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전국 대학리그 (6)
마탑이 준비한 개최식과 환영식 등등, 사실상 학생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수들을 위해서 열린 보여 주기식 행사들이 모두 끝나고 나서야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숙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는 같은 조원들끼리 뭉쳐 숙소로 이동했다.
“아이고, 마탑의 교장도 진짜 징글징글하다. 무슨 개최 소감 연설을 2시간이 넘게 하냐?”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한다고 한 게 300번이 넘었다. 헬스 트레이너도 숫자 셀 때 그렇게는 안 세는데.”
“대회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서 죽겠어. 학생을 위한 대회라고 했으면서 정작 학생에 대한 배려는 없는 건가.”
“근데 우리 학교 교장은 어디 갔길래 코빼기도 안 보여? 지금까지 학교생활 하면서 한 번도 못 봤는데.”
“요 근래 쭉 자리를 비우셨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교감으로 진급하신 밴시 교수님이 학장 대리 자격으로 오셨잖아.”
모두들 피곤한 기색으로 발걸음을 옮겨놓는다.
하지만 기나긴 행사에 지친 몸도 숙소의 풍경을 보니 다시금 쌩쌩해졌다.
“우와, 여기가 우리가 묵을 숙소야?”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를 비롯한 아카데미의 1학년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치 커다란 버섯의 내부를 깎아 만든 듯한 외형의 집들이 높고 낮은 지대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정말로 버섯인 듯 말랑말랑한 벽은 탄력이 있고 부드러워서 뺨을 부비고 싶을 정도.
좁고 완만한 골목 곳곳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들이 날며 밝히고 있는 천연의 등불은 밤새 꺼질 걱정도 없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의 마을에 온 기분이었다.
숙소 건물 내부 역시도 굉장히 넓고 아늑했다.
통나무를 깎아 만든 긴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그 위에 깔려 있는 뷔페 음식들은 아직 따스한 김을 피워 올리며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의 명물 은송어 구이와 굴찜, 돼지고기 불고기와 고형 치즈가 달작지근하면서도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알콜이 거의 없는 백포도주 한 잔과 적포도주 한 잔씩이 학생들을 반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쉽게도 포도주는 뷔페가 아니었다)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1학년 20명, 2학년 30명, 3학년 50명이 각자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5인당 한 테이블로 나뉘어 음식을 나눠 먹는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는 맛있는 음식에 감탄하면서도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비키르는 어디에 있지?”
“아, 저쪽. 건너건너 테이블에 있다. 대각선.”
“그르누이랑 바스커빌가의 세쌍둥이랑 한 조인데 괜찮을까?”
“야, 걔가 애냐? 뭘 그리 걱정을 해싸. 중간고사에서 걔 성적 잊었어? 우리보다 훨씬 잘했잖아. 맞아도 일방적으로 맞지는 않을 녀석이니 그만 걱정해.”
“형아가 어디 가서 밀릴 성격은 아니긴 해. 아까도 테미스퀴라 애들한테서 나를 구해 줬다니까? 그러니 우리도 이제 우리 일에 집중하자.”
일단은 앞으로 펼쳐질 대회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우선이다.
어떤 장소가 경기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생존경쟁을 펼칠 400명은 이미 엔트리가 나왔다.
1학년 20명, 2학년 30명, 3학년 50명. 총 100명.
콜로세오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바랑기안, 마탑, 테미스퀴라 역시도 이렇게 학년을 분배해 놓았다.
그리고 이 400명 중에서 대체로 3학년들이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두고 2학년들이 그 다음, 1학년들이 그 다음이다.
사실상 1학년들은 경험을 위해 참가하는 것으로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으며 2학년들 역시도 타 학교의 3학년들과 겨루며 더욱 더 성장하라는 의미.
그리고 좋은 성적을 거두어 학교의 명예를 드높여야 할 의무를 가진 이들이 바로 3학년들이다.
지금껏 대회 역사상 우승자를 포함한 상위 10인은 항상 3학년들 중에 나왔으며 작년 대회에서 2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20위 권 안에 이름을 올렸던 4인의 천재들이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는 각기 한마디씩 했다.
“어디 보자. 작년에 2학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위 안에 들었던 사람들이 누구누구지?”
“바랑기안의 쥐라기오 바키라가, 마탑의 호헨하임, 테미스퀴라의 메를리니 러브굿, 그리고 우리 학교의 돌로레스 회장님이시지.”
“그때는 우리 회장님도 2학년이셨으니까. 이제 3학년이 되셨으니 본격적으로 우승후보 반열에 오르셨다고 할 수 있겠지!”
“2학년들은 중간만 가도 선방한 거겠네. 1학년들은 바닥이나 깔아 주겠군.”
“그래도 다른 학교의 1학년들보다는 잘해야지! 그 등수가 내년이랑 내후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게끔!”
