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등록금 (1)
축제가 모두 끝났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뒤에도 그 열기는 잔불처럼 남아 학생들의 기분을 묘하게 들뜨게 만들고 있었다.
아직도 학생들은 세 명 이상 모이기만 하면 축제 기간 동안 생긴 헤프닝들을 이야기했다.
“들었냐? 열병기부 A반에 걔랑 냉병기부 B반에 걔랑 사귄다더라.”
“와, 걔네 언제 사귀나 했네. 결국은 그렇게 되는구만.”
“축제 때 밤에 불꽃놀이 할 때 고백했대. 크~”
“어? 그 열병기부 B반 새내기 커플이 그날 그때 깨졌다던데?”
“헐! 그 닭살 CC 깨짐? 이건 좀 충격인데.”
“누군가 사귀게 된 순간에 누군가는 헤어지고…… 청춘이란 오묘하구만.”
누가 누구에게 고백하고, 누가 누구와 썸을 타고, 누가 누구와 사랑에 빠지고, 누가 누구와 싸우고, 누가 누구와 헤어지고…… 10대 20대의 청춘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사랑놀이가 가장 핫한 토픽이다.
그 외에 누가 취해서 싸웠다느니, 토했다느니, 진상을 부렸다느니, 휴학을 했다느니 하는 소문들도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뜨거운 화제는 이것이었다.
“그나저나, 축제 때 밤의 사냥개가 아카데미에 왔었다는 게 사실이야?”
“어어. 와서 또 테러하려고 했다더라. 소름끼쳐.”
“근데 교수님들이 막아 주셨대!”
“진짜 무섭다. 황도경비대는 뭐 한 대? 빨리 그런 빌런 안 잡아가고.”
“맞아. ‘누벨바그’ 감옥에 처넣어야지, 그런 악당은.”
“근데 직접 본 바에 의하면 밤의 사냥개가 진짜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더라고.”
“또 이번에는 새로운 빌런 하나가 출몰했다며. 미등록 흑마법사라나?”
“근데 빌런 둘이서 싸웠다더라. 그 덕분에 교수님들도 쉽게 쫓아버린 거고.”
“아쉽다. 체포까지 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그저 해맑은 어조로 조잘거린다.
까딱 잘못했으면 무시무시한 참사로 번졌을 ‘밤의 사냥개 사건’은 그렇게 으스스한 가십거리 정도로 사라져 버리는 듯했다.
…….
……하지만 그것을 단지 도시괴담으로 흘려 버릴 수 없는 학생이 여기에 하나 있다.
“얘들아.”
학생회장 돌로레스. 그녀는 신문부 부실 문을 거세게 열어젖히며 외쳤다.
“이 기사 누가 썼니!”
그녀는 심기가 약간은 불편해진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돌로레스의 손에는 아직 신문에 실리지 않은 기사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단독] 밤의 사냥개, 그 흉악함에 대하여……-밤의 사냥개의 악행이 도를 넘었다. 지난 0월 0일, 제국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습격한 밤의 사냥개는……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 새싹들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며…… 이를 노린 행위는 반인륜적이며 반국가적인…… 그는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할 악당…… 한편 축제 기간 동안 밤의 사냥개가 파괴한 황도 내 주요 시설물들의 수는 황립 제국은행, 황도 시계탑, 인둘겐티아 보육원, 황립현충원 등등 ……
밤의 사냥개를 규탄하는 신랄한 기사 내용이다.
돌로레스는 화를 꾹꾹 참으며 말했다.
“밤의 사냥개는 축제에 와서 별다른 소동을 일으키지 않았어. 소동은 그 정체불명의 흑마법사가 벌였지. 이 기사를 보면 마치 밤의 사냥개가 축제에 와서 학생들을 학살이라도 한 것 같잖니. 그는 제국에서 규정한 범죄자이지만 적어도 그날 축제에서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이 팩트니 기사에서 좀 더 감정을 빼고 사실만을 나열해야…… 후, 됐고. 그래서 이 기사 누가 썼니?”
그러자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 등등을 비롯한 신문부원 전원이 입을 다문다.
