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마담 여덟다리 (6)
/ 송곳
-1슬롯: 화상(火傷) -케르베로스(A+)
-2슬롯: 사일런트 힐 -무슈후슈(A+)
-3슬롯: 초고속재생 -뻘늪 수렁도롱뇽(A+)
마검 베알제붑의 세 번째 구슬이 붉은 빛을 토해 내고 있었다.
수렁도롱뇽의 영혼이 구슬 안에서 사납게 날뛴다.
그 파괴적인 기운은 곧 망령 에너지로 변해 비키르의 전신 혈관을 타고 흘렀다.
스킬 ‘초고속재생’이 시전되었다.
츠츠츠츠츠……
근섬유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수증기와 함께 육체가 놀라운 속도로 재생되고 있었다.
잘려나간 다리에서 새로운 다리가 돋아났고 내장이 재생되었으며 뼈가 붙는 동시에 찢겨진 상처가 저절로 아물었다.
수렁도롱뇽은 수해에서 제일가는 재생력을 가진 마물, 팔이 어깻죽지까지 잘려나가도 손가락 끝까지 재생해 내는 괴물이다.
물론 이런 대규모의 재생은 체력 소모가 크지만 불구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하물며 전투 중에야 당연한 일.
걸레짝이 되어 바닥에 처박힌 지 채 몇 초도 되지 않아 비키르는 완벽하게 신체를 재구성해 냈다.
[쟈악?]마담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앞다리를 들어 머리 위를 긁적였다.
비키르는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후속타를 먹이려 들어갔었다면 즉사했겠군.’
첫 공격이 성공했을 때 본능을 믿고 후퇴했기에 이만큼만 다치고 끝냈던 것이다.
만약 본능이 외치는 경고를 무시하고 다음 공격을 하기 위해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깊숙하게 전진했었더라면 바로 골통이 으깨져 죽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아무리 재생능력이 뛰어난 수렁도롱뇽이라고 해도 별 수 없다.
적어도 재생력으로 회복할 몸뚱이는 남아 있어야 할 테니까.
한편.
[쟈아악?]마담은 아까부터 뭔가가 불안하다는 듯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코끝을 스쳐 오는 타는 냄새 때문.
거미가 극도로 싫어하는 불의 냄새가 어디서부터인가 솔솔 풍겨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마담은 타는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꽁무니에서 나는 냄새였다.
…쿠르륵! …화륵!
아까 비키르의 참격이 스쳐 지나간 꽁무니의 점액낭.
평소 거미줄을 뽑아내곤 하는 이 점액 주머니에는 지금 상처가 나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 상처에서 타오르는 것은 분명 유계의 시커먼 불길이었다!
“지옥불 맛이 어때?”
비키르는 좌측으로 몸을 날리며 물었다.
방금 전 거미의 몸에 칼을 휘둘러 상처를 냈을 때, 비키르는 아우라를 뿜어내는 것 외에도 한 가지 스킬을 더 발동시켰었다.
그것은 바로 케르베로스를 잡고 얻은 ‘화상’ 스킬이었다.
마검 바알제붑의 칼날에 베이거나 찔리는 적은 그 부위에 치명적인 화상을 입게 된다.
케르베로스의 망령이 옮긴 유계의 지옥불은 상대방에게 계속해서 뜨거운 작열통을 선사하는 것이다.
[쟈아아아악!]마담은 화가 난 듯 꽁무니를 바닥에 문질러 비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길은 꺼지지 않고 더욱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기름통에 난 구멍으로 불길이 파고드는 것처럼, 마담의 점액낭에서 새어나오는 점액은 계속해서 불길을 끌어들인다.
한번 스쳤으면 영원히 불타야 한다. 그것이 지옥번견 케르베로스의 저주다.
결국 마담은 인정했다. 케르베로스가 옮겨 놓은 이 지옥의 불길이 얼마나 성가신 존재인지 말이다.
촤아아악! 철푸덕! 철퍽!
마담은 숨을 참고 꽁무니의 구멍을 크게 확장시키더니 안에 들어있던 막대한 양의 점액들을 모두 바닥에 쏟아 버렸다.
어마어마한 양의 흰 액체들이 쿨컥쿨컥 쏟아져 나온다.
비키르는 그것들을 피해 연신 뒤로 물러났다.
이윽고, 마담의 점액낭을 태우던 불길이 전부 그녀의 꽁무니에서 떨어져 나갔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점액들을 배출해 버렸기 때문이다.
[쟈아악! 기긱-]마담은 분하다는 듯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뒤로 돌았다.
그러더니.
“……?”
비키르가 고개를 갸웃해할 만한 행동을 했다.
굴속으로 다리를 집어넣어 휘저은 마담은 이내 작고 둥그런 구체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바로 ‘알’이었다.
비키르는 그제야 마담이 왜 그렇게 늘 허기에 미쳐 날뛰는지 이해했다.