보통 1학년 때의 순위가 3학년까지 그대로 간다는 것이 선배들 사이에 내려오는 암묵적인 계산법이다.
그래서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는 다른 세 학교의 동년배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우리는 1학년들 중 가리고 가려서 뽑힌 20인의 인재들 중 하나! 이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 보낼 순 없어.”
“우선 첫 번째 미션은 생존경쟁, 여기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좋은 점수를 거둔 10인이 개인별 과제를 받게 되고 이것을 클리어하면 전설의 아티팩트를 받을 수 있다 이거지?”
“우선 요주의 인물들부터 분석하자.”
“맞아. 괜히 재수 없게 다른 학교의 3학년들을 만나면 초반에 광속 탈락일 거 아냐. 우리도 100위권 안에는 들어야지.”
“우선 바키라가, 호헨하임, 러브굿. 이 세 명은 무조건 피해야 해.”
싱클레어는 이미 열차 안에서 러브굿과 한번 시비가 붙은 적이 있어서 그런가 그녀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진짜 무서웠었지. 그 여자가 뿜어내는 기세만으로도 질식해 죽는 줄 알았으니까.’
이윽고, 싱클레어는 자기가 분석한 인물 정보들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려 주었다.
“‘쥐라기오 바키라가’. 25살. 1학년 때 이미 4학년들까지 싹 다 때려눕히고 교내를 평정한 싸움꾼. 작년 대회 때는 경험이 부족해서 타학교 3학년들의 합공에 패했고 재작년에는 같은 학교 상급생들의 뒤통수에 당해서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대회의 종합 랭킹에서 14위를 차지했던 괴물이야. 사용하는 주 무기는 대검. 작년의 무력 수준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었고 현재는 추측 불가능. 세간에는 이미 그래듀에이터에 올라 있다는 소문도 있어.”
“흐음. 같은 학교 선배들의 합공에 패했다면 아군에게 당한 거잖아. 교내에서의 신망이 두텁지 못한가 본데?”
튜더의 질문에 싱클레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것은 1, 2학년 때의 이야기고. 바키라가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타입이라서 동기들이나 후배들에게는 굉장히 잘해 준다고 해. 부조리나 악폐습 같은 것도 못 참아 넘겨서 늘 피해받는 동기나 후배들을 대신해 싸워 줬다나 봐. 그래서 선배들하고는 사이가 나쁠지 몰라도 동기들과 후배들하고는 사이가 굉장히 돈독하대. 현재는 사실상 최고학년인 3학년이고 학생회장이기에 모두에게 신망이 두터워.”
압도적인 무력과 두터운 신의로 바랑기안의 사내들을 통솔하는 쥐라기오 바키라가.
단 두 개밖에 없던 단점인 경험과 팀웍을 극복한 지금, 그는 그 누구보다도 유력한 우승후보이다.
이윽고, 피기가 말을 이었다.
“나는 마탑의 학생회장인 ‘오레올루스 호헨하임’에 대해 분석해 왔어. 그는 22살. 마탑에서의 세례명은 ‘콧대높은 똘똘이’야. 말이 필요 없는 마탑의 최강자이며 마탑 역사의 최근 일백 년간을 다 뒤져 봐도 이보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학생이 없대. 작년 2학년이던 시절, 대학리그에서의 성적은 13위로 그를 제외하면 다 3학년이었다나 봐. 천하의 돌로레스 회장님께서도 지난 대학리그 두 번 다 저자에게 패배하셨다는데…… 그거야 뭐 상성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괴물 같은 재능, 오만한 성정.
마탑은 물론이요 제국의 동년배들 중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천재가 바로 호헨하임이다.
대학의 평가 순위와는 다르게 바키라가와 호헨하임은 현 시대를 대표하는 차세대 절대강자들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무시하지 못할 다크호스가 하나 더 존재한다.
예쁜 여자에 관심이 많은 비앙카가 자신이 조사해 온 대상에 대해 입을 열었다.
“테미스퀴라의 학생회장인 ‘메를리니 러브굿’에 대한 조사도 빼 놓을 수 없지.”
“오 그래. 뭘 조사해 왔는데?”
“그녀는…… 예뻐.”
“?”
“너무 예뻐.”
“??”
“어떻게 그렇게 예쁠 수 있나 모르겠어, 하아…… 부럽다. 나도 닮고 싶어.”
“???”
비앙카의 말을 들은 튜더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야, 됐고. 차라리 내가 조사해온 정보가 더 자세하겠다. 크흠! 메를리니 러브굿! 나이 23세. 풀이나 흙, 독, 벌레 타입의 마법을 주로 쓰는 마법사. 엄청난 대부호 가문인 메를리니 가문의 장녀이며 확실치는 않지만 벌써 4클래스에 이르렀다는 소문도 있다. 작년의 대회 성적은 16위! 이번에는 3학년이 되었으니만큼 우승을 노리고 있다는군.”
