 어느새 비무대의 가장자리까지 밀려나 있었다.
이제 한 걸음만 뒤로 밀려나면 설화의 패배.
‘끝낸다!’
령은 마지막으로 힘을 실어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콰직!
‘콰직…?’
령이 제 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콰지직!
세로로 길게 쪼개지고 있는 제 목검을.
그렇게 쪼개지고 쪼개지던 검은 어느 순간.
파앙―!
완전히 터져 버렸다.
검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령이 실었던 힘이 축을 잃고 흩어져 버린 것이다.
령은 결국 마지막 한 번의 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멍하니 터져 버린 제 목검을 바라보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검을 내렸다.
“졌습니다.”
“그러네요.”
설화 역시 검을 내리고 바로 섰다.
놀라는 기색도, 안심하는 기색도 아니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간단해요. 공격을 흘려보내며 검에 생긴 틈이 벌어지도록 제 기운을 조금씩 불어넣는 거죠.”
설화가 령의 검을 가리켰다.
“목검은 기운을 담는 데 한계가 있어요. 물론 기운의 운용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다르겠지만, 보통은 목검이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버리죠.”
령이 힘을 끌어 올렸을 때부터 그녀의 검에는 이미 금이 가고 있었다.
설화는 공격을 흘려보내는 대신, 검면에 생긴 틈에 제 기운을 불어넣어 금이 벌어지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령은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알고 있었다.
공격을 흘려보내며 틈을 확인하고 기운을 불어넣는다? 아마 반대의 경우였다면 자신은 그럴 생각조차 못 했을 테니까.
‘그것이 내가 진 이유겠지.’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참으십니까?”
“….”
“아가씨께선 적룡대주를 충분히 이기실 실력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근데 왜 참으시는 겁니까?”
령의 시선이 분노했다.
그것은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의를 두고 보는 이를 향한 불만이었다.
답답함이었고, 억울함이었다.
“아가씨께선 왜, 맞서지 않으십니까?”
설화는 덤덤하게 령의 시선을 마주했다.
령의 시선이 불타오르는 불꽃이라면, 설화의 시선은 고요한 바다였다. 그 바다는 너무나 잔잔해서 불꽃을 태울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 령은 제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서서히 사그라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맞서고 있어요.”
수면이 파동을 일으키듯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충분히 맞서고 있어요. 내 방식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