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실력 테스트 (6)
다음 날.
냉병기부 B반의 앞에는 의문의 인파가 우글우글 몰려들었다.
1, 2, 3학년, 심지어 졸업과 취업 때문에 대내외적인 행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4학년 학생들도 일부 섞여 있었다.
공통점은 거의 대부분이 여자라는 것.
“얘얘, 어제 경기 끝나고 턱선 끝에서 물 뚝뚝 떨어트리던 애가 누구니?”
“쟤야? 쟤가 어제 걔야?”
“와, 얼굴 미쳤다. 어떻게 저렇게 생겼지?”
“어떡해, 너무 귀여워…… 갖고 싶어…….”
그녀들은 어제 납달리 경기가 끝난 뒤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어제 있었던 냉병기부 간의 반별 납달리 대회를 직접, 혹은 마법 영상에 찍힌 영상이나 사진으로 봤던 이들은 모두 한 가지에 주목했다.
‘헐, 대박. 쟤 누구야?’
‘나, 나 숨멎…… 숨이 멎을 것 같아.’
‘우와, 진짜 말도 안 되게 잘생겼다.’
바로 경기가 끝난 뒤, 물기가 남아있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스탠드로 걸어오는 한 남학생의 얼굴이었다.
땀과 물에 젖어 있는 그 얼굴은 바로 비키르의 것이었다.
비키르는 어제 아주 잠시 안경을 벗고 앞머리를 깠다.
그리고 그것은 별생각 없이 스탠드석에 앉아 있던 수많은 여학생들의 무방비 심장을 기습적으로 강타했다.
비키르가 턱 끝에서 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돌아오는 순간, 수많은 물병과 수건들이 비키르의 앞에 내밀어졌다.
‘이, 이 손수건 쓰세요! 물도 드릴까요?’
‘오빠! 제 물이 더 시원해요! 이거 드세요!’
‘웃기셔, 왜 오빠야? 같은 반 동기인데?’
‘뭔 상관? 잘생기면 오빠지!’
비키르는 순식간에 납달리 경기의 스타로 일약 유명해졌다.
스탠드로 돌아오는 순간, 앞머리를 쓸어 넘기는 그 짧은 순간의 동작이 마나 스크린에 박제되어 ‘움짤’로 남았고 그것은 마법으로 만들어진 교내 신문 2페이지 스포츠면에 실려 계속해서 연속재생 되고 있었다.
[단독] 냉병기부 1학년 납달리 경기에 나타난 ‘얼굴천재’의 정체는!? / 조회수: 29,872-어젯밤 오후 체육수업에서 정체불명의 한 신입생이 경기가 끝난 후 땀을 흘리며 벤치로 돌아오고 있다. 이 의문의 남학생은 경기에서도 우수한 기량을 선보이며 1득점을 해 반의 승리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ㅇㅇ(냉병기부 1학년): 저거 합성 아님?? 어케 사람 얼굴이 저렇지??
ㅇㅇ(열병기부 2학년): ㅋㅋㅋ내가 냉병기부에 저런 비쥬얼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ㅇㅇ(열병기부 1학년): 우리 동기들 중에 저런 사람 없었을텐데??
ㅇㅇ(열병기부 1학년): OT에서 못 봤는데?? 저런 얼굴 있었으면 내가 무조건 꼬셨지~
ㅇㅇ(열병기부 2학년): 1학년 주제에 꼬시긴 뭘 꼬셔 확ㅅㅂ CC는 2학년부터다 알간?
