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차남 사냥 (2)
“……어. 어, 어떻게?”
세트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고개를 들었다.
비키르 반 바스커빌. 휴고의 사생아.
녀석은 분명 별 볼 일 없는 태생의 별 볼 일 없는 핏줄일 터.
그저 흔하게 쓰다 버릴 사냥개 한 마리 정도의 위치에 불과했을 뿐이다.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칼침의 요람을 역대 최단 시간 내에 통과해 스틱스 강의 가호를 받았고 어렸을 때부터 트롤이나 케르베로스 등의 고위 마물을 사냥하는 등 떡잎이 유달리 남달랐던 것 역시도 사실이었다.
일찌감치 제거하기 위해서 요람에 독사 두 마리를 투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전, 죽은 줄 알았던 전장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했는가 싶더니 무려 그래듀에이터 중급이라는 어마무시한 성과를 드러내었다.
불과 나이 열일곱에 그래듀에이터 중급, 철혈검가 바스커빌의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엄청난 위업이었다.
천재라고 소문났었던 첫째 오시리스조차도 그래듀에이터 중급에 올랐을 때는 서른 살 남짓이었으니까.
그래서 비키르가 대만찬장에서 힘을 드러냈을 때에도 세트는 내심 속으로 혀를 찼었다.
‘쯧쯧, 저렇게 밑천 다 까발려서야 제 명에 못 죽지.’
힘은 적당히 드러내고 적당히 숨겨야 하는 법.
그래야 주변의 견제를 덜 받으면서도 가능한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가진 것을 숨김없이 마구 드러내는 것은 어른들의 칭찬을 바라는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그런 점에서 비키르는 아직 경계할 필요 없는 애송이에 불과하다.
적어도 세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본 비키르의 밑천은 생각보다 훨씬 더 엄청났다. 육안으로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누가 알았겠는가? 불과 약관도 되지 않은 나이에 지고(至高)의 영역을 넘볼 수 있을 정도의 무위를 이룩했을 줄은.
‘그래듀에이터 상급…… 아니, 최상급인가?’
세트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에 입을 반쯤 벌렸다.
솔직히 적만 아니었다면 혼자 보기 아깝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한편, 멍한 표정의 세트를 상대로 비키르는 숨겨 놓았던 모든 전투력을 여과 없이 모두 개방해 버렸다.
“어차피 보는 눈도 없으니 상관없지.”
“……보는 눈이 없긴 왜 없어? 형이 보고 있잖니, 동생아.”
“곧 없어질 눈이잖나.”
비키르의 다음 움직임은 세트의 표정에 어려 있던 일말의 여유마저 싹 가시게 만들었다.
콰키기기기긱-
바스커빌 제 7식. 오로지 가주만이 익힐 수 있다는 일곱 번째 이빨이 작게나마 날카롭게 번뜩인다.
그것이 그래듀에이터 최상급의 아우라와 결합되자 그 살상력은 최고위 마족조차도 놀라 나자빠질 정도.
“미친! 가주만이 익힐 수 있는 7식을 네놈이 어찌!?”
세트는 깜짝 놀라 외쳤지만 마냥 놀라고만 있을 여유는 없었다.
비키르는 8식과 9식, 더 나아가 10식을 전개하는 방법까지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말해 주지 않았다.
다만 7식을 완벽하게 마스터하고 그 너머의 벽을 깰 수 있도록 계속해서 묵묵히 칼을 휘두를 뿐이다.
깡! 파캉! 까가가각-
주변의 종유석과 석순들이 갈대 줄기처럼 꺾여 나간다.
숨 한번 제대로 들이쉴 시간도 없이 궁지에 몰려 버린 세트.
‘노련한 놈이다. 바스커빌가의 닳고 닳은 노기사들도 이렇지는…….’
마치 태산을 상대하는 기분, 과거 칠백작 중 하나와 대련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윽고, 세트는 이를 악문 채 플람베르그를 휘둘렀다.
바스커빌 제 육식. 여섯 개의 이빨이 일곱 개의 이빨을 막아섰다.
하지만.
