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0
10화 지옥의 사냥개 (3)
비키르는 과거를 회상했다.
막 그렇게까지 오래 전은 아니고,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휴고 바스커빌이 필기시험에서 1등을 했다는 명목으로 줬던 상 비슷한 것.
‘먹고 싶은 간식이 있느냐?’
‘초콜릿이요!’
‘집사. 식량창고로 가서 초콜릿을 원하는 만큼 덜어 가게 해라. 단, 너무 욕심 부리게 하지는 말고.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만.’
당시 비키르는 식량창고의 열쇠를 넘겨받았었다.
베리모어 집사를 따라 간 지하실에서 비키르는 한 자루의 초콜릿 원두를 얻었다.
‘예전에 가주님께서 가문 내의 상원의원들을 친히 이끌고 가셔서 영지 서부전선의 야만인들을 토벌하시고 그 일대의 광활한 밀림을 농지로 개척하셨지요. 그곳의 특산물인 ‘블러디빈’ 콩은 능히 한 알로 1백 리터의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블러디빈. 한 알의 콩알이 능히 100리터의 초콜릿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진한 풍미를 자랑하는 마법의 원두.
비키르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자루에서 블러드빈 한 알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물을 건너오느라 속도가 많이 죽은, 그리고 뛰는 도중에 입을 벌리며 개 특유의 버릇을 드러낸 헬하운드를 바라보았다.
입을 쩍 벌리고 느리게 접근해 오는 꼴이 마치 입안에 뭔가를 던져 넣어 달라는 것 같다.
노련한 사냥개인 비키르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틱!
비키르가 엄지로 튕긴 블러디빈 한 알이 그대로 헬하운드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반응은 바로 왔다.
…깽!
뭔가 싶어 입안으로 날아든 것을 꿀꺽 삼킨 헬하운드.
놈은 대번에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캐행! 깨갱! 깽!]입가에 거품이 일어나고 끈적한 점액질의 토사물이 질질 흘러내린다.
항문에서는 물똥이 찍찍 흘러나왔고 전신에서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심장이 터져나갈 듯 펌핑되었고 그에 따라 눈에 핏발이 곤두서 터져 나온다.
‘예상대로군.’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멸망의 시대를 거쳐 온 사냥꾼이라면 누구나 알았던 사실.
그것은 바로 개과의 마물이 초콜릿에 약하다는 사실이다.
초콜릿 원두에 들어 있는 물질은 개에겐 독약과도 같다.
지옥에서 올라온 사냥개라고 해도 이 점은 비슷했다.
“어디 보자. 증상이 어떻게 되더라? 점액질의 구토, 호흡곤란, 요실금, 설사, 체온 증가, 심박 수 증가, 식욕 저하, 경련, 발작, 심한 흥분…… 그리고 사망이었지?”
비키르는 날 무딘 숏소드를 잡았다.
그리고 수해의 뿌리굴 깊은 곳으로 비틀비틀 도망가는 헬하운드의 뒤를 쫓았다.
“제일 먼저 위와 심장에 타격이 왔을 것이다. 그 다음은 간이지.”
하지만 헬하운드의 위, 심장, 간은 강철보다도 단단한 갈비뼈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날 무딘 숏소드로는 그 틈을 비집고 찔러 넣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갈빗대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곳, 그러면서도 초콜릿에 의해 약해져 있는 곳을 노리는 것이 최선.
“……답은 신장이다.”
헬하운드의 갈빗대가 미처 감싸지 못하는 하복부, 초콜릿의 독소 때문에 잔뜩 무리가 가 있는 신장이라면 충분히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비키르는 숏소드를 가로로 뉘여 강하게 찔렀다.
날이 무뎌서 베거나 관통할 수는 없겠지만 가죽과 근육, 살 밑에 있는 신장에 데미지를 찔러 넣기에는 충분했다.
