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차남 사냥 (3)
위험등급 : S+
크기 : ?
발견지 : 멸망의 문 심층부, ‘뱀의 자궁’
-일명 ‘열 번째 시체’.
인류의 천적, 불가해(不可解), 불가살(不可殺)로 통하는 열 개의 재앙 중 하나.
“파리 떼처럼 들끓으리라.”
– 『십계(十誡)』 10:上 –
‘십상시(十上尸)’.
마계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어 멸망의 시대를 개막한 열 명의 마왕, 혹은 그 마왕들의 몸이 된 열 구의 시체를 뜻하기도 한다.
회귀 전의 비키르는 십상시의 존재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 정체가 세트인 것까지는 몰랐던 상태였다.
‘비교적 빨리 만나게 되어 다행이로군.’
비키르는 뒤로 물러나며 생각했다.
만약 놈이 바스커빌가 안에서 더 설치게 내버려 두었다면 무고한 아이들이 더 많이 희생되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 역시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게 되었을 것 역시도 분명했다.
회귀 전의 자신처럼.
비키르는 차분한 마음으로 눈앞의 적을 주시했다.
과연, ‘열 번째 시체’ 안드로말리우스는 세트의 몸 뒤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뚜렷한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붉은 눈에 검은 육체, 숫양의 것처럼 휘어진 뿔.
잘려나간 왼팔에는 길고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돋아나 꿈틀거린다.
세트의 몸을 잠식한 이 강력한 악령은 세트의 입을 빌어 으르렁거렸다.
[인간 따위에게 본모습을 보이게 될 줄은 몰랐구나.]“그러게 좀 더 잘 숨지 그랬나.”
비키르의 짤막한 핀잔을 들은 안드로말리우스의 표정이 일순간 멍하게 변했다.
왜 눈앞의 인간은 자신의 본모습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는가?
물론 비키르는 안드로말리우스의 이러한 의문에 대답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만 회귀 전의 지식과 현생의 정보들을 대조해 가며 최선의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시켜 나갈 뿐.
‘……앞으로 십여 년 뒤 멸망의 시대를 도래하게 만들 원흉들이 어디에 숨어 있었나 했더니.’
설마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 줄이야.
비키르는 세트를 향한 일말의 감정마저 모두 끊어 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기억 속의 친절한 이복형이 아니다.
마물이라고 해도 마수가 아니라 마족, 진짜배기 악의 핏줄.
심연의 계보에 어엿하게 호적을 올려놓고 있는 마왕급 악마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칼침에는 장사 없지.”
비키르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최대한 길게 빼든 바알제붑의 끝에 진득한 아우라가 깃들었다.
푸푸푸푸푸푸푹!
비키르는 안드로말리우스가 강림하여 세트의 몸 구조를 변화시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서른여섯 번이 넘는 칼침을 놓았다.
대련이나 시합이 아니라 살해를 목적으로 하는, 의도가 실로 뚜렷한 궤도.
마검 바알제붑이 드러내는 악의는 군더더기 한 점 없이 극도로 효율적인 루트를 따라 안드로말리우스의 급소만을 골라 찔렀다.
[으윽!? 왜, 왜 고통스럽지? 한낱 육신의 고통이 어째서 영혼에까지 전해져 오는 것이냐!]안드로말리우스는 그제야 비키르가 휘두르고 있는 송곳 같은 형태의 칼에 주목했다.
바알제붑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를 감지한 안드로말리우스는 경악하여 외친다.
[서, 설마!? 폭식의 검 바알제붑? 고대의 악마성좌 ‘파리 대왕’의 유해인가!?]안드로말리우스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먼 태고의 시절.
그 당시에 마계를 주름잡았던, 그리고 지금은 죽고 없는 위대한 일곱 대왕 중 하나의 유물.
그제야 안드로말리우스는 비키르가 보이는 자신감의 원천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칼로는 안드로말리우스가 빙의해 있는 시체의 육신을 해칠 수 있을지언정 그 배후의 영체에는 손상을 가할 수 없다.
순수한 마나의 집약체인 아우라 블레이드라면 몰라도 말이다.
그러나 마검이나 성검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것들은 유일하게 영체에도 물리적인 간섭을 가할 수 있는 규격 외의 오브젝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검이나 성검에 아우라마저 깃든다면?
그것은 마왕급의 악마라고 해도 경시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더군다나 비키르는 전생에 수없이 많은 악마들을 잡아 죽여 업보를 쌓아 온 노련한 백전노장.
아직 완전히 힘을 비축하지 못한 안드로말리우스로서는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왔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죽어라.”
비키르는 안드로말리우스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되었을 때 최대한 빨리 전투를 끝내고자 했다.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몸을 빼앗기기 전 세트의 경지는 그래듀에이터 중급 정도, 이제 세트의 육신을 완전히 지배하게 된 안드로말리우스는 능히 소드 마스터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키르 역시도 자신 있었다.
스틱스 강의 가호로 강해진 육체, 두 번의 생애를 통해 쌓아온 실전 경험, 그리고 바스커빌가 검술의 진수와 마검 바알제붑의 힘까지.
기습이나 암살이라면 소드마스터라 해도 죽일 수 있다.
비키르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안드로말리우스의 몸에 이빨을 박아 넣었다.
그러나.
[……그래. 다소 의외이긴 했다. 인정하마. 하지만 여기까지야.]안드로말리우스는 본디 최종보스급의 강자, 불과 열 명이서 인간계 멸망을 모의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대악마이다.
결계를 뚫고 침입한 이래 정신없이 몰아치던 비키르의 맹공에도 어느 정도 적응한 안드로말리우스는 바로 조치를 취했다.