ㅇㅇ(냉병기부 1학년): 와 근데 진짜 잘생겼다;;; 누구지? 남자인데도 심쿵ㅠㅠㅠ
ㅇㅇ(냉병기부 1학년): 어제 같이 납달리 뛴 장본인입니다… 쟤 진짜 저렇게 생겼습니다… 저도 깜짝 놀라서 한동안 멍하니 보기만 했네요…
ㅇㅇ(열병기부 3학년): 턱선 봐…헝클어진 머리카락…존섹…ㅠㅠ큐ㅠㅠㅠㅠ큨ㅠㅠㅠㅠ
ㅇㅇ(냉병기부 3학년): 물방울이 턱선 따라 흐르다가 베이겠다…누나 심장이 아포ㅠㅠ
ㅇㅇ(열병기부 4학년): ㅁㅊㅁㅊ내일 바로 보러가야겠다 누나가 냉병기부 다 뒤져서라도 찾아갈게!!
ㅇㅇ(열병기부 3학년): ㄴ아지메요…진정하쇼….졸업해야지…
.
.
언제 또 지나가던 신문부 학생이 마나 스크린으로 촬영한 것인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비키르가 누구야! 어디 있어!”
“튜더 걔도 훈훈하긴 했는데…… 나는 비키르 보려고 왔단 말야!”
“비키르야 어딨니! 누나가 사랑해 줄게! 꺄악!”
“누나가 우리 비키르 얼굴의 물 닦아 주려고 손수건도 1만 장 사 왔어!”
비키르에 대한 소문을 듣고 동기, 선배 가리지 않고 수많은 여학생들과 일부의 남학생(?) 들이 몰려들었는데 특히나 고학년들의 주접이 일품이었다.
그때.
“……이게 무슨 상황이지?”
냉병기부 B반 앞에 모여든 인파를 한 순간에 얼어붙게 만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모르그 밴시 교수.
그가 등장하자 강의실 앞에 몰려들었던 수많은 학생들이 기겁을 하며 길을 터준다.
밴시 교수는 모든 학생들, 특히나 고학년 학생들에게 엄중히 경고했다.
“무슨 소란들인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로 하급생의 교실에 오지 말아라. 엄연한 교칙 위반이다.”
학생들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밴시 교수의 등장에 안도하는 이가 하나 있었다.
강의실 구석의 창가 쪽 자리에 있는 비키르였다.
비키르는 피기의 조언에 따라 후드와 안경으로 얼굴을 거의 다 가린 채 강의를 듣고 있었다.
‘밴시 교수 덕에 살았군. 신문에 실린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천하의 비키르조차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회귀하기 전, 비키르의 얼굴은 유년시절부터 온통 화상과 칼자국, 독에 의해 변색된 흉터들로 엉망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비키르는 외모를 가지고 이렇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하기야, 회귀한 이후부터는 딱히 얼굴에 상처를 입어 본 적이 없으니.’
설사 입었더라도 몬스터에게서 빼앗은 괴물 같은 회복력으로 모두 재생해 버렸으니 흉터가 남을 리 없었다.
‘전생에는 여자들과 말 한마디 섞어 본 적이 없었지. 아, 아니군. 성녀(聖女) 돌로레스,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았었다. 누구에게나 자비롭고 공평했지.’
비키르가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자…… 그럼 저번 시간에 내준 숙제를 점검해 보겠다.”
밴시 교수는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저번 시간에 특정한 몇몇 종류의 몬스터에 대해 학생들에게 스스로 연구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몬스터였다.
위험등급 : A
크기 : 3m
발견지 : 동대륙 ‘가혹한 사막’ 모래 폭포 지대
-일명 ‘모래 밑의 사신’.
단단한 중장갑과 강력한 독으로 무장하고 있는 전갈.
전신을 감싸고 있는 외골격은 강철보다도 단단하며 육중한 집게발을 휘둘러 먹잇감을 동강내거나 때려죽인다.
꼬리 끝에서 흘러나오는 독액은 한 방울로 능히 44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커다란 전갈 한 마리가 실험대 위에 늘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베놈피온. 머나먼 동대륙 사막에 서식하는 희귀한 충왕종 마물로 죽은 즉시 바로 보존마법에 걸린 채 박제되어 지금은 밴시 교수의 애장품이 되어 있었다.
밴시 교수는 눈을 번뜩였다.
