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안티 칼럼니스트 (4)
돌로레스.
그녀는 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고 다시 한번 비키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도 넘어선 패악, ‘밤의 사냥개’
-‘밤의 사냥개’가 선을 넘었다. 황실과 7대 가문을 능멸한 죄가 하늘에 이르러…… 지금 당장이라도 자수하여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는 것만이 그나마 평화로운 말로를 맞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밤의 사냥개를 향해 퍼부어지는 신랄한 비난을 보고 있노라니 솔직히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좋지 않은 기분은 더더욱 좋지 않게 되었는데 그것은 기껏 시간을 내 만나러 온 비키르가 또다시 밤의 사냥개를 욕하고 있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밤의 사냥개’ 같은 못된 악당은 언젠가 벌을 받을 거다.”
비키르를 비롯한 후배들의 말을 들은 순간 돌로레스는 가슴이 쿡 찔린 듯 아파옴을 느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욕을 들었을 때보다도 더욱 더 슬프고 참담한 것이었다.
‘……너희들이 뭘 안다고 그를 욕하는 거야.’
영웅을 욕하는 평범한 사람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탓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먼 옛날 시민들에 의해 가시나무 관을 쓰고 말뚝을 짊어졌던 위대한 선지자 ‘룬’처럼, 밤의 사냥개 역시 모두의 오해와 적의의 대상이 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숭고한 희생을 치르는 중이니까.
‘진정한 영웅은 대중들에게 피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었지.’
돌로레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자리에서 후배들을 혼내고 밤의 사냥개의 무고함을 외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가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괜찮아. 모든 사람들이 밤의 사냥개 님의 희생을 몰라도. 그저 나 하나. 나 하나만이라도 그분의 희생을 똑바로 알고 기억하고 있으면 돼.’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천재이자 선지자.
돌로레스는 오직 자신만이 그를 이해해 줄 수 있다는 현실에 어떠한 사명감 비슷한 감정마저 느끼고 있었다.
일반 소시민. 아무것도 모르는 대중들이 밤의 사냥개를 싫어하고, 증오하고, 두려워하고, 혐오함에 따라.
밤의 사냥개에 대한 돌로레스의 마음은 애틋함, 존경심, 그리움, 그리고 그녀 스스로도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 힘든 가슴 아픈 감정으로 변해 간다.
돌로레스가 품고 있는 그러한 미증유의 심경은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었고 이제는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감정들에 매일매일이 낯선 요즘이다.
“…….”
돌로레스는 난간에서 손을 떼고 돌아섰다.
비키르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인데 지금 그의 얼굴을 보면 화를 낼 것 같아서 말을 못 걸겠다.
심지어 그녀는 화를 낼 처지도 아니지 않은가.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기에, 그녀는 그렇게 비키르를 등질 수밖에 없었다.
* * *
기숙사의 방으로 돌아온 돌로레스는 샤워를 마친 뒤 책상에 앉았다.
‘그래도 비키르, 그 애와 이야기를 나누긴 해야 해.’
비키르는 아카데미 학생들 중 밤의 사냥개를 직접 목격한 유일한 존재이다.
그러니 그가 그날 무엇을 봤는지 꼭 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오줌싸개 사건에 대해서도 분명히 사과를 해야지.”
비키르는 돌로레스에게 있어서는 은인이나 다름없다.
술 먹고 실수를 한 돌로레스를 대신해 오줌싸개라는 오명을 대신 뒤집어써 주었기 때문이다.
남녀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그 상황에서 오줌을 싼 이가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비키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이후로 특별히 대가를 요구한다거나 생색을 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순수한 의도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아, 밤의 사냥개 님을 모욕하지만 않는다면 참 좋은 후배인데.”
돌로레스는 비키르를 향해서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아니 오히려 싫기까지 한 건방진 후배였다.
신입생 장기자랑 때 군가를 불러서 노교수들을 울리는 것을 보고 조금 특이한 친구라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그 이후 잦은 지각과 벌점으로 인해 이미지가 점차 나빠졌다.
수업시간에 졸거나 금지된 구역으로 돌아다니는 등 규칙을 가볍게 보는 듯한 모습에 여러 번 경고를 주기도 했었다.
-기숙사동 3학년 층 비상구 이용 –1점
-연무장 4학년 전용구역 출입 –1점
-맹독실험동 1층 중앙계단 이용 –1점
-실험용 마물사육소 통제구역 출입 –1점
-교수연구실 6층 중앙계단 이용 –1점
-열병기부 전용실습실 3층 중앙계단 이용 –1점
-체력단련실 이용가능시간 외 출입 –1점
-급식소 식량창고 옆 관계자외 통행금지구역 출입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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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르의 벌점 기록은 다시 봐도 기가 찰 정도였다.