비키르의 칼끝에서 그려지는 이빨은 세트가 만들어 내는 이빨과는 형태가 조금 달랐다.
‘찌르는 송곳니? 아닌가? 뭐지 이게?’
의문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은 것.
…퍼퍼퍼퍼퍼퍽!
세트의 몸이 전방위적으로 터져 나간다.
도사리는 매복치, 이것은 오로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그것은 잇몸을 헤집고 그 근간의 깊은 곳을 찌르듯, 세트의 전신 이곳저곳에 치명적이고 항거 불가능한 수준의 칼침을 일곱 방 연달아 놓아 주었다.
“끄아아아악!?”
세트는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뒤로 물러났다.
가뜩이나 왼팔이 잘려나가고 난 뒤인지라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비키르는 노련한 베테랑답게 적의 주춤거림을 놓치지 않았다.
…탁!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을 두 걸음 따라잡는다.
부웅-
한 번 휘두르는 것을 두 번 휘둘러 찍어 누른다.
푸푸푸푸푸푸푹!
바스커빌의 개, 죽음의 이빨이 세트의 전신을 사납게 난자했다.
칼로 벤다기보다는 송곳으로 찌른다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적절하리라.
“으으으윽!?”
세트는 고기조각으로 변해 떨어져 나가는 살점들을 보면서도 저항을 할 수 없었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 검격을 보니 분명 살생을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말도 안 돼! 그래 봐야 인간, 그것도 열일곱이다! 제깟 것이 죽이면 얼마나 죽여 봤다고!?’
세트는 겨우겨우 칼을 휘둘러 응수했다.
그러나.
…훅!
점점 더 거리를 좁혀 오는 죽음의 개 비키르.
순간, 비키르에게서 물씬 느껴지는 냄새가 세트의 후각을 찌른다.
그것은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몸이 아닌 영혼에 찌든 냄새.
바로 마(魔)의 냄새,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마(魔)가 피를 흘리고 고통에 신음할 때 풍기는 냄새!
세트의 검은자위에 한 줄기 빛이 일렁거렸다. 그것은 공포의 빛이었다.
‘……아, 악마 사냥꾼!?’
그렇다. 눈앞에 있는 이 새파란 인간의 아성체(兒成體).
믿을 수 없게도 그의 영혼에서는 수없이 많은 동족을 죽여 온 도살자의 쩐내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개는 개장수를 알아보고 꼬리를 만다던가?
세트 역시도 몸 전체가 빳빳하게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대체 얼마나 많은 마물을 죽여 온 것일까?
비키르의 기세가 훅 뿜어져 나올 때마다 마물의 시체가 산맥을 이루고 피의 강이 그 사이사이를 휘돌고 있는 무시무시한 풍경이 세트의 눈앞을 환영처럼 스친다.
“마, 말도, 말도 안 돼! 이렇게 어린놈이 어찌 그런 인외마경(人外魔境)을 겪어 볼 수 있었겠나!”
세트는 입을 쩍 벌렸지만 그것은 비키르의 공격을 받을 체적을 넓히는 것에 불과했다.
쩍!
비키르의 참격이 날아들었다.
그것은 세트의 잇몸 위를 뚫고 들어가 이빨 몇 개인가를 도려냈으며 그 안쪽의 혓바닥과 목젖까지를 베어 버렸다.
사뿍-
세트의 왼쪽 볼을 자르고 튀어나온 칼끝을 비키르는 깔끔하게 회수해 한번 탁 퉁겼다.
“…….”
비키르는 무언가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이미 놈의 계획과 목적은 알고 있다.
회귀 전후의 지식들을 종합한다면 알아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놈은 마계에서 건너온 상위의 존재. 아마 인간계 멸망을 노리고 있었겠지.’
회귀하기 전, 마계 심층부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어 멸망의 시대를 초래한 열 명의 마왕(魔王)들이 있었다.
그들은 ‘십상시(十上尸)’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는데 열 명의 마왕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몸을 빼앗긴 열 구의 시체들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 중에는 정체가 드러난 이들도, 드러나지 않은 이들도 있었는데 눈앞에 있는 세트 바스커빌의 경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에 속했다.
