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중간고사 랜덤 디펜스 (5)
학생회장 돌로레스.
그녀는 같은 동아리의 1학년 후배들이 학년 신기록을 세우는 것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돌로레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간다.
“……시험이 왜 안 끝나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는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시험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관중들, 학생들, 그리고 심지어 교수들까지 경악했다.
“이, 이거 뭔가 이상한데?”
“애들 다 HP가 0인데 왜 시험이 안 끝나지?”
“쟤들 1학년이잖아! 누가 2페이즈를 진행시킨 거야!”
페이즈를 담당하는 것은 마력을 송출하는 마도구로 푸른 빛을 내뿜는 수정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것을 담당하는 이들은 울상이 된 표정으로 계기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험장 안에 등록된 학생들 외의 강한 생명 반응이 남아 있어서 오류가 난 것 같습니다!”
“뭐? 무슨 소리야! 경기장 위에는 애들 넷밖에 없는데!”
교수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경기장에는 원래 인간 넷 정도의 생명력이 남아 있었고 그것은 HP 슈트로 인해 포인트로 치환되었다.
그것이 0이 된 지금, 경기장 위에는 더 이상의 생명 반응이 없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분명 계기판에는 전투가 가능한 ‘생명력 충만한 존재’ 하나가 남아 있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교수들은 마력벽 너머로 경기장을 살펴보았지만 학생들 외에 딱히 살아 있는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생명반응 체크용 마법과 페이즈 관리 마법이 서로 충돌해서 오류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이런. 큰일이군. 왜 이런 오류가 생긴 거지? 분명 경기장에는 1학년 학생 넷뿐인데…… 에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빨리 충돌부터 막아!”
“저희는 엄밀히 말하자면 페이즈 마법 관리 부서고…… 생명 반응 체크 마법 부서는 저희 관할이 아닌지라…….”
“그놈의 관할은 무슨! 안 되겠어, 마법진 코드를 짜고 푸는 것보다는 골렘들을 멈추는 게 빠르겠지?”
“그것이…… 이번 년도부터는 골렘 생성과 무빙이 자동화되어 있어서…… 이것에 관련된 마법진 코드도 마력석과 연동되어 있는데 해체하려면 생명 반응 체크용 마법과 페이즈 관리 마법을 먼저 해제해야 합니다.”
“뭐라고? 지금 농담하는 겐가? 시험에 필요한 마법진 코드를 이렇게 허술하게 짜 놓다니! 그러면 어쩌란 말이야! 방법을 말해!”
“바, 방법이야 물론 있지요! 경기장을 막고 있는 마력벽 코드는 따로 짜여 있으니 그것만 잠시 해제해서 학생들을 나오게끔 하면 됩니다.”
“그럼 마력벽을 풀어!”
“하지만 마력벽은 저희 관할이 아닌데요? 이게 무턱대고 저희가 건드리면 나중에 책임 소재가 복잡해질 수 있어서…….”
‘관할’과 ‘책임 소재’는 실로 마법과도 같은 말이라서 아무리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뇌가 굳게끔 만든다.
위기 상황일수록 더욱 그렇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 사소한 문제들에 타성에 젖은 운영이 겹쳐 일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할 방법은 있다.
경기장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마력돔을 해제하고 안에 갇혀있는 학생들을 나오게 하면 되는 것이다.
책임 교수는 부글부글 끓는 표정으로 지시했다.
“그럼 빨리 마력벽을 해체하게. 안에 있는 학생들이 나올 수 있게.”
“그것도 역시 이쪽 관할이 아니라서…… 마력벽 열쇠를 가지고 있는 실무자를 찾아보겠습니다.”
학과장 급 교수들이 바삐 움직인다.
이윽고, 마력벽 열쇠를 가진 교수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유력한 차기 교감 후보 모르그 밴시 교수였다.
밴시 교수는 다른 연무장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시험을 감독하고 있다가 튜더의 조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 소식에 황급히 뛰어왔다.
“마력벽 열쇠? 나에게 있긴 있다만…….”
밴시 교수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꺼내든 것은 마력벽 해체 주문이 기록되어 있는 열쇠였다.
열쇠에는 A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것이 보인다.
“마력벽 해체 열쇠는 하나의 열쇠만으로는 불가능하지. A열쇠는 B열쇠가 없다면 무용지물이야.”
보안을 위해 열쇠를 두 개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밴시 교수의 말에 모든 교수들이 B열쇠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B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디 교수’가 근무지를 무단이탈했습니다!”
“뭐라고!? 젠장 그 골칫덩이가 또!? 근무 태만으로 징계당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대체 어디 갔는데!?”
“화,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고 연락이 두절됐답니다.”
“제기랄! 이 또라이 같은 여자가……!?”
이처럼 교수들이 이래저래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동안.
1. 돈키호테 라만차 튜더
HP: 0/100
2. 산쵸 판사 바라타리아
HP: 0/100
3. 어셔 포우 비앙카
HP: 0/100
4. 피기
HP: 0/100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개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제기랄! 이제 HP 슈트도 고장 났어!”
“벗는 게 낫겠군. 이런 불편한 타이즈는.”