마담은 임신중이었고 몸속에 수많은 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침입자 때문에 체력을 극도로 소모한 지금, 마담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정되어 있다.
[아작- 아작- 꽈드득-]마담은 자기가 낳은 알, 농축된 영양분 덩어리를 망설임 없이 게걸스레 먹어치웠다.
“비정한 어미로군.”
비키르는 별다른 말없이 활을 들어 올렸다.
퍼펑!
한 대의 화살이 날아 마담을 향했다.
날카롭게 공기를 가른 화살은 마담의 왼쪽에서 세 번째 눈에 박혔다.
팍삭!
눈알이 날계란처럼 터져 버렸다.
화살촉의 표면을 타고 고속으로 회전하는 아우라와 함께 유계의 불길이 옮겨 붙었음은 물론이다.
[갸아아아악!]마담은 격분하여 다리를 뻗었으나 그 궤도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키르가 휘두르고 있는 검격이었다.
뎅겅-
또다시, 밤하늘이 두 조각나는 듯한 균열이 생겨났다.
이번에는 마담의 오른쪽 앞다리가 잘려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쿵!
비키르는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지는 독혈(毒血)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킥킥킥킥-]마담은 앞다리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다만 굴속에서 알 하나를 더 건져 먹고는 잘려나간 다리 부위의 절단면에서 새로운 다리 두 개를 재생해 냈을 뿐이다.
뿌직! 뿌드드득!
이제 마담은 열 개의 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잘려나간 다리는 무조건 두 개로 늘어나니 이제 함부로 공격을 할 수도 없는 노릇.
비키르는 입을 다문 채 조용히 마담의 움직임을 관망하고 있었다.
이윽고.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나를 자르면 둘이 된다 이거지?”
이윽고, 비키르의 동맥에서 튀어나와 있는 바알제붑이 시뻘건 이빨 여섯 개를 드러냈다.
“그럼 어디 어디까지 늘어나는가 보자.”
비키르의 전신에서 검붉은 아우라가 미친 듯이 폭사되었다.
바스커빌 육식(六式).
마검의 끝에 맺힌 핏빛 아우라가 마치 태양처럼 밝게 타올라 또다시 마담의 다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육식동물의 이빨과도 같은 뾰족한 칼끝이 여섯 개의 궤적을 연달아 수놓았다.
뎅겅- 뎅겅-
새로 자라난 두 개의 다리가 또다시 잘려나갔고 마담은 어림없다는 듯 또다시 다리를 재생해 냈다.
뿌직! 우드득! 뚜둑!
두 개의 다리가 잘려나간 곳에서 이내 네 개의 다리가 돋아났다.
비키르는 또다시 아우라를 길게 뿜어냈다.
몸속에 흐르는 피가 전부 다 아우라로 바뀌어 가는 듯한 이 감각, 아득해지는 무(武)의 영역!
전신의 혈관이 모두 불타오르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비키르는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또다시 아우라 블레이드가 번쩍 터져 나왔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그래듀에이터의 아우라에 마담의 단단한 외골격이 잘려 나간다.
그리고 잘려나간 다리의 절단면에서는 또다시 새로운 다리 두 개가 돋아나왔다.
비키르는 계속해서 몸속의 마나를 태워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마담은 점점 다리가 많아지고 있었다.
[쟈아아아악!]마담은 수없이 늘어난 다리를 움직여 비키르의 전신을 난자했다.
…퍼퍼퍼퍼퍼퍼퍽!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 속에서도 비키르는 눈의 초점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멸망의 시대를 거쳐 온 노련한 사냥개답게 그 끔찍한 격통을 선 채로 버텨냈다.
수렁도롱뇽의 재생력은 또다시 비키르의 몸을 치료한다.
다만 몸속으로 침투하고 있는 끔찍한 독만은 어찌하지 못했다.
무시무시한 독이 혈액 속에 녹아들어 전신을 휘젓는다.
그래듀에이터의 아우라로 혈관을 불태워 어찌어찌 버티고 있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은 자명해 보였다.
비키르는 흐려져 가는 시야를 들어 눈앞의 마담을 노려보았다.
마담의 얼굴에 맺힌 조소는 더욱 더 진해지고 있었다.
[키리릭- 쟈악!]마담은 비틀거리고 있는 비키르를 한 번에 으깨 버릴 요량인지 두 개의 앞다리를 한꺼번에 들어 올렸다.
꽤나 여유로운 움직임이었다.
……한데?
기우뚱-
순간 마담 역시 비틀거린다.
체력 부족일까? 아니다. 마담은 아직 체력이 많이 남아 있었다.
한데 왜 몸의 균형이 흩어지는 것일까?
순간, 마담은 깨달았다.
자신의 앞다리에 새로 돋아난 다리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말이다.
방금 전 케르베로스의 불길이 귀찮게 옮겨 붙는 것 때문에 내장 속의 점액들을 모두 방출해 버린 상태였기에 몸무게도 가벼워진 상태.
