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신입생 장기자랑 (3)
2학년 일진들은 피기를 둘러싼 채 야유를 보낸다.
“이번 판은 나가리입니다~ 다음 판을 기대하세요~”
“다음 판도 나가리면~ 이빨 몽땅 뽑아 버려요~”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마저 쉬고 하나, 둘, 셋, 넷!”
“아 빨리 뭐라도 해 봐! 형, 누나들 심심하다!”
남자 셋에 여자 셋으로 이루어진 이 6인조는 계속해서 피기를 괴롭히고 있었다.
소심한 피기는 당연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그렁그렁 매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여학생들이 꺄르르 웃었다.
“뭐야? 쟤 울어?”
“어떡해~ 불쌍해~”
“늬들 진짜 못됐다! 왜 애를 괴롭혀!”
남학생들은 낄낄 웃으며 반박한다.
“우리가 언제 괴롭혔어?”
“이건 다 친해지자고 하는 거야. 앞으로 오래 볼 건데.”
“야, 왜 쳐 울고 XX이야. 우리 나쁜 사람 만들라고 작정했냐?”
그러자 한 여학생이 피기의 어깨를 툭툭 쳤다.
“얘. 울지 말고. 술 한 잔 받아.”
동시에, 커다란 잔에 술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꼴꼴꼴꼴꼴꼴……
발효주와 증류주가 뒤섞인 지독한 폭탄주.
한 잔만 마셔도 다음 날 머리가 깨질 것은 분명해 보였다.
남학생이 피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죽거렸다.
“원샷해. 그러면 장기자랑 안 해도 봐줄게.”
여섯 명의 일진들은 피기를 둘러싼 채 킥킥 웃는다.
술을 다 마시기 전까지는 절대로 놓아 주지 않을 기세였다.
결국 피기는 울상이 된 얼굴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두 모금을 채 마시기 전에 나왔다.
“오웩!”
피기는 구역질을 하더니 그대로 속에 든 것을 게워내 버렸다.
안주를 먹은 게 없어서 토사물은 대부분 술과 위액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편, 피기가 토하는 것을 본 일진들은 난리법석을 떨었다.
“꺄악! 아 진짜 더러워! 스타킹에 다 튀었잖아!”
“와하하하! 이 미친놈 토했네? 오티 때부터 아주 화려하구만!”
“앞으로 네 별명은 토쟁이다! 토쟁이 피기!”
“내가 졸업할 때까지 널 토쟁이라고 부르겠어!”
순식간에 쏠리는 시선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피기는 더욱 더 움츠러들었다.
그때.
펄럭-
피기가 바닥에 토해 놓은 토사물의 위를 무언가가 덮었다.
그것은 비키르가 두르고 있던 망토였다.
신입생들에게 주어지는 망토.
아카데미 로고가 선명하게 수놓아져 있는 이 망토는 새내기들이 목숨 다음으로 아낄 정도로 상징적인 것이다.
비키르는 그것을 벗어 바닥의 토사물을 덮어 가려 주었다.
그리고는 멍하니 서 있는 2학년 일진들의 앞으로 걸어가 피기의 등을 한번 툭 쳤다.
“기숙사로 가라. 여기는 내가 정리하고 간다.”
“…….”
피기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비키르를 바라보았지만 비키르는 그저 묵묵히 망토로 바닥을 닦을 뿐이다.
그때.
“어이. 너.”
2학년 일진들이 표정을 구긴 채 비키르의 어깨를 잡았다.
“미쳤냐? 선배가 말하는데 끊어?”
“망토로 지금 뭐 하냐? 그 망토가 어떤 망토인 줄 알고 감히…….”
“너 이 새끼, 얘 동기냐? 냉병기부 B반이지? 이름 뭐야? 앞머리 까서 얼굴 보여 봐.”
분위기가 한층 더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일진 몇몇은 비키르의 안경과 뺨을 툭툭 건드리며 이죽거린다.
“꽤 자신 있나 보네? 이렇게 건방지게 튀어나오는 걸 보니.”
“야, 친구가 먹다 남긴 건데 네가 마저 먹어야지.”
“이거 피기 잔인데, 다 마시면 너랑 피기 둘 다 보내 줄게.”
“친구인데 대신 마셔 주겠지? 설마 그냥 가겠냐고~ 의리를 보여 봐!”
일진들은 비키르의 눈앞에 커다란 유리잔을 내밀었다.
보드카와 럼, 풀케 등등이 잔뜩 섞여 있는 폭탄주.
피기가 고작 두 모금밖에 마시지 못했기에 언뜻 보기에도 1L는 넘어 보이는 양이 유리잔 끝까지 찰랑거리고 있었다.
사람인 이상 이걸 마시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
비키르는 별다른 반응 없이 유리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꿀꺽- 꿀꺽- 꿀꺽-
한 점의 표정 변화도 없이 잔 속의 술을 전부 비워 버렸다.
바스커빌가의 어린아이들은 늘 식사에 소량의 독을 타 먹는다. 내성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임무 도중 술에 취하면 안 되니 알코올에 대한 저항력 역시도 필수, 거기에 원래 태생적으로 튼튼한 간이 뒷받침된다.
심지어 비키르는 전생에 수없이 많은 전장을 전전하는 동안 온갖 험악한 사내들 틈바구니에서도 주당(酒黨) 소리를 꽤나 들었던 몸.
“…….”
비키르는 너무도 쉽게 폭탄주 1L를 원샷 때려 버린 뒤 유리잔을 테이블 위에 텅-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를 떴다.
멀어지는 비키르를 본 일진들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뒤를 쫓아가려 할 때.
“이봐. 거기 왜 그렇게 소란스러워? 누가 토했어?”
열병기부의 오티 장소로 돌아가던 학생회장 돌로레스가 우연히 그들을 불렀다.
