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중간고사 랜덤 디펜스 (1)
중간고사 시즌이 되었다.
콜로세오 아카데미에는 두 번의 시험이 존재하는데 기말고사와 중간고사가 바로 그것이다.
기말고사는 학생들 간의 대련으로 이루어지며 기본적으로 토너먼트식 무투대회의 형식을 따른다.
다만 학생들 간의 수준을 고려하여 ‘티어(Tier)’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는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묶어서 대회를 치르는 것을 뜻했다.
기말고사의 수준별 티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의 실력을 다각도로 검증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 과정이 바로 중간고사였다.
중간고사는 크게 세 가지 시험으로 구성된다.
디펜스 앤 어택(Defense & Attack.).
‘방어력’을 보는 조별시험과 ‘공격력’을 보는 개인시험, 그리고 다른 하나는 평범한 필기 시험이다.
필기는 사실 전체 점수에 10% 정도만이 반영될 뿐으로 그리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디펜스나 어택은 반영 비율이 각각 50%, 40%이니만큼 비중이 무척이나 컸다.
디펜스 시험이든 어택 시험이든 간에 학생들은 모두 마물을 상대로 하는 전투를 치러야 한다.
이 경우 마물은 열병기부의 교수들이 만든 진흙 골렘에 홀로그램으로 마물의 외형만 덮어 놓은 더미(dummy)이다.
다만 이 골렘들은 교수들이 직접 마물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흉내 내어 조종하기 때문에 거의 야생 마물과의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것이다.
디펜스 시험에서 학생들은 4인 1조가 되어 경기장에 오르게 되며 거대한 범위의 홀로그램 마법에 의해 진짜 던전이나 마물 필드에 들어온 듯한 풍경을 보게 된다.
(이 경우, 경기장 밖에서 경기를 보는 관중들은 그냥 지름 100미터의 원형 경기장만이 보일 뿐이다)
학생들은 온몸을 덮는 검은 타이즈를 입고 경기에 임하게 되는데 이 타이즈는 마도구로 일정량의 충격을 받으면 그것을 멀리 떨어져 있는 계기판에 수치화한다.
학생들에게는 ‘히트 포인트(HP)’라는 것이 주어지고 마물들에게 맞을 때마다 그것이 차감되는 방식이다.
세게 맞으면 많은 HP가 차감되고 약하게 맞으면 그만큼 덜 차감된다. 급소에 맞아도 마찬가지이다.
이 HP가 0이 되면 자동으로 탈락하게 되기에 마물을 상대함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했다.
학생들은 4인 1조로 던전에 들어가 파도처럼 몰려드는 몬스터 군단을 방어해 내야 했는데 이 몬스터 웨이브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버티면서 방어를 할 수 있느냐가 시험 성적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가령 이번에 3학년 학생회장인 돌로레스는 마음이 잘 맞는 3명의 동급생과 함께 파티를 구성해서 가상현실 던전 속으로 들어갔고 수없이 몰려드는 ‘살육 개미’들을 상대로 1, 2, 3페이즈를 거의 대부분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
버텨낸 시간은 1페이즈 20분, 2페이즈 20분, 3페이즈 18분으로 총 1시간이었다.
2분만 더 버텼으면 만점이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3학년들 중 최장시간을 버틴 것이니 상당한 쾌거였다.
그리고 2학년 부학생회장은 역시나 4인 1조를 이루어 ‘살육 개미’들을 상대했고 1, 2페이즈까지 모두 막아 낸 뒤 3페이즈의 초입에서 리타이어 당했다.
걸린 시간은 1페이즈 20분, 2페이즈 20분, 3페이즈 1분으로 총 41분.
이것이 2학년 최고 기록이었다.
대부분의 3학년들은 3페이즈까지는 무리 없이 버텼고 역시나 대부분의 2학년들은 2페이즈까지는 무리 없이 버텼다.
그리고 이제는 1학년들의 차례였다.
* * *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장 옆에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중간, 기말고사는 교외의 일반인들도 보러오는 황도 전체의 축제나 다름없다.
“돌로레스 언니! 올해도 멋지세요!”
“힘내라! 콜로세오! 황도의 자랑!”
“크~ 마탑의 중간고사도, 바랑기안의 중간고사도, 테미스퀴라 여대학당의 중간고사도 모두 잡스럽다! 역시 콜로세오의 중간고사가 짱이야!”
“이번 ‘전국 대학리그’도 기대할게요!”
관람객들은 구름 같은 인파를 이루어 경기장 근처로 모여들어 저마다 응원하는 학생의 이름을 불러댄다.
한편, 교장을 포함한 교수들 역시도 경기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열병기부의 몇몇 마법학 교수들 중 골렘 소환과 그것의 정교한 컨트롤에 특화된 이들이 나섰다.
쩌저저저적!
진흙으로 된 골렘이 몸을 일으킨다.
세 개의 투박한 구체가 각각 머리, 가슴, 배처럼 이어 붙어 몸통을 이루었고 이 좌우로 여섯 개의 다리가 달려있는 흙덩이였다.
츠츠츠츠……
이 진흙덩어리에 환각 마법이 덧씌워졌다.
조악한 흙덩이에 불과하던 그것은 어느덧 시커먼 외골격에 날카로운 턱과 다리, 독침을 가진 살육 개미의 모양처럼 변했다.
교수들이 손가락을 움직이면 이 살육 개미 모양의 골렘들은 주위를 바사삭 바사삭 기어다니며 턱으로 돌을 깨물어 부수거나 땅바닥에 대고 독침을 쏘았다.
가짜 개미가 독침을 쏘는 모션을 취할 때마다 마물연구소에서 제공받은 독이 소량이지만 뿜어져 나오기에 전투는 마치 실전과도 같을 것이다.