하지만 시선 처리만은 다들 정직했다.
“…….”
“…….”
“…….”
“…….”
“…….”
한 곳을 향해 일제히 몰리는 시선들.
바로 비키르가 있는 곳이었다.
돌로레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키르. 또 너구나.”
밤의 사냥개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인지 신랄한 비판 기사를 줄기차게 써 내는 아이.
제국에서 악(惡)으로 규정한 범죄자를 까는 것인지라 뭐라 할 명분도 없다.
다만 비키르는 특유의 무감정한 어조로 대답할 뿐이다.
“동아리 고문인 밴시 교수님의 지시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내가 없을 때……”
“돌로레스 부장님은 축제 시즌 내내 학생회 일로 바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공교롭게도 그 기간에 시간이 나 고문 교수님께서 지시하신 방향대로 기사를 썼을 뿐입니다.”
따지고 보면 다 맞는 말들이다.
돌로레스는 작게 한숨 쉬었다.
“오늘 오전에 황도경비대 측에서 나온 오피셜이야. 이번 축제 습격사건을 비롯해 최근 황도의 주요 시설물들을 파괴한 이는 밤의 사냥개가 아니래.”
그 말에 모든 신문부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돌로레스는 말을 이었다.
“경비대장의 말을 들어보니 밤의 사냥개의 주 무기는 칼. 하지만 최근 발견된 테러현장을 보면 칼자국은 거의 없어. 다만…….”
돌로레스는 몇 가지 마나 스크린샷을 보여 주었다.
파괴된 시계탑, 은행, 저택 등의 붕괴현장.
그것에는 마치 거대한 뱀이 기어간 듯한 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건 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자국이 아니지. 따라서 범인은 전혀 다른 빌런이다.”
황실경비대 측은 ‘밤의 사냥개’가 아닌 별도의 빌런을 특정해 냈다.
그 이름은 바로 ‘Ms. 우로보로스’, 목적 불명의 흉악 테러범이었다.
“성별이 여성으로 추정되는 괴인이야. 테러 목적은 불명, 무위도 불명이지만 대체로 그래듀에이터 급으로 추정되지. 사용하는 무기조차도 알려지지 않았어. 목격자들이 다 죽었거든.”
새로운 빌런의 출현에 학생들 모두가 살짝 몸을 떨었다.
그래듀에이터라면 제국 어디를 가든 후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귀인들. 그야말로 무(武)의 정점에 올라 있는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악한 마음을 먹고 제국민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테러 행위를 저지른다면 그 파급력이 얼마나 클 것인가?
앞으로 흐르게 될 피가 얼마나 많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밤의 사냥개에 미등록 흑마법사에 이제는 미스 우로보로스까지.
무시무시한 빌런들이 셋씩이나 날뛰고 있다는 사실에 황도의 주민들은 불안해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리라.
돌로레스는 이 같은 사실에 단호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니 앞으로 모든 악행을 밤의 사냥개 탓으로만 돌리지 말도록 해.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팩트만 전달하자는 거야. 빌런은 셋이니 각자가 한 범죄행각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지 않겠어?”
그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비키르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상관없는 일이지.’
비키르가 밤의 사냥개를 호되게 비판하는 것은 언젠가 본인이 밤의 사냥개로 의심받는 상황에 처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그런 의심을 받더라도 오래 전부터 밤의 사냥개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이미지를 지키고 있는다면 용의선상을 피하기 쉬울 가능성이 크다.
한편.
비키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동안 신문부원들의 대화는 다른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 ‘미스 우로보로스’라는 빌런은 대체 뭘까요?”
“목격자들이 죄다 죽어서 증언이 없어. 생긴 것도, 주 무기도, 범행 목적도 몰라.”
“유일하게 밝혀진 것은 ‘거대한 뱀이 기어간 듯한 자국을 남기는 것’ 정도인가.”
“또 하나, 아무래도 밤의 사냥개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진 장소들을 따라서 움직이는 것 같다더라.”
“확실히, 움직인 루트만 따지고 보면 밤의 사냥개와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네. 원한이라도 있나?”
