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야간근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행동수칙 (2)
-본 보육원에서는 야간근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행동수칙을 제공합니다.
※아래 내용은 절대 외부에 누설해서는 안 되며, 이 항목들을 위반해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 본 보육원은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습니다.
이 안내문은 분명 낮에 왔을 때는 없던 것이었다.
“……야간근로 직원들의 안전을 위함이라.”
비키르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안내문 밑에는,
여러 가지 주의사항들이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1). 야간 순찰 도중 복도에서 혼자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면 무시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십시오.
혼자 있는 아이가 말을 걸어온다거나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려 한다면 그 즉시 최대한의 속도로 해당 장소를 벗어나십시오.
본 보육원에서는 야간에 한하여 아이들의 복도 통행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그 어떠한 경우에도 아이를 보호자 없이 혼자 두지 않습니다.
(2). 경비소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다가와 본관 6층 66번 방의 수도관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다면 알겠다고 대답한 뒤 경비소의 문을 잠그십시오.
이후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십시오. ‘그것’들은 노랫소리를 싫어합니다.
참고로 본관 6층의 방은 총 65개이며 본 건물에 66번 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 성별에 관계없이 본 보육원 내에서는 수음 행위를 일체 금지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4). 복도를 순찰하는 도중 아무리 걸어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것 같다면 그 즉시 비상구 계단으로 나가서 구석의 벽에 이마를 대고 몸을 웅크린 채 눈을 감고 귀를 막으십시오.
주간 경비원은 출근 시 비상구 계단부터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아침이 되어 닭 우는 소리가 날 때까지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십시오.
※ 아래의 리스트에 4번 항목을 부정하는 다른 항목이 있을 경우 절대 눈여겨보아서는 안 됩니다.
(5). 가끔 자살한 시체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다른 보육원도 겪는 일반적인 사건이니 일반적인 대처법을 따르시면 됩니다.
다만, 아주 일상적인 장소에 목을 매어 매달려 있는 어린아이의 시체를 발견한다면 주의하십시오.
발밑에 디딜 것이 있는지를 침착하게 확인하고 아무것도 없다면, 그래서 어린아이가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가서 목을 메달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면 그 즉시 최대한의 속도로 해당 장소를 벗어나시고 경비소로 들어가 불을 끄고 문을 잠그십시오.
순서에 각별히 유의하십시오, 불을 끄고 문을 잠그는 것입니다. 문을 잠그고 불을 끄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이 경우에는 절대 노래를 부르시면 안 됩니다. 가능한 숨소리조차 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귀가 어둡습니다.
(6). 복도를 순찰하던 중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귓가에 이상한 숨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면 그 즉시 몸을 낮추고 바닥에 엎드리십시오.
그리고 가능한 몸을 웅크려 작게 만들고 마찬가지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마십시오.
이후 소리가 멎으면 다른 직원을 불러 천장에 생긴 얼룩을 찾아내 지우십시오.
(7). 야간 순찰자는 언제나 항상 두 명입니다. 그 어떠한 예외도 없습니다. 그 어떠한 예외도.
(8). 보육원 위의 호수 중앙에 누군가가 돌아다니고 있다면 절대 가까이 가지 마시고 복도에 있는 모든 방문을 잠그시길 바랍니다.
천장과 맨 위층 다락 꼭대기의 창문까지 모두 잠가야 합니다.
참고로 호수의 깊이는 35m입니다.
(9). 절대로 빈 방에 노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잠겨 있는 문고리는 세 번 이상 당기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문에 귀를 대고 무언가를 엿듣는 것은 금지입니다.
(10). 처음 보는 아이가 와서 야간 순찰자의 이름이나 주소 등을 묻거든 절대 대답해 주면 안 됩니다.
당신이 명찰을 성실하게 착용하고 있다면 이름을 물어볼 이유가 없고 주소는 개인정보이기에 보육원 내규 상 함부로 요청하지 않습니다.
또한 (1)항에서와 같이, 본 보육원은 아이를 보호자 없이 혼자 다니게 두지 않습니다.
(11). 본관 6호의 6층 층계 중앙부분에서 아이들 몇몇이 난간 밖으로 상반신만 내밀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절대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마십시오.
뒤도 돌아보지 마시고 가능한 빠른 속도로 해당 장소를 벗어나셔야 합니다.
또한 가능한 큰 소리로 고함을 치거나 노래를 부르도록 하십시오.