“그녀는 또한 아름다운 외모로 유명하지. 취미활동으로 유명 극단에서 무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년에 데뷔할지도 모른다는데…… 개인적으로는 팬이다.”
산쵸가 튜더의 설명에 별 쓸모없어 보이는 정보를 보충했다.
이윽고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는 인물 분석을 마치고 대회에 대한 각자의 소회를 밝히기 시작했다.
“이번에 돌로레스 회장님께서는 몇 등을 하실까? 작년 대회에서는 15위이셨는데.”
“당연히 우승이다! 나는 그분을 믿는다.”
“하지만 바키라가와 호헨하임이 워낙에 넘사벽이야. 러브굿도 돌로레스 회장님에 필적할 만한 강자이고.”
“뭐, 3학년 에이스들보다는 우리가 문제지.”
“그래! 우리는 그냥 잘 보고 배우면서 내년과 내후년에 있을 리그를 대비하자!”
1학년들이니만큼 대체로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반드시 대회에서 10위 안에 들어 상품을 타야 하는 입장도 여기에 하나 존재한다.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말고…… 적당히 10위 안쪽의 등수를 기록해야겠군.’
비키르였다.
동기들이 들으면 기겁할 만한 생각을 하며 비키르는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칠번시(七番尸) ‘데카라비아’.
열 마리의 악마 중 유일하게 존재하는 사물형(事物形) 악마.
악마들은 벌레, 뱀, 인간, 박쥐, 나무 등등의 다양한 형태와 종류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가장 특이한 것이 바로 무생물의 형태를 띠고 있는 악마였다.
그것은 지금 누군가 자신을 깨워 주기만을 기다리며 인간계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비키르는 그 위치를 얼추 알고 있었다.
‘바로 4개 학교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보물창고의 안이다.’
회귀하기 전, 악마들이 그렇게 줄기차게 4대 아카데미들을 침입하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하지만 비키르가 악마들이 알아차리는 것보다 빠르게 데카라비아의 소재를 파악하고 그것을 제거해버린다면 암울하기만 했던 미래도 많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억울하게 죽어 나갔을 학생들 역시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겠지.
‘이로서 멸망의 시대는 한 걸음 더 늦춰지게 될 것이다.’
마왕이 줄면 마계로 통하는 게이트에 공급되는 마력이 적어지니 당연한 일이다.
비키르가 앞으로 펼쳐질 먼 미래를 그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저 실례합니다.”
비키르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을 끄는 목소리 하나가 있었다.
바로 이 대형 여인숙의 주인이었는데 그는 몹시 곤란한 표정으로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옆쪽 여인숙 수도에 문제가 생겨서…… 혹시 그쪽에 묵으실 분들을 이쪽의 빈 객실에 모셔도 될까요? 방이 약간 부족하기는 한데.”
주인은 고개를 연신 조아리며 어려운 부탁을 해오고 있었다.
옆집 여인숙은 동생이 하는 곳인데 갑작스럽게 수도관이 고장 나게 되면서 물이 안 나와 당일에 온 손님들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급한 대로 이쪽의 여인숙으로 손님들을 보내고자 하는데 콜로세오 아카데미에서 미리 여분의 방들까지를 모두 선예약 한 상태라서 주인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마침 휴가철 성수기라서 그런가 다른 여인숙들은 방이 전혀 없는 상황.
그래서 여인숙 주인은 허리까지 굽혀가면서 부탁을 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학생 분들과 교직원 분들에 여분의 방까지 하셔서 1인 1실로 총 120개의 방을 예약하셨는데…… 혹시 2인 1실을 사용해 주시고 총 60개의 객실만 이용하는 것으로 변경해 주실 수는 없으실까 해서요. 대신 전체 숙박료의 30%만 받고 조식과 중식까지 서비스해 드리겠습니다.”
나름대로 괜찮은 제안이었다.
학생들은 숙박료가 깎여도 별 이득이 없어 시큰둥했지만 교직원들은 나름대로 괜찮은 반응을 보였다.
“예산을 좀 아낄 수 있겠군요.”
“그 돈이면 다른 교보재들을 구입할 수 있지.”
“마침 잘됐습니다. 학생들에게 보여 줄 새로운 실험 표본 하나가 필요하던 참인데.”
이윽고, 밴시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다만 학생들의 90% 이상이 찬성했을 경우에만.”
이윽고 투표가 실시되었다.
무기명으로 한 투표 결과, 놀랍게도 93%에 이르는 학생들이 2인 1실을 받아들였다.
콜로세오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의 성품이 대체로 선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끼리의 우애도 좋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아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관 주인이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고는 이내 문 바깥에 기다리고 있는 대규모 손님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이내.
“……!”
콜로세오 학생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혹은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이들을 마주쳐야 했다.