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randdaughter of the Namgoong family RAW novel - Chapter 78
78화
이 남궁의 지붕 아래, 가주를 알아보지 못할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가주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더라도 직감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압도감이었다.
공간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공기가 압도되고 기운을 발출하지 않아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위압감.
다섯 단주들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가, 가주께서 왜… 여길….’
‘비풍대주님까지…!’
이럴 리가 없다.
분명 천호전에선 1차 선발에는 별다른 관심을 둔 적이 없을 텐데? 어째서 가주께서 이곳에?
“외공과 내공의 균형이 훌륭하군. 이런 인재를 이곳에서 볼 줄이야. 설화 네 말대로 와 보길 잘했구나. 허허.”
다섯 단주는 그제야 남궁무천의 뒤에 서 있던 작은 아이를 보았다.
남궁무천의 반도 안 되는 작은 몸집의 아이.
‘남궁설화!’
그 순간, 적룡단주는 남궁설화와 눈이 마주쳤다.
지난밤의 일을 떠올린 적룡단주가 숨을 헉, 들이켜며 시선을 피했다.
설화가 미소 지으며 남궁무천의 손을 붙잡았다.
“근데요, 할아버지. 조금 전에 분명 ‘실격’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음? 그랬더냐?”
“제가 보기엔 저쪽 무사님께서 훨씬 강해 보였는데. 제가 잘못 본 걸까요?”
“그럴 리가 있느냐. 나도 그리 보았는데.”
남궁무천이 다섯 단주들을 돌아보았다.
그 묵중한 시선만으로 단주들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적룡단주.”
“예, 예, 가주님…!”
“결과가 어찌 되었다고?”
“…!”
다섯 단주들이 숨을 들이켰다.
적룡단주의 강력한 주장에 다섯 단주들은 남궁지평을 실격시키기로 약속했다. 남궁지평의 상대가 ‘그분’이 내정해 놓은 이였으니, 당연한 수순이었을진대.
“결과가 어찌 되었느냐 물었다.”
“다, 당연히….”
아무리 그분이 두렵다지만, 눈앞의 가주보다 두려운 건 아니었다.
적룡단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적룡… 11단… 남궁지평의… 승입니다.”
남궁지평의 얼굴이 빠르게 밝아졌다.
이겼다. 드디어.
이 깨트릴 수 없었던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졌다. 드디어.
“하… 하하…?”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웃음만 흘러나왔다.
‘아가씨….’
지평의 눈동자는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 시선으로 설화를 바라보았다.
설화 역시 그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미소가 그의 승리를 다시금 주지시켰다.
“하하…! 하하하하! 이겼다…! 내가 이겼다아!”
남궁지평은 뒤늦은 포효를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비무장이 떠나가도록 소리치는 그를 보며 남궁무천이 허허, 웃음을 흘렸다.
“저 아이가 설화 네가 가르친 아이더냐?”
“아뇨.”
“아니라고?”
“전 더러운 흙만 털어 주었을 뿐이에요. 저분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무인이었어요.”
땅속 깊이 묻혀 있더라도, 금은 금이다.
남궁지평은 본래 재능을 가진 인재였고, 너무 늦었지만 이제야 빛을 본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마음껏 날아오르겠지.’
남궁지평도, 이번 기회에 드러나게 될 다른 파묻혀 있던 보석들도 말이다.
“비무는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앉을까요, 할아버지?”
“허허허, 그래. 그러자꾸나. 앞으로 어떤 보석들이 나올지 벌써 기대되는군. 허허!”
섭무광이 단주들에게 의자를 내오라 지시했고, 단주들은 일사불란하게 가주와 설화의 자리를 준비했다.
그제야 제대로 된 1차 선발전이 시작되었다.
* * *
“와하하하하! 붙었다! 다 붙었다고!”
“우리가 해냈어! 정말 해냈어!”
“아가씨 만세! 주군 만세!”
남궁지평을 포함한 다섯 대원 모두 1차 선발을 통과했다. 무난한 승리였다.
“아니, 같은 단원인데 이렇게 실력 차이가 날 수 있나?”
“진짜! 엄청 쉽던데요? 그냥 쉬쉭! 쉭! 하니까 끝났다고요!”
“가주님께서 손뼉 쳐 주셨냐? 난 웃기까지 하셨다고! 하하하!”
“나한텐 인재라고 하셨거든?”
그들이 전부 붙고도 남궁무천은 1차 선발전의 자리를 지켰다.
그 덕에 1차에선 실력 있는 이들이 시험을 통과했고, 2차는 천무제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해 주실 줄은 몰랐는데.’
외당 무사들의 비무를 지켜보는 남궁무천의 눈빛이 떠올랐다. 얼마나 반짝이던지.
가주의 위엄보단 무인으로서의 호기심과 흥미만이 가득한 그 눈빛은 설화로서는 조금 신기할 정도였다.
남궁무천 정도 되는 경지라면 외당 무사들의 시시한 비무 따위 지루해할 줄 알았는데.
‘역시 진정한 무인이라는 거겠지.’
그리고 진심으로 남궁을 사랑한다는 거고.
그 모습 덕분에 설화 역시 이 남궁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다질 수 있었다.
“이틀 남았네요.”
왁자지껄 즐거움에 들떠 있는 단원들의 앞으로 설화가 성큼, 다가갔다.