해당 위치는 건축물의 구조상 평범한 벽일 뿐이며 본관에 7층은 없습니다.
(12). 야간 근무 중 화장실에 가고 싶으시다면 꼭 동행자를 데려가십시오.
아무리 자주, 번거롭더라도 꼭 두 명 이상의 인원이 화장실에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밤에는 화장실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13). 복도를 걷던 중 벽 안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면 그 즉시 크게 웃으십시오.
신음소리가 울음소리로 변할 때까지 웃어야 합니다.
이후 울음소리가 멈춘다면 최대한 빨리 해당 장소를 벗어나 경비소로 가 문을 잠그십시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점호를 기준으로 사흘간 보육원 아이들의 출석을 점검하지 마십시오.
(14). 이 지침서에서 4번 항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보육원이든 불길한 숫자는 비워 놓기 마련입니다.
만약 4번 항목에 무엇인가가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면 무조건 그 내용의 반대로 행동하십시오.
절대로 4번 항목을 따라서는 안 됩니다.
※위의 리스트에 14번 항목을 부정하는 다른 항목이 있을 경우 절대 눈여겨보아서는 안 됩니다.
기묘한 수칙들이 열거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비키르는 안내문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얕은 수작.’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해서 양분으로 삼는 악마들의 뻔한 수법이다.
혹여나 야간 경비가 정말로 무엇인가를 보더라도 그것을 규율을 어겨서 생겨난 단순한 문제로 치부해 버리기 위함이겠지.
비키르는 안내문을 무시하고는 복도의 어둠 속을 더듬어 들어갔다.
복도 중앙 로비에 있는 경비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고 안에서는 숨소리 하나 새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야간 경비들이 무언가를 봤나 보군.’
덕분에 일은 편해지겠다.
비키르는 경비실의 앞을 조용히 지나 3관이 있는 안쪽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
“……!”
비키르는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긴 복도 끝. 그곳에 무언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흰 잠옷을 입은 채 가만히 서서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소녀.
바로 님펫이었다.
“…….”
님펫은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비키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복도 반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비키르는 황급히 몸을 움직여 님펫이 있었던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코너를 돌자 님펫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그 자리에는 찢어진 커튼 조각 하나만이 바닥을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뭐지? 헛것을 본 건가?’
비키르는 미간을 찌푸린 채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커튼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커튼 조각에 적혀 있는 글귀가 비키르의 망막에 깊게 음각되었다.
‘살려 주세요’
순간, 비키르의 머릿속에 아까 안내문에서 본 1번 항목이 생각났다.
‘정말 기분 나쁜 곳이야.’
비키르는 곧바로 님펫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건물의 구조는 머릿속에 꿰고 있다.
님펫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을 만한 공간을 위주로 추적하는 비키르.
하지만 무언가가 이상하다.
‘……이건?’
비키르는 님펫을 본 순간부터 복도의 코너를 꺾을 때마다 계속해서 같은 풍경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똑같은 벽, 똑같은 천장, 똑같은 바닥, 똑같은 창문, 똑같은 창밖 풍경까지.
비키르는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환각? 함정에 걸렸나.’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는 아까 본 안내문이 떠오른다.
4번. 그리고 14번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상구 계단으로 나가서 구석의 벽에 웅크리고 눈을 감은 채 새벽까지 기다리랬던가?’
하지만 맨 마지막의 14번에서는 그 항목을 격렬하게 부정하고 있다.
그럼 4번과 14번 중 어떤 선택지를 따라야 하는가?
비키르가 고개를 돌린 방향에는 녹색 마나등 불빛 아래 비상구로 통하는 계단이 보인다.
계속되는 복도의 미궁에 갇힌 것은 사실이니 일단 비상구를 통해 나가긴 해야 할 듯했다.
끼기기긱……
비키르는 복도 외곽의 녹슨 문고리를 비틀어 열었다.
녹색으로 어스름하게 빛나는 계단. 으스스하게 드리워지는 그림자.
한데?
문을 열자 전혀 의외의 풍경이 비키르의 시야에 들어왔다.
비상구 계단에는 비키르보다 먼저 온 선객이 한 명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 계신 나의 룬이시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아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
두 눈을 꼭 감은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이 여자는 분명 학생회장이자 성녀인 ‘돌로레스’.
그녀가 뜬금없이 이곳 비상구의 벽에 이마를 댄 채 주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비키르는 가면 속으로 가벼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얘는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