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등록금 (2)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등록금 납부 시즌이 도래했다.
“야. 너 등록금 냈냐?”
“등록금? 우리 학교에 그런 게 있었나?”
“나는 어제 집사가 와서 내고 갔을걸.”
“입학할 때 4년치를 한 번에 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그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신경 쓰면서 공부 어떻게 하냐?”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 시즌이 오는지 가는지도 알지 못하고 지나간다지만…….
“어떻게 하지. 아버지께서 이번 학기 등록금을 못 구하셨다는데.”
“……휴학해야 하나?”
“하아, 알바로 될 게 아닌데 이건.”
“4년 내내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건가.”
일부 학생들의 경우에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평민은 물론이요 귀족의 경우에도 가문이 영세할 경우에는 부담이 될 정도로 아카데미의 등록금 액수는 상당하다.
입학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는 콜로세오 아카데미에서도 매년 이 시즌을 기점으로 휴학생이나 자퇴생이 꼭 몇몇씩은 생겨나는 것이 씁쓸한 현실.
그래서 지금 비키르는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전액장학금이 아니었지, 나는.’
태도 점수가 너무 나빠서 그런가 전액 장학금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약 80%가량의 장학금이 성적 우수자 전형으로 나왔기에 액수 자체는 그리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는 의외로 부탁한 적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밴시 교수의 추천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흥. 나는 모르는 일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 위해 찾아간 비키르에게 밴시 교수는 보던 책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콧방귀만 뀌어 보일 뿐이었다.
뭐 아무튼.
‘그렇다고는 해도 바스커빌가나 씬디웬디의 도움을 받지 않기로 한 이상 등록금을 구하기는 해야지.’
비키르가 굳이 고집스럽게 외부의 돈을 끌어다 쓰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악마들의 역추적. 그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필히 돈을 거래할 방식을 정해야 하는데 가장 대중적인 것이 차명계좌, 혹은 현금 은닉이다.
비키르는 군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적에게 역추적을 당하거나 중간 연락책의 배신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냥개들을 지금껏 너무나도 많이 봐 왔다.
‘정말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접선은 최소화, 특히 가장 먼저 밟힐 수 있는 자금줄은 철저하게 숨겨야 한다.’
무언가를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키르는 바스커빌가든 씬디웬디든 간에 어느 쪽과도 금전적인 문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언젠가 정말로 ‘큰돈’이 필요할 그 순간을 대비하며 말이다.
“밴시 교수가 장학금 추천서를 써 준 덕택에 나머지만 벌충하면 되겠군.”
비키르는 등록금 고지서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본디 군자금을 조달하는 방책 중 가장 상책(上策)으로 치는 것은 현장에서 직접 군자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고소득 단기알바를 찾아봐야겠어.”
비키르는 강의동 중앙 로비 A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1층 광장의 벽에는 수많은 벽보들이 나붙고는 하는데 그중에는 분명 알바를 구하는 것들도 있었다.
이미 알바 자리가 필요한 고학생들이 게시판 앞에 몰려 있는 것이 보인다.
그때.
비키르는 낯익은 얼굴 하나를 발견했다.
흰 머리칼의 소녀 싱클레어.
그녀가 게시판의 광고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흠. 등록금 납부일까지 한 달 반이라…… 알바를 좀 늘려야 하나? 지금 하고 있는 게 과외랑 카페 알바랑 도서관 사서…… 주말에 시간 좀 빌 때 과외 하나 더 뛸까? 아니야, 그렇다고 봉사활동 시간을 줄일 수는 없지.”
열병기부 1학년 중 가장 성적이 좋은 싱클레어. 그녀는 공부할 시간을 쪼개 가며 알바까지 뛰고 있었다.
……그것도 몇 탕씩이나!
심지어 봉사활동까지 꼬박꼬박 나가는 그녀를 보고 다른 학생들은 괴물이라며 혀를 내두를 따름이었다.
하지만 비키르 역시도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의 강행군을 하고 있었다.
매일 밤 나가서 미래에 인류 연합에 적이 될 이들을 암살하고 있는 중이니까.
그러나 암살은 돈을 쓰면 썼지 돈을 벌어다 주지는 못한다.
게다가 비키르는 암살 대상이 가지고 있던 부정한 재물은 모두 수거한 뒤 보육원 등의 시설에 몰래 던져 넣는 외곬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단탈리안 전 당시 님펫을 만나고 헤어졌던 이후로는 늘 그렇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현재 비키르의 수중에 있는 재물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다음 주 수업의 준비물을 살 수 있는 정도?
그러니 어찌 되었건 알바를 구하긴 구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
비키르는 싱클레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금 거리를 두고 섰다.
그리고 게시판을 알록달록 뒤덮고 있는 수많은 광고 전단지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렸다.
“하나같이들 잡스러운 것뿐이로군.”
비키르는 대부분의 광고들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게시판을 훑었고 이내 자신에게 딱 맞는 단기 알바 하나를 발견했다.
