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1
21화 모르그 까뮤(Morgue Camille) (2)
까뮤의 폭탄발언이 터졌다.
“아저씨가 우리 루비 광산 훔쳐 간 도둑놈이에요?”
8살 소녀의 당돌한 물음에 순간 방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우선 양가의 시종들부터가 그 자리에서 빳빳하게 굳었다.
“…….”
“…….”
천하의 모르그 아돌프조차도 당황한 듯 입만 뻐끔거린다.
휴고 역시도 다소 멍한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라는 생각이 포커페이스 밖으로도 엿보인다.
바스커빌가의 가주실 안은 마치 살아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침묵은 까뮤에 의해 한 번 더 깨졌다.
“돌려줘요, 루비 광산.”
잰 걸음으로 걸어와 눈앞으로 하얀 손바닥을 내미는 까뮤.
한편, 그 또랑또랑한 눈빛을 맞받는 휴고는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면전에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그 상대가 8살 꼬마아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그러하다.
그때. 아돌프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이, 이 녀석아! 갑자기 이게 무슨 무례야!”
“아까 숙부가 그랬잖아요. 이 아저씨가 우리 루비 광산 훔쳐갔다고.”
“이, 이, 이 녀석아 내가 언제!?”
“마차에서 내리기 전에요. 이번 달부터 저한테 지급되는 연구용 루비의 개수가 줄어드는 게 다 저 재수 없는 콧수염 노땅 도둑놈 때문이라고.”
“이, 이, 이, 이 녀석아 내, 내, 내가 언, 언제!?”
“언제라고 물어보신다면 한 1시간 42분 전쯤? 이려나요. 분명히 들었는데…….”
약간 시무룩해지는 까뮤.
이쯤 되자 아돌프는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알겠다. 방 안의 온도가 몇 도는 더 내려갔다.
“……흐음. 재수 없는 콧수염 노땅, 그리고 도둑놈이라?”
앞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휴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돌프는 손수건을 꺼내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했다.
“크흠. 무언가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이는 추후에 잘 해명하겠습니다.”
“하룻강아지가 무엇을 알겠소. 모르그 가의 가정교육 문제를 굳이 내게 해명할 필요는 없는 일이지.”
휴고는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지만 이미 기분은 많이 잡친 듯 보였다.
아돌프는 속으로 고소하다고 생각하며 까뮤를 타일렀다.
“까뮤야. 이웃 가문의 어르신에게 이 무슨 무례니.”
“하지만 숙부가 말한 거…….”
“아무리 주위의 시종들이 그런 식으로 나쁜 말을 했다고 해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옮겨 전하면 안 되는 거란다. 항간의 소문에는 부풀려진 것들도 많기 때문에…… 뭐, 축소된 것들도 많지만.”
아돌프와 까뮤는 서로 마주보는 자세로 대화를 나눈다.
문득, 휴고는 이 모든 상황들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베리모어 집사의 보고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첫 번째 보고입니다. 붉은 송곳산의 루비 광산에서 있었던 ‘모르그 가(家)’와의 유혈사태에 대하여…….’
‘그 점에 대해서는 곧 논의할 기회가 있을 걸세. 모르그가 쪽에서 먼저 찾아올 게야.’
루비 광산 문제는 사실 꽤 오래된 분쟁거리였다.
바스커빌가와 모르그가 사이의 경계선, 일명 ‘공동경비구역’이라 불리는 경계선에는 상등품의 루비가 펑펑 쏟아져 나오는 광산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 광산의 채굴장 입구가 모르그 가의 영지 지상에 위치해 있는 반면, 지하의 광맥은 바스커빌 가의 영지 밑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광맥이 흐르는 각도 상 지상에서부터 접근 가능한 채굴 루트는 한 곳, 오직 모르그 가의 영지에 있는 채굴장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 광맥을 따라서 착굴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바스커빌가의 영지 밑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모르그 가에서는 여러 방법을 강구해 왔다.
가장 많이 시도된 것은 몰래 땅굴을 파서 루비를 채굴하는 것.
하지만 후각이 예민한 바스커빌가의 사냥개들은 귀신같이 그 조짐을 눈치 채고는 모르그 가의 채굴장을 습격하곤 했다.
이 와중에 몇 번이나 유혈사태가 발생했지만 공식 석상에는 아무것도 보고된 바 없었기에 양 가문의 사이는 겉으로 보기에 여전히 좋았다.
비록 속으로는 부글부글 곪아 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니 오늘 친선대련 행사를 논의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저 모르그 아돌프의 방문 목적도 사실은 루비 광산과 유혈 분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이리라.
그래서 휴고 역시도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돌려줘요 내 루비! 루비가 부족해서 연구도 못 하고 있단 말예요!”
이렇게 8세 소녀가 와서 땡깡을 부릴 줄은 미처 몰랐다.
까뮤의 요구에 휴고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보시오 아돌프 가주대행. 공식 방문에 이게 대체 무슨 추태요?”
“크흠. 큼.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가주님. 하지만 뭐, 애가 하는 말이 또 아주 틀린 말은 아닌지라 저로서도 난감하군요.”
“……뭐라?”
“말이야 바른 말이지 않습니까. 비록 어린아이의 입을 거친 말이라 투박하지만요.”
휴고와 아돌프의 시선이 한데 마주쳤다.
“…….”
“…….”
휴고는 소드마스터 특유의 초인적인 아우라를 뿜어내 장내를 압박하려 했지만…… 바로 앞까지 다가온 까뮤 때문에 집중력은 흐트러진다.
기세를 다소 천천히 뿜어내 까뮤를 물러서게 하려 해도.
“지금 아이를 상대로 무얼 하시는 겝니까? 설마 제국의 검성(劍星)께서 8살 난 소녀를 핍박하시는?”
바로 아돌프의 핀잔이 들어온다.
까뮤를 망토로 감싼 아돌프.
그리고 표정을 구긴 휴고.
8세 아이와 말다툼을 하자니 어른의 체면이 상하는 일이고 그냥 두자니 저 아돌프라는 작자가 자꾸만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으려 든다.
휴고로서는 아주 성가신 일이었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던 루비 광산 문제를 결국 재점화시켜야 하는가.
회담에 응하는 것 자체가 바스커빌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요, 모르그 가로서는 이득 보는 장사다.
애초에 루비는 마법 실험의 주요 재료로 많이 쓰이는 만큼 모르그에게나 중요하지 바스커빌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꼭 필요한 자원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가문하고 교류하는 것 자체가 싫은 폐쇄적인 성격의 휴고로서는 그냥 루비 광맥에 신경을 끄고 싶었다.
사냥개들을 훈련시키고 적과 흑 산을 개척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여인네들 장신구에나 쓰이는 빨간 돌 따위를 가지고 마법 장난질이나 치는 쫌생이들과 드잡이질 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돌려주세요, 우리네 루비 광산. 거기서 나오는 루비가 아니면 저는 학업을 계속하기가 어렵답니다.”
“어허, 까뮤야. 어른들 얘기하는데 자꾸 스읍! 어험 어험.”
저 까뮤라는 소녀와 아돌프라는 작자의 대화도 슬슬 못 들어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정치적 퍼포먼스인 것을…….’
하지만 상대방이 어린애인지라 뭐라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철혈검가의 가주라고 해도 말이다.
……바로 그때.
휴고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목소리가 하나 있었다.
“모르그 가에서는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고 안 가르치나 봐요?”
8세 까뮤와 마찬가지로 해맑고 앳된 목소리.
8세 비키르의 등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