“이 전갈은 모래 밑에 몸을 숨긴 채 빠르게 굴을 파 이동하며 먹이를 찾지. 마치 등지느러미를 수면 위로 내밀고 다니는 상어처럼 모래 위로 꼬리만 빼든 채 말이야.”
그러자 밴시 교수의 시선을 받은 학생들은 전갈의 독침에 겨누어지기라도 한 듯 고개를 떨구며 눈을 피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밴시 교수의 질문은 언제나 대답하기 까다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베놈피온이라는 몬스터는 학계에 알려진 것이 아직 그리 많지 않아서 어지간한 마물도감에는 그 정보가 제대로 나와 있지도 않다.
밴시 교수는 벌써부터 주눅이 들어 시선을 피하고 있는 신입생들을 둘러보며 히죽 웃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이 몬스터에 대해 설명해 볼 수 있는 용감하고 지혜로운 학생을 찾아볼까? 일단 냉병기부에게 먼저 기회를 주지. 열병기부는 너무 섭섭해하지 말고.”
그러자 열병기부 학생들이 빵긋 웃고 냉병기부 학생들이 시무룩해진다.
지원자가 아무도 없자 밴시 교수는 혀를 끌끌 찼다.
“그렇게도 자기 연구결과에 자부심이 없나? 그래서 졸업은 어떻게들 할 생각이지? 대학원은? 취업은? 한심들 하군.”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없는 건 없는 것이다.
밴시 교수는 냉병기부 학생들의 면면을 훑으며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도 없다면 지목하겠다.”
이윽고, 그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뻗어 누군가를 가리켰다.
“히익!”
바로 피기였다.
이번 필기시험에서 3등을 한 피기는 나름대로 뛰어난 인재였다.
하지만 그런 피기가 열심히 모으고 분석한 정보조차 밴시 교수의 성에 차지는 않았다.
“에…… 베놈피온은 검고 두꺼운 외골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강철보다도 단단합니다. 또한 커다랗게 자란 오른쪽 집게발은 가위의 역할보다는 해머의 역할을 하며 꼬리 끝의 독침에 깃들어 있는 독으로 먹잇감을 잡기도 합니다. 공식 기록에는 최대 3m까지 자란다고 되어 있지만 일부 원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큰 가뭄이 올 때마다 5m 이상 가는 개체들이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기도…….”
“그만, 거기까지. 희귀한 자료까지 찾아 모았다는 것 하나는 칭찬해 줄 만하지만 단지 그뿐. 새로운 주장이 없군. 그래서 자네가 독자적으로 내놓은 연구결과가 뭔가? 그냥 이미 있는 논의들만 가져와 줄줄 읊는 것? 그게 앵무새의 무의미한 뇌까림과 차이가 뭐지?”
밴시 교수의 지적에 피기의 얼굴이 울상으로 일그러졌다.
“냉병기부 전체의 태도점수에서 1점 감점하도록 하지. 자, 그렇다면 이제 열병기부를 볼까?”
과연 밴시 교수의 악명은 허명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열병기부 학생들이 주사기를 기다리는 시험용 쥐처럼 바들바들 떨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때.
학생들 사이로 높이 올라오는 하얗고 작은 손 하나가 있었다.
바로 싱클레어였다.
밴시 교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열병기부 1등. 이번 필기 차석이로군.”
“예, 선생님.”
“해 봐.”
밴시 교수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반면 싱클레어는 열의가 느껴지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일어나더니 이내 씩씩하게 자기의 연구보고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네! 열병기부 1학년 A반의 싱클레어입니다! 지금부터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싱클레어는 보고서 네 장을 꺼내 들었다. 각 종이에는 빼곡한 필기들이 가득했다.
“저는 베놈피온의 공격, 혹은 사냥 패턴을 세 가지로 분류해서 각기 다른 결론을 도출해 보았습니다.”
“호오?”
싱클레어의 주장을 들은 밴시 교수는 약간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싱클레어는 진지한 어조로 열띤 설명을 이어나갔다.