어떻게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이런 수치를 기록할 수가 있는지.
언제나 규칙적이고 바른 생활만을 반복해 온 돌로레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
‘특히나 마물사육소 통제구역 같은 경우에는 벌점이 3점짜리였지 원래…….’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같은 동아리 후배인지라 어느 정도 눈감아서 벌점을 1점으로 조정해 준 것 역시도 돌로레스의 배려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벌점 행각에 비키르의 이미지는 완전히 불량학생으로 찍혀 버린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불량학생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봉사활동을 참 열심히 해 줬어.’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비키르는 화장실, 식당, 배관실, 빨래방, 놀이방, 운동장 등등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일했다.
힘들고 고되지만 티는 나지 않는 작업들.
곱게만 자라 궂은일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아카데미 학생들이 1인분도 일하지 못하고 있을 때 혼자서 5~6인분 이상의 일거리들을 척척 도맡아 했던, 그러면서도 아무런 생색도 내지 않고 아무런 인정도 바라지 않던 이상한 녀석.
거기에 비키르는 마지막 순간, 오물통에 빠진 아이들의 장난감을 건지기 위해 온몸을 버리기까지 했다.
몸에서 오물을 뚝뚝 떨어트리면서도 아이들에게 공을 되돌려 주던 그 모습은 흡사 살신성인(殺身成仁) 그 자체.
그 누가 남을 위해 그렇게 기꺼이 오물통에 뛰어들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비키르의 그 같은 행위는 그날 한 번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술 마시고 실수할 수도 있지.’
오줌을 싼 돌로레스를 대신해 누명을 쓴 비키르가 했던 말이었다.
그때 비키르가 한 말은 분명 돌로레스, 그녀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그 순간을 떠올리자 돌로레스의 얼굴이 또다시 빨갛게 달아오른다.
“그 뒤로 내가 아무리 해명을 해도 소용없었어.”
돌로레스는 몇 번이나 오줌을 싼 사람은 자기라고 밝혔지만 다들 그럴 리가 없다며 웃어넘겼었다.
오히려 비키르를 대신해 희생하려는 것으로 알고 칭송을 보낼 뿐이었다.
그 뒤로 학교에서 비키르의 이미지는 점점 나빠졌고 돌로레스의 이미지는 점점 더 좋아진지라 돌로레스는 그것이 너무 미안했다.
하아-
돌로레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열심히 돌봐준 것과 오줌싸개라는 별명을 대신 짊어져 준 것에 대해서 사과와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비키르가 밤의 사냥개를 모욕할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밤의 사냥개는 그녀가 한평생 알아왔던 사람 중 가장 고결하고 숭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휴……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 앞에서 밤의 사냥개 님을 변호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이를 어쩌면 좋을까.”
돌로레스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결론을 내렸다.
밤의 사냥개와는 상관없이 비키르에게 사과와 감사의 뜻은 전해야 한다.
그리고 밤의 사냥개에 관련된 정보 역시도 물어보아야 했다.
“그래. 공과 사를 구분하자.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고마워할 것은 고마워하면 돼.”
돌로레스는 비키르를 찾아 기숙사를 나왔다.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데 맨손으로 갈 수는 없고. 게다가 밤의 사냥개 님에 대한 정보도 물어봐야 하잖아. 비키르…… 얘가 뭘 필요로 하려나?”
돌로레스는 여러모로 아쉬운 처지였다.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남에게 빚을 져 본 적 없던 그녀인지라 이런 상황이 매우 어색했다.
그때. 마침 그녀의 눈앞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통통한 체형에 귀엽게 생긴 얼굴.
비키르와 항상 함께 다니는 피기라는 후배였다.
“얘, 피기. 혹시 비키르 지금 어디 있는지 아니?”
“옛? 앗! 안녕하세요 회장님! 비키르라면 지금 아마 연무장에서 실기평가 연습 중일 거예요! 한데 어쩐 일로……?”
“그, 그냥. 시험 전에 동아리 후배들 한번 쭉 챙겨 줄까 해서. 너도 이거 받아.”
그것은 필기시험에 관련된 족보로 돌로레스가 1학년 때 필기한 요점 정리들이었다.
피기는 그것을 받아들고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비키르랑 같이 볼게요! 감사합니다!”
“어어, 아니야. 비키르에게도 따로 전해 주면 돼. 복사본이 많거든.”
“앗, 그런가요? 그러면 바로 요 숲길 지나셔서 언덕 넘으시면 비키르가 연습하는 연무장이 있을 거예요!”
그쪽은 궁술반의 수업이 진행되는 곳으로 이 시간대에는 학생들이 자유 연습을 하고 있을 터였다.
‘비키르가 활을 썼었구나.’
돌로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곧 만날 비키르에게 무슨 말을 먼저 건넬지 머릿속으로 열심히 고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