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전국 대학리그 (1)
제국 최고의 대학 ‘콜로세오 아카데미’에는 요즘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제국의 최상위권 대학들이 모여 펼치는 연합대회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전국 대학리그’.
제국을 대표하는 4개의 대학이 한 자리에 모여 우열을 판가름하는 연례행사.
콜로세오 아카데미는 연례 대학평가에서 매번 최고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나머지 3개의 대학 역시도 만만치 않은 호적수들이었다.
콜로세오 아카데미
(Colosseo academy).
바랑기안 훈련소
(Boot camp Varangian).
마탑
(魔塔).
테미스퀴라 여대학당
(Themiscyra Womans University).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나머지 세 개의 쟁쟁한 대학 바랑기안, 마탑, 테미스퀴라.
바랑기안은 ‘전사양성소’로 유명한 북부의 대학으로 칼, 창, 도끼, 활 등의 냉병기에 특화되어 있는 특성화 전문대학교였다.
마탑 역시도 ‘법사양성소’로 유명한 동부의 특성화 전문대학으로 마도의 길을 걷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 학업을 쌓는다.
다루는 것은 물론 열병기이다.
테미스퀴라는 콜로세오 아카데미와 가장 흡사한 교육체계를 가지고 있는 남부의 종합대학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재능과 적성, 취향에 따라 냉병기와 열병기를 선택해서 전공으로 삼을 수 있으며 그 외의 학문을 부전공이나 복수전공, 교양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단 콜로세오 아카데미와의 차이점은 입학생을 여자로만 한정한다는 것이다.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 쟁쟁한 라이벌들과의 대결을 목전에 둔 지금, 콜로세오 아카데미에는 폭풍전야와도 같은 긴장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콜로세오의 1학년인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가 바로 그랬다.
“나 다른 학교 사람들이랑 만나는 거 처음이야.”
“1등은 괴롭지. 잘해도 본전, 못하면 손해니까.”
“약간 떨린다. 잘 할 수 있을까?”
“뭘 떨어? 콜로세오에서도 잘 하고 있으면서.”
“맞아맞아~ 결국에는 다 같은 또래들인걸!”
아무래도 새내기들인지라 다른 학교의 문화와 학풍은 어떨지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
그 와중에 싱클레어와 산쵸는 다른 학교들의 입학시험을 본 경험이 있었기에 다른 학생들의 시선까지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산쵸가 바랑기안 입학시험에서 1등 먹고 오지 않았었나?”
“그쪽 애들이 산쵸만 보면 이를 갈겠구만.”
“왜 이를 갈아?”
“당연히 갈지. 자기네 학교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갔으니까. 좋게 보이겠냐?”
“그러면 싱클레어는 더 큰일 났네? 얘는 마탑의 입학시험에서도 1등이었고 테미스퀴라 입학시험에서도 1등이었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걔 벼르고 있는 애들 다른 학교에 엄청 많을 거다.”
심지어 싱클레어는 마탑, 테미스퀴라, 콜로세오 등 마법 학부가 있는 대학교의 입학시험에서는 모조리 1등을 한 괴물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질투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때. 검은 망토를 두른 남학생 하나가 오만한 기세로 나타났다.
“걱정 마라, 아둔한 친구들이여. 이 몸께서 친히 대회에 나가 하등한 것들을 참교육해 줄 테니.”
그르누이 리바이어던이었다.
그는 최근 귀족파의 신입으로 들어간 이래 상당히 기고만장해져 있었다.
평소 그르누이를 아니꼽게 생각하던 튜더가 빈정거렸다.
“야 뺀질아. 너도 대회 나가냐?”
“무슨 그런 실례의 말을!? 이번 대회는 학년 구분 제한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가? 유급생이나 졸업유예자, 혹은 재수강러 등 같은 과목을 두 번 이상 수강한 기록이 없는 자라면 누구나 출전이 가능하다!”
“누가 몰라서 묻나.”
튜더는 금세 관심을 잃고 고개를 돌렸지만 그르누이의 훈계 및 설명충 기질은 여전한 듯 보인다.
“너희 모자란 것들에게 내 친히 대회의 성격과 규칙에 대해 설명해 주지.”
1. 4개 대학리그가 펼치는 대회의 정식 명칭은 ‘올림피아드 생존경시대회’, 다른 이름은 ‘배틀로얄 그라운드 제로’.
2. 랜덤으로 지정된 넓은 장소에 총 400명의 학생들이 워프, 그 안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과제.
3. 모두가 HP수트를 입고 경기에 임하게 되며 이 HP가 0이 되는 순간 자동 탈락.
4. 생존경쟁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상위 10인에게는 4개 대학교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보물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절세의 아티팩트를 수여함.
“자 이렇게까지 자세히 설명해 줬으니 대회 현장에서 내 발목을 잡는 짓만은 삼가 달라구~”
그르누이는 뻐기는 듯한 자세로 설명을 마무리했다.
그때.
…퍽
그런 그르누이의 어깨를 치고 가는 존재가 있었다.
“아, 뭐야? 어떤 놈이 감히 이 몸의 옥체에…….”
그르누이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검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큰 키의 남학생 하나가 서 있었다.
“뭐.”
하이브로 바스커빌.
냉병기부 B반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그가 그르누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
그르누이는 키가 두 뼘은 족히 차이나는 하이브로의 얼굴을 잠시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평소 오만하기 짝이 없는 그르누이도 알고 있었다. 냉병기부 B반의 하이브로가 얼마나 지랄맞은 성질머리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아, 아니다.”