“베놈피온은 사막에 서식하는 몬스터들 중 공략 난이도가 최악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몬스터입니다. 샌드웜 같은 몇몇 대형 웜형 몬스터들을 제외한다면 천적이 없지요.”
“그것은 이미 모두가 아는 이야기이지.”
“예. 아까도 말씀드렸듯 저는 베놈피온이 인간을 습격한 사례, 혹은 먹잇감을 사냥하는 장면이 목격된 사례들을 종합하여 베놈피온의 성격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보았습니다.”
싱클레어는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그래프들과 함께 베놈피온이라는 마물을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각기 다른 공략법을 제시한 내용이 보였다.
‘단순무식한’: 돌진 속도, 근력, 지구력 등이 다른 개체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지만 위기에 처했을 시 도주하지 않거나 함정에 빠졌을 시 탈출하지 못하는 등 지능이 현저히 낮음.
※토벌 시 정면대결보다는 포위나 매복, 함정 등을 매설하여 공략하는 편이 유리.
‘엉뚱한’: 골격이 작고 신체 능력이 타 개체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튀어나온다거나 집게다리가 아닌 가운데 다리, 혹은 마지막 다리를 이용해서 비효율적인 공격을 시도하는 등 예측불허의 공격 패턴을 보임.
※토벌 시 강력한 한 방 화력, 혹은 원거리 공격으로 접근하기 전 사멸시키는 것이 유리.
‘교활한’: 강인한 육체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지능 또한 뛰어남. ‘단순무식한’과 ‘엉뚱한’의 장점만을 골라 취한 상태.
※토벌 시 고위 기사, 혹은 마법사에 의한 포위섬멸전만이 답.
싱클레어의 주장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어서 까다로운 밴시 교수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베놈피온이 목격된 사례가 별로 없어 완전히 분류할 수는 없겠지만, 얼추 근거가 있기는 하군. 이 점은 내가 정식으로 학계에 보고한 뒤 그 결과를 알려 주도록 하지.”
밴시 교수의 입에서 나온 인정의 말은 모든 학생들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싱클레어는 뿌듯한 표정으로 콧김을 내뿜으며 자리에 앉았다.
잔뜩 들뜬 표정으로 교실 외곽의 창가 자리를 힐끔거리는 것이 누군가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밴시 교수는 다시금 냉병기부를 돌아보았다.
“열병기부 쪽에서 훌륭한 의견이 나왔다.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나름대로 학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야. 냉병기부 쪽에서는 뭐 없나?”
냉병기부 학생들 중에 대답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그렇다면 B반의 비키르.”
밴시 교수는 비키르를 정확히 지목해서 호명했다.
그는 저번 사건 이후로 시시때때로 비키르를 지목해서 이런저런 질문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비키르가 앞머리 뒤로 숨겨 놓은 눈을 들어 귀찮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자 밴시 교수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팔짱을 꼈다.
“자네라면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는 이 사악한 전갈에 대해서도 알고 있겠지? 어디 레포트를 좀 볼까? 지난 시간 동안 무엇에 대해서 연구해 왔는지 말이야.”
“……그냥 기본적인 내용들뿐입니다.”
비키르는 밴시 교수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더 이상 학생들 사이에서 주목을 끌고 싶지도 않았고 그간 밤마다 꾸준히 아카데미 바깥으로 암살행을 다녔기 때문에 과제를 할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비키르는 이번 예습 레포트 때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내용만 몇 줄 적어 왔다.
……그 내용인즉슨.
“베놈피온은 꼬리의 제1 독침과 배에 있는 제2 독침만 주의한다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위험등급 B+랭크의 몬스터입니다.”
아주 일반적이고 상식적이라서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을 적어 놨을 뿐이었다.
……하지만.
비키르가 연구 주제와 결론에 대해 말하는 순간, 교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좌에서 우로 한번 갸우뚱한다.
이윽고, 밴시 교수가 생전 처음 들어본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
“……‘제2의 독침’이라니? 그게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