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안티 칼럼니스트 (1)
비키르는 피기가 내민 기사를 받아 보았다.
[단독] ‘밤의 사냥개’, 황도를 휘젓고 다니는 전대미문의 빌런 탄생!?-‘밤의 사냥개’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껏 전례 없던 테러의 공포가 황도 전체를 덮치고 있는 최근까지도 위협의 실체는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밤의 사냥개’가 개인인지, 단체인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으며 그 어떤 가문에서도, 심지어 황실에서조차도 이를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누가 먼저 이 흉악한 빌런의 정체를 밝혀 낼 수 있을지, 나아가 그를 체포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국의 7대 가문들인 ‘철혈검가 바스커빌’, ‘마도명가 모르그’, ‘창해창가 돈키호테’, ‘신궁비가 어셔’, ‘극독암가 리바이어던’, ‘재벌가 부르주아’, ‘신앙성가 쿼바디스’는 테러범 검거를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추격대를 편성했고 황도에서는 ‘밤의 사냥개’의 목에 현상금 00억 골드를……
그리고 신문 밑에는 마법으로 인해 움직이는 몇 장의 사진들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신문은 외부의 대형 신문사에서 발행된 것이었고 밤의 사냥개가 습격한 쿼바디스가(家)의 산하 지파들, 그 중에서도 구약파의 지부들만 골라 습격한 현장들이 사진에 그대로 나와 있었다.
당연히 맨 밑에 인둘겐티아 가문에서 운영하던 보육원 역시도 사진에 찍혀 있었는데 거기에 비키르가 찍혀 있는 것도 보였다.
물론 비키르는 사진 구석에 조그맣게 나온 정도고 그 옆에는 튜더와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 등등도 함께 찍혀 있었기에 문제 될 여지는 딱히 없었다.
“이것 봐 비키르! 우리가 신문에 나왔다고! 내가 살다 살다 매스컴을 타 보는 날이 다 있네!”
피기는 이 작은 사진의 한 귀퉁이에 행인 역할로 실린 것만으로도 굉장히 신기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피기는 이내 곧 시무룩해진다.
“엇. 그러고 보니 이것은 최악의 참사현장을 찍은 사진이잖아. 이런 데 나왔다고 좋아하다니. 나는 악마야…….”
“진정해라. 참사를 일으킨 놈이 나쁜 거지 네가 나쁜 것은 아니니까.”
비키르는 피기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다시 신문을 읽었다.
“……으음. 성녀가 성전을 선포했다는 기사는 없군.”
“어어, 이상하게 그 내용은 신문에 안 실렸더라. 쿼바디스가 구약파만 습격당했다는 이야기도 빠졌어. 구약파가 그동안 사회 지도층들에게 면죄부를 판 내역과 사면해준 죄의 내용들도 빠졌고. 왜 안 실렸지?”
피기의 의문에 비키르는 건조한 미소를 머금었다.
언론이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힘센 이들을 위한 나팔수.
더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어리를 위해 짖는 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물어뜯어야 하는 것이 야생의 법칙인 것이다.
‘험버트 추기경의 입김이 그만큼 센 모양이군. 아니면 ‘그보다 위’가 움직였던가.’
신문 어디를 뒤져 봐도 구약파의 추태를 성토하는 내용은 없다.
다만 이 사태를 덮기 위해 ‘밤의 사냥개’ 하나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열심히 물어뜯고 있을 뿐.
그리고 뒤이어진 피기의 말이 비키르의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아참. 비키르! 이번 주 동아리 과제 들었어? 고문 교수님께서 ‘밤의 사냥개’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는 칼럼을 하나씩 써 오라고 하셨어. 그냥 간단한 시사논평 형식이면 된대. 글만 좋다면 1학년의 것이라도 아카데미 신문에 실어 준다고…….”
아카데미 역시 ‘밤의 사냥개’ 사냥에 동조하기로 한 모양이다.
‘일단은 이 흐름에 동조하는 것이 의심을 피하기에 좋겠지.’
비키르는 그 누구보다도 ‘밤의 사냥개’를 잘 비난할 수 있었다.
그의 악행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칼럼이라…… 내가 들었을 때 황당하고 어이가 없을 만한 말들을 적으면 되는 건가?’
비키르는 펜을 꺼내 쥐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 * *
아카데미 신문부 부실에는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흐른다.
“왜 제가 쓴 칼럼이 킬(Kill) 된 건가요?”
돌로레스. 아카데미 콜로세오의 학생회장이자 신문부의 부장.
그녀는 지금 신문부의 고문 교수인 모르그 밴시에게 차분하게 항의하고 있었다.
“……몰라서 묻나?”
밴시 교수는 검은 머리카락 안으로 섬뜩한 눈빛을 빛낸다.
외눈 안경 하나가 그의 매부리코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밴시 교수는 돌로레스가 써온 칼럼을 책상 위로 툭 내던졌다.
‘밤의 사냥개’의 진정한 대척점은 어디인가?
