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시체 여왕 (1)
밤의 사냥개는 오늘도 조용히 밤에 녹아든다.
건물에서 건물 사이를 활공하는 비키르.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비키르의 움직임은 몇 배나 더 민첩해져 있었다.
수련으로 인해 강해진 것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왼손 손목에 붙어 있는 존재의 덕이 더 컸다.
[쀼쁏!]왼손 손목에서 거미줄을 뿜어내고 있는 새끼마담.
녀석은 비키르가 허공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 앞에 있는 건물의 벽이나 난간에 거미줄을 쏘아 붙인다.
그렇게 해서 진자처럼 앞으로 뻗어나간 비키르는 또다시 그 앞에 있는 건물에 거미줄을 붙이는 식으로 해서 계속해서 앞으로 활공하는 것이다.
새끼마담은 조그마한 몸 안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거미줄을 뽑아냈는데 아마도 농축된 거미줄 액기스 같은 것이 극미량 입 밖으로 사출되는 순간 대기와 만나 굳어지는 듯했다.
‘이런 조그만한 녀석도 이렇게 많은 거미줄을 뽑아내는데, 마담 여덟다리는 어땠을까?’
비키르는 과거 마담 여덟다리와 싸웠을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마담 여덟다리는 발락의 마을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거미줄을 소모했었는데 그 때문에 정작 비키르와의 싸움에서는 정말 거미줄을 얼마 뽑아내지 못했었다.
만약 마담 여덟다리가 거미줄을 마음껏 뽑아낼 수 있는 컨디션이었다면 비키르는 아마 그날 사지 멀쩡히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보다 유용한 녀석이로구나 너.”
[핵핵핵-]비키르는 입에서 거미줄을 뱉어내는 새끼마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녀석 덕분에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었으니 잘된 일이다.
타타탁!
건물의 외벽을 달리던 비키르는 이내 반파된 시계탑 위에 내려섰다.
도시의 랜드마크이던 이 시계탑은 무언가 거대한 충격으로 인해 반쯤 무너져 있었다.
다만 원래 역사가 오래되었고 또 토대부터가 공들여 세워진 탑이기 때문에 완파는 면한 상태였다.
비키르는 얼마 전에 읽었던 신문 기사를 떠올렸다.
[특종] 밤의 사냥개, 또 다시 충격 범행!?-어제 오전 1시경 또다시 밤의 사냥개가 테러를 시작했다.
파괴된 곳은 황도의 랜드마크인 ‘중앙 시계탑’.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 건축물은 황실 권력의 상징임과 동시에 제국 질서의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선대 황제 페하의 유지가 담긴…… 한편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들의 수는…… 황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이 희대의 흉악범을 사형대에 올리겠다고 선언……
밤의 사냥개를 흉내 내는 괴한, 모방범.
비키르는 알 수 없는 의문의 존재가 파괴한 이 거대한 시계탑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벽에 난 흉터 자국이 칼자국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길고 자유분방하다.
‘마치 채찍이 훑고 지나간 흔적 같군. 도시의 랜드마크를 파괴한 것을 보면…… 사회에 불만이 많은 놈인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앙 시계탑을 파괴해 봤자 별다른 이익도 없었을 것이다.
시계탑은 그저 황도에 사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쳐다보는, 그저 질서와 평화를 가장 잘 상징하는 건축물일 뿐이니까.
그런데도 굳이 이 건물을 부수려 시도했다는 것에는 무언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가령 사회 체제에 대한 저항이라거나, 질서의 전복을 꾀한다거나 하는 뭐 그런 종류의 것 말이다.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
하지만 지금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비키르에게는 모방범의 존재보다 십상시를 찾아내 죽이는 것이 더 급했으니까.
“어디 보자.”
모방범에 의해 파괴된 이곳 첨탑의 지붕 위에서는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불빛이 서서히 꺼져 가는 야경.
슬슬 완연한 잠에 들 준비를 하는 도시는 어둡고 적막하다.
그리고 밤의 사냥개는 모두가 눈을 감은 시점에서야 눈을 뜨는 존재.
‘……저곳인가. 씬디웬디가 수상하다고 짚은 포인트가.’
비키르는 고개를 들어 도시의 북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얼마 전에 비키르가 교외 봉사활동을 나갔었던 구역.
지금은 폐허가 된 인둘겐티아 가(家)의 보육원이 있는 곳이었다.
‘분명 폐허가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일 터인데…… 왜 저곳에서 정보원들이 실종되는 것이지?’
비키르는 가면을 살짝 걷어 올리고 대기의 냄새를 맡아 보았다.
“…….”
난다. 냄새가.
극도로 희미하지만 이것은 분명 마(魔)의 냄새였다.
이미 암살행을 마친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이 악취가 난다는 것은 아직 뭔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냄새가 옅다. 왜지?’
일반적인 악마의 냄새보다도 훨씬 옅어서 눈치채기가 어려웠다.
비키르는 새끼마담에게 실을 뻗으라 지시한 뒤 바로 시계탑에서 뛰어내렸다.
딱 지면에 닿기 직전 거미줄이 끝났고 반동으로 인해 튕겨 오른 비키르는 공중제비를 돌아 지면 위에 착지했다.
