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안티 칼럼니스트 (3)
“이게 누구야. 냉병기부의 바보들 아니신가?”
그르누이 데 리바이어던.
그는 깡마르고 큰 키에 다소 냉막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열병기부의 남학생이다.
제국 7대 가문 중 하나인 극독암가 리바이어던 출신이며 이번 열병기부의 차석 입학생이기도 했다.
그는 튜더를 바라보며 비웃었다.
“뭐가 그리 겁나서 떨고 있지? 하도 부들거려서 여기까지 진동이 느껴지잖아.”
“뭐래 미친놈이.”
튜더는 익숙하다는 듯 그르누이의 빈정거림을 잘랐다.
하지만 그르누이는 멈추지 않았다.
“후후후. 아까 들어보니 ‘밤의 사냥개’에 관련된 담론을 나누는 것 같던데. 그렇게들 겁이 많아서야 대(大) 명문 콜로세오 아카데미 소속이라고 할 수 있겠나? 한심하기들 그지없군.”
“그러면 안 무섭겠냐? 얘는 밤의 사냥개를 직접 보기까지 했는데.”
튜더가 비키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그르누이는 비릿하게 미소지었다.
“이름이 베키르랬나? 밤의 사냥개를 직접 목격했다고?”
“얘 이름은 비키르야.”
“하잘것없는 평민 출신의 이름도 기억하다니, 기억력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건가?”
그르누이는 약간의 관심과 경멸이 섞인 시선으로 비키르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으쓱거리며 말했다.
“뭐 아무튼. 밤의 사냥개 따위에 너무 떨지 말아라, 나약하고 가련한 동기들이여. 무능한 자는 겁 많기 마련이라지만 그래도 보기에 추하지 않은가. 만약 밤의 사냥개가 아카데미에 나타난다면 이 몸께서 친히 나서 너희 하잘것없는 녀석들까지도 품어 지켜줄 테니.”
“이 새끼 컨셉 지리네 진짜. 야, 우리도 참사현장을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그런 말 했거든? 근데 신문 기사들 보면 밤의 사냥개는 최소 그래듀에이터 상급자라더라. 니가 무슨 깜냥으로 그래듀에이터를 감당해?”
“후후후- 그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나? 순진한 녀석들. 소문은 부풀려지기 마련. 나는 가면 뒤에 숨어서 돌아다니는 비겁자가 그런 고강한 경지에 올라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을 마친 그르누이는 손바닥을 저어 뒤에 있는 자기 동료들을 뒤로 물렸다.
그 순간.
…푸슉!
옅은 검은색의 안개가 그르누이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마비 독이었다.
마나와 섞여 물안개처럼 확 분사되는 독에 튜더와 산쵸, 피기가 기겁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르누이 이 미친놈! 교내에서 실력행사냐!?”
“이 정도는 그냥 애교지. 그저 나의 고강한 실력을 간략하게나마 보여 주기 위함이다.”
실제로 그르누이가 뿜어낸 독과 그 양은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몸에 닿는다면 그냥 몇 분 동안 저릿하고 뻑뻑할 정도의 마비독.
하지만 온갖 독에 통달해 있는 극독암가 리바이어던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는지라 모두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날 따름이다.
……오직 한 명. 비키르만 빼고.
“……?”
처음에는 비키르 역시 뒤로 한 발 물러나려 했었다.
한데?
[후읍-]비키르에게 분사되는 검은 물안개를 훅 빨아들이는 존재가 있었다.
왼쪽 손목에 시계처럼 매달려 있는 새끼마담, 녀석이 그르누이가 뿌린 독안개를 보더니 바로 숨을 들이켜기 시작한 것이다.
…호로록!
독안개는 어디로 빨려들어간다는 느낌조차 없이, 그야말로 눈 한번 깜빡이기도 전에 싹 사라져 버렸다.
마치 푸드파이터가 라면 한 젓가락을 흡입하듯 말이다.
[꺼억- 핵핵-]새끼마담은 약한 마비독을 남김없이 먹어치우고는 살짝 트림을 내뱉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혀를 내밀고 핵핵거린다.
이번 기회에 새끼마담에게 줄 먹잇감을 얻어서 다행이라고 비키르는 생각했다.
‘그르누이라고? 리바이어던 가 출신이라 이거지. 그러면 가지고 있는 독도 많겠군.’
비키르는 눈앞에 있는 그르누이라는 녀석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한편.
튜더와 산쵸, 피기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뭐야? 방금 그르누이가 뿌린 독 어디갔어?”
“갑자기 싹 사라졌는데?”
“으아, 나 진짜 깜짝 놀랐네. 페이크였나?”
심지어 그르누이 본인도 조금 놀랐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어? 뭐야, 내 독이 어디로 사라진 것이지?”
“지가 뿌려 놓고 왜 지가 놀라? 너 바보 아니냐?”