‘……오죽했으면 나조차도 처형당하는 그날까지 놈의 정체를 몰랐으니.’
게이트를 닫고 멸망의 시대를 종식한 영웅들조차도 끝끝내 십상시들을 찾아내 완전히 단죄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직 멸망의 시대는 시작되지 않았다.
마계 심층부로 통하는 게이트도 열리지 않았고 그 게이트를 열 십상시들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시점.
그리고 비키르는 십상시 중 하나를 미리 찾아낸 상태였다.
“넌 여기서 죽는다.”
비키르는 선언했다.
만약 여기서 이놈을 죽일 수 있다면 미래는 바뀔 것이다.
십상시 중 하나를 죽이는 것으로 멸망의 시대가 아예 오지 않을 리는 없지만, 적어도 그것을 엄청나게 늦출 수 있을 터.
그러면 비키르의 계획에도 훨씬 더 여유가 생긴다.
계획을 탄탄하게 보강해 모든 변수에 대비할 여유가.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오차와 변수들을 사전에 차단하고 봉쇄한 비키르, 그는 회귀하기 전의 힘을 완전히 되찾은 상태로 칼을 휘둘렀다.
회귀하기 전보다 훨씬 고결해진 검술과 한층 더 막강해진 아우라가 마검 바알제붑의 칼끝에서 태양과도 같은 적빛을 불사르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래듀에이터 중급, 잘 쳐 줘야 상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 세트로서는 비키르의 칼을 받아낼 수가 없었다.
“그아아아악!”
세트는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절규했다.
병약하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바스커빌가 내부의 기준. 명색이 휴고의 차남으로 태어났으니 재능이 뒤떨어질 리 없다.
다만, 하필 어미의 빈약한 뼈대와 겉가죽을 닮아서 휴고에게 물려받은 강대한 자질을 담아둘 수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래듀에이터 상급, 그것이 한계였던 몸.
그러니 규격 외의 천재, 혈육이라고 할지라도 뛰어난 성취를 거둔 이에게는 이렇게 무참한 굴욕을 맛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세트에게 있어서는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이기는 했다.
왜냐하면 비키르 이전에 오시리스가 그랬으니까.
“끄으윽…… 끄윽!”
세트의 두 눈과 코, 입가에서 검게 죽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지독한 열등감이 속을 온통 문드러지게 만들어서 그렇다.
그것을 본 비키르가 멈칫했다.
‘세트의 영혼이 아직 남아 있었던가?’
분명 세트는 목을 매 죽은 이후 마족에게 육신을 빼앗겼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영혼 속 깊은 곳 어딘가에는 분명 세트의 기억과 인성이 남아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잠깐 멈칫했다고 해도 그것은 마음가짐의 이야기, 손과 칼은 여전히 세트를 가차 없이 난도질하고 있었다.
퍽! 퍼억! 뿌득-
일곱 개의 이빨들이 날아 세트의 전신을 착실히 깎아낸다.
결국.
“그으으윽! 이 지긋지긋한 바스커빌 놈! 한낱 더러운 사냥개 따위가 감히!”
드디어 세트가, 아니 세트의 겉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던 것이 본색을 드러냈다.
츠츠츠츠츠츠츠……
무형의 마기가 세트의 몸 곳곳 구멍 난 곳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것은 이내 인형에 덧발라진 진흙처럼 꿈틀거리더니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키르는 세트의 몸과 영혼을 잠식하고 있었던 마족의 정체를 눈치챘다.
위험등급 : S+
크기 : ?
발견지 : 멸망의 문 심층부, ‘뱀의 자궁’
-일명 ‘열 번째 시체’.
인류의 천적, 불가해(不可解), 불가살(不可殺)로 통하는 열 개의 재앙 중 하나.
“파리 떼처럼 들끓으리라.”
– 『십계(十誡)』 10:上 –
최종보스 ‘십상시(十上尸)’. 열 구의 상위 시체 중 하나.
멸망의 시대를 열었던 열 개의 열쇠 중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