비키르는 어둠이 고여 있는 골목골목을 넘어 다니며 미로와도 같은 도시 속을 달렸다.
지붕에서 지붕, 난간에서 난간, 벽에서 벽, 더 높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그리고 그거보다도 더 낮은 곳으로 계속해서 뛰고 기어오른다.
비키르는 결국 인둘겐티아 보육원의 폐허에 도착했다.
왕립현충원이 맞은편으로 불과 1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구역이었다.
폐허의 외곽에서부터 중심부로 들어가던 비키르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냄새가 점점 옅어지다가 다시 강해지는군.’
마(魔) 특유의 악취가 무언가에 의해 희석되어 있었다.
마치 사람의 피에 악마의 피가 반반씩 섞인 듯한 그런 요상스러운 기운.
‘악마에게서 이런 냄새가 나는 게 가능한가?’
노련한 악마사냥꾼인 비키르조차도 한 번도 맡아 본 적 없는 냄새였다.
한편.
인둘겐티아 보육원의 폐허에는 인적이 아예 없었다.
쿼바디스가의 조사도 끝났기에 이곳에는 아무도 발길을 들이지 않는다.
원래대로라면 경계병들이 배치되어 있어야 맞지만 요근래 모방범들이 하도 설치고 다니는 통에 경계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 모양이다.
일반인 출입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딱히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비키르는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비키르는 씬디웬디의 정보원들이 연달아 실종된 구역에 진입했다.
그리고 이내.
“……!”
씬디웬디의 정보원들이 왜 사라졌는지, 무엇이 그들을 사라지게 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되었고 어디로 갔는지를 한 번에 모두 알 수 있었다.
[그어어어……]실종된 아래턱, 쇄골 어귀까지 내려온 혓바닥은 보라색으로 변해 버렸다.
몸에는 가스가 차 부풀었으며 흘러내린 살점들이 기름처럼 엉겨 굳어 있었다.
온몸에서 시취를 뿜어내는 언데드 몇 마리가 폐허를 방황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위험등급 : C
크기 : 1.7m
발견지 : 전 대륙
-일명 ‘덜 썩은 자’.
무덤가, 전쟁터, 폐가, 하수도 등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해 빠진 시체이다.
시골이나 낙후된 도시의 경우에는 시궁쥐만큼이나 자주 발견되기도 한다.
망자들이 기분 나쁜 신음을 흘리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생전에 뭘 하던 사람들이기에 지금 이곳에서 걸어 다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저들 중 몇몇은 씬디웬디의 정보원일 것이 분명했다.
“좋은 곳으로 가라.”
좋은 곳이라는 게 정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비키르는 등에 메고 있던 활을 꺼내들었다.
발락의 활 ‘아누비스’, 이 강력한 흑궁은 비키르의 손에 착 감기듯 달라붙는다.
“그동안 이 녀석을 너무 오래 쉬게 만들었네.”
아카데미의 중간고사 기간 내내 보급형 활만 만지다 보니 손이 썩을 것 같았다.
명인은 장비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만약 이 흑궁 아누비스를 거기서 꺼내 쓸 수만 있었다면 골렘이고 사디 교수고 죄다 박살을 내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랬다가는 큰일 났겠지.’
아누비스는 보급용 활과는 달리 눈알 하나로 끝내지 않았을 테니까.
비키르는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누비스를 깊게 틀어쥐었다.
[끼이잉……]비키르의 왼손에 꼭 달라붙어 있던 새끼마담은 아누비스가 싫은지 어깨로 물러나 있었다.
흑궁 아누비스는 마담 여덟다리가 벗은 허물로 만들어진 것이다.
새끼마담은 아직 알이었던 시절, 어미에게 잡아먹힐 뻔했던 기억 때문에 어미의 흔적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거미에게 있어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꼭 그렇게 끈끈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치 바스커빌의 개들처럼 말이지.’
이윽고.
끼릭-
비키르는 아누비스의 시위를 당겼다.
펑! 퍼펑!
멀리 떨어져 있는 좀비들의 머리가 하나하나 터져나간다.
좀비들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비키르는 옅게 흐르는 악취를 따라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
“……!”
폐허의 중심부에 도착한 비키르는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퀼티, 인둘겐티아 가문의 가주. 그리고 십상시 중 아홉 번째였던 단탈리안.
놈은 죽고 없었지만 놈이 부리던 언데드 권속 한 마리가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나 있는 것이 보였다.
제론토(Geronto).
붉은 양갈래머리에 검은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던 리치.
하지만 비키르는 제론토가 되살아난 것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제론토를 되살린 존재.
폐허의 한복판에 오연히 서 있는 ‘그것’이 비키르의 시선을 한순간에 잡아끌었다.
압도적인 귀기를 뿜어내는 자, 비키르를 이곳까지 이끈 마(魔)의 냄새의 근원.
뼈로 이루어진 관(冠)과 갑옷을 걸쳤고 홍염처럼 타오르는 긴 머리와 검은 망토를 함께 휘날리고 있는 존재.
여덟 번째 십상시가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