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3
23화 모르그 까뮤(Morgue Camille) (4)
이 얼마나 충격적인 광경이란 말인가.
…딸꾹!
철혈검가의 가주 휴고 레 바스커빌마저 딸꾹질을 할 정도.
그만큼 비키르의 행동은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꺄아아아악!”
까뮤가 눈을 감고 비명을 질렀다. 팔이 잘릴 위기에 처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태어나서 처음 맞이해 보는 위기에 비명을 지르며 우는 똑순이 영애.
가문 내에서는 무서울 게 없었던 까뮤가 이렇게 우는 것은 숙부인 아돌프조차도 지금 처음 봤다.
“그, 그만!”
아돌프는 저도 모르게 마나를 끌어올렸다.
6서클 마스터의 마나가 뿜어져 나와 비키르를 압박한다.
하지만.
…사삭
비키르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바로 까뮤의 팔을 놓고 뒤로 빠졌다.
“으아앙! 숙부! 쟤가 내 팔을……!”
까뮤는 울며 뛰어가 아돌프의 망토자락에 얼굴을 파묻는다.
아돌프는 어이가 없어 화도 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비키르를 바라보다가 이내 휴고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주!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휴고는 그런 아돌프의 항의를 무시했다. 다만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비키르를 내려다볼 뿐.
“아들아.”
아들이라, 그 말에 비키르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아버님.”
“방금의 장난은 좀 과한 감이 없지 않아 있구나.”
“죄송합니다. 가문 내 형제들 간에는 흔한 장난인지라.”
말을 마친 비키르는 손에 든 단도의 끝을 잡고 구부려 보았다.
물렁-
칼은 너무도 쉽게 휘어진다. 고무로 만들어진 가짜 칼이라서 그렇다.
그것을 본 아돌프가 황당함을 담아 외쳤다.
“아니, 무슨 그따위 장난감이 다 있소!?”
“사내아이들이 장난감 칼을 가지고 노는 것 처음 보오? 그리고 우리 바스커빌가의 아이들은 한 살이 될 무렵부터 이런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곤 하지.”
언제 놀랐느냐는 듯 태연해진 휴고의 말에 비로소 아돌프는 눈을 제대로 떠 비키르의 손에 들린 것을 보았다.
누가 봐도 가짜임을 알 수 있는 조악한 고무 칼, 저 정도라면 세간의 평범한 어린아이들조차도 흔히 가지고 놀 법하다.
비키르가 순간적으로 뿜어내는 기세에 놀라 칼의 퀄리티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매사에 꼼꼼하고 침착하기로 소문난 아돌프가 깜짝 놀라 허둥거리는 광경을 보자 휴고는 약간 만족스러워졌다.
그래서 아까 본인이 놀란 것도 금세 잊어버렸다.
“자, 루비 광산 이야기는 내 방향을 생각해 뒀소. 아마 모르그에서도 마음에 들어 할 거요.”
“…….”
“그러니 친선대련이나 빨리 끝냅시다.”
자리를 파하려는 휴고의 노골적인 태도.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의 아돌프는 무어라 항의를 하려 했지만.
“……으흑, 흑, 키힝, 훌쩍. 저 자식! 가만 안 둘 거야! 이따가 두고 봐!”
안타깝게도, 망토에 대고 코를 풀며 칭얼거리는 까뮤를 토닥여 주느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양가의 중요한 회담은 8세 아이들의 다툼에 의해 어처구니없게도 일단락되었다.
* * *
‘마법과 칼은 서로 평상시에는 서로 앙숙이지만 위기 시 서로의 좋은 보완책이 되어 나라를 구한다.’
전전대 황제의 신념에 따라 마도명문가 모르그와 철혈검가 바스커빌은 늘 연례행사로 친선 대련을 한다.
8세부터 15세까지의 어린아이들이 한 곳에 모여 서로의 경지를 겨루는 자리.
원래대로라면 이론이나 마나의 감응도 따위를 겨루는 8세 학급에 비해 칼과 마법으로 실전 대결을 펼치는 15세 학급의 승부가 가장 치열하고 또 주목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올해의 친선대련만큼은 모두의 이목이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평소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던 8세 학급의 연무장.
그곳에 우뚝 서 있는 두 어린아이가 오늘의 메인 주인공들이었다.
철혈검가 바스커빌 가문의 비키르 반 바스커빌.
마도명문가 모르그 가문의 모르그 까뮤.