단원들은 금세 진지한 얼굴이 되어 설화를 바라보았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해요. 천무제는 남궁의 주축이 되는 가문의 어른들 앞에서 여러분의 무위를 선보일 수 있는 아주 좋은 자리이죠.”
단원들의 눈빛이 결의로 가득 찼다.
“여러분에겐 이틀이라는 시간이 남았어요. 그 시간 동안 잘 준비해서 끝까지 좋은 결과 이루셨으면 좋겠어요.”
“아가씨께서 주신 은혜 절대 헛되이 만들지 않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가씨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겁니다!”
이제 이틀 후면 당주들과 장로회와 원로회 그리고 가주와 직계들이 보는 앞에서 선발 비무가 치러진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대주들의 입단 제의를 받게 될 것이고, 제의를 받은 이들은 정식 내당 무사가 될 것이다.
어떤 대주의 제의를 받게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잘 해낼 거야. 이들이라면.’
반드시 내당 무사가 되겠다는 각오로 다져진 다섯 무인을 보며 설화가 부드럽게 입꼬리를 휘었다.
“오늘은 같이 식사해요. 제가 맛있는 음식집을 알거든요.”
다섯 무인들의 표정이 일순간 밝아졌다.
“설마…! 아가씨께서 사 주시는 겁니까?”
“정말요? 가는 겁니까, 오늘!”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배 터지게 먹어 봐요. 결국엔 든든하게 먹어야 힘이 생기는 게 아니겠어요?”
“와하하! 좋아쓰!”
“배 터지게 먹어 주마!”
다섯 무인들이 기쁨에 방방 뛰었다.
기울어지는 햇빛이 기분 좋게 미소 어린 얼굴을 비추어 주는 저녁이었다.
* * *
쨍그랑―
찻잔이 산산이 조각났다.
연소란의 입술 새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전부… 떨어졌다고요….”
그녀의 주먹 쥔 손이 부들거리며 떨려 왔다.
천무제는 1년에 고작 두 번 열린다.
수백의 외당 무사들이 내당 무사가 되기를 꿈꾸며 반년간 죽어라 노력하지만, 그 두 번 열리는 행사에서 내당 무사로 승급되는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그중 연소란이 개입하여 승급시킬 수 있는 숫자는 고작해야 다섯.
“그 다섯 명 전부… 남궁설화가 가르치던 무사들에게 패배했다는 말인가요…?”
머리카락 사이로 날카로운 시선이 적룡대주를 노려보았다.
적룡대주가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 가주님께서 직접 오시는 바람에….”
“그걸 말이라고 하나요!”
탁자를 내려치는 것과 동시에 탁자 위의 찻잔이 덜그럭거렸다.
“내가 애초에 남궁설화가 봐주던 그 다섯 명! 절대, 절대! 승급 시험에 나타나지 못하게 하라고 했을 텐데요!”
“그, 그것이… 적룡…단주가….”
남궁장양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된 이상 적룡단주에게 들은 말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남궁설화 그것이 저를 협박했습니다! 제 다리를 이렇게 만든 것도 그 영악한 놈이라고요! 적룡 11단 단원들을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절 죽이겠다고 했단 말입니다!’
적룡단주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고작 아이 하나에게 발목이 분질러지고 협박까지 당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무리 직계라지만 이제 막 남궁으로 돌아온 열세 살짜리에게!
“그 아이, 이류라 하지 않았나요?”
남궁장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건 확실합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삼재검법을 펼칠 땐 무언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땐 내가 예민했던 것이겠지.’
검법을 본 이후에도 쭉 지켜보았지만 남궁설화의 기운은 역시나 고작 이류일 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연소란의 낯빛이 싸하게 가라앉았다.
“그럼. 고작 이류 따위에게 협박당해 내 지시를 무시했다는 것이겠군요.”
“그, 그것이….”
“알아서 처리하세요.”
“적룡단주… 말씀이십니까?”
“그런 무능력한 자는 필요 없습니다. 내쫓으세요. 그리고 이번에 승급시키지 못한 다섯 명 중 상단 쪽 자제를 그 자리에 올릴 수 있도록 하세요. 상단과 척을 지게 되면 일이 복잡해집니다.”
남궁장양이 마른침을 삼켰다.
적룡단주가 쓸모없어지니 곧바로 그를 버리고 다른 이를 단주 자리에 앉히라니.
‘이번엔 적룡단주일지 모르지만, 다음에 축출당하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
이번은 쉬이 넘어갔다 하여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 아이, 남궁의 무공은 익히지 않은 것이 확실하겠죠.”
“…물론입니다. 익힌 것은 삼재검법뿐이니… 천무제에서 그 아이가 보여 줄 건 고작 검 좀 휘두르는 것뿐일 겁니다.”
남궁설화의 소문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제는 가문 내의 모두가 남궁설화의 천박함에 대해 흉을 볼 정도이다.
가주의 눈치를 보느라 쉬쉬하는 눈치이긴 하지만, 본디 조용히 퍼지는 소문이 무서운 법.
“이번 천무제의 주인공은 이 공자님과 소룡 도련님께서 되실 것입니다.”
남궁장양이 연소란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내내 굳어 있던 연소란의 얼굴이 비로소 자애로운 미소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