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randdaughter of the Namgoong family RAW novel - Chapter 99
99화
수적들 사이를 날뛰며 검을 휘두르는 이는 다름아닌 남궁청운. 설화의 아버지였다.
혹시나 했던 남궁이 정말로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한 것이었다.
‘내가 남긴 표식을 알아봤구나!’
그래도 이렇게 빨리 따라잡았다는 것은 밤새 쉬지 않고 표식을 찾아왔다는 것.
그 넓은 범위를 얼마나 필사적으로 추적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쾅! 콰앙!
남궁청운뿐만이 아니었다.
뚫린 입구로 남궁의 황룡대가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그 사이로 화린의 부모인 남궁청산과 모용연화의 모습도 보였다.
캉! 카캉! 캉!
모용연화는 모용가의 여식답게 부드럽지만 강한 검을 구사하며 앞을 막는 수적들을 베어냈다.
빠르게 적을 쓰러트리는 쌍검술은 푸른 검기를 흩뿌리는 청운과는 달리 조용하지만 강한 검이었다.
“쏴! 화살을 쏴! 여자를 쓰러트려!”
누군가 그렇게 외쳤다.
곧이어 수십 개의 화살이 모용연화를 향해 쏘아졌다. 그러나.
카카카캉! 캉!
커다란 대검이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고, 쳐내지 못한 화살은 검면으로 막아냈다.
“누가 감히 내 부인을 상하게 하느냐!”
남궁청산이었다.
콰앙-! 땅을 박차고 튀어 오른 거구가 순식간에 화살을 쏘던 수적들을 향해 쇄도했다.
“컥!”
“크아악!”
수적들은 거친 바람을 일으키며 휘두르는 대검에 반항조차 못 한 채 쓰러졌다.
“내 딸 내놔 이것들아!!”
훙- 후웅-
청산의 대검이 수적들의 한복판을 헤집었다.
말 그대로 헤집었다. 망설임도, 자비도 없는 검격에 수적들은 맞설 생각조차 못 하고 쓸려나갔다.
“도, 도망쳐!”
“으아악…!”
그 무자비한 공격을.
카앙-!
날카로운 창끝이 막아섰다.
“물러서라.”
수로채의 채주, 맹등호였다.
* * *
우웅….
맹등호의 창에 거친 기운이 휘감겼다. 완숙한 초절정에 이른 이만이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검강이었다.
“…!”
남궁청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번졌다.
“피해요!”
모용연화가 소리쳤다. 그러나 청산이 피하기엔 이미 늦은 후였다.
부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창대가 청산을 향해 휘둘러졌다.
청산은 반사적으로 검날을 세워 공격을 막았으나.
콰앙!
“크아악!”
굉음과 함께 청산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부서진 울타리의 파편이 널브러져 있는 방향이었다.
모용연화가 땅을 박차고 튀어 오르며 양손에 기운을 모았다.
날아오는 청산의 등을 향해 양 손바닥을 펼친 그녀가 장법을 쓰듯 청산의 몸을 막았다.
청산에게 남아 있던 맹등호의 기운과 모용연화의 기운이 공중에서 부딪히며 폭발하듯 또 한 번의 굉음을 일으켰다.
“커헉!”
남궁청산이 피를 한 움큼 토해냈고.
“큭….”
모용연화 역시 충격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두 사람이 흙바닥을 굴렀다. 모용연화의 힘으로는 떨어지는 방향을 비트는 것이 최선이었다.
“청산아! 제수씨!”
수적들을 상대하고 있던 청운이 놀라서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채, 채주님!”
“채주님이 오셨다!”
수적들은 환호했다.
초절정의 고수가 나타났으니 이제는 살았다는 안심에 수적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맹등호의 등장에 판도가 단번에 뒤바뀐 것이다.
“괜찮은 것이냐?”
“큭… 괜찮소.”
“저도 괜찮아요.”
두 사람의 상태를 살핀 청운이 매서운 눈빛으로 맹등호를 노려봤다. 그의 눈동자 속 푸른 기운이 일렁였다.
“저자는 내가 맡겠다.”
“형님 혼자?”
“저자가 데려온 고수들을 생각하면 이미 열세다.”
본래 있던 네 명의 절정 고수에 더해 채주와 함께 네 명의 절정 고수가 더 합류했다.
청운 일행의 절정 고수는 고작해야 여섯.
‘섣불렀다.’
고작 하나의 수로채에 이리 많은 고수가 있었다니.
채주의 무위가 초절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부하들의 무위 역시 무시할 바가 못 된다.
이 정도의 무력이라면, 수로채 내에서도 강한 축에 속할 터.
청운이 검자루를 말아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적들의 환호의 중심에 선 맹등호와 마주 섰다.
몸을 숨긴 채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설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싸움은 진다.’
수로채에 쳐들어온 남궁의 전력을 보았을 때부터 설화는 이 상황을 예상했다.
아버지 남궁청운이 초절정의 경지라지만 그는 초절정에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였다.