튜더가 빈정거리자 그르누이가 헛- 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린다.
그르누이는 약간 허둥거리며 반박했다.
“방금은 이 몸께서 심연보다도 깊은 아량을 베풀어 봐준 것이다. 너희 뇌까지 근육으로 들어찬 냉병기부 바보들에게 쓸 독이 아깝기도 했고 말이야.”
이윽고, 그르누이의 차갑고 어두운 시선이 비키르와 피기를 향했다.
“보아하니 익스퍼트 하급도 안 되어 보이는 떨거지 평민들이로군. 이런 녀석들이 몸담고 있는 것을 보니 냉병기부의 수준, 대충 알았다. 너무 시시해서 죽고 싶어질 정도야.”
현재 아카데미에 몸담고 있는 신입생들의 평균 실기 실력은 익스퍼트 하급에서 중급 사이, 그리고 졸업반들의 평균이 익스퍼트 상급이다.
동기들보다 2살 어린 18살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익스퍼트 상급에 있는 튜더나 익스퍼트 중급에 있는 산쵸 같은 경우는 특출난 천재인 케이스였다.
피기의 경우에는 익스퍼트 하급이었고 바깥에서는 꽤나 뛰어난 재능이었지만 아카데미 안에서는 평균 이하였다.
그때, 무리의 대장 격인 튜더가 앞으로 나섰다.
“내 친구들을 모욕하지 말아라, 그르누이.”
“후후- 어울리는 친구들을 보면 그자의 수준을 알 수 있다지. 네 친구들을 보니 네 수준도 알 만한 일이구나.”
그르누이는 튜더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뒤에서 그르누이의 동료들인 열병기부의 엘리트들이 킥킥 웃는 것이 들렸다.
“네놈들이야말로 그 천하고 열등한 실력으로 내가 소속된 아카데미를 모욕하지 마라. 뭐, 이번 중간고사 실기평가 때 모두 증명되겠지만 말이야.”
“중간고사 실기평가는 그냥 처음으로 맞이하는 테스트일 뿐이야. 이걸 통해서 뭔가를 증명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고.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한 기록지침 같은 거야.”
“닥쳐라, 내게 있어 중간고사는 살인이다. 진지하게 임해라. 그래야 조악하고 얄팍한 재능으로 발버둥치는 너를 꺾어 버리는 보람이 있으니.”
그때.
“형아- 거기서 뭐 해?”
비키르를 부르며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싱클레어.
평민 출신이지만 열병기부의 수석인 그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싱클레어는 비키르에게 다가오자마자 생긋 웃으며 물었다.
“저번에 도서관에서 빌려 간 책은 다 봤어?”
“거미 키우기 말이냐?”
“응. 나도 관련된 책 좀 읽어 봤는데. 나중에 같이 토론할래?”
“됐다.”
“왜? 나중에 실전 마물 공략 수업에서 써먹으려고 공부했던 거 아니야?”
“아니다.”
“아니면 왜 미리 공부하는 건데! 나도 좀 알려 줘~ 필기시험 좀 잘 보게~”
비키르를 바라보는 싱클레어의 눈에서는 진지한 열의와 호기심이 엿보이고 있었다.
그것을 본 그르누이의 표정이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쳇, 하잘 것 없는 평민 놈년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대’이지. 자기들끼리 조악한 풀뿌리로 얽히고설키는 것만이 살길인 한심한…….”
그는 말을 하다 말고 싱클레어를 불렀다.
“이봐! 싱, 싱, 싱……클레어! 열병기부 망신 혼자 다 시키기냐! 그러지 말고 이리로 와! 필기라면 차라리 내가 알려 주겠다! 절대 네게 호의를 베풀기 위함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열병기부 수석이기는 한 네가 냉병기부 놈들과 어울리면 열병기부의 급이 떨어져 보일까 봐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일환으로써……!”
하지만 싱클레어는 큰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할 뿐이다.
“누구세요?”
“뭐, 뭣? 이 나를 모르는 것이냐? 모르는 싱클레어여! 나는 열병기부의 현 차석 그르누이 데 리바이어던이다! 리바이어던 가문의 삼공자이자 아카데미 열병기부의 부대표이자 훗날 학생회장이 될! 어떻게 지체 높은 귀족 출신에 성적도 뛰어난 나를 모를 수가 있는가! 비키르인지 베키르인지 하는 저딴 평민 나부랭이 놈의 이름은 잘만 기억하면서! 괜히 수석 자리를 빼앗길까 봐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척 나를 견제하는 것이라면 어차피 다가올 운명에 괜시리 저항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군!”
그러자 싱클레어는 몹시 난처한 기색으로 주저하듯 말했다.
“모, 모르는데……”
“…….”
“죄송해요! 앞으로는 기억해 볼게요. 쿠루쿠루 씨.”
그러자 그르누이는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은 기색이었다.