“아, 아아. 새내기 한 명이 토해서요.”
“저희가 잘 수습할게요!”
“별일 아님다!”
일진들이 어색하게 웃으며 하는 대답에 돌로레스 역시도 고개를 갸웃할 뿐이다.
“너희들, 혹시라도 신입생들에게 가혹행위 하면 안 돼. 아카데미 상급생의 품격을 지키라고. 알겠니?”
“넵! 물론입니다!”
“……좋아.”
성녀는 2학년 후배들의 면면을 훑어본 뒤 다시 가던 길을 마저 걸어간다.
2학년 일진들은 그제야 고개를 두리번거렸지만 이미 피기와 비키르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오, 이 새끼들 그새 튀었네.”
“내 살다살다 입학기념 망토로 남의 토 닦는 새끼는 처음 봤다.”
“그러게. 평민 새끼라 그런가 이 로고의 가치를 모르나?”
“나중에 찾아내서 둘 다 반 죽여 놔야지.”
“오오, 어떻게 하려고? 결투행위는 두 학년 이상의 상급생 입회자 없이 금지인 거 알지?”
“운동경기 같은 데에서 납작하게 뭉개 주면 되지 뭐.”
2학년 일진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투덜거리면서 자리를 떴다.
오늘 찍힌 두 명의 후배를 앞으로 어떻게 괴롭혀 줄지 궁리하면서 말이다.
* * *
몇 시간 뒤.
“어우 취하네. 나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어야겠다.”
2학년 일진들은 흥과 취기가 제법 얼큰하게 올랐다.
그들은 술판이 벌어지고 있는 강의실을 나와 잠시 아카데미 성벽 바깥의 상점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좀 멀긴 해도, 아이스크림은 역시 바깥 게 맛있거든.”
2학년 일진들은 낄낄 웃으며 아카데미의 후문을 나가 상점가로 들어갔다.
골목골목에서는 아카데미의 오티와 함께 소규모의 축제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양한 먹거리들이 즐비한 거리를 향해 2학년 일진들은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 했다.
확!
어두운 밤거리, 좁은 뒷골목에서 튀어나온 손에 의해 한 명이 잡혀가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우읍!? 읍!?”
맨 처음으로 잡혀온 남학생은 기겁을 하며 눈을 부릅떴다.
그 앞으로 짙은 그림자 하나가 으스스하게 드리워졌다.
얼굴을 감싸고 있는 검은 가죽장갑,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억센 손아귀 힘.
챙 넓은 검은 모자 아래에는 역병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는 황새부리 가면이 보인다.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괴한의 시선이 그의 눈알을 꿰뚫고 있었다.
퍽! 우득!
이윽고, 그는 날아드는 주먹에 맞아 벽에 부딪쳐 쓰러졌다.
미처 마나를 끌어올릴 시간도 없었다.
괴한의 주먹은 빠르고 강했다.
한 대를 맞는 순간 이미 코뼈와 이빨들이 몽창 부러졌고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게끔 되었으니까.
퍽- 퍽- 퍽- 퍽- 퍼억!
나머지 다섯 명 역시도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뒷골목 진창으로 끌려 들어온 여섯 명의 2학년 일진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밤의 사냥개.
지옥의 맹견처럼 보이는 존재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모조리 물어 죽일 듯한 기세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뻐억-
제일 처음에 잡혀 온 녀석의 턱이 돌아갔다.
이빨들이 후두둑 후두둑 부러졌고 이내 볼살을 뚫고 나왔다.
코뼈도 세 조각으로 부러져 지그재그로 뒤틀렸다.
광대뼈가 함몰되어 주저앉았고 얼굴에 나 있는 모든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피가 질질 새고 있었다.
그나마 제일 용기 있는 녀석이 있어 입을 열었다.
“어 애가 우으이 아아?”
‘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전형적인 협박이다.
밤의 사냥개 모드인 비키르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마나를 섞어 변조한, 마치 목이 쉰 늙은 개가 으르렁거리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 주었다.
“알지. 잘 알지.”
2학년 일진들은 밤의 사냥개가 내는 섬뜩한 목소리에 한 번,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도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밤의 사냥개는 말을 이어갔다.
“오른쪽부터 유스피어, 리얼벨트, 옐로러브, 아임컴, 레드민, 사우스미들. 냉병기부 B반 소속의 2학년들이지. 각각 팔 가문, 베트리 가문, 하우징 가문, 씨위드 가문, 바이슨 가문, 오일러 가문의 자제들이시고. 부모로는 오펜하우어 남작, 뮌헨 남작, 오스번 자작, 제르마 백작, 업햄 경, 다우징 경을 아비, 혹은 어미로 두고 있겠지.”
이름, 가문, 가문의 위치, 심지어 부모들의 이름까지 나오자 2학년 일진들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려 간다.
이윽고. 밤의 사냥개는 그들의 눈앞으로 시퍼렇게 날이 선 단도를 들이밀었다.
“으으으으…….”
2학년 일진들은 공포에 오줌까지 지리며 고개를 저었지만 턱을 콱 쥐는 억센 손아귀와 이마를 향해 천천히 그어지는 단도를 피할 수는 없었다.
불길한 아우라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칼날은 2학년 일진들의 이마에 시뻘건 흉터를 남겨 놓았다.
X
마치 과녁과도 같은 표시.
표적을 뜻하는 기호이기도 했으며 앞으로 수년간은 지워지지 않을 낙인이기도 했다.
“한 번만 더 아카데미 안에서 거슬리게 굴어 봐라.”
이마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바들바들 떠는 그들에게 밤의 사냥개는 똑똑히 경고했다.
“그때는 네놈들뿐만 아니라 네놈들의 애비, 애미까지 싹 다 죽여 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