[캥! 끼이잉……]신장 위로 충격이 오면 올수록 신장은 더욱 약해지고 독소는 더욱 더 강해진다.
헬하운드는 잔불이 남아 있는 뜨거운 배설물을 지리며 바닥에 늘어졌고 이내 1미터나 되는 긴 혀를 빼물게 되었다.
비키르는 저항불가가 된 헬하운드의 마지막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 놓았다.
헬하운드는 개과의 마물임과 동시에 기름세계의 지옥불을 뱃속에 삼킨 채로 돌아다니는 유계종(油界種) 마물.
확실하게 죽여 놓지 않으면 그 생명력은 잿더미 속에서 되살아나는 잔불처럼 언제 다시 위협이 될지 모른다.
“꺼진 불도 다시 봐야지.”
비키르는 숏소드를 들어 헬하운드의 마지막 생명의 불씨를 완전하게 짓밟아 껐다.
퍽! 퍽! 퍽! 뻐억!
날 무딘 숏소드로는 이렇게 개 패듯 패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이윽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츠츠츠츠츠……
헬하운드가 죽자 그것의 시체에서 무형의 기운이 빠져나와 비키르의 전신에 깃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치’, ‘노력치’ 혹은 ‘업보(業報)’, ‘카르마’라고 부르는 것들.
마물을 잡고 얻은 이 신비롭고도 요사스러운 기운이 몸에 쌓이면 그것은 곧 육체의 강화로 이어진다.
비키르는 제 나이 대 아이들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까마득한 고위 마물을 혼자서 쓰러트렸고 그 결과 육체가 한층 더 강력해지는 효과를 얻었다.
스틱스 강의 가호에 더불어 헬하운드를 잡고 얻은 경험치까지 더해졌다.
비키르의 몸은 이제 어지간한 독이나 마법, 기타 물리력에도 끄떡없게끔 되었다.
“……흠. 뼈가 더 굵어졌나? 키도 자란 것 같군.”
손에 들었던 숏소드가 아까보다 훨씬 더 가벼워졌다.
칼의 무게가 갑작스럽게 줄어들 리가 없으니 손아귀 힘이 세졌다고 봐야 하리라.
붕- 붕-
다른 8~9살 아이들은 두 손으로 휘두르는 것도 버거워하는 칼을 비키르는 한 손으로도 수수깡 휘두르듯 다룬다.
하지만 생전의 힘을 되찾으려면 아직 멀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성년식을 치르기 전에 생전의 힘을 모두 회복할 수 있겠어.’
지금 비키르의 나이는 불과 8살. 경지는 소드 익스퍼트 상급.
다른 바스커빌들이 성년식 이후에나 보일 법한 경지에 올라 있다.
앞으로 7년의 세월이 흐른 뒤라면 전생의 힘을 되찾는 것 이상도 충분히 자신 있었다.
‘당장 이번 실기시험에서 1등을 하게 되면 받을 보상도 있고.’
비키르는 흡족한 표정으로 헬하운드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뜨거운 열기가 남아 있는 이 마물의 사체를 가문으로 가져간다면 실기평가 1위는 따 놓은 당상이다.
경계구역 바깥으로 나갔다는 것이 다소 문제가 될 여지가 있지만 그것은 영도견 역할을 맡은 수호기사들에게나 질책감이지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칭찬받을 일.
세상에 8살 난 아이가 영도견들도 버거워하는 경계지역 바깥 미해금지대까지 나아가 위험등급 B+급의 마물을 잡아 오다니, 그것도 단신으로!
휴고의 표정이 벌써부터 예상이 가는 부분이었다.
…턱!
비키르는 헬하운드의 꼬리를 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마물의 주검은 그 영혼이 마계에 저당을 잡혀 있기 때문에 인간계의 중력과 다른 법칙을 적용받는다.
그 때문에 헬하운드의 사체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무거웠지만 비키르의 힘 역시 일반적인 8살 아이와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니 상관없다.