경지에 익숙해지고 기운을 안정시키기도 전에 천무제를 위해 수련을 멈춘 상태에서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인 맹등호를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거기다….’
나머지 전력의 격차도 크다. 패기 있게 밀고 들어오던 남궁의 전력은 이미 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설화가 남궁의 전력에 힘을 더한다 해도 이기기 힘든 싸움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방법을 찾아야 해.’
전투의 판도를 뒤바꿀 방법을…!
탓-
설화는 서둘러 움직였다. 유강과 화린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던 그때.
“!”
황급히 걸음을 멈춘 설화는 몸을 낮추며 막사의 지붕 너머를 바라보았다.
화린을 품에 안은 유강이 보였고, 그 맞은편에는….
‘마종의!’
설화는 몸을 낮춘 채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를 내놓으래도?”
마종의는 유강에게 화린을 내놓으라 말하고 있었다.
유강이 화린을 안은 팔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안 됩니다! 채주님께서 제게 아이를 잘 돌보라 명하셨습니다!”
“아- 그러니까. 내가 네 녀석 채주에게 이 애를 데려오라 시킨 사람이라니까?”
“채주님의 말씀이 아닌 이상 믿을 수 없습니다!”
“이놈이?”
“생각해 보십시오! 적이 쳐들어왔는데 처음 뵙는 분을 어찌 믿고 채주님의 명령을 거역하겠습니까? 혹여 적이 정체를 숨기고 이 아이를 데려가려는 것이면 어쩌려고요?”
마종의가 허. 탄식했다. 황당하지만, 또 맞는 말이라 반박하기 어려웠다.
채주를 향한 충성심이 깊어 의심한다는 걸 무어라 하겠는가?
“이렇게 말문 막히게 하는 놈은 또 오랜만이군.”
마종의가 쯧, 혀를 찼다.
귀찮고 짜증 나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유강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어차피 채주에게 갈 거 번거롭게 하는구나. 그럼 네놈이 안아 들고 따라오거라. 쯧.”
그러곤 몸을 돌려 앞서 걸어갔다.
유강은 마른침을 삼키며 그의 뒤를 따랐다.
“괜찮아. 화린아. 괜찮을 거야.”
화린을 토닥이며 마종의의 뒤를 따르는 유강을 지켜보던 설화는 다시 움직였다.
‘마종의라면 화린이를 이용해서 남궁의 항복을 유도할 것이다.’
마종의에게 화린은 자신이 가진 하나의 패에 지나지 않을 터. 그러니 마종의가 그 패를 써먹기 전에.
‘내가 선수 쳐야 해.’
설화는 기감을 최대한으로 펼쳐 진소약을 찾았다.
유강이 화린만을 데리고 이곳에 있다는 건, 진소약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는 뜻일 터.
‘채주의 막사로 갔나?’
아니다. 그럴 리가.
어젯밤에도 진소약은 채주의 막사로 가지 않았다. 아마 진짜로 생활하는 막사는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그곳을 찾아야 하나?
하지만 이 많은 막사를 언제 다 뒤져 보….
“….”
설화가 걸음을 멈췄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걸음을 돌려 한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가 도착한 곳은 채주의 막사 뒤편. 진소약의 비밀 장소였다.
부스럭.
개구멍을 지나 수풀을 헤치니 쪼그려 앉아 떨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정말로… 여기에 있다니.’
이곳이 진소약에겐 특별한 장소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 보았지만.
정말로 이곳에 있을 줄은 몰랐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소약이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울고 있었다. 펑펑.
설화를 발견한 소약은 흐아앙, 울음을 터트리며 설화에게 와락 안겼다.
설화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서, 무서웠어…! 호, 혹시라도 나쁜 놈들한테 잡힐까 봐 너무 무서웠어…!”
아이는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제 아픔을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꾹꾹 눈물을 삼키던 아이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익숙한 두려움.’
“…너 이런 적이 처음이 아니구나.”
“나쁜 놈들이 나를 잡았어. 나를 죽이겠다고 하면서… 아빠를 아프게 했어…. 나는…너무 무서워서….”
‘그래서였구나.’
맹등호의 성을 따르지 않고, 막사를 따로 쓰며 수로채에서 아는 체를 하지 않는 이유가.
얼핏 허술해 보이는 전략이지만, 나쁘지 않다.
오래 있다 보면 채주의 아들이 누구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어도, 갑작스레 수로채에 쳐들어온 이들은 아마 진소약이 맹등호의 아들이라고 생각지도 못할 테니까.
‘여긴… 사파니까.’
어리고 약한 자식을 인질로 삼는 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일 테지.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흐어엉….”
두려움에 떨며 울음을 터트리는 소약을 잠시 내려다보던 설화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설화는 덜덜 떨리는 소약의 어깨를 꾹 누르며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맞춰 앉았다.
“잘 들어.”
소약이 눈물을 훔치며 코맹맹이 소리로 ‘응?’ 되물었다.
“난 지금부터 너를 이용해서 네 아빠를 협박할 거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