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야간근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행동수칙 (1)
“그렇게 됐습니다. 미안합니다.”
비키르는 뒤로 돌아 사과를 건넸다.
멍한 표정의 돌로레스는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던 다른 이들은 돌로레스의 멍한 표정을 보고 오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비키르!? 미쳤어!? 너 왜 이렇게 당당해!?”
“성녀님께서 충격에 넋이 나가셨어!”
“꺄아악! 언니 빨리 샤워실로 가요!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세상에 그 누가 성녀의 배 위에 올라타서 오줌을 싸겠는가.
사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이 전대미문의 대형참사에 튜더도 산쵸도 피기도 기절할 듯이 놀랐다.
싱클레어와 비앙카 역시 할 말을 잃어버린 채 입만 비단잉어처럼 뻐끔거린다.
오로지 단 하나. 비키르만이 태연하고 이성적일 뿐이었다.
“사람이 술 마시고 실수할 수도 있지.”
그것은 비키르가 나름대로 위로의 뜻을 담아 돌로레스에게 한 말이었다.
너무 괘념치 말라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고 있는 다른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기가 막힐 따름.
“성녀님. 성전을 선포하시죠.”
“비키르! 어서 엎드려 빌어! 그렇지 않으면 너는 퇴학이야!”
“십자군이다! 쿼바디스의 십자군이 일어날 거야!”
한편.
“…….”
돌로레스는 입만 뻐끔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야가 뱅글뱅글 돈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다들 왜 비키르에게 소리치고 있는 걸까? 오줌을 싼 것은 난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두서없이 떠올라 돌로레스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패닉. 그녀는 처음으로 제정신을 잃어버렸다.
평소대로의 그녀였다면 오줌싸개라는 별명을 감수할지언정 자기의 오명을 남에게 덮어씌우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돌로레스는 지금 이 현실이 정말로 현실인지 아니면 악몽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멍한 상태.
그래서 그저 입을 반쯤 벌리고 침대 위에 앉아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시적인 실어증 증세까지 보이면서.
영혼이 가출한 듯한 돌로레스의 양옆에 싱클레어와 비앙카가 붙었다.
“부장님. 일단 화장실로 모시겠습니다.”
“너희들 눈 안 돌리냐!? 확 화살로 찔러 버릴까 보다!”
싱클레어와 비앙카는 반쯤 기절하다시피 한 돌로레스를 부축해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남은 여학생들은 눈치를 보다가 돌로레스의 침대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남학생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어 다들 눈치를 본다.
이윽고. 튜더, 산쵸, 피기 등 남학생들은 비키르를 둘러싸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
“비, 비키르. 진짜 너 오줌 싼 거야?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 제발.”
“땀을…… 땀을 하체로만 폭발적으로 흘린 거겠지, 친구?”
“제발 비키르! 이대로라면 너는 오줌싸개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는 정도가 아니야! 성녀님의 배에 오줌을 쌌어! 이건 신성모독이라고!”
하지만 비키르는 친구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었다.
그가 돌로레스의 수치를 대신 짊어져 준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는 회귀하기 전, 성녀 돌로레스에게 입은 축복에 대한 작은 보답이었다.
당시 전장의 성녀로 불리던 돌로레스는 수많은 부상병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냈고 비키르 역시 그녀의 도움을 받았던 병사 중 하나였다.
비록 그 시절의 돌로레스는 비키르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대로 스쳐 지나갔지만 비키르는 두 번째 삶에서까지도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역시 암살(暗殺)이다.
퀼티.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놈을 죽여야 한다.
사실 이런 어린애들 장난에 어울려서 놀아 줄 여유는 별로 없었다.
‘빨리 술자리를 끝내야 한다.’
그러던 차에 마침 성녀가 좋은 핑계거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미안하다 친구들. 내가 술만 마시면 개가 돼서.”
개는 개다. 사냥개.
비키르가 사과하자 친구들은 의외로 마음 착하게 넘어가 주었다.
“으이그, 술자리 다 파토 났네. 뭐, 어쩔 수 없나.”
“그래도 확실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군.”
“비키르…… 내가 좋은 편입처 알아봐 줄게. 잊지 못할 거야. 흑…… 흑흑…….”
튜더와 산쵸는 헛웃음을 지었고 피기는 앞으로 비키르의 미래를 걱정하며 눈물지었다.
성녀에게, 그리고 이 방의 모든 여학생들에게 찍힌 비키르가 앞으로 학교생활을 얼마나 힘들게 할지가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 이만 돌아가지. 청소는 미안하게 됐다. 성녀님께는 나중에 세탁비 청구하시라고 전해 줘.”
비키르 본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 * *
깊은 밤.