모르그 쪽의 선제안에 따라 이 여덟 살 어린아이들은 실전이 벌어지는 15세 학급의 연무장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15세들과 마찬가지로 실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무심한 표정의 비키르에 반해 독기가 잔뜩 올라 있는 까뮤의 태도는 꽤나 대조적인 것이었다.
“각오해라 너.”
“…….”
“누나는 한번 실전 들어가면 봐주는 거 없다.”
“…….”
“뭐라고 말 좀 해!”
“…….”
“이이익!”
비키르는 그저 하품만 할 뿐이다.
그럴수록 까뮤는 더더욱 약이 오르는지 발만 구르고 있었다.
이윽고.
실전 대련 개시를 알리는 종이 땡- 하고 울렸다.
그리고 시합 시작과 더불어.
“이야아아압!”
요란한 기합이 울려 퍼졌다.
까뮤가 바로 마나를 끌어올려 비키르에게 덤벼들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자기의 힘을 모두 끌어내는 퍼포먼스.
기선제압에는 훌륭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밑천을 모두 까발리는 것이기에 별로 좋은 전략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까뮤의 재능은 대단했다.
쿼드라 캐스팅(Quadra casting)!
남들은 두 개 연달아 캐스팅하기도 버거운 마법진을 자그마치 네 개나 동시에 캐스팅한다.
비록 1서클 마법인 파이어볼과 아이스 스피어, 썬더 링, 머드 월이었지만 그것들 하나하나가 모르그 가의 15세 청소년들에게도 버거운 마법들이다.
그것들을 무려 네 개나 동시 연산, 치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재능!
과연 마도명문가 모르그에서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천재다웠다.
콰콰쾅!
어린애 주먹만 한 불덩이와 얼음덩이, 번개 줄기가 지면을 때린다.
사실 맞아도 조금 아프고 말 법한 수준인지라 비키르는 그저 적당히 몸을 기울여 피했을 뿐이다.
“보기에는 화려한데, 아직은 마법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차라리 나을걸?”
“이익! 네가 무슨 상관이얏! 마법도 모르는 무지렁이 주제에!”
까뮤는 세 개의 공격마법을 부지런히 컨트롤하며 비키르를 뒤쫓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한 방 먹여 주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하지만.
…훅!
비키르는 쏟아지는(쏟아진다고 해 봐야 어린애 주먹 세 개 정도이다) 마법들을 피해 오히려 까뮤에게로 접근했다.
그리고.
퍽!
까뮤를 보호하고 있던 진흙 벽을 발로 걷어차 부숴 버렸다.
“헉!?”
까뮤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너무 가까워서 공격마법들을 불러들일 수가 없다.
진흙 벽의 밑동이 무너지자 비키르의 얼굴이 확 가까워진다.
까뮤는 심장이 크게 방망이질 치는 것을 느꼈다.
‘당했다!’
시야를 확 가리며 날아드는 비키르의 손바닥에 까뮤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이윽고, 이마에 화끈한 통증이 어린다.
…딱콩!
딱밤. 까뮤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뒤로 물러나 고개를 들었다.
“……어?”
이마가 화끈거리지만 그저 그뿐이다.
비키르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을 튕겨 까뮤의 이마에 작은 혹을 만들었을 뿐.
“이, 이 자식!? 설마 봐준 거냐!?”
“…….”
“가, 가만 안 둬!”
까뮤는 앞서 캐스팅했던 세 개의 공격마법 중 한 개를 취소했다.
우드드득!
머드 월, 진흙으로 된 벽이 두 겹으로 생성되어 까뮤를 가렸다.
“하하! 이제 벽이 두 겹이다! 이건 못 뚫겠지!”
문제는 벽을 두 겹이나 세우는 바람에 까뮤 자신이 벽 밖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퍽!
두 겹이나 중첩된 진흙 벽은 종잇장처럼 쉽게 뚫렸다.
벽을 뚫고 들어와 까뮤의 얼굴로 확 뻗어 나온 것은 바로 비키르의 손이었다.
“이 손이 누구 것이게?”
까뮤의 벽을 뚫고 그녀의 공간 속으로 침입해 온 손.
까뮤가 깜짝 놀라 무어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비키르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정답은, 더 센 놈 꺼.”
동시에 또 딱! 하는 소리.
까뮤의 눈에서 또 눈물이 찔끔 새어나왔다.
아까 맞은 데를 또 맞았다.