“……븅신.”
하이브로는 그르누이를 위아래로 한번 흘끗 훑어본 뒤 홱 가 버렸다.
“……븅신.”
“……븅신.”
더 열 받는 것은 그의 뒤로 미들브로와 로우브로의 시선도 연이어 따라왔다는 것이다.
홀로 남겨진 그르누이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저, 저 미친개들이 진짜!? 세 명이 몰려다니지만 않았어도 내가 혼쭐을 내 줬을 텐데! 아오, 쪽수가 깡패다 깡패!”
그런 그르누이를 모두가 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가 지나간 길목에서 한 명의 남학생이 더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얼굴을 본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가 반갑게 외쳤다.
“비키르! 여기야!”
“오늘도 좋은 아침이군 친구.”
“열애설 난 거 잘 봤어, 비키르~”
“그거 진짜야? 아니지? 설마 진짜 학생회장님이랑?”
“어휴! 당연히 아니지! 형아는 연애에 관심 없다고 했었어!”
친구들은 이내 비키르를 둘러싸고 이번 대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근데 진짜 열애설은……?”
“비키르가 아니라고 하잖냐. 그보다 이번에는 학년 제한 없이 참가가 가능한가 봐. 각 학교당 100명이라면 1학년에도 대충 20명 정도의 인원이 배정되겠군.”
“맞아. 실질적인 에이스들은 3학년들이니까. 4학년들은 참가하지 않는 것이 관례고.”
“대충 3학년 50명, 2학년 30명, 1학년 20명 정도가 아닐까?”
“우리들은 중간고사 성적이 좋았으니까 당연히 포함될 거고.”
대화는 이윽고 비키르를 향해 귀결된다.
튜더가 물었다.
“그래서 비키르. 조는 어떻게 할까? 보니까 점수는 개별로 평가되지만 참가 자체는 조별로 해야 하던데. 5인 1조래.”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 비키르.
보통 어울리곤 하는 그룹의 인원수가 6인이라 모두가 조를 꾸리기에는 조금 난감하다.
차라리 3인 3인으로 분할되는 것이 나을 법한 상황.
“그래. 차라리 3대 3으로 하고 각 조에 두 명은 다른 애 끼자. 자, 그럼 비키르는 일단 우리 조로~”
“뭐냐, 왜 비키르를 맘대로 가져가는가.”
“맞아! 이건 공평하게 제비로 해야지!”
“나는 비키르 있는 조로 갈래~”
“치사해! 나도 이번에는 형아랑 같은 조 하고 싶단 말야!”
두 개의 조로 나뉘게 된 상황 속에서 모두가 비키르와 같은 조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비키르는 다른 답을 내놓았다.
“음. 나는 이미 다른 조에 속해 있다.”
“뭐? 또? 중간고사 때도 그랬잖아!”
“이것 역시도 선약인지라. 미안하게 됐다.”
비키르의 대답에 친구들은 노골적으로 섭섭해하는 기색이었다.
특히나 싱클레어가 가장 티 나게 풀이 죽었다.
“이번에는 형아랑 꼭 같은 조 되고 싶었는데.”
“음. 다시 한번 미안하게 됐다. 이번에는 나도 목적의식이 꽤 뚜렷한지라.”
비키르의 말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목적?”
비키르가 자기의 속마음을 밝히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지라 다들 섭섭함도 잊고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비키르는 웬일로 흔쾌히 대답해 주었다.
“이번 대회에서 10위권 안에 들면 4개 대학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는 보물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보물 하나씩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말이야.”
비키르는 드물게도 눈까지 반짝거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 모두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비키르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뭐 노리고 있는 보물이라도 있어?”
“있지.”
“그게 뭔데?”
“비밀이다.”
“아 뭐야! 웬일로 좀 말해 주나 했더니만!”
성격이 급한 튜더가 제일 먼저 아우성이다.
평소 비밀이 많은 싱클레어 역시도 눈을 빛내고 있었다.
“형아도 뭔가 따로 노리고 있는 아티팩트가 있나 보구나. 나도 그래. 근데 그거 알아?”
“?”
“보물창고에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보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래. 보물의 선택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나 봐.”
4대 대학교가 관리하고 있는 보물창고 속에는 절세의 보물이라 할 만한 아티팩트들이 보관되어 있다.
이것들은 하나같이들 다 영성을 가지고 있으며 주인에게 골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주인을 골라 찾아간다고 한다.
주인을 만난 아티팩트는 주인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옆을 지키다가 그 이후에는 다시 창고로 되돌아오는 식이다.
싱클레어는 생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즉, 나를 선택해 주는 아티팩트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소리지. 무조건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심지어 기껏 창고에 들어갔는데 아무 아티팩트에게도 선택받지 못한다면 그냥 빈손으로 돌아 나와야 한다나 봐.”
하지만 회귀 전의 기억이 있는 비키르에게 그런 제약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일단 보물창고에 들어갈 수만 있으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비키르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티팩트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었으니까.
비키르는 자신이 보물창고에 들어가 골라야 할 대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일곱 번째 십상시. 그것이 보물창고 안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열 마리의 악마 중 유일하게 존재하는 사물형(事物形) 악마.
칠번시(七番尸) ‘데카라비아’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