현상금이 걸린 생태계교란종 몬스터를 처치하고 그 부산물을 파는 아르바이트였다.
이런 종류의 아르바이트는 으레 사냥 길드, 혹은 용병 길드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길드를 찾아가 의뢰를 맡기거나 받을 수 있고 원할 경우에는 인력 파견을 요청할 수도 있다.
수행할 수 있는 토벌 퀘스트의 난이도는 본인이 선택 가능하며 길드의 성향과 종류, 위세에 따라 전사, 마법사 등의 용병부터 사냥꾼, 연금술사, 요리사, 대장장이 등의 보조 직업, 심지어 길잡이나 짐꾼까지도 고용이 가능했다.
본인이 의뢰인이 될 수도 있고 남의 의뢰를 수행할 수도 있으며 용병을 따로 고용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용병이 될 수도 있는 구조.
즉 길드란 기본적으로 거대한 품앗이의 형태인 것이다.
물론 대가가 ‘돈’이라는 형식으로 확실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이 조금 특이하지만 말이다.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실력이 있는지라 여러 용병. 사냥 길드에서도 환영하는 입장이었지만 아카데미 학생들로서는 굳이 이들과 함께 일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의 비키르처럼 일부 급전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 * *
비키르가 모든 일정을 마친 뒤 기숙사로 돌아오자 방에 튜더와 산쵸가 놀러와 있는 것이 보였다.
둘은 피기에게 부족한 과목을 개인 교습 받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결산에 대한 행정학적인 정의를 다시 한번 짚어주는 거지. 자, 한 회계연도의 수입과 지출 실적을 확정적 계수로…… 그리고 황실은 감사원의 검사를 거친 제국결산보고서를 원로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각 칠대가문의 장은 회계연도마다 기금의 결산보고서를 중앙관서결산보고서에 통합하여 작성…….”
“흐음. 행정학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단 말이지.”
“난 정보학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사무직 체질은 아닌가 봐.”
튜더와 산쵸는 피기의 행정, 사무, 정보 분석 및 취합에 관련된 능력에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더군다나 피기는 가르치는 것도 잘해서 암만 들어도 이해되지 않았던 교수의 말도 잘 풀어서 설명해 준다.
그렇게 튜더, 산쵸, 피기는 셋이 머리를 맞대고 주거니 받거니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실기 때와 필기 때 서로서로 도움을 주는 윈윈 스터디였다.
그 사이에 비키르가 들어섰다.
“스터디 중에 미안하다 친구들. 잠시 외투만 챙기고 나가지.”
그러자 튜더, 산쵸, 피기가 반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 비키르 마침 잘 왔다! 너도 공부 잘하지? 우리 좀 도와줘! 이번에는 제발 비앙카 그 얄미운 녀석 좀 이겨야……!”
“살려다오 비키르! 나는 당장 다음 주 쪽지시험에서 낙제를 면해야 한다! 덩치만 크지 미련하다는 편견을 깨부수고 싶……!”
“나도 너랑 같이 토론하고 싶은 문제가 많아 비키르! 저번 주 쪽지시험만 해도 마지막 객관식 문제에서 복수 정답 논란이……!”
하지만 비키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장 다음 주의 쪽지시험보다는 등록금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벌러 나가야 한다.”
비키르는 간략하게 사정을 설명했고 그것을 들은 친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튜더가 턱을 쓸며 말했다.
“나는 네가 공부도 잘하고 실기도 뛰어나서 분명 정체를 숨긴 귀족 가문의 자제이거나 부모님이 평민이시긴 해도 엄청난 부호이실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등록금이 그렇게 급하다면 그냥 내가 내줄게 친구!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우리 집 돈은 많아!”
물론 비키르는 이를 거절했다. 자금줄에 관련된 문제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악마에게 꼬리를 밟혔다가 괜히 튜더에게 불똥이 튀게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비키르가 고개를 젓자 튜더는 섭섭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엥? 왜? 부담되면 천천히 갚아도 돼! 혹시 졸업 후 우리 가문으로 취직하라고 할까 봐? 그런 거라면 걱정 안 해도 되고. 나 그런 공적인 사람 아닌 것 알잖냐! 뭐, 내 여동생이 방학 때 너 한번 집에 데려와서 소개 좀 시켜달라고 난리이긴 한데. 꼭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그런 튜더에게 산쵸와 피기가 비키르의 사정을 대신 설명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돈이 직접적으로 오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배웠다.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맞아, 튜더. 비키르도 너의 마음은 정말 고맙게 생각할 거야.”
평소 과묵한 비키르 역시도 튜더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었고 그제야 튜더의 표정도 다시 밝아졌다.
“그래서. 어떻게 돈을 마련할 셈이야? 같이 방법을 모의해 보자! 그건 괜찮지?”
“음. 안 그래도 생각해 둔 방법이 있다.”
비키르의 대답에 말을 꺼낸 튜더를 필두로 산쵸와 피기 역시도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 고마운 친구들에게, 비키르는 짧게 물었다.
“단타로 뛰기 좋은 사냥 길드 아는 곳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