거기에 더덕더덕 비대하게 자라난 수많은 다리들의 무게 탓에 일순간 몸의 균형이 흐트러진 것이다.
마담이 예상치 못한 무게 중심의 변화에 움찔하는 그 짧은 순간을 비키르는 놓치지 않았다.
“……!”
비키르는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몸을 날렸다.
독 때문에 뇌리가 아득해진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임을.
마담은 당황해서 몸의 균형을 잡으려 허둥거렸지만 두 앞다리가 이미 너무 무거워졌기에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게다가 멀어 버린 왼쪽 눈알 3개 때문에 비키르의 도약 궤도도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했다.
마담은 중간 다리를 뻗어 비키르를 제지하려 했지만 겨냥이 빗나가 버렸다.
그리고 비키르는 중간 다리마저 없어지고 텅 빈 거미의 복부에 바알제붑을 찔러 넣었다.
따-악!
결론적으로, 비키르의 아우라는 마담의 몸통을 뚫지 못했다.
마담의 하복부 배자루 아래에는 가슴판이라는 단단한 흉갑이 있었는데 이것은 그래듀에이터 상급의 아우라마저 막아낼 정도로 견고한 방패였기 때문이다.
비키르의 칼은 마담의 가슴 방패에 나 있던 홈에 걸려버렸다.
이 점에서 마담은 운이 좋았고 비키르는 운이 나빴다.
……그러나.
비키르가 노렸던 것은 애초에 마담의 가슴에 칼을 꽂는 것이 아니었다.
“이야아아압!”
비키르는 온 힘을 다해 바알제붑을 밀었다.
단단한 흉갑에 닿은 송곳 바늘에 힘이 실리며 그것을 뒤로 밀어낸다.
그렇다. 뚫지는 못해도 밀 수는 있다.
가뜩이나 위로 치켜들었던 무거운 앞다리와 텅 비어 버린 점액낭의 빈 무게 때문에 마담은 중심을 잡지 못하던 상태였다.
비키르가 뿜어내는 초인적인 힘에 마담은 결국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옆은 물렁이는 살점과 부식된 뼈 때문에 약해진 지반이 있는 곳이었다.
이 점에서 마담은 운이 나빴고 비키르는 운이 좋았다.
[쟈아아악!?]마담은 당황해서 발을 버둥거렸지만 그것은 비키르가 추가적으로 뿜어낸 아우라 블레이드에 의해 전부 잘려나갔다.
절묘하게 다리 끝의 약한 관절 부분만을 노려 절단하는 비키르의 노련한 솜씨.
그것은 흐려지는 시야로는 불가능한, 거의 본능에 의존한 검격이었다.
곧이어 새로운 다리들이 뻗어 나오기는 했지만 이미 늦었다.
콰쾅! 우지지직!
마담은 무른 지면을 그대로 주저앉히고는 절벽 아래를 향해 굴러 떨어졌다.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드는 생경한 감각에 몸서리치는 마담.
그녀의 얼마 남지 않은 눈알 속에 비치는 이채는 분명 공포의 감정임에 분명하다.
마담은 꽁무니의 점액낭에서 거미줄을 짜내 암벽에 붙으려 했지만 이제 와서 그것은 불가능했다.
아까 전 케르베로스의 지옥불 때문에 전부 쏟아내 버렸기 때문이었다.
…텅! …텅! …텅!
마담은 암괴의 봉우리 정상에서 몇 번을 튕겨 구른 뒤 그대로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그리고 그것은 비키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
마담은 절벽으로 떨어질 때 혼자 가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더덕더덕 자라난 다리들을 최대한 뻗었고 자신을 밀어 버린 원망스러운 적을 확 끌어당겼던 것이다.
이내 비키르와 마담은 암괴의 봉우리 정상에서 까마득히 아래의 지면을 향해 곧장 떨어지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 최후의 최후에서, 비키르는 비장의 패를 꺼내 들었다.
…퍽!
마담의 가슴팍을 박차고 옆으로 멀찍하게 날아간 비키르.
그 옆에서는 버둥거리는 마담이 지면을 향해 빠른 속도로 추락해 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보인다.
비키르는 방금의 반동으로 인해 마담에게서 멀찍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빠른 속도로 추락 중인 것만은 똑같았다.
“…….”
그러나 공포에 질려 버둥거리는 마담과 달리, 비키르는 그저 두 눈을 꾹 감고 숨을 참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지면에 떨어졌을 때 느껴지는 충격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다.
……그것은 준비. 바로 착지 준비이다.
이윽고.
지면이 보인다. 그것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면에서 마담과 비키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 달랐다.
마담은 그냥 맨땅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지만 비키르가 떨어지고 있는 곳에는 무언가 커다란 물체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물풍선.
질긴 가죽 안에 물렁물렁한 것이 꽉 들어차 있는 쿠션.
바로 가스가 차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뻘늪 수렁도롱뇽의 시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