“지금부터 받는 물리 데미지는 진짜 충격으로 다가올 거야! 다들 조심해!”
“꺄아악! 뭐야 대체! 왜 환상 던전도, 골렘 생성도, 마력벽도 해제가 안 되는 건데!?”
HP는 이미 옛저녁에 0이 되었던지라 그들은 직접 몸으로 몬스터들과 싸워야 했다.
개미들은 여전히 파죽지세로 몰려들고 있었다.
디펜스류의 구조답게 몬스터들은 무제한으로 생성된다.
더군다나 2페이즈는 2학년 전용 페이즈였기에 일반적인 개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오오오오!]거대한 체구의 개미가 알무더기들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것은 방패처럼 넓고 단단한 머리통에 가시들을 잔뜩 달고 있었고 몸집 역시도 다른 개미들에 비해 몇 배는 더 컸다.
“……병정개미다!”
피기가 경악하여 외쳤다.
저런 것들이 일반적인 개미들 사이에 섞여 온다면 답이 없다.
“제기랄! 막아야 해!”
“시도는 해 보겠다!”
튜더와 산쵸가 있는 힘껏 맞서 보았지만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마나로는 아우라를 펑펑 뿜어낼 수가 없었다.
병정개미는 방패같은 대가리로 땅거죽을 밀며 돌진해 왔고 그대로 튜더와 산쵸를 날려버렸다.
…콰쾅! 우지지직!
튜더의 보급용 창과 산쵸의 보급용 도끼들이 박살 나 흩어진다.
그리고 곧이어 병정개미들이 대가리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콰콰콰콱!
수많은 방패병들에 의해 압사당하는 느낌, 산쵸와 튜더, 피기, 비앙카는 우글우글 몰려드는 개미들에게 깔려 버렸다.
“커헉! 무, 무거워!”
“크윽! 계속 몰려든다!”
“……주, 죽을 것 같아!”
“으아아! 교수들은 뭘 하는 거야!?”
모두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너무 창졸간에 벌어져 버린 사고인지라 교수들은 아직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마력석을 부숴야 하오!”
“누가 부술 겁니까! 이 마력석에는 적어도 4개 부서의 책임이 혼재되어 있어요!”
“마력석이 어마어마하게 귀하고 비싼 고대 오파츠라는 것쯤은 다들 알겠지? 그래, 어떤 부서장이 책임을 질 거요! 그걸 먼저 명확하게 합시다!”
“골렘 생성 부서야? 생체 반응 탐지 부서야? 페이즈 관리 부서야? 마력벽 유지보수 부서야? 대체 누구 관할이야! 책임 소재를 먼저 분명히 하자고!”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것이 얽히고설킨다.
“골렘 부서 쪽이 원래의 골렘 생성 마법진에 자동화 마법진을 덧입히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으니 그쪽 부서에서 마력석을 파괴하고 책임을 집시다!”
“그게 왜 우리 쪽이야! 애초에 생체 반응 탐지 부서가 일을 잘못한 건데! 그쪽에서 마력석을 부숴야 맞지!”
“무슨 소리야! 페이즈만 안 넘어갔어도 이런 일 없었잖아! 누가 더 잘못하고 누가 덜 잘못한 게 어딨어!”
“사디 교수는 아직 연락 안 되나! 마력벽 이거 어쩔 거야!?”
“다들 소문 못 들었어!? 이번 1학년 신입생들 중에 정체를 숨기고 들어온 황족이 있다는 소문! 이번 일이 황실에까지 알려지면 우리들 다 모가지야!”
아이들이 죽어 가는 동안 어른들은 자신의 안위와 득실을 따지느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후배들이 걱정되어 달려온 돌로레스는 그런 교수들의 행태에 환멸을 느꼈다.
‘얘들아,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줘!’
돌로레스는 자기가 직접 칼을 들었다.
차앙!
옆에 있는 교수의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든 그녀는 그대로 마력석을 향해 달려갔다.
교수들이 경악하여 외친다.
“학생회장! 이게 무슨 짓인가!”
“자네 미쳤는가!? 당장 멈춰!”
“그걸 부수면 퇴학으로 안 끝나! 쿼바디스에 직접 배상 요구를……!”
하지만 그 어떤 위협이나 으름장도 돌로레스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야압!”
그녀는 마력석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후배들의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이 순간.
마력석이 황실에서 하사받은 아카데미의 보물 1호라는 것도, 그 값어치를 추산하기 어려운 국보라는 것도, 심지어 이것을 파괴한 자신에게 닥칠 퇴학 처분조차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후배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돌로레스는 칼을 찔러 넣었다.
……아니, 찔러 넣으려 했다.
퍼퍼퍼펑!
마력벽 너머, 경기장 안에서 연달아 일어난 폭음들만 아니었더라면 말이다.
“!?”
돌로레스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를 말리려 뛰어오던 다른 교수들 역시도 놀란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본다.
외부인의 침입과 내부인의 외출을 막고 있는 마력벽은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못 보던 얼굴 하나가 있었다.
기진맥진해 있는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의 앞을 가로막은 채 개미들을 상대하고 있는 남자.
“……물러나 있어라.”
바로 비키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