여학생 기숙사로 잠입했던 남학생 침투조들은 야음을 틈타 남자 기숙사로 돌아왔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기 직전, 비키르는 일부러 혼자서 한 발 뒤쳐졌다.
“나는 잠시 세탁실에 들렸다 오겠다.”
오줌을 싼 바지를 세탁해야 한다는 좋은 핑계거리가 있었기에 의심을 사지는 않았다.
튜더와 산쵸, 피기는 세탁실로 향하는 비키르의 등을 한 번씩 두드려 주었다.
“힘내라 비키르. 네가 혹여나 신앙성가를 적으로 돌린다고 해도 나는 너의 친구다. 우리 창해창가가 너의 힘이 되어 줄 거야.”
“만약 퇴학을 당한다고 해도 취업길은 걱정 마라. 내가 너를 북방의 용병길드로 추천해 주마. 내 추천장이면 사무직 한 자리 정도는 문제없다고.”
“얘, 얘들아. 이제 그만 비키르를 혼자 있게 해 주자. 비키르! 나도 물론 언제나 네 편이야! 나는 평민이지만 여차하면 우리 집안에서도 너를 도와줄 수 있을 거야!”
말을 마친 모두는 비키르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주려는 듯 후다닥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녀석들은 비키르에 관련된 대화를 나누었다.
뭐…… ‘성녀님도 함부로 퇴학은 못 시킬 것이다’, ‘이 사실을 공론화시키려면 밤에 몰래 술 마신 것도 밝혀야 하는데 그러면 다들 피해가 크다’, ‘사건이 이대로 조용히 묻혔으면 좋겠다’ 등등의 잡담이었다.
한편.
“…….”
비키르는 세탁실로 돌아가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는 재빨리 미리 숨겨둔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밤의 사냥개.
검은 흑포로 몸을 감싸고 얼굴에 역병의사 마스크를 뒤집어쓰자 영락없는 괴인(怪人)의 모습이다.
이제 사냥개가 사냥을 나섰다.
‘타이밍이 나쁘지 않았다.’
튜더와 비앙카가 남학생, 여학생들의 밀회를 잘 주선했던 만큼 사감들의 당직 교대 시간이나 순찰 루트는 이미 꿰고 있었다.
또한 각 건물의 구조와 형태는 그간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이미 전부 외우고 있는 상태였다.
비키르는 순식간에 세탁실의 창문턱을 박차고 나와 반대편 건물의 외벽을 타올랐다.
그동안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던 곳들이기에 눈을 감고도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비키르는 본인이 뚫었던 낡은 배수관을 타올라 본인이 보수했던 건물 지붕 위를 건너 본인이 만든 창문을 통해 건물에서 건물로 이동했다.
배수관에는 잡고 올라갈 수 있게끔 군데군데 이음관이 용접되어 있었고 건물 지붕 위에는 몸을 낮추어 숨길 수 있게끔 움푹한 구멍들이 패여 있었다.
원래 창문이 없던 맨벽에도 붉은 벽돌들을 들어내 창문을 만들어 놓았기에 진입은 쉬웠다.
그 외 지붕의 굴뚝이나 세탁실, 샤워실, 화장실, 복도 창문 등등…… 애초에 이 모든 것들을 수리하고 보수하고 청소하는 동안 은밀하게 지나갈 수 있게끔 장치를 해뒀던 터라 비키르는 걸어서 30분이 넘는 거리를 10분도 되지 않아 주파할 수 있었다.
이윽고.
비키르는 퀼티가 머물고 있는 숙소를 4중으로 감싸고 있는 원형의 건물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17~19세의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제4 관.
두 번째는 13~16세의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제3 관.
세 번째는 8~12세의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제2 관.
네 번째는 신생아들이 머물고 있는 제1 관이었다.
이 네 개의 건물을 통과해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야만 퀼티가 잠들어 있는 방이 나온다.
비키르는 지붕 위를 미끄러졌고 이내 4관의 후문으로 내려섰다.
미리 헐겁게 해둔 복도 가장 끝쪽 외곽의 유리창을 흔들자 걸쇠가 풀리며 창문이 열린다.
…덜컥! 끼리릭-
비키르는 유령 같은 움직임으로 창문을 타 넘어 들어왔고 이내 어둠에 잠겨 있는 조용한 4관의 복도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
비키르는 무덤 속처럼 조용한 복도 저편에 붙어 있는 한 안내문을 발견했다.
그것은 지금부터 복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려는 비키르의 시선을 잠시 붙잡아 놓을 만큼 음울하고 또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본 보육원에서는 야간근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행동수칙을 제공합니다.
※아래 내용은 절대 외부에 누설해서는 안 되며, 이 항목들을 위반해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 본 보육원은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