쉬리리릭!
안드로말리우스의 왼팔을 대신한 뱀이 입을 쩍 벌리며 날아들었다.
비키르는 피풍의 자락을 휘둘러 뱀을 후려쳤지만 뱀의 이빨이 스쳐간 팔뚝에는 긴 혈흔이 남았다.
그러자 안드로말리우스가 빙의한 세트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거면 됐다. 넌 끝났어.]이윽고, 안드로말리우스는 오른손을 쫘악 뻗었다.
그러자 비키르의 팔뚝이 순간 하얗게 변하는가 싶더니 상처를 통해 피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안드로말리우스는 비키르의 몸에서 뽑아낸 피를 자기의 몸으로 흡수했다.
웨에엥-
그제야 비키르의 귓가에 불쾌한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파리.
통통하게 살찐 이 추악한 곤충이 비키르의 상처에서 피를 빨아내고 있었다.
“……흡혈파리인가.”
비키르는 파리를 짓눌러 죽인 뒤 재빨리 팔을 눌러 지혈했지만 소용없었다.
웨에에에엥-
도처에 파리들이 들뜷고 있었다.
아이들의 뼈다귀를 정신없이 핥던 파리들은 이제 비키르에게로 달라붙었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안드로말리우스는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든 상관없이 비키르의 몸에서 피를 빨아 갔다.
비키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는 파리들에 의해 뱀처럼 길게 늘어져 안드로말리우스의 오른손을 통해 흡수되고 있었다.
[흐흐흐흐- 힘이 돌아오는구나.]너덜너덜해졌던 세트의 몸이 원상복구 되기 시작했다.
파리떼를 이용한 무한흡혈.
안드로말리우스가 가진 이 권능은 반불사의 힘.
주변에 지치고 상처 입은 것들이 있는 한 그의 생명력은 무한하다.
남의 상처를 후벼 파고 비집어 그 안에서 생명력을 갈취하는 수법은 악마들 사이에서 널리 횡행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하는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안드로말리우스인 것이다.
‘세트 역시도 놈의 제물이 된 지 오래겠군.’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형에 대한 열등감.
이 두 가지 마음의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가던 세트는 안드로말리우스에게 있어서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결국 세트는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모든 것들을 다 빨아 먹힌 채 빈껍데기만 남게 되었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비키르는 회귀하기 전 세트가 늘 하던 혼잣말을 떠올렸다.
‘아버님께 인정받고 싶어. 그분께서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돌아봐 주셨으면 좋겠어.’
‘형은 정말 대단해. 나도 형처럼 되고 싶었어. 그 옆에서 나란히 함께 걷고 싶었어.’
그것이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던 세트의 잠재의식인지, 아니면 안드로말리우스가 세트의 생전 대사들을 외워 흉내 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세트가 살아 있을 때 그런 감정을 가졌었던 것만은 분명하며 안드로말리우스가 그 점을 이용해 세트의 정신을 잠식했다는 것 역시도 확실하다.
“…….”
그것이 비키르의 기분을 몹시 불쾌하게 만들었다.
세트와의 친분은 없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콰드득!
비키르는 자기의 가슴팍을 물어뜯는 뱀과 파리떼를 뿌리쳤다.
스틱스 강의 가호 덕분에 치명상은 입지 않았지만 가슴팍의 살점이 몇 움큼이나 떨어져 나갔다.
안드로말리우스는 그것을 보며 조소를 머금었다.
[그래. 자꾸 그런 식으로 상처가 많아지다가 죽는 게야. 자, 또 피를 빨아 볼……?]하지만 그 비웃음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핑-
착각일까? 일순간 시야가 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리고 그것이 착각이 아님을 깨닫는 짧은 순간, 머리가 띵 울렸다.
비틀-
멍해지는 정신을 다잡고 정신을 차리는 순간, 이번에는 다리에서 힘이 탁 풀린다.
[커헉!?]안드로말리우스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이물감을 느꼈다.
그것은 코와 목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전신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몸을 확인하니 팔다리 전체가 마비되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혈관 곳곳에 끈적한 덩어리들이 끼어 혈류를 막고 있었다.
뭔가 싶어 육신의 내부를 샅샅이 훑으니 이내 검게 덩어리진 피들이 고여 혈관 곳곳을 꽉 틀어막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뇌졸중(腦卒中)을 비롯한 각종 상태이상이 한꺼번에 안드로말리우스의 영혼을 두들긴다.
피가 통하지 않자 자연히 마나의 흐름도 끊겼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일순간 세트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
[그어억!? 이게 무슨! 뭐야!? 무슨 일이야!]안드로말리우스는 숙주를 잃고 갈 곳 잃은 마나로 변해 흩어지는 몸뚱이를 그러모으며 고개를 들었다.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허공에서 죽은 파리들이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그곳에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팔과 가슴팍의 흉터를 재생해 내는 비키르가 서 있었다.
…뚝! …뚝!
비키르는 무심한 표정으로 팔뚝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팔뚝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는 바닥에 떨어져 타르처럼 시커먼 점으로 변한다.
치이이익- 부글부글부글……
비키르의 피는 바닥의 뼈에 닿자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검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비로소 알겠다. 자신의 몸 상태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네, 네놈…… 피의 상태가……!?]평소에는 평범한 핏방울.
하지만 주인이 악의를 품는 순간 그것은 치명적인 독액이 된다.
천하의 십상시조차 주춤할 수밖에 없는 맹독(猛毒).
수해의 악몽이라 불렸던 ‘마담 여덟다리’, 그녀의 망령이 자아내는 무시무시한 독기가 안드로말리우스의 전신을 옭아 죄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