-‘밤의 사냥개’가 습격한 쿼바디스가의 지파가 6개를 넘어섰다. 이 모든 지파들은 전부 다 일명 ‘구약파’라 불리는 단체에 속해 있었으며 이는 쿼바디스가의…… 한편, 신약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번 습격사건의 배후에는 구약파와 일부 저명 인사들과의 암거래가…… 한편 이 모든 참사의 현장에서 ‘밤의 사냥개’가 남긴 ‘살인(殺人)’의 물증은 아직까지 발견된 바가 없으며……
밴시 교수는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아카데미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고수한다. 이렇게 편향된 시사평론은 내보내 줄 수 없어.”
“편향되었다뇨! 사실을 그대로 기고한 겁니다!”
“사실이라니? 구약파의 험버트 추기경은 이 모든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면죄부 리스트’에 적혀 있는 사회 지도층들 역시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어.”
“그것이야말로 거짓말이잖아요!”
“그쪽이 진실일 수도 있지. 한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열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 이것이 자네의 평소 신념이었을 텐데?”
“…….”
돌로레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를 너무 세게 악물어 목에 핏줄이 설 정도였다.
밴시 교수는 이어서 말했다.
“또한,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이자 신문부의 부장인 자네가 이번 논란의 핵심인 신앙성가 쿼바디스의 성녀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 그리고 쿼바디스가의 성녀들은 대체로 신약파 소속이라는 것 역시도.”
“…….”
“그런 자네가 직접 알선에 나서서 이렇게 편향된 기사를 쓰면 되겠나? 안 되겠나?”
그러자 돌로레스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그녀는 밴시 교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의 규칙 상 ‘본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모두 평등’하며 ‘아카데미 외부의 신분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
“제가 비록 쿼바디스가에 소속되어 있고 신약파에 몸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카데미 외부의 신분일 뿐. 제가 아카데미에 학생으로 재학하고 있는 동안에는 저는 그냥 자연인 돌로레스이며 아카데미의 일개 학생일 뿐입니다. 쿼바디스가에 대한 의견 역시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지요.”
이번에는 밴시 교수가 입을 꾹 다물었다.
“…….”
“…….”
돌로레스와 밴시 교수의 시선이 한데 맞부딪친다.
이윽고, 밴시 교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네. 인정하지.”
“……?”
돌로레스가 고개를 갸웃하자 밴시 교수는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쿼바디스가에서 아카데미에게 공문을 보내 왔어.”
“공문이요?”
“그래. 이번 기사의 보도지침(報道指針)이지.”
“……!”
보도지침. 그것은 보도의 방향을 미리 정해 놓는 것이다.
밴시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 기사들은 대체로 ‘밤의 사냥개’가 저지른 끔찍한 테러 행위와 그 피해자들의 인터뷰에 초점을 맞추라고 하더군. ‘쿼바디스’, ‘구약’, ‘신약’ 등의 키워드는 최대한 배제하거나 아예 빼라고 했고.”
“말도 안 돼! 그거야말로 아카데미의 중립성을 통제하려고 드는 것이잖아요!”
“아무튼 그렇다네. 학장님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계시지.”
“험버트 추기경이 그렇게 힘이 센가요? 아카데미의 학장님마저 곤란하게 만들 정도로?”
“고작 험버트 추기경 정도였다면 애초에 나부터가 말을 들을 리 없었겠지?”
그 말에 돌로레스의 표정이 굳었다.
험버트 추기경보다 위. 쿼바디스 내에 그런 존재는 단 한 명밖에 없다.
교황. 고전파 성녀 출신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고 고결한 신성력을 갖추고 있는 존재.
‘……그분께서 어찌?’
다른 사람들이 다 타락했다고 해도 그분만큼은 고결함을 잃지 않으실 분이다.
한데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교황님께서 최근 나이를 많이 드셔서 판단력이 조금 흐려지셨다는 말들이 많던데…… 설마 험버트 추기경이 그 틈을 타서 교황님의 눈과 귀를 흐리고 있는 걸까?’
돌로레스는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게 되었다.
그녀가 말이 없어지자 밴시 교수는 책상 위에 있는 기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뭐…… 이 모든 상황들을 떠나서, 자네의 칼럼은 애초에 신문에 싣기에 부적합해. 너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어. 읽다 보면 밤의 사냥개를 은근히 편드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네.”
“그러면 그 빈자리에 뭘 실으실 생각이죠? 연극 동아리가 새로 개봉한 신작 홍보? 스포츠 동아리의 납달리 명장면? 아카데미 잡지 표지모델의 숨 막히는 뒤태?”
“비꼬지 말게, 돌로레스. 나는 교수야. 자네는 학생이고.”
이윽고, 밴시 교수는 서랍을 열어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한 편의 칼럼이었다.
“…….”