“……믿을 수 없다. 어떻게 나를 모르지?”
“진정해 그르누이. 저 계집애, 일부러 심리전 거는 거야.”
“맞아. 어떻게 너를 모를 수 있겠어. 이래서 천박한 평민들이란…….”
동료들이 토닥이는 가운데 그르누이의 두 어깨가 유독 쳐져 보인다.
* * *
한편.
복도를 벗어난 비키르 일행은 중앙계단 근처로 나왔다.
“그럼 또 봐 형아.”
싱클레어는 비키르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다시 남자 넷만 남게 되자 튜더는 비로소 짜증을 냈다.
“어휴, 그르누이 그 오만한 자식. 중간고사 때 혼쭐을 내 주던가 해야지.”
“맞는 말이다. 1학년 시험에는 생도별로 대련하는 코스가 없어서 아쉽군.”
평소 남을 헐뜯는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산쵸 역시도 드물게 이에 동조했다.
그때, 피기가 비키르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비키르,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싱클레어 말이야.”
“뭐가.”
“싱클레어.”
“그러니까 뭐가.”
비키르가 의아함을 표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튜더와 산쵸, 피기의 머리 위에도 물음표가 뜬다.
“둘이 뭐 있었던 거 아냐?”
“그게 아니면 남들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걔가 왜 너에게만 그리 살갑게 굴겠나.”
“맞아. 아까 너 보는 시선에서 아주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던데.”
하지만 친구들의 의혹 제기에 비키르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 거 없다.”
그러자 친구들은 다소 시무룩해진 눈치였다.
비키르가 열애설, 혹은 썸 설을 부인하자 화제는 다시 밤의 사냥개 이야기로 넘어갔다.
요즘 황도를 뒤흔들고 있는 뜨거운 감자이니만큼 친구들 역시도 관심이 많은 듯하다.
“밤의 사냥개는 근데 진짜 무섭긴 하다.”
“그래듀에이터 급의 실력자면 능히 기사단에도 들어갈 수 있을텐데, 왜 빌런이 되었을까?”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아. 아니면 그냥 진짜배기 살인광이거나.”
튜더, 산쵸, 피기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 튜더가 비키르의 팔을 툭 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야, 비키르. 혹시 네가 밤의 사냥개 아냐?”
“…….”
비키르는 그저 눈썹만 까닥 움직인다.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진지하게 되묻는 비키르의 말에 튜더는 별생각 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너 혼자만 뒤로 빠졌었잖아. 그러니 너만 알리바이가 없는 거고.”
“…….”
“뭐. 경비대가 진술 요청을 했을 때 우리는 다 같이 방으로 돌아가 잠들었다고 해두긴 했지만…… 사실 그때 너는 세탁실에 있었잖아? 바지를 빠느라 말이야. 하하하-”
“…….”
“어? 미, 미안. 농담이었는데 그렇게까지 정색할 필요는…… 그거 아직도 신경 쓰고 있을 줄은 몰랐어, 미안.”
튜더는 웃다가 바로 아차 싶었는지 사과했다.
비키르는 피식 웃어 주었다.
그러자 비로소 튜더도 다시 웃는다.
“아휴, 인마! 왜 정색을 하고 그래, 무섭게! 넌 가뜩이나 무표정이라서 더 무섭다고!”
“튜더. 네가 나빴다. 비키르에게는 아직도 그 기억이 상처로 남아 있을 텐데.”
“맞아맞아.”
산쵸와 피기 역시도 튜더를 질책했고 튜더는 비키르에게 머리까지 숙여 사과했다.
지체 높은 돈키호테 가문의 장자씩이나 되는 녀석이 이렇게까지 허물없기도 힘들다.
비키르는 회귀 전 대영웅 튜더가 가지고 있었던 공명정대함과 정의로움, 그리고 어린애 같은 순진무구함을 떠올리며 건조하게나마 웃어 주었다.
하지만 변명은 확실히 해둬야 했다.
“나는 밤의 사냥개가 아니다. 그는 그래듀에이터급의 괴물이고, 나는 익스퍼트도 힘겨운 열등생이니.”
“아니 당연한 걸 뭘 또 그렇게까지 말해. 나도 농담이야…….”
그러자 산쵸와 튜더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비키르가 그런 흉악무도한 빌런일 리 없지.”
“그래! 비키르, 우리도 얼른 실력을 키워서 그런 빌런 따위 직접 잡아 버리자!”
마지막으로 비키르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밤의 사냥개’ 같은 못된 악당은 언젠가 벌을 받을 거다.”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뼈 있는 말이었다.
바로 그때.
“크흠- 크흠!”
비키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로 위의 계단에서 헛기침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
모두가 의아한 기색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낯익은 얼굴 하나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 신문동아리 류케이온의 부장, 신앙성가 쿼바디스의 성녀.
바로 돌로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