“근데 아카데미에는 안 오는군요? 밤의 사냥개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아카데미인데.”
“어우, 안 오길 바래야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교수님들의 경계가 한층 강화되었으니 이제는 못 오겠지?”
“……근데 여자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대요?”
“주변에 하이힐을 신은 자국들이 발견되었대. 버려진 보드카 병에 립스틱 자국도 있었고.”
“하이힐과 립스틱을 즐기는 평범한 남자일 가능성은?”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 요즘은 흔하잖아.”
Ms. 우로보로스. 제국의 주요 시설물들을 파괴하고 다닌다는 정체불명의 테러범.
비키르 역시 씬디웬디가 알려 준 정보로 인해 이미 그녀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나를 쫓고 있다지.’
그녀는 왜 밤의 사냥개를 추격하는 것일까?
그 목적이 동경인지 원한인지 호기심인지, 비키르는 큰 관심이 없었다.
악마를 사냥할 때에 걸리적거리지만 않으면 그만.
차라리 지금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손가락과 뜨개질 바늘에 더 관심이 있으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옆에 있던 싱클레어가 비키르의 뜨개질을 보고 감탄했다.
“와아- 형아 뜨개질 진짜 잘 하네?”
당연한 노릇이다. 전쟁 중 찢어진 전투복은 그 누구도 기워 주지 않으니까.
비키르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면을 더욱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래서 오래 전에 잡았던 케르베로스의 가죽으로 가면과 망토, 복면을 다시 제작하는 중이었다.
케르베로스의 가죽 중 가장 질기고 단단한 부분만을 사용했으니 이제 다시 찢어지는 일은 없으리라.
물론 지금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것은 케르베로스의 가죽들 중에서 쓸모없는 자투리들을 모은 것.
비키르는 이 조각들을 모아 목도리를 만들고 있었다.
“목도리를 시험 삼아 만들어 보기는 했는데. 나는 굳이 필요 없다. 가질 테냐?”
비키르는 친구들에게 케르베로스의 가죽으로 만든 목도리를 내밀었다.
화염과 독에 큰 저항력을 보이는 기물(奇物).
하지만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는 이 가죽의 신묘함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들 고개만 저을 뿐이다.
“으엑. 뭐야 그게. 까끌까끌하고 냄새나.”
“꼬릿한 냄새가 나서 싫다.”
“심지어 엄청 무거워.”
“그런 걸 누가 두르고 다녀!”
“형아…… 이건 좀 아니야.”
그러자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먹을 때 좀 그렇긴 해.”
?????
친구들의 머리 위에 각각 하나씩 물음표가 떴다.
싱클레어가 더듬더듬 물었다.
“형아. 이거 먹었었어?”
비키르는 입을 다문 채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멸망의 시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먹어야 했던 처절한 생존싸움.
‘……그때 토치카 요새에서의 멸망전은 정말 처절했지.’
토치카 섬멸전 당시 깊은 참호 속에 포위되어 몇 날 며칠을 버텨야 했을 때.
그때는 먹을 것이 없어서 가죽으로 된 군화라도 삶아 씹어야 했고 처음으로 케르베로스의 가죽 맛을 알게 되었었다.
“마치 썩은 생선을 강한 햇볕에 바짝 말린 뒤 상한 우유를 발라 먹는 듯한 맛이었지.”
비키르의 진술을 들은 친구들 모두가 조용히 손으로 입을 가렸다.
바로 그때.
“어이! 비키르! 네 앞으로 편지 왔다!”
창문 밖에서 선배 하나가 비키르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인다.
통지표 하나가 봉투에 담겨 비키르에게 전해졌다.
그것은 비키르뿐만이 아니라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비키르는 봉투를 찢고 안에 든 것을 꺼냈다.
서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표기되어 있었다.
-이름: 비키르
-대학: 콜로세오
-학부: 냉병기부
-학과: 궁술과
-학반: B반
-학번: 20
-학년: 1
-학기: 1
-구분: 등록금(A)
-수업료: ……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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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생들은 별생각 없이 넘길, 그러나 어떤 학생들에게는 무시무시한 통첩이 될 그런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