돌로레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도 넘어선 패악, ‘밤의 사냥개’
-‘밤의 사냥개’가 선을 넘었다. 황실과 7대 가문을 능멸한 죄가 하늘에 이르러…… 억울하게 피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듣는다면…… 이제 곧 무시무시한 창, 칼, 화살, 마법들이 정의의 철퇴가 되어 그대를 심판대에 세우리니…… 인둘겐티아 보육원에서의 참사가 일어났던 그날 밤, ‘밤의 사냥개’의 만신창이인 모습을 직접 본 필자는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수하여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는 것만이 그나마 평화로운 말로를 맞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
밴시 교수는 말했다.
“이 칼럼을 자네의 것 대신 신문에 낼 생각이야.”
“……증거도, 객관성도, 개연성도 없이 오로지 감정에 호소하기만 하는 조잡한 글이군요. 표현도 모호하고 감정도 과잉되어 있네요.”
돌로레스는 드물게도 격한 어휘를 사용하며 말했다.
아마 이것이 그녀가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최악의 표현들일 것이다.
하지만 밴시 교수는 비뚜름한 미소를 한쪽 입가에 건 채 고개를 저었다.
“나도 이 글이 썩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진 않네. 하지만 적절하게 비난했고 적절하게 호소했으며 적절하게 선동하고 있지. 그렇기에 오히려 최고로 적합한 거야, 이 시국에는 말이야. 게다가 직접 봤다는 목격담이니 나름의 신빙성도 있지.”
“…….”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게. 곧 중간고사 실기평가가 다가오니 열심히 하고. 학생의 본분은 뭐니뭐니해도 공부가 아니겠나?”
밴시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돌로레스를 지나쳐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돌로레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번 인둘겐티아 가문에서의 대참사. 그날 밤을 밤의 사냥개와 함께 보냈던 그녀로서는 분통이 터질 만한 일이다.
‘밤의 사냥개 님은 나쁘지 않아! 오히려 나쁜 것은 쿼바디스,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악마야!’
그런 악마가 세상에 몇이나 더 있을까?
밤의 사냥개는 지금껏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 왔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싸움을 해 나가야 할 것인가?
‘그것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고 탄압하려 하다니…….’
하지만 악마와 그 내통자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용당하고 있는 자들의 실상을 한 번에 드러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예전에 만났었던 밤의 사냥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투로 말했었다.
오늘 밴시 교수와 나눴던 답답한 대화로 인해 이해가 한 번에 확 된다.
그가 왜 살수가 되었는지, 왜 목숨을 걸고서라도 악마들을 직접 하나하나 죽이고 다니는지 말이다.
“안 되겠어. 나라도 그를 도와야 해.”
아무리 칼럼을 기고해서 밤의 사냥개를 편들어 봤자 그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가에서 보도지침까지 내려온 이상 그를 돕기 위해서는 펜이 아니라 칼을 잡아야 할 때였다.
“차라리 내가 독자적으로 밤의 사냥개 님을 찾아내야지. 맨얼굴도 보고 이름도 알고, 그래야 도울 수 있겠어.”
성녀 돌로레스는 결심했다. 본인이 직접 밤의 사냥개를 만나러 가기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야 했다.
밤의 사냥개의 신상에 관련된 것들 말이다.
“…….”
돌로레스의 시선이 책상 위의 종이로 향했다.
그것은 밴시 교수가 그녀의 칼럼 대신 선택한 칼럼이었다.
밤의 사냥개를 신랄하게 규탄하는 비난 일색 조의 기사.
돌로레스는 그 기사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꼴 보기도 싫은 저급한 기사였지만 딱 한 구절만큼은 눈길이 갔다.
도 넘어선 패악, ‘밤의 사냥개’
-‘밤의 사냥개’가 선을 넘었다. 황실과 7대 가문을 능멸한 죄가 하늘에 이르러…… 억울하게 피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듣는다면…… 이제 곧 무시무시한 창, 칼, 화살, 마법들이 정의의 철퇴가 되어 그대를 심판대에 세우리니…… 인둘겐티아 보육원에서의 참사가 일어났던 그 날 밤, ‘밤의 사냥개’의 만신창이인 모습을 직접 본 필자는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수하여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는 것만이 그나마 평화로운 말로를 맞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
“직접 목격했단 말이지?”
문맥 상 이 칼럼의 필자가 밤의 사냥개를 목격했을 때는 분명 모든 참사가 종료된 직후이다.
그 말인즉슨, 돌로레스보다도 더 최근에 밤의 사냥개를 봤다는 뜻이다.
‘어쩌면 밤의 사냥개 님의 가면 속 얼굴을 목격했을지도 몰라.’
돌로레스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 칼럼이 신문에 나면 아마 수많은 기자들이 기고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몰려올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밴시 교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칼럼의 필자를 익명으로 처리해 놓았는데 돌로레스는 아직 신문에 게재되지 않은 이 칼럼의 기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직권 남용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정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돌로레스는 칼럼을 뒤집어 이 글을 쓴 사람의 이름을 찾았다.
이윽고, 그녀는 그곳에서 낯익은 이름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