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어택땅 (5)
목줄 풀린 사냥개가 필드로 나왔다.
비키르는 시험대에 오르기 전 밴시 교수와 특별 면담을 해야 했다.
“비키르 군.”
싸늘한 시선과 목소리, 밴시 교수는 늘 그랬듯 비키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교수로서 학생이 위험에 처하지 않게끔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나는 자네가 사디 교수의 시험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시험을 치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또 무언가 심득(心得)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요.”
“……뭐? 심득?”
밴시 교수는 비키르의 속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더니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사디 같은 부류의 인간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세상에는 참 부조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말이지.”
밴시 교수는 여전히 차가운 태도였다.
그는 비키르의 앞으로 몇 걸음 걸어오는가 싶더니 손을 움직여 눈앞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만약 사디 교수에게 시험을 치르고 싶다면 이 각서에 서명을 해라. 그렇게까지 한다면야 허락해 주지.”
“…….”
보통 학생 같으면 여기서 바로 고집을 꺾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사디 교수와 밴시 교수를 상대로 고집을 부릴 간 큰 미친놈은 이곳 콜로세오 아카데미 안에 없었다.
……딱 하나. 비키르를 제외하면 말이다.
스슥- 슥-
비키르는 각서에 서명을 하고는 그것을 밴시 교수에게 돌려주었다.
그 태연함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딱 벌린다.
밴시 교수 역시도 비키르의 이 뜻 모를 행동에 밀랍인형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만큼의 표정 변화를 보였다.
“정말로 사디를 상대하겠다고? 여전히 오만하기 그지없군.”
“…….”
“하기야. 달콤한 비료만 먹고 자란 온실 속 화초들은 세상 풍파의 쓴맛을 미리 겪어 볼 필요도 있지. 그래야 뭐가 배려고 뭐가 만용인지 구분할 줄 아는 눈이 생길 게야.”
밴시 교수는 표정을 잔뜩 구긴 채 콧방귀를 뀌었다.
이윽고.
비키르의 차례가 되었다.
[다 떠들었어? 이 쓰레기 돼지들 같으니.]시험장으로 올라온 비키르의 앞으로 사디가 조종하는 골렘의 그림자가 으스스하게 드리워진다.
사디 교수는 눈앞에 올라온 비키르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나약한 돼지에게는 흥미 없는데…… 너는 그래도 좀 흥미가 생기네. 재능 없는 평민 출신 쓰레기 주제에 감히 나를 골라?]“…….”
[아까 올라왔던 키 작은 돼지랑 친구니? 호호호- 그 녀석 왼쪽 눈 아마 실명될 텐데. 그럼 너는 오른쪽 눈으로 짝 맞춰 줄까? 병신과 머저리 듀오. 어때?]비키르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까락-
활시위에 화살을 먹였을 뿐이다.
핑-
화살이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하지만 사디 교수의 골렘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반응했다.
[흐흥- 궁수가 이렇게 거리를 좁혀 가면서 싸운다고? 초반만 노린다면 나름 괜찮은 전략이네. 머리는 좀 굴릴 줄 아는구나?]궁수는 일반적으로 거리를 벌리면서 싸우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포인트를 따야 하는 경우에는 화살을 쏘며 전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었다.
화살이 과녁으로 날아가기까지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사디 교수의 피지컬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의 유연성을 보이며 허리를 활처럼 낭창하게 휘었고 날아드는 화살들을 모조리 피해 냈다.
그 순간적인 반응에는 천하의 비키르조차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비뚤어진 천재’라는 어구는 과연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말 같았다.
그녀의 인성과 행실을 까는 교수들조차 그녀의 실력에는 말없이 침음성만 흘릴 정도.
‘아깝군. 인성만 받쳐 줬다면 훌륭한 용사가 되어 인류 연합군에 큰 기여를 했을 터인데.’
하지만 사디 교수가 누군가를 위해서 싸울 타입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도 따르지 않고 아무도 존경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타입. 그것이 사디 교수다.
‘그렇다면야. 봐줄 필요 없지.’
그리고 비키르는 지금 사디 교수를 향해 차가운 눈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파앙-
파공성과 함께 화살이 날아간다.
비키르는 시위에 다발의 화살을 걸고 엄청난 속도로 그것들을 연사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감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상에! 쟤 누구냐? 사디 교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네!?”
“저 짧은 거리가 더는 안 줄어들잖아? 저걸 어떻게 피하는 거지?”
“게다가 연사 속도 봐! 미쳤어!”
학생들도 교수들도 감탄하는 것이 비키르의 움직임이었다.
물론 사디 교수가 골렘에 동기화되는 과정에서 마나량도 제한되고 몸놀림도 둔해졌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학년 학생이 이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허나.
[호호호호- 그래 봐야 활잡이 나부랭이지.]사디 교수의 말대로였다.