드드득- 득- 우득!
비키르는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했다.
가시넝쿨들 천지의 오르막길이었지만 잘 포장된 꽃길처럼 느껴졌다.
이제 내려가서 헬하운드의 시체를 수호기사들에게 제출하고 실기평가 1위 타이틀을 가져가면 된다.
그리고 그로 얻게 될 보상을 생각하자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생전에는 감히 꿈꿔 보지도 못했을 엄청난 보상, 심지어 이 시대에는 그 누구도 진짜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있는 보물이 비키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비키르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요인이 여기에 하나. 아니 여럿.
그르르르르……
뒤편의 수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울음소리들.
뿌리들이 뒤틀려 만들고 있는 굴,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긁혀 나오는 하울링이 점점 다가온다.
“……아차.”
비키르는 헬하운드의 시체를 잠시 내려놓았다.
깜빡 잊고 있었다.
헬하운드는 무리생활을 하는 마물이라는 것을.
이윽고.
수해의 어둠 곳곳에서 노오랗고 붉은 유황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열한 마리의 헬하운드들이 어느새 몰려와 비키르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
비키르는 조금도 기죽지 않은 채 씩 웃을 뿐이다.
오히려 그 미소를 마주한 헬하운드들이 불안한 듯 몸을 낮게 움츠려 으르렁거릴 뿐.
개는 개장수를 알아본다던가?
멸망의 세계를 거쳐 또 한 번의 윤회를 넘어온 자일지라도 그 영혼에 깊게 배인 핏물의 누린내는 미처 씻을 수 없었던 모양.
요람 속의 비키르를 보고 얼어붙었던 독사 블러디맘바가 그랬듯, 적과 흑 산의 헬하운드들 역시도 본격적으로 살기를 드러내는 비키르의 앞에서 감히 함부로 굴 수가 없는 모양이다.
이윽고, 비키르가 입을 열었다.
“어서들 와라. 아직 콩알 많이 남았다.”
허리춤에서 블러디빈 원두들이 달그락거린다.
헬하운드 하나를 잡아 강해진 육체를 감안해 보면 여기 모인 헬하운드들을 모두 잡았을 때의 성장폭은…… 미처 가늠도 안 된다.
비키르와 헬하운드 무리가 그렇게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을 때.
끼이잉……
그 흉악한 헬하운드들이 별안간 가랑이 사이로 꼬리를 말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
비키르는 조금 놀랐다.
한번 이빨을 드러낸 헬하운드는 죽을지언정 등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헬하운드들은 등만 보이지 않았다뿐이지 노골적으로 겁을 먹은 채 도망치고 있었다.
비키르가 뿜어내는 살기가 아무리 흉흉한 것이라고 해도 아직 8세 어린아이의 몸을 가지고 있는 바, 열 마리가 넘는 헬하운드들을 내빼게 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여기 이 헬하운드들을 꼬리 말고 도망치게 만들 법한 외부적 요인이란?
이윽고, 비키르는 곧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르르르르……
침과 유황불이 끓는 소리.
모든 헬하운드들을 내빼게 만드는 이 구역의 주인이 등장했다.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여섯 개의 눈알.
수해의 뿌리굴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세 개의 대가리.
“……이런 게 여기 살았던가.”
비키르조차 놀란 표정을 짓게 만들 정도의 최상위급 마물.
위험등급 : A+
크기 : 7m
발견지 : 적과 흑 산맥 7부 능선
-일명 ‘지옥의 번견(番犬)’
지옥으로 들어오려는 망령에게는 관심이 없지만 지옥에서 벗어나려는 망령은 그 즉시 갈기갈기 찢어 걸레조각으로 만들어 놓는다.
모든 망령들이 최종적으로 향하게 되는 기름세계 깊은 곳에 서식하며 유계종 몬스터의 궁극(窮極)으로 통한다.
지옥 그 자체를 상징하는 삼두견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