딱밤에 이은 딱밤은 정확히 같은 곳을 때렸고 두 번째의 작은 혹을 만들어 냈다.
더 열 받는 것은 비키르의 손이 두 번째의 딱밤을 때린 즉시 곧바로 샥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결정타를 먹이는 것도 아니고 진짜 얄밉게도 딱 딱밤만 때리고 가는 손.
“이게 감히 누구를 갖고 놀아-아아아아아아아아!?”
8살, 한평생을 오냐오냐 금지옥엽처럼 자라온 천재 소녀.
까뮤는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빽 소리 질렀다.
이윽고, 그녀는 모든 공격마법들을 싹 다 취소하고 네 개의 진흙 벽을 만들어 자신을 감쌌다.
“자! 어떠냐! 이건 아무도 못 뚫어! 너도 못 뚫겠지! 핫하!”
까뮤는 시야가 완전히 어두컴컴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이마를 문지르고 있는 두 손과 울상이 된 표정을 보여주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
아니나 다를까, 그 얄미운 비키르 놈도 이 네 겹의 벽을 뚫을 수는 없는 모양인지 잠잠하다.
까뮤는 의기양양하게 미소 지었다.
“호호호! 패배자! 난쟁이 똥자루라서 벽도 못 뚫는대요! 여기까지 와 봐라 바보야!”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다.
…….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진흙 돔 속에 갇힌 까뮤는 이마를 슥슥 문지르며 생각했다.
‘어? 근데 이러면 나도 못 나가잖아?’
어떻게 해야 하나. 시야가 완전 가려져서 바깥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네 겹의 진흙 벽을 유지하느라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할 수도 없었다.
‘으음. 구멍을 내서 바깥만 살짝 볼까?’
까뮤는 슬쩍 힘을 풀고는 진흙 벽에 작은 구멍을 냈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바깥을 보려고 얼굴을 들이미는 순간.
…따악!
비키르의 손이 귀신같이 비집고 들어와 까뮤의 이마에 세 번째 딱밤을 날려주었다.
“꺄아아아악!”
3연혹!
이마 같은 자리에 3개의 작은 혹이 생겨난 까뮤는 고통과 분노에 몸부림쳤다.
그녀는 불타는 두 눈을 들었고 이내 네 겹의 진흙 벽을 모조리 캔슬해 버렸다.
머드 월이 무너지자 어느새 저 멀리로 물러나 있는 얄미운 자식의 얼굴이 보인다.
“죽일 거야! 으아아아앙!”
까뮤는 울어 버렸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체면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방어마법들을 모조리 버리고 네 개의 공격마법을 동시 캐스팅했다.
15세의 연무장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법한 막강한 화력!
한편, 비키르는 까뮤의 분노를 앞에 두고 생각했다.
‘……뭘 어찌해야 하나.’
죽이려고 한다면야 0.1초 만에 목을 꺾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나.
어린애를 상대하는 것은 괴롭다. 어디까지 장단을 맞추어 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평생을 전장에서만 살아온 비키르로서는 더더욱 그랬다.
적당히 어르고 달래기에는 상대가 모르그 가의 어린 측천무후가 아닌가.
결국, 비키르는 판단을 내렸다.
‘모르그의 골칫덩이는 모르그에서 해결해야지.’
직접 손을 쓰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법이다.
콰콰쾅!
마침 옆을 보니 한창 치열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연무장이 보였다.
이름 모를 15세 바스커빌과 15세 모르그가 검술과 마법으로 격렬하게 대련을 펼치고 있는 연무장.
둘 다 어찌나 집중하고 있는지 주변으로 누군가 접근해 오는 것도 모른다.
그쪽에 보이는 15세의 모르그는 강력한 화염 폭발 마법이 장기인 모양인지 연무장에서는 연신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스윽-
비키르는 뒤로 몸을 빼 물러나 옆 연무장의 경계에 최대한 가깝게 가 붙었다.
그리고 잔뜩 화가 나 있는 까뮤가 그런 비키르를 바짝 추격해 갔다.
‘뭐, 여차하면 중재자들이 나서겠지.’
비키르는 가볍게 몸을 틀었고 까뮤는 그런 비키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악착같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이내.
…콰쾅!
터져 나오는 폭음. 그리고 경악성들.
“아앗!? 까뮤야!”
“이럴 수가! 까뮤 님!”
“안 돼! 까뮤 님이……!”
비키르가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