“와, 진짜 몬스터 같다.”
“그러니까, 저게 다 교수님들이 조종하는 더미란 말이지?”
“저것들을 막아 내기만 하면 된다는 거잖아? 자신 있어!”
1학년생들은 처음으로 맞이하는 대규모의 시험에 잔뜩 흥분해 있었다.
방금 전까지 3학년, 2학년 선배들이 멋지게 활약하는 것을 봤으니 충분히 견학도 되었다.
이윽고, 커다란 홀로그램 창이 1학년들의 눈앞에 떴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몰려드는 살육 개미들을 막아 내자!
HP: 100/100
Kill point: ?점
Assist point: ?점
본격적인 중간고사 실기평가가 시작된 것이다.
* * *
피기는 경기장 바깥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난번까지 이어졌던 2, 3학년들의 시험 점수였다.
4학년 졸업반들은 중간고사도 기말고사도 보지 않기에 사실상 시험 성적이 가장 좋은 그룹은 3학년들이다.
그리고 그런 3학년들 중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이는 역시 학생회장인 돌로레스였다.
그녀는 힐과 버프를 담당하는 서포터, 그리고 방어적 성향의 마법사, 공격적 성향의 마법사, 복합적 성향의 마법사라는 무난한 파티를 짰고 그 결과 3페이즈에 걸쳐 58분을 버티는 기염을 토해 냈다.
피기는 선배들의 성적 데이터들을 분석했다.
“보통 3학년들은 3페이즈까지 가고 2학년들은 2페이즈까지 가는구나. 그렇다면 1학년들은 1페이즈의 20분만 잘 견뎌내면 돼. 10분만 버틸 수 있어도 중간은 하는 셈이야.”
피기는 입학 테스트에서 필기 3위를 했을 정도로 필기시험에 강하지만 반면 실기에는 영 자신이 없는 친구였다.
그리고 또 하나, 피기에게는 조를 짤 만한 인맥이 없었다.
잘 나가는 친구들은 친한 이들끼리, 아니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이들끼리 모여 조를 짜지만 피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하지.’
피기가 속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턱!
그런 피기에게 어깨동무를 걸어오는 손이 있었다.
“야, 왜 중간만 갈 생각을 해. 이왕 시험에 임했으면 끝을 봐야지.”
튜더였다. 그 옆에는 산쵸가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자 피기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튜더구나. 너는 워낙에 뛰어나니까 20분을 다 버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서. 실기는 영 잼병이거든. 그래서 조도 누구랑 짜야 할지 모르겠어 사실. 나를 끼워 주는 애들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뭐? 조?”
피기의 말을 들은 튜더는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이미 우리 조에 이름 올렸는데?”
“어?”
“어는 무슨 어야. 그럼 의리 없게 다른 애들이랑 조 짜려고 했냐?”
튜더가 씩 웃자 피기의 멍한 표정에 일순간 울먹거림이 번졌다.
“내, 내가 폐가 될까 봐…… 나는 약하고…….”
“그런 게 어딨냐 친구끼리. 그치 산쵸?”
“음, 당연한 것을. 그리고 너는 우리보다 똑똑하잖나. 누구에게나 장단점은 있는 법.”
튜더와 산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피기는 얼른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꾹 누른다.
이윽고, 튜더는 고개를 돌려 두리번거렸다.
“아니. 근데 얘는 또 어디로 간 거야? 조 짜야 하는데.”
비키르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비키르는 조금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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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입간판들이 즐비해 있는 운동장 외곽지대를 유유히 걸어가는 비키르.
경기장 건너편으로 걸어가는 비키르를 발견한 튜더와 산쵸, 피기는 그쪽으로 걸어가며 두 손 모아 외쳤다.
“어이! 비키르! 빨리 가서 조 짜자! 등록시간 얼마 안 남았어!”
하지만, 비슷한 외침이 그들의 옆에서도 나왔다.
“비키르 형아! 조별시험 같이 할 사람 있어?”
손을 흔들고 있는 이는 바로 열병기부 수석 싱클레어. 어느새 친해진 것인지 옆에는 비앙카도 있었다.
튜더, 산쵸, 피기. 그리고 싱클레어와 비앙카.
조가 갈린 그들은 비키르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특히나 평소 앙숙 관계인 튜더와 비앙카의 대립이 심했다.
“비키르는 우리랑 같은 조 하기로 했어.”
“무슨 소리야? 쟤 보니까 아까부터 계속 혼자 다니더만. 보아하니 너희들이 멋대로 정한 거겠지.”
“뭔 소리야, 비키르는 당연히 우리랑 하지. 우리랑 제일 친하고 오래 사귀었으니까. 손발도 우리랑 제일 잘 맞을걸?”
“약해빠진 것들이랑 무슨 손발이 맞아. 쟤는 궁수니까 나랑 케미가 맞지.”
“한 파티에 궁수가 둘? 파티의 파자도 모르시는구만?”
“놀고 있네. 나랑 쟤 정도 수준의 궁수가 둘이면 조합빨도 씹어먹는다고.”
한참 동안이나 툭닥거리던 그들은 이내 비키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비키르! 어느 조에 들어갈 거야!?”
하지만.
“미안하지만 나는 이미 들어갈 조를 정해 놨다. 선약이 있거든.”
비키르의 대답은 의외였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입학 이래 비키르가 자기들을 제외한 다른 누구랑 같이 다니는 것을 한 번도 못 봤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비키르의 뒤로 불쑥 튀어나오는 세 개의 얼굴이 있었다.
“왜, 뭐 불만 있냐?”
“불만 있냐?”
“있냐?”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를 향해 시니컬한 질문을 던지는 세 남자.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
냉병기부에서 ‘바스커빌의 삼지창’으로 악명 높은 세쌍둥이 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