비키르의 화살은 아까부터 사디 교수에게 아무런 유효타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팅- 태앵- 텅- 파캉!
화살들은 골렘의 몸에 닿기도 전에 주먹과 발, 채찍에 맞아 부서지거나 저 멀리 튕겨나간다.
바람의 방향을 잘못 계산했는지 아예 이상한 방향으로 쏘아져 나가는 것들도 있었다.
가끔, 정말 가뭄에 콩 나듯 골렘에게 적중되는 것들도 있었는데 그것들은 대부분 팔다리 언저리에 맞고 튕겨나갔기에 유효타로 인정되지 않았다.
시험장 밖에서 그것을 보고있던 비앙카조차 고개를 저었다.
“궁수는 진짜 어택 시험에서 답이 없어. 나야 그나마 온화한 성격의 교수님 만나서 점수를 잘 땄지만…… 사디 교수를 상대로는 1점도 따기 힘들 거야.”
그 말대로였다.
튜더, 산쵸, 싱클레어, 그리고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는 피기조차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키르는 골렘의 주먹과 발길질을 피하며 바닥에 떨어진 화살들을 다시 주웠고 그대로 다시 발사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화살들은 골렘의 손등이나 주먹에 부딪쳐 튕겨나갔고 아예 못 쓰게 부러져 버리기도 하는 둥, 가용 가능한 화살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기만 하고 있었다.
[호호호- 계속 할 거니? 돼지새끼가 아니라 쥐새끼였네.]사디 교수는 약이 바짝 오른 모양이었다.
어찌 되었건 그녀 또한 비키르에게 단 한 번의 채찍질도 성공시키지 못했으니까.
그녀는 당장이라도 골렘을 버리고 직접 나서고 싶다는 듯 안절부절못한다.
[얄미운 아이야, 이리 오련? 너는 체벌이 필요하겠구나.]사디 교수는 비키르를 코너로 몰아넣고 싶어 했으나 시험장이 둥그런 원형인지라 그것은 불가능했다.
비키르는 영리하게도 그것을 알고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며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회피에도 점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디 교수는 비키르의 계획에 어울려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호호호- 유효 회피로 점수를 모으려고? 쥐새끼다운 발상이야. 하지만 그것은 허락할 수 없단다!]이윽고, 그녀의 채찍이 더욱 더 강맹하게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짝! 짜악- 짝!
사디 교수는 비키르를 공격하지 않았다. 회피 점수를 내주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대신 그녀가 채찍으로 두들기는 것은 바로 시험장의 바닥이었다.
둥그런 원형이었던 시험장은 채찍에 맞아 점점 깨져나간다.
결국 시험장의 한 구석이 뾰족한 모양새로 바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각진 코너도 생겨났다.
그 뒤 사디 교수가 한 일은 비키르를 이 코너로 몰아넣는 일이었다.
채찍이 휘둘러졌고 코너를 제외한 모든 곳의 바닥이 터져나간다.
원형의 시험장을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시간을 끌던 비키르는 어쩔 수 없이 코너로 몰리게 되었다.
[죽으렴. 쓰레기야.]사디 교수는 시험관리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폭언을 내뱉으며 비키르를 다그쳤다.
채찍이 날아들었고 화살들이 우수수 부서져 간다.
비키르는 진흙과 돌가루로 범벅된 바닥을 구르고 기며 사디 교수의 공격을 피했고 그나마 멀쩡한 화살들을 주워 쏘고 또 주워 쏘며 버텼다.
어쩌다 코너를 탈출하려 하면 바로 채찍이 날아들어 옅은 상처를 남긴다.
비키르는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쥐 꼴이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 돌로레스는 물론이요 평소 비키르를 싫어하던 밴시 교수마저도 초조해한다.
그리고 드디어 비키르의 목줄을 틀어쥐게 된 사디 교수는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네가 곧 얻게 될 고통과 장애, 죽음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을 거야.]동시에, 채찍을 든 그녀의 손이 높이 올라간다.
아우라가 실려 있는 이 채찍에 맞으면 최소 중상, 어쩌면 사망까지도 갈지 모른다.
밴시 교수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의료진을 대기시켜 놓게.”
그 말에 교수들이 헐레벌떡 움직인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 그리고 돌로레스 역시도 어느새인가 시험장으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비키르가 나가 떨어지면 바로 받아들 수 있게끔 말이다.
……하지만.
[어?]사디 교수가 고개를 갸웃한다.
순간적으로 팔에 느껴진 미묘한 이질감.
그것은 채찍을 든 그녀의 팔을 일순간이나마 멈추게 만들었다.
…쩌적!
아까부터 계속 화살이 스치고 지나갔던 관절 부근. 유효타로 인정되지 않는 부위라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그곳이 이상